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 ~ 5학년 경의 이야기다. 계산해 보니 20년이 훨씬 넘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_-;
국내 최초의 소장용 만화책으로 일컬어 지는 어문각 "클로버 문고"가 한 참 나오던 시절이다. (사족이지만, 이 문고가 요즘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단다. 그 책들 아직도 갖고 있었다면.. 흑흑)
어느날 누나가 친구에게 빌려온 클로버 문고에서 나온 <원탁의 기사> (단행본 1권짜리 단편이었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작가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만화 속 주인공 기사의 비극적 삶과 그의 생애가 어린 가슴에 아련했었나 보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그 만화는 원탁의 기사의 주 전설을 다룬것이 아니라 원탁의 기사 중 하나였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접한 아더왕의 이야기는 설날 어머니, 누나와 함께 극장에 가서 보았던 영화 "엑스칼리버".
초등학교 4학년 짜리가 어찌 이 성인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유우더와 이글레인의 정사, 란스롯과 기네비아의 불륜 등 선정적인 장면 위주로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_-; 어쩌면 나는 이 영화로 성에 눈을 뜬것인지도. -_-;;; 사실 그 때는 그게 뭐하는 짓인지도 잘 몰랐다. -_-;;;;
이런 저런 이유로 아더왕 전설에 매료된 나는 비록 아동판들이었지만 <아더왕 이야기>나 <원탁의 기사>들을 여러 판본으로 찾아 읽었고,(원탁의 기사는 토머스 불핀치가 아더왕 전설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아더, 란슬롯, 퍼시벌, 갤러해드, 트리스탄, 웨인, 가웨인, 케이 등은 삼국지의 여러 장수들 만큼 친근한 이미지로 내게 남아 있다.
그 이외에 각각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사 전설인 니벨룽겐의 노래나 롤랑의 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얘네 서양 기사 이야기들은 왜 다 비극적일까.
지루한 이 이야기의 결론은 "아발론 연대기"를 살것이냐, 말것이냐다. -_-;;
왕년 아더왕 전설의 팬으로써 응당 사주어야 할것인지, 그게 아니라 그저 사용 한도일이 코앞에 닥쳐 온 1만원 할인 쿠폰의 위용에 굴복할 것인지, 분연히 언제 읽게 될지도 모를 무려 8권짜리 책을 뭐하러 사나?라는 현실적 냉정한 판단으로 버틸것인지. 4일 남았도다.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묶어두고 싶네.
요놈이다. 요놈. 참 위풍당당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