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시 삼백수 : 5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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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41

 

우리 한시 삼백수5언절구 편 정민 / 김영사

 

 

1. “기찬 책략은 천문을 뚫고/ 묘한 계산은 지리 다했네./ 싸움에 이겨 공이 높이니/ 족함을 알아 그만두게나.” 고구려 영양왕 때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글이라고 한다. 살수대첩 때이다. ‘이제 그만 두시지점잖게 이른다. 멈춤을 잘 하는 사람이 진짜 지혜롭다. 헛똑똑이가 많은 세상이다. 나만 잘 낫다. 달리다보면 속도감도 모른다. 옛글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 우중문은 어찌 되었을까? 보급로를 확보 못해 살수에서 길이 끊겼다. 손도 못 써보고 참패한 후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달아났다고 한다.

 

 

2.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지은이는 꾸준히 우리의 한시를 정리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그동안 한시 관련 저서로 이 책 외에도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 절구 삼백수를 가려 뽑고 풀이한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한밤중에 잠깨어, 사계절에 담진 한시의 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외에도 여러 권이 있다.

 

 

3. “방울 짓지 못하던 가녀린 봄비/ 밤중에 가느다란 소리가 있네./ 눈 녹아 남쪽 시내 물 불어나서/ 새싹들 많이도 돋아나겠네.” 정몽주.

봄비는 그럴 때가 있다. 우산을 쓰자니 멋쩍고, 안 쓰자니 옷과 머리가 축축해지겠고.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안 와서 미리 가뭄을 걱정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다. 그러나 어쨌든 봄은 볼 것이 많다. 그래서 봄인지도 모른다. 들리는 소리도 많다. 깊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물 흐르는 소리. 새싹이 돋는 소리.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바람 소리. 새싹들이 많이 돋아나서 희망이 가득 담긴 풍요로운 들판을 기대하는 마음을 함께 느낀다.

 

 

4. “담담한 저녁노을 너머로/ 느릿느릿 먼 마을 지나는데/ 한 소리 쇠등의 피리 소리/ 온 산 구름 불어서 흩는다.” 조선 전기의 문장가 박계강의 산길을 가다가 피리 소리를 듣고서라는 글이다. 박계강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40세까지 글을 깨우치지 못하다가 길거리에서 천예(賤隸)에게 수모를 당하고 분발하여 수년 만에 문명을 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기죽지 말일이다. 노을은 뒷모습이다.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5. 지은이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다. 다음 저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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