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2
아진 지음 / 청어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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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엔 칼, 다른 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엄정과 공평의 상징이다. 한술 더 떠 눈을 가리고 있다. 행여 사심이 개입될까 염려하는 것이다.

 

2. 그렇다면 현실세계의 인간들은 어떤가. 그 저울이 공정한가? 어렸을 때 고물 장사의 저울을 보며 눈속임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현란한 손놀림과 손가락 장난으로 추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도 그 손길의 부정직함이 보였다.

 

3.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어찌 코너에 몰린 한 사내의 항변으로만 웃어넘길 일인가? 아마도 이 소설의 작가는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과연 법의 적용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4. "피고인"이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법을 피해 수많은 인간을 죽인' 한 소년이 법정에 서 있다. 최후 진술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인간들을" 죽였다고 한다. 그 인간들의 면모는 이러하다.

 

5. 몇 해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여중생 성폭력사건의 범인들, 수년 동안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수많은 상해를 저지르며 대학로를 떠돌던 걸인, 10억대 사기범, 사이비 종교의 교주 등등. 그리고 소년이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른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이 받은 죗값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6. 소년은 자신이 한 일이 법률에 어긋났다는 것조차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악행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보통 인간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모순에 빠져서 그것이 옳다고 믿으며 행동할 수 있는 것일까.

 

7. 장면이 바뀌어 수영이란 청년이 등장한다. 이제 20세를 넘어 30으로 다가가고 있다. 중소기업 공장에 취직해서 일을 한지 약 4년 정도 되었다. 일단은 평범한 직장인의 이미지다. 수영의 친구 기준을 만난다. 직장 선배한테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오죽하면 핸드폰에 그 선배를 '개새끼'라고 입력해놨을까.

 

8.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수영은 친구 기준이 직장 선배와 몸다툼을 하는데 개입하게 되어 그 선배를 죽이고 사체를 유기하게된다. 이때 부터 템포가 빨라진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수영이 살인을 저지른 후 처음엔 겁도 나고 불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담담해지는 것이었다.

 

9. 한 술 더떠 수영에겐 어느 조직이 접근을 시도한다. 개미군단이다. 그 우두머리는 여왕개미다. 이들의 역할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그들의 기준에 의해 처단하는 것이다. 그 분야는 넓고도 넓다. 국회의원, 기업가, 파렴치범 등등 죄를 짓고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부류다.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존재들이다.

 

10. 수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조직에 깊숙히 관여해서 거의 매일 작전을 수행한다. 바로 그 리스트에 오른 인간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다른 소설에선 이와 같은 조직을 청소업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킬러들은 청소부다.


11. 그렇다면 그 조직이 저지른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속으로는 박수를 칠지라도 겉으로는 그렇게 못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행위를 인정하는 순간 또 다른 악과 혼란이 닥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이 된다. 여왕개미는 온전히 약자의 편에 선다고 선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 세력은 또 다른 악의 집단이 되고만다. 조직폭력들을 처단하고 그들이 관리하던 구역을 그들의 조직으로 흡수시켜서 재산을 축적한다. 수영 또한 그동안 그의 행동에 대해 다시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12. 작가는 후반부에서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했을 것이다. 여왕개미는 여태 해왔던 바대로 그의 수족과도 같은 개미군단 조직을 움직여서 사형장에서도 탈주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자리엔 수영이 해야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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