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UTION! : 으음... 무척 지저분한 이야기입니다. 화장실 유머에 거부감이 있으시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가급적 피해 주십사 당부 드립니다. 특히, 식전에 이 글을 읽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피해가 우려되오니 유념하여 주십시오. 고상한 분위기의 알라딘에 어쩌자고 이런 글을 올리는지 당사자인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많지도 않은 즐겨찾는 분의 수가 급감할 것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으음.. -_-;
* 이 글은 99년 1월 hitel 유머란에 올렸던 글을 아주 약간 교정한 것입니다.
내 친구중에 '불뚝이'라는 놈이 있다.
'불뚝이'라는 별명은 이놈이 고등학교때 학교의 관현악단에서 활동하면서 복식호흡을 하다 심하게 배가 나온 이후로 붙여진 별명이다. 이놈이 회사에 들어간 후 자신의 튀어나온 배와 전쟁을 선포하고 헬스, 에어로빅, 검도, 스쿼시 등을 두루 섭렵한 끝에 결국 자신의 몸매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배는 그대로인채 튀어나온 배의 높이 만큼 가슴이 높아진 것이다. 그의 키는 168 cm 정도.... 여러분들은 '마라도나'의 몸매를 상상하면 대략적인 내 친구의 몸매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는 불뚝이가 98년 여름의 어느 일요일날 우리집을 방문하면서 발생한 가공할 사건의 요약서이다.
*************************************************************************
사건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1.당시 나는 잠실에 위치해 있던 재개발 대상 아파트에서 친구와 자취를 하고 있었다.
2.당시 우리집 화장실은 매우 도발적인 구조였다. 세탁기와 세면장(세면대는 없다), 변기가 공존해 있으며 커다란 반투명 미닫이 유리문이 달려 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 있는 사람의 무릎이하 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물론 일체의 방음시설도 없기에 소리도 매우 리얼하게 들린다. 간혹 집에 젊은 여인이라도 왔을 경우 대략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다행히 지하철역은 100M 남짓 떨어져 있으니 전력질주하면 20초 정도 걸린다. 뛰다가 흘리는 건 물론 본인의 몫이다. 그냥 대범하게 집에서 해결하는걸 권장한다. 그런다고 시집 못가는 것도 아니잖는가!
사건발생일..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방문객 불뚝이와 나, 그리고 내 친구는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점심때 먹은 짬뽕이 슬슬 소식이 오는지 먼저 불뚝이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불뚝이가 나오고 냄새가 가시는 시간을 계산한 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봤다.
물을 내리는 순간...
나의 분비물들은 변기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물과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이런... 또 막혔군.'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범인은 절대 내가 아니다. 바로 전에 들어갔다 나온 놈이 범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범인은 불뚝이지만 현재 변기속을 유영하고 있는 물체들은 나의 소생이므로 이런 경우 뒷감당은 나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일을 저지르는 놈이 있으면 뒷감당은 엉뚱한 사람이 뒤집어쓰게 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김대중정부의 개혁정책이 더욱 강력해져야 함을 느끼며 투덜거렸다.
"짜식 몸통이 굵으니 똥도 굵구만!"
아!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 작은 사건이 몰고올 피바람을 나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변기가 막히는 경우야 간혹 있는 일이 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불뚝이의 몸통에서 빠져나온 수퍼울트라 건더기를 과소평가 했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일단 차오른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바닥에 침잠된 나의 건더기들을 뽁뽁이(화장실 뚫는 도구. 공기 압축식)로 가지런히 모은 다음 압력을 넣었다.
"푹푹푹"
음? 반응이 없다. 뽁뽁이만 뒤집어져 버린다.
"퍽퍽퍽"
이런! 물이튀는군. 젠장... 옷에 묻잖아..
"팍팍팍"
으악! 얼굴에 튀었다. 오우 쉣!... 욕나온다.
나는 일부러 문을 열어놓고 작업을 했다.
너희들도 냄새나 맡으며 고통에 동참하라...
내 친구(동거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작업의 진행에 관심을 표명했으나 불뚝이놈은 신경도 안쓰고 TV를 보고 있었다. 무서운 놈....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건 1시간동안 똥물을 뒤집어 쓴 후였다. 불뚝이의 몸에서 나온 놈의 성분과 크기를 짐작할 수 없었다. 코끼리가 똥을 싸지 않은 이상 1시간 동안 압력을 가했으면 뚫리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
나는 땀과 물(?)이 범벅이 된 채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퍼에 가서 초강력 트래펑(막힌 하수구나 변기, 수도관 등을 뚫는 강력한 산화제)을 샀다. 사용법에는 제품을 붓고 30분 정도 후에 물을 내려보라고 적혀 있었다.
30분후..
산화된것은 물위에 떠 있던 나의 소생물들 뿐이었다.
지금 변기 구멍을 막고 있는 것이 건더기가 아니라 에이리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트래펑의 나머지 반을 붓고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물위로 유영하던 나의 소생물들은 소멸하였기에 육안으로 보기에 흉한 모습은 면할 수 있었지만 집에서 대소변을 볼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는 불편이 아닐수 없다. 그리고 개방적인 화장실 구조로 인한 온 집안에 가득찬 향기는 식사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불뚝이 이놈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슬금슬금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첫날은 지나가고 있었다.
사고발생 2일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의 상태를 살폈다.
밤새 약품에 담궈져 있었을 그놈은 어떻게 됐을까?
그러나 나의 간절한 바램을 외면한채 놈은 건재했다. 불뚝이는 뱃속에 에이리언의 알을 키우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단순히 배가 나온게 아니었다.
아침에 소변을 참는다는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절감하며 출근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뛰었다. 지각도 아닌데 지하철역까지 뛰어가기는 처음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트래펑 한병을 더 샀다. 물론 퇴근전 모든 '볼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최대한 수분의 섭취를 자제하였다. 당시는 여름이었다.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내 친구(동거인)는 욕실에 쭈그려 앉아 물을 살살 뿌리며 오줌을 누는 고전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이 나이에 그럴 수는 없다는 이성의 만류로 계속 고통을 참고 있었다.
'내일이면 뚫리리라...'
그러나 천인공노할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폭풍전야의 고요함가운데 이틀째가 지나고 있었다.
사고발생 3일째 - 파국 그리고 종결...
이틀째와 마찬가지의 포맷으로 출근을 한 나는 회사 화장실의 향기로움을 느끼며 가뿐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틀림없이 성공할거야..'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물빠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밤 안락한 배변의 행사를 집에서 치를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을 즈음..
"따르르릉"
나 : "여보세요"
친구 : "나다. 큰일났다."
나 : "왜?"
친구 : "아침에 배가 너무 아파서 그만......"
나 : (흠칫)
친구 : "미안하다!"
쿠구구구구구구궁!!!!!!!!!!
"툭" (수화기 떨어지는 소리........)
퇴근하기가 두려웠다.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더더욱 무서웠다. 그러나 그날따라 약속도 없었고 나는 결국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재래식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맡아볼수 없는 향기를 확인하며 절망했다.
'이불이랑 벽지까지 냄새가 다 벴겠다....'
'내일 아침 출근하면 사람들이 나를 피하지않을까...'
창문을 죄다 열고 친구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조치할 수는 없었다. 전화에 의하면 수분 70% 함유의 세미(SEMI) 설X라고 했다. 나는 저와 같은 성분을 가진 고체의 외관상의 흉측함을 알기때문에 엄두도 낼수 없었다.
마침내 긴긴시간이 지나고 친구가 왔다. 친구는 회사에서 나름대로 조언도 구하고, 작전도 세웠나 보다.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작업에 돌입했다.
일단 고무장갑을 끼고 변기에 쌓여있는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
그러나 더 중대한 문제는 제거한 물질을 어디에다 처리해야 하는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베란다를 통한 화단으로의 투하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먹은 사발면 용기를 받친 채 고무장갑 가득 넘치는 그 물질을 베란다까지 이동시켜야 했다. 절대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 이란 인질 구출에 투입되었던 특수부대 만큼이나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절대 절명의 작전이었다.
내가 베란다 창문을 열어주자 친구는 신속히 이동했다.
아! 그리고 나는 빨간 고무장갑 위에 얹힌 친구의 소생물을 보고야 말았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리고 베란다 아래 화단으로 투하되는 놈을 바라보며 화단에서 상추를 기르는 아래층 아주머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장마철이긴 했다.)
올가을에 그 아주머니가 유난히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일단 변기에 쌓여 있는 물질이 제거되자 나머지 작업은 수월했다. 이미 3일씩이나 트래펑과 뽁뽁이에 시달린 불뚝이의 그놈은 내 친구의 고무장갑 육탄공격을 받자 이내 그간 정들었던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며 하수구로 사라졌다.
욕탕겸 화장실을 크레졸로 청소함으로써 드디어 작업종료.
실로 감격의 눈물이 흐를만한 일이었다.
기념으로 우리는 소변을 한판씩 보고 상쾌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무서워서 큰일은 1주일간 집에서 못 했다.)
냄새는 내일이면 다 빠질거야 라고 생각하며...
에필로그
한달쯤 후.. 어머니가 올라 오셨다.
퇴근해서 집에 왔더니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기 위해 양념을 버무리고 계셨다.
'응? 그런데 저 고무장갑은 어디서 많이 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