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18세기 - 사로서 18세기, 서구와 동아시아의 비교사적 성찰
역사학회 엮음 / 푸른역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1. 왜 18세기에 관심을 갖는가? 이 책의 필진을 대표해서 서문을 쓴 김경현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18세기는 자부의 세기"였다고 표현한다. 서양에서 18세기가 절대왕정, 계몽사상, 시민혁명의 시대라면, 그 시기 중국은 경제번영, 평화의 시대였고, 한국은 상공업 발달, 문예부흥, 영,정조 같은 탕평군주의 시대였다고 한다. 


2. 책은 10명의 필진이 참여하고 있다. 손과 손가락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목적, 같은 주제로 모인 사람들이지만 각기 그 내면의 표현이 다르다. 오수창은 18세기 조선의 정치현실과 정치이념을 알기 위해선 앞뒤 시기인 17세기와 19세기의 맥락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 영, 정조대의 군주에 대한 이미지는 서구의 절대왕정에는 못미치지만,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였다. 당시 조선의 군주론은 주자학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구성된 왕 개인의 제왕학 혹은 정치기술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는 18세기 조선의 탕평정치나 그와 연관된 정치사상에서 진보성의 계기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한다. 


3. 박광용은 탕평정치를 '일통'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는 18세기 국내 정치의 양상을 백성 일반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에서 찾는다. 그 당시 공론의 주도권은 군사로서 군주와 향촌의 백성들에 놓여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경구의 [조선왕조실록]을 텍스트로 한다. 조사에 의하면, 18세기 이래 조선의 새로운 사조에 '실학'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 이미 실학이라는 단어의 전서(前史)가 있었다. 


4. 19세기에 이르러, 실학은 서양학, 과학, 공학을 포함하는 학문으로, 주로 개화파가 지향하는 문자그대로 실용기술학의 의미로 쓰여졌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실학은 조선의 근대 사상의 기원으로서 기반을 다진다. 계승범은 조선중화론을 이야기한다. 조선중화론은 망한 명을 대신해  조선이 중화문명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논리다. 이는 탈중화가 아니라 중화의 변형이었을 따름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5. 경제사가인 이헌창은 18세기 조선은 근대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조선의 인구밀도는 일본과 중국의 선진지대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그 결과 농업 부문 기술 수준도 꽤 성숙한 편이었다. 그러나 도시화율은 대단히 낮아(3~6퍼센트) 18세기 전세계의 평균(9~10퍼센트)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18세기 조선의 경제는 농업기술과 인적 자본 등에서 성장하고 있었지만, 근대경제로 도약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6. 한승현은 18세기 중국을 동시대 서유럽 및 조선과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8세기 중국과 조선은 강력한 군주권을 구축하려한 점에서 흡사하다. 한승현은 조선이 국경 너머 중국의 사정에 대한 정보를 통해 답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벤치마킹이었다.


7. 하우봉은 18세기 일본 사상계가 유교(주자학) 전통의 대안을 찾는 역동성을 설명하고 있다. 고학, 국학, 난학의 세 사조를 주목한다. 이 중 난학(蘭學)은 국학과 달리 외래학, 특히 네덜란드어 서적을 통한 서구문물의 탐구경향을 가리킨다. 일본의 에도시대는 난학이 꽃핀 때이다. 실학 진흥정책과 더불어 난서의 수입금지가 풀렸고, 난서가 속속 일본어로 번역되었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해부학서[해체신서]의 번역은 난학 성장의 기폭제였다.


8. 이영림에 의하면 프랑스혁명은 종교적 갈등이 원인이었고, 계몽사상은 18세기 중엽부터 비로소 혁명의 에너지가 된다고 한다. 김기봉은 조선의 18세기가 17~18세기 프랑스처럼 근대를 향하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슷한 점을 두 군주의 절대왕권의 기획을 통해 참고하고 있다. 루이14세가 왕권신수설을 통해 절대왕정을 수립하려 했듯이, 정조는 천명사상(특히 군주도통론)에 입각해 왕권의 초월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9.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술하는 사람에 따라, 어느 뷰포인트에 위치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근대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재와 함께 같은 동선에 위치한 미래를 보는 계기도 된다.  이 책은 18세기 조선의 분위기가 주변 국가인 청, 일본 그리고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서양의 18세기와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그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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