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과학 사상사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자연과학선집
조지 E. R. 로이드 지음, 이광래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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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키워드는 그리스 과학이다. 그 시작부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다루고 있다. '과학'이란 단어와 영역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과학은 근대의 카테고리이지 고대의 그것은 아니다. '그리스 과학'이라는 타이틀이 부여되지만, 그리스어에는 '과학(science)'을 한마디로 정확히 표현할 단어가 없다.


2. 저자는 이러한 점을 기반으로 하여 크게 두 가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그리스인의 주의를 끌었던 과학의 다양한 문제, 이론, 방법이다. 둘째로는, 탐구의 본질에 관한 당시 저술가들의 생각이다. 주로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에 주력하면서 경우에 따라 수학도 포함시켰다.


3. 주요 텍스트로는 플라톤의 철학적 대화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부분의 논문, BC 5~BC 4세기의 의학서적이 포함된다. 사실 우리의 일상은 과학으로 시작해서 과학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이 그리스인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과학을 행동체계가 아니라 지식체계로 정의하고 정리했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4.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원인에 대한 탐구가 밀레토스의 탈레스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BC 4000~ BC 3000년 사이에 나일강 하류 지역과 메소포타미아에선 매우 중요한 기술적 발전이 일어나는 동안 인더스강 유역과 중국에서도 똑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바로 시금술(試金術)의 역사가 시작된다.


5. 혹자는 기술의 발전이 문명의 진보에서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해도 거기에는 어떠한 과학도 포함되지 않으며, 다만 우연과 요행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되곤 했다. 그러나 고대의 기록을 통해서 기술의 발전이 이론화 과정으로 진전되는 것이 미흡했을 뿐, 고도로 발달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 배워 가는 능력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6. 밀레토스 철학자들이 지닌 사색의 특징은 자연의 발견과 이성적인 비판, 논쟁의 실천이다. '자연의 발견'에 부언설명을 하면,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의 차이에 대한 이해, 즉 자연 현상은 엉터리거나 우연 발생적인 힘의 산물이 아니라 규칙적이면서도 확정할 수 있는 원인, 결과의 연쇄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7. 지금도 그러하지만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간의 논쟁은 어떤 면에서는 끝이 없었을 것이다. 같은 문제를 연구하고 같은 자연 현상을 탐구하면서도 달라도 너무 달랐다고 한다. 하물며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매우 독단적이기도 했다.


8. 시선을 피타고라스학파로 돌려본다. 플라톤의 [국가, Republic]에서도 언급되지만, 초기의 피타고라스학파는 결코 조금도 자연의 탐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종교적인 신념과 실천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었다. 과학보다는 삶의 방식에 도움을 주었다면 이해가 될 만하다. 피타고라스학파는 모든 사물의 원리를 수(數)에서 찾았다. 즉, 자연에 대한 지식에 수량적 수학적 기초를 부여하려고 했던 최초의 이론 학파다.


9. 그리스 과학 사상사에서 이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히포크라테스. 현재까지 밝혀진 히포크라테스 전집의 원전(原典)은 완전한 논문만 50편이 넘는다. 그러나 이 논문은 히포크라테스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그 추종자들 또는 연구가들이 쓴 것이다. 공자의 책들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당시 의사라는 직업군은 정식으로 인정받는 직업상 지위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를 행할 때의 조건이 불안정했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간단한 외과적 조치는 이발사들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매년 도시 국가가 고용하는 공무의사와 순회의사로 나뉜다. 순회 의사는 정평이 난 인물이 아닌 한 그가 머물고 있는 도시에서 업적을 쌓아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히포크라테스의 전집 가운데 몇몇 작품에는 아직도 미신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의료 기본에 대한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0. 그렇다면 우리가 백번 양보해서 과학자라고 부를만한 인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나갔는가? 그 이유는 과학이 곧 경제적인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1) 독립적인 수단.  2) 의술이나 교수활동 같은 보수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 3) 사람들로부터의 후원 등이다.


11. 이 책의 지은이 조지 E. R. 로이드(1933~ )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고대 과학과 의학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인류학에 대한 관심은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이어진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저자의 관심은 고대 중국과 그리스의 정치적 문화 차이가 과학적 담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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