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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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곁에 두고 며칠 동안 차마 첫 장을 못 열어봤습니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적신 내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지요. 어렴풋이나마 후반부에 가선 꿇었던 무릎이 펴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알았지만, 이야기의 첫 부분을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2.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인간같지 않은 존재와 같은 하늘아래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고 그저 무심히 넘겼던 일들이 더욱 나를 괴롭게 했습니다.

 

3.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예쁜 아이의 이름은 지윤이지만 누구라도 금방 그 아이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겠지요. 예. 그 아이 맞습니다. 그 아이 때문에 이 소설이 씌여졌지요. 그 아픔과 고통(이런 단어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그 누구에게도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한 글자, 한 단어 매우 신중하게 써 내려갔군요.

 

4.  한 사내의 더러운 욕망 앞에 한 가정의 행복과 따뜻함이 산산조각 납니다. 도무지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못해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분노, 낙심, 원망이라는 단어가 그냥 펼쳐집니다.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해보입니다. 그저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지요.

 

5. 책을 펼치면 나영이아빠가 쓴 추천사가 실려 있습니다. 가슴으로 읽어야 할 글이지요. "대변을 대신하는 주머니를 떼기 전, 아이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매일 똑같은 꿈을 꾸었는데, 친구들과 놀다가 괴물에게 쫓기는 꿈이었다. 친구들을 모두 숨겨놓고는 마지막에 자신만 괴물에게 붙잡혀 가는 꿈에 괴로워했다."라는 글로 시작됩니다.

 

6. 아이(나영)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빠, 나쁜 아저씨 징역 얼마나 받았어?" 아빠는 힘들게 대답합니다. "12년". 책엔 안 나왔지만, 아이가 이 말을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신문에선가 인터넷에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장난하나?". 그리고 아이가 그린 그림 중에 철창 속에 그놈이 들어앉아 있고, 천정에는 밥 그릇이 매달려 있는.. 아이의 내면의 마음을 표현해 준 그 그림을 보면서 참 마음이 쓰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7. 나영이 아빠의 말이 이어집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어떤 아이의 부모는 모두 지워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다했다. 아이의 기억을 지워주겠다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기억은 영원히 존재한다. 그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이겨내야 한다. 잊히지 않는 기억이라면 이겨내야 한다.'"

 

8. 그저 나영이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이 책을 대한다면 부족하겠습니다. 우리 서로 살아가면서 힘든 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 용서 못할 일들 많고도 많지요. 많이는 내가 피해자가 되고, 더러는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9.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이 가정 만큼 크나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요. 내 고통 만큼 큰 고통을 가슴에 담아두고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라며 가슴을 치는 사람들이 차분하게 이 글들을 읽으며 함께 분노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 예,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다시 웃고 있습니다. 다시 그 가정에 빛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살아야지요. 아니 다시 웃고, 빛이 비춰지고, 상처가 아물고,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서야지요. 순서는 상관이 없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으면 상처도 아물고,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겠지요. 또 그래야만 하구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이 덜어진 듯 합니다. 그래도 참 안타깝습니다. "사랑으로, 관심으로, 아낌으로 우리가 함께하여 더러운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으면 합니다." 나영이 아빠의 마지막 당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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