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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세계 - 인간 우주의 신경생물학적 기원
미겔 니코렐리스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 뇌와 세계 】 - 인간 우주의 신경생물학적 기원
_미겔 니코렐리스 / 김영사
1.
2014년 6월 12일, 월드컵 개최지인 브라질. 거의 10년 동안 꼼짝없이 휠체어 신세만 졌던 줄리아누 핀투란 브라질 젊은이가 월드컵 개막식 시축을 맡았다. 신경과학 분야의 석학인 저자는 그동안의 뇌 연구의 성과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또 그러한 연구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지 전 세계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월드컵 개막식 담당자들과 브라질 대통령, FIFA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이었다. “어떻게 하반신마비 환자가 시축을 할 수 있습니까?”
2.
저자는 먼저 국제 비영리 과학 컨소시엄인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를 설립했다. 그리고 6개월을 준비했다. 최종 시축자로 결정된 불리아누 핀투 외에도 7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들은 6개월 동안 매일 독특한 루틴으로 훈련했다. 먼저 이들은 자기 다리를 움직여 걷는 상상을 했다. 그런 다음에는 뇌의 전기적 활성을 해독해 환자의 마비된 다리를 감싸고 있는 하지로봇외골격으로 전송해주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를 가지고 ‘운동하려는 생각(motor thoughts)’을 이용해 기계 다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보았다. 핀투의 시축은 성공적이었다. 뇌-신경과학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3.
그 후 생각하지도 않았던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다시 걷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환자들의 정기적 신경학적 검사와 관찰 중에 일어난 일이다. 한 여성 환자가 해변에서 주말을 보내는 동안 14년 만에 처음으로 다리에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고 한다. 여성 (척추손상)환자들이 복부 수축을 느끼게 되고(생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내장 기능이 회복되고, 회음 부위의 촉각도 회복되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경우도 생겼다. “많은 사람이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 결합과 매끈한 커뮤니케이션의 승리를 목격했겠지만 나는 이것이 인류가 역사 곳곳에서 전례 없는 돌발 상황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뇌가 거듭해서 보여준 탁월하고 놀라운 적응 능력을 다시금 선보인 것이라 해석했다.”
4.
저자는 그간 약 30년에 걸쳐 수행한 광범위한 이론 연구, 기초 연구, 임상 뇌 연구 등을 정리하는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내용이 이 책에 담겨있다. ‘뇌의 진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선 앞선 과학자들이 이룩해놓은 성과를 정리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독특하면서 앞서가는 이론은 ‘뇌 내부 회로의 최적화로 외부의 초연결(hyperconnect)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현재의 인지능력을 달성하는 데 뉴런의 순수한 부피도 중요하지만, 우리 종의 정교한 정신적 기술을 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 뇌가 갖고 있는 고유의 회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5.
이외에도 뇌가 외부의 정보를 물리적으로 새기는 과정이 신경 회로의 물리적 구성, 따라서 기능적 속성도 변화시킨다는 신경가소성(neuronal plasticity), 뇌의 결합으로 사회적 행동이 만들어진다는 브레인넷, 저 외부 세계에 우주가 실재함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는 뇌 중심 우주론, 현재까지 만성 우울증 증상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경두개자기자극법 치료에서 한발 앞서나간 치료방법인 척수전기자극법 등을 설명하는 뉴로모듈레이션, 널리 분산된 뉴런 집단을 신경앙상블의 일부로 동원함으로써 이 연속체를 따라 신경학적 기능과 행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신경앙상블의 원리 등도 유용한 자료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