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중략)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는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 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에서

 * * *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다가 아주 흥미로운 번역을 하나 발견했다. 토케이라는 단어였다.

토케이? 토케이! 무슨 토끼도 아니고! 우선 그 대목부터 살펴 보자.

 

누군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또다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ㅡ 숙녀분들이 자리를 뜨자 신사분들끼리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지. 토케이를 주세요, 루시가 급하게 들어오며 말했다. 댈러웨이 씨가 왕실 저장고에서 가져온, 국왕 하사품인 토케이를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토케이가 부엌을 지나왔다. …… 신사분들은 아직 식당에 있었다. 토케이를 마시면서!(216∼217쪽)

 

 -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옮김, 『댈러웨이 부인』 중에서

 

 

이 장면의 배경 시간은 1923년 6월 중순의 어느 날 저녁이다. 소설의 물리적 시공간은 '런던에서의 딱 하루' 뿐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댈러웨이 부인은 그날 아침부터 온종일 파티 준비에 경황이 없었다. 그 바쁜 와중에 첫사랑이었던 피터까지 불쑥 찾아왔으니 그날은 여러모로 정신없는 날이었다. 어쨌든 그 특별했던 유월 하루는 빅벤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차츰 저물기 시작했고,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하나둘씩 댈러웨이 부인의 집으로 모여든다. 그녀가 아침부터 기다려온 시간이 이제 막 시작되는 순간이다. 세심한 고려 끝에 차려낸 음식들과 군침도는 진귀한 술들이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한다. 바로 그런 순간에 쨘~ 하고 나타난 술이 토케이였다.

 

여기서 토케이로 번역된 술은 우리가 흔히 '토카이'로 부르는 헝가리 와인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 속에 제법 많이 달리던 주석이 여기서는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친다. 그래서 굳이 '토케이'를 검색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토케이, 토카이 둘 모두 검색된다. 그러니 더욱 헷갈린다.

 

 

Tokay 미국·영국 [toukéi]

 

1. 토케이 포도(주) (황금색의 양질의 포도(주)); 토케이 지방;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백포도주
2. 토케이 포도(나무)

 

 

 

토카이 와인[Tokay Wine]

 

헝가리 부다페스트 동북쪽, 보드그로그강과 티셔강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는 포도로 생산한 포도주.

 

토카이 와인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 프랑스 왕실에 선물로 보내졌으며, 이런 인연으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와인을 자주 즐겼던 루이 15세가 술자리에서 마담 드 퐁파두르에게 “이 포도주는 군왕의 포도주이며 포도주의 군왕이다”라고 한 일화에서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토카이 와인은 수확 시기를 놓쳐 귀부병에 걸린 포도 송이가 썩어갈 무렵의 것을 수확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수확한 포도 송이를 소쿠리에 담아 며칠 동안을 말린 후 포도당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즙을 짜낸다. 그 즙과 정상 포도에서 짜낸 즙을 섞어 토카이 와인을 만들며, 이 과정을 거친 토카이 와인에는 아수(aszu)라는 라벨을 붙인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토케이로 검색하면 어학사전 풀이만 딸랑 나오고, 토카이로 검색하면 무수한 블로그 글들과 함께 다량의 사진들도 함께 검색된다는 점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풍광들과 함께. 왜냐햐면 헝가리에 가 본 사람들은 대개 누구나 한번쯤 토카이 와인을 마셔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다페스트는 유럽에서도 야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도나우 강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즐기기도 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함께 토카이 와인을 곁들이면서. 나 또한 그랬다.

 

 

 

 - 다뉴브 강 유람선 위에서 처음 맛본 토카이 와인.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추억

 

 

이쯤되니 소설 속에서 다시 만난 토카이 와인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이 과연 토카이를 잘 모르고 그냥 토케이라고 무심하게 번역한 건 아닌지 그게 좀 아리송했다. 토카이 와인이 오래 전부터 '군왕의 포도주이자 포도주의 군왕'이라는 특별한 대접을 받은 술임과 동시에 작가 특유의 부르주아 취향을 봐서라도 저 대목에서 신사분들이 마시는 와인은 분명 '토카이 와인'이 틀림없을 듯한데 말이다.

 

 * * *

 

토케이 때문에 내 머릿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른 옛 추억들이 달달하기 그지없던 토카이 와인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과 부다페스트의 멋진 야경 정도에서 뚝~ 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의식의 흐름은 종종 우리가 전혀 예기치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도 쏜살같이 마구 내달리기 마련이다. 토케이를 만나자 말자 내 머릿속의 날개달린 의식은 갑자기 비상깜박이를 켠 구급차마냥 온데곤데를 정신없이 쏘다니기 시작했다.

 

비상깜빡이를 켠 구급차가 맨 먼저 도착한 곳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는 성(城)이었다. 도대체 그 두껍고 난해하기로 악명높은 책이 토카이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하긴 그 책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대표적인 책이니만큼 토카이가 등장하는 『댈러웨이 부인』과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 더구나 그 책에서 다루는 시공간도 '더블린에서의 6월 어느 하루'에 불과하잖아. 런던과 더블린이 그리 멀리 떨어진 도시도 아니고 말이야.

 

마치 오뒷세우스(영어로는 율리시스)가 고안한 '트로이의 목마' 없이는 도저히 그 성을 함락시킬 수 없었듯이, 오래 전부터 오지부동인 채로 버티고 선 거대한 성 같은 『율리시스』 앞에 도착한 구급차는 사실 그 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우스꽝스럽고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평소에도 인적이 몹시 드문 그 성 앞에는 그날따라 구경꾼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구급차에서 서둘러 뛰어내린 구급요원은 딸랑 혼자였다. 그는 비상등조차 끌 생각을 하지 못하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율리시스』라는 책의 본문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로 곧장 '방대한 주석'이 달린 후미진 곳으로. 그는 도대체 거기서 무얼 찾아내려는 것일까?

 

그가 응급구호를 위해 『율리시스』에서 찾고자 하는 물건은 '멜랑쥐'였다. 멜랑쥐? 그럼 토케이는 '토끼'의 외국식 발음이었고, 멜랑쥐는 몰캉쥐의 외국식 발음이란 말인가? 아니면 몰랑쥐? 어쨌든 그 쥐는 몰캉몰캉 하거나 말랑말랑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군. 그런데 멜랑쥐를 과연 어디서 찾아낸단 말인가. 『율리시스』라는 책의 성은 본성(本城) 보다 깊숙히 감춰진 아성()이 더욱 공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그 요원은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구급차에서 내리자 말자 그는 경비병들의 삼엄한 무장으로 둘러싸인 본성(本城)은 본체만체로 지나쳤다. 그는 곧장 4,463개나 되는 빼곡한 주석들로 가득한 창고 같은 건물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곳엔 경비병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쉰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서둘러 '멜랑쥐'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처음 시도에서는 멜랑쥐를 찾는데 실패했다. 마음이 너무 앞서다 보니 멜랑쥐가 아주 쉽게 눈에 띌 줄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구급요원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멜랑쥐'를 과연 어디서부터 찾는 게 좋을까.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한참이나 고민하던 구급요원은 의심이 드는 구역부터 집중수색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번에는 결코 그 쥐를 놓칠 수 없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그런데 왜? 그 쥐한테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길래?

 

멜랑쥐는 뜻밖에도 두 번째 수색에서 쉽게 발견되었다. 그 쥐가 서식할 만한 의심스러운 구역들이 몇 군데로 확 좁혀졌기 때문이다. 멜랑쥐는 어쨌든 독 안에 든 쥐였고, 이번에는 틀림없이 붙잡혀서 구급차에 실려갈 운명이었다! 구급요원의 말에 따르면 '멜랑쥐'에 딸린 '주석'에는 오래 전부터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었는데, 여태껏 아무도 그걸 고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마침 『댈러웨이 부인』이 런던에서 파티를 준비하면서 내놓은 토카이 와인이 토케이로 잘못 번역된 사실이 발견되었고, 그 문제가 굳이 이번에 들춰지는 게 마땅하다면 더블린에서 헤인즈와 벅 멀리건이 주문했던 '멜랑쥐'도 이번에 함께 바로 잡혀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더블린에서 주문한 멜랑쥐라니? 그럼 토케이가 토끼가 아니었듯이, 멜랑쥐도 몰캉쥐가 아니고 무슨 마시는 음료라도 된다는 말인가? 구급요원의 말에 따르면 멜랑쥐는 어쨌든 마시는 음료의 일종이 분명하다고 했다. 뒤늦게 자세히 밝혀진 바로는, 그 음료는 특별히 비엔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일종이라는 것이었다. 그걸 한국 사람들은 흔히 '비엔나 커피'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뭐라고? 기껏 그토록 어렵게 찾아낸 멜랑쥐가 비엔나 커피였다고? 그렇다면 『율리시스』라는 성에 갇혀 그토록 오래 숨어있었던 '멜랑쥐'는 과연 뭐라고 번역이 되어 있었지? 글쎄, 그게 말이지... '혼합주의 일종'이라고 번역되어 있었다는 군.

 

아하, 이제야 모든 일이 납득이 가는구먼. 버지니아 울프는 '한 잔의 술'을 마시기 위해 런던에 사는 댈러웨이 부인으로 하여금 토카이 와인을 준비하도록 했고, 그걸 우리말로 번역한 분은 토카이 와인을 토케이로 약간 이상하게 번역 했다는 이야기로군. 그 다음에 토케이는 (의식의 흐름 기법 때문에) 갑자기 멜랑쥐를 불러 냈고, 오래도록 숨어 있었던 멜랑쥐는 알고 보니 몰캉쥐가 아니고 '비엔나 커피'였다는 말이군. 이제야 모든 이야기가 술술 이해되는군.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단 말일세. 그리고 '가슴에 남는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이야기한 구급대원의 서러운 이야기도 이해되고 말일세.(더군다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어설프게 흉내내고 있었고 말이야.)

 

 * * *

 

어느새 쉰 살을 넘긴 클라리사가 '런던에서 보낸 유월의 어느 하루'를 담은 『댈러웨이 부인』은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율리시스』와 여러모로 묘한 연관을 맺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가 쓴 『율리시스』도 블룸이라는 중년 남자가 '더블린에서 보낸 어느 하루'를 그리고 있는 데다가, 두 작품 모두 '의식의 흐름 기법'을 대표하는 것도 몹시 닮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가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내내 함께 떠올린 작품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두 작품들 사이를 알게 모르게 이어주는 희미한 연결선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토케이와 멜랑쥐가 함께 붙들려 있는 거미줄만큼 내게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없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두 책 속에 담긴 우연하고도 사소한 번역의 오류가 이토록 서로를 튼튼하게 이어줄 줄 그 누가 감히 짐작이나 했겠는가.

 

 * * *

 

『율리시스』의 어떤 대목에서 '멜랑쥐'가 등장하는지도 덧붙여 놓는다. 이걸 찾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겠다.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고 했던가. 내가 도대체 뭘 믿고 '멜랑쥐' 옆에 '해당쪽수'를 빠트리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 잊지 말자, p.775의 교훈을. 아, 참, 비엔나에서 주문했던 '멜랑쥐 사진'도, 자허토르테와 함께.(말투가 또다시 '의식의 흐름 기법'을 닮아가는 군.)

 

──── 나는 '멜랑쥐'165  를 하겠어, 헤인즈가 여급에게 말했다.

 

──── '멜랑쥐' 둘, 벅 멀리건이 말했다. 그리고 몇 조각 버터 바른 스콘 빵과 약간의 케이크도 함께 가져다 줘요.

             그녀가 가버리자 그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 우리는 여길 매우도 나쁜 과자(Damn Bad Cake)를 팔기 때문에 D. B. C.라 부르지. 오, 그러나 자네 데덜러스의 <햄릿> 을 놓쳤군. (204쪽)

 

주석

165) (불어) 혼합주의 일종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4개역판), <제10장. 거리(배회하는 바위들)> 중에서

 

 

 - 비엔나에 갔을 때 직접 주문했던 '멜랑쥐'(왼쪽은 왕가의 주방장이 만든 비엔나의 명물 초콜릿 케익 `자허토르테`)

 

 

덧) 제임스 조이스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김종건 교수님의 『율리시스』번역은 사실 다른 분들의 새로운 번역을 기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대체불가인 것도 사실이다. 원문 자체가 워낙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쓰인 데다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제외하더라도) 내용 자체가 몹시 난해하기 때문에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쉽게 번역하기는 힘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율리시스』에 담긴 3만 개에 가까운 어휘들 중에는 도저히 우리말로 번역할 수 없는 단어들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 때로 마주치는 불가항력적인 번역의 난관들은 독자들이 미리 알아서 수용해 주는 너그러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멜랑쥐'에 대한 번역은 못내 아쉽다. 토카이나 멜랑쥐나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얼마든지 정확한 번역이 가능했을 터이니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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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28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김종건님의 번역본 <율리시스>를 10년 전에 구입해 고이 묵히고 있는 1인! 안녕히 주무십시오 오렌님~ 오렌님 은 추적자 기질이 있으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산불조심!!!”ㅋㅋㅋ

oren 2019-01-28 01:10   좋아요 2 | URL
『율리시스』를 읽을 때 그 엄청나게 상세하고 꼼꼼한 주석들에 놀라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동받았던 적이 있었지요. 김종건 교수님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독자들이 그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나 있었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제4개역판>까지 오는 동안에도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오탈자가 많고, 흔치는 않지만 가끔씩 명백히 잘못된 주석들이 엿보이는 건 못내 아쉽긴 하더라구요.

『율리시스』를 볼 때마다 제 머릿속을 늘 맴도는 ‘아쉬운 번역 하나‘는 Dooooooooooog! 랍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15장에서 `God`를 일부러 뒤집어서 (제 생각으로는 분명히 하느님을 욕하는 뜻으로 표현한) Dooooooooooog!를 김종건 교수님은 `하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님`으로 번역했는데, 저는 이게 아직도 영 못마땅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 알맞는 우리말 번역은 `개새애애애애끼이이이이이!` 가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지요.!

페크(pek0501) 2019-01-28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작이라 할지라도 율리시스는 너무 묵직해서 부담스럽다고 느낍니다. 댈러웨이 부인 정도의 두께라면 모르겠지만요...ㅋ

oren 2019-01-28 13: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습니다. 『율리시스』만큼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책도 없지요. 그에 반해 『댈러웨이 부인』은 정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고요. 두 작품 모두 ‘의식의 흐름 기법‘이니, ‘내적 독백‘이니 하는 실험적 기법들로 쓰인 작품이지만, 『댈러웨이 부인』은 난해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보슬비 2019-01-2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카이도 그립고, 멜랑쥐도 그립네요.
어쩜 진짜 그리운것은 그 맛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함께했던 추억인것 같습니다.^^

번역은 그나라의 문화를 잘 모르면, 아무래도 놓치기 쉬운 아쉬움도 있는것 같습니다.
토카이는 종종 토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처음 프라하에서 지낼때 프라하가 맞는지 프라그가 맞는지 헷갈렸던 생각이 납니다.(영어식 호칭과 유럽식 호칭의 혼돈인데 여행했을때는 미국식 호칭으로 봤고, 살면서 유럽식 호칭으로 봐라보게 된것 같아요.^^) 암튼, 멜랑쥐라는 술이 있지만, 케이크와 스콘이라면 커피일 가능성이 높을것 같네요. 율리시스를 읽지 않았지만, 언젠가 읽게 된다면 oren님의 글로인해 멜랑쥐만 찾을것 같아요.ㅎㅎ

oren 2019-01-29 11:55   좋아요 0 | URL
뇌리에 깊이 박힌 특별한 맛에 대한 추억이 그 순간을 함께 했던 거의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끌어들인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것 같아요. 그 맛과 함께 했던 시간들, 공간들, 공기의 느낌, 그때 귓가를 따라 맴돌던 음악이나 시끌벅적했던 소음들까지도요. 함께 했던 사람들이 그 순간에 무슨 말들을 했는지까지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되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떄도 있지요. 때로는 그 사람들의 이름조차 새까맣게 잊어버렸을지라도요.

말씀해 주신 ‘토카이와 멜랑쥐에 대한 체험담‘도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멜랑쥐는 사전상으로는 ‘혼합주의 일종‘이라고 나와 있을지 몰라도 저 장면에서 그들이 주문한 건 명백히 ‘커피‘인 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저 장면이 나오고 이런 저런 대화들이 끼어든 후에, 여급이 다가오고, ‘고대 아일랜드 신화‘가 잠깐 등장하다가, 마침내 쟁반에서 음식이 내려오고, 뒤이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묘사들이 이어지거든요.
* * *
그는 휘저은 크림 사이로 두 알의 사탕을 세로로 교묘하게 빠트렸다. 벅 멀리건은 김이 나는 스콘 빵을 두 쪽으로 잘라, 연기 나는 한복판에 버터를 발랐다. 그는 시장한 듯 한 조각의 연한 빵을 물어뜯었다.
ㅡ 10년, 그는 씹으며 그리고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녀석 10년이면 뭘 쓸 거야.
ㅡ 꽤 먼 것 같군, 헤인즈가 신중하게 스푼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결국은 해낼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아.
그는 컵의 크림 꼭대기로부터 한 숟가락 가득 퍼서 맛보았다.

카알벨루치 2019-02-02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명절연휴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 가득 넘치시길 바랍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

oren 2019-02-02 14:32   좋아요 1 | URL
일부러 먼 데까지 오셔서 친절한 명절 인사까지 남겨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카알벨루치 님께서도 설 잘 쇠시고, 더욱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