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지음,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발(蒸發). 이렇게 사라지는 사람이 일본에서 일 년에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남겨진 가족들 입장에선 갑자기 사라진 사람이 증발이나 실종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잠적(潛迹)에 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내 인생 최고의 책 】
 _앤 후드 (지은이) | 권가비 (옮긴이) | 책세상 | 2017-08-10
  | 원제 The Book That Matters Most (2016년)



“오, 이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 한 마디로 족하다. 책이야기로 시작해서 책 이야기로 끝나는 줄만 알았다(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막판에 누선(淚腺)이 자극되었다. 가슴이 촉촉해졌다.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내가 감수성이 더 예민해졌나? 가을바람도 함께 가슴을 비집고 들어왔나? 상처, 상실 그리고 치유와 회복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 소설은 느낌이 다르다. 책을 매개로 한 소설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감동이 함께했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리뷰에 이런 표현조차도 처음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상실감을 느낄 때가 있다. 상처를 받을 때도 많다(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지만). 상실감도 두 가지다. 자존감까지 낮아지는(때로는 분노가 동반된다)상실감이 있는가하면 그냥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 자체인 경우도 있다. 두 가지 모두 길어지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어떻게든 떨구고 일어나야 한다. 살아나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에이바는 어느 날,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남편에게 버림을 받는다. 부부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남들 사는 만큼 살아가던 일상의 어느 날 저녁, 우연히 남편의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가 깜박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자기가 그리워요.’ 어느 아내가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칠까? 남편에게 휴대폰을 들이대며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 좀 해보라고 소리치자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그 여자를 사랑해. 뜨겁게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남편은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보따리를 싸서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어렸을 때 동생의 사고사를 목격한 충격과 그 후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공부때문에 멀리 떠나있는 딸은 수시로 일탈된 행동을 일삼는지라 늘 긴장 상태로 있던 차에, 상실감에 휘감겨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에이바는 자칫 알콜중독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곁에서 바라보며 가슴아파하던 에이바의 절친 케이트가 그녀를 북클럽(독서모임)에 초대한다. 마침 회원 한 사람이 멀리 이사를 가는 바람에 자리가 하나 비었단다. 책도 책 나름이지만,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특별한 힘과 위로가 있다(나에겐 전적으로 그렇다). 책을 좀 읽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달래며 살아간다. 탓할 생각은 없다. 단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책을 읽는 방법에도 두 가지가 있다. 자고로 책은 골방에서 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세상사 번잡스러움을 닫아걸고 오롯이 책읽기에 몰입해야 한다. 문학작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 작가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스스로 ‘글감옥’에 갇혀서 책을 쓴다. 읽는 이도 감옥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어야한다는 나의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책읽기이다. 에이바가 그런 케이스다. 북클럽 회원 중에 존이라는 사내가 있다. 자기소개를 한다.  “저,,,,그게....그러니까, 작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좀 밖을 다니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일도 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려구요.” 존의 아내는 생전에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존은 아마도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여보, 나도 책 좀 읽고, 사람도 사귀려고 해. 그러니까 내 걱정은 말고 당신은 평안하게 쉬길...”



에이바는 북클럽에 크리스마스를 막 지낸 12월 끝 무렵에 합류한다. 북클럽은 새해 1월부터 각 회원들의 ‘내게 가장 소중한 책’을 한권 씩 선정해서 매달 회원들이 그 책을 읽는 것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책의 지은이 앤 후드는 처음 이 책(소설)을 구상한 이후 몇 해에 걸쳐 그녀가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책이 제일 소중한 책이었는지를 물어 그 중에서 고르고 골랐다고 한다. 거의 (고전)문학작품들이다. 고전에 대해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남겼다. “고전이란 누구나 다 들어봤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 내가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읽지는 않았지만,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책들’이 고전이다. 이 책, 북클럽을 통해 읽혀지는 책들 중 아직 못 읽은 책들을 올해 안에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된다. 아무튼 에이바는 이 모임을 통해 다시 일어선다. 아울러 이 책은 현재 북클럽을 운영하는 리더, 참여자들이나 북클럽(모임마다 각기 깔은 다르겠지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내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북클럽에 참여하기 위해선 책 읽는 것 말고 더 중요한 것이 없다.



이외에도 이 소설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만, 시덥잖은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군 생활 중 건빵 먹는 재미가 솔솔 했다. 지금처럼 PX에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때 군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더욱 그러하다. 건빵 바닥에는 별사탕이 몇 알 깔려 있었다. 때론, 아니 거의 그 별사탕을 먹기 위해 건빵을 부지런히 먹어치웠다. 고참이 되어선 배가 불러, 바닥에 있는 별사탕만 빼먹고 건빵은 후임에게 하사했다. 내가 생각해도 못됐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가. 이 소설은 마지막에 별사탕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에이바와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복선으로 깔려있지만, 근본적으론 북클럽이야기가 메인이다. 이 두 가지가 균형감 있게 펼쳐진다. 북클럽 모임 대목에선 약간 지루할 수 있다. 마치 읽지도 않은 책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나는 내가 아직 못 읽은 책은 대충 지나갔다(나중에 그 책 읽은 다음에 다시 보려고). 완독하기를 바란다. 나처럼 끝부분에서 무언가 느끼게 되었으면 한다. 평생 독서광이었던 이 책의 지은이도 다섯 살짜리 딸을 급성 질환으로 단 며칠 만에 여의고 나서, 그 충격으로 일 년 남짓 글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책을 통해 회복되고, 소설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가장 중량감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가에 ‘중량감 있는 책’들이 늘어나게 되길 소망한다.


#내인생최고의책 #앤후드장편소설 #북클럽 #치유와회복 #책세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현재 북클럽을 운영하는 리더, 참여자들이나 북클럽(모임마다 각기 깔은 다르겠지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_데이비드 이글먼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북하우스 | 2017-07-25

| 원제 The Brain: The Story of You

 

 

인간의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이 답이다. 내외부적으로 뇌손상을 입게 되면, 정신과 육체가 모두 영향을 받는다. 뇌 이외에도 우리 몸 한 곳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장기나 지체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뇌의 영향력에 비하면 그 피해규모가 적은 편이다.

 

 

IT분야만큼이나 뇌에 대한 연구도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인간의 뇌는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과학은 뇌의 비밀을 더욱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이글먼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과 부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소개된다.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뇌에 관한 이야기 자체가 머리가 복잡해지는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평소 뇌에 대해서 전문지식은 없지만, 호기심과 탐구욕을 지닌 독자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뇌를 알면 알수록,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어떤 대상이 다른 모양으로 바뀌거나 그 모양을 유지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다.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이다. 그들은 런던 지식(Knowledge of London)’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4개월이 아닌) 고된 훈련을 받는다. 이 시험은 영국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기억력 시험들 중 하나다. 런던 지식시험은 택시 운전사 지망생들에게 런던의 수많은 도로를 온갖 조합과 순열로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다. 시내를 관통하는 경로 320, 개별 거리 25000, 주요 지형지물과 목적지(승객이 가자고 할 만한 모든 곳) 2만 곳을 외워야한다.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가? 거기까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런던에서 택시를 운행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보다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대조군에 비해 런던 택시운전사들의 뇌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했다. 뇌에서 기억, 특히 공간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가 커져있다는 사실이다. 운전사 경력이 길수록(고참이 되어 갈수록)해마의 변화가 더 커져있었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죽어간다는 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성인기에도 뇌는 계속 변화한다. 앞서 언급한 런던의 택시운전사의 사례 외의 지은이는 젊은 시절에 처했던 환경과 행동이 뇌를 변화시킨 것처럼, 환경과 행동은 노년기의 뇌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십자물풀이, 독서, 운전, 새로운 솜씨 학습, 책임감 보유 등 뇌를 활발하게 유지시키는 활동들이 뇌의 능력을 보호하고 향상시킨다는 이야기다. 사회 활동, 사회적 관계망과의 교류(인적 네트워크), 신체 활동 역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대로, 외로움, 불안, 우울, 심리적 고통에 잘 빠지는 성향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인자들은 인지 능력 쇠퇴를 가속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성실성, 확고한 삶의 목적, 부지런한 생활의 유지와 같은 긍정적 특징들은 인지 능력을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를 키워드로 나를 알아가고,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고, 내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실재를 지각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나의 삶이 어떻게 조종되는지, 왜 우리는 타인들을 필요로 하는지, 인류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등에 대해 많은 사례를 제시하며 비교적 쉬운 문체로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인간의 뇌에 대해서 현재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알아내게 될 것이다. 뇌과학과 기술은 현재 함께 진화중이다. 우려되는 일이지만, 기술과 뇌과학의 접촉면에서 벌어지는 일은 인간의 본성까지도 터치하려 든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우리가 무엇이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뇌를 알면 나를 더욱 가깝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은이와 함께 뇌를 향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더브레인 #삶에서뇌는얼마나중요한가 #데이비드이글먼 #해나무 #북하우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뇌는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과학은 뇌의 비밀을 더욱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밝혀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