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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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가상 인터뷰로 리뷰를 작성해봅니다)

 

Q (나) : 선생은 공대를 졸업하시고, 제련소에서 근무를 하다 얼마 후 그만두고 국어국문학과에 편입, 졸업하시고 난 후 교수, 시인으로, 독서법에 대한 저술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군요. 그렇게 삶의 중간에 노선을 바꾸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A(저자) : 흔히들 이야기하는 ‘문학에 대한 열병’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숙명인 것 같습니다. 가을로 기억됩니다. 아니 꼭 가을이 아니라도 ‘가을’이 상징하는 그런 계절이었을 것입니다. 남들보다 비교적 늦게 2차 성징이 시작 될 무렵 어느 날, 화동 정독 도서관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문제를 풀다 지쳤지요. 버스 대신 두 발을 땅에 딛고 집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창경궁 돌담길을 돌아서 혜화동쪽으로 접어들었지요. 비는 내리고, 몸과 마음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은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 순간, 안톤 슈낙의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머릿속을 흔들었습니다. 그 땐 몰랐지요. 가까스로 기억해내며 중얼거리던 그 한 편의 수필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게 될, 아! 문학이라는 이름의 불멸의 경전이었음을요.. 공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나마 다시 깨달은 셈이지요.

 

Q : 선생의 프로필 중 ‘돈키호테처럼 현실에 어긋장 놓기, 에리히 프롬처럼 제자들에게 따뜻한 사람 되기, 신영복 교수님처럼 겸손하게 글쓰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쓰여 있던데, 더 하실 말씀은?

 

A : 현실은 때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던가, 아주 지저분하든가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지향하는 방향은 아무래도 제 맘에 안 듭니다.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우주 폐기물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그 쇳덩어리 말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제가 특히 존경하는 석학입니다. 「소유냐 존재냐」, 「인간을 위한 인간」등 모두 제게 크게 영향을 준 도서들입니다.

신영복 교수님을 떠올리면 존경의 마음과 함께 제 몸과 마음이 위축됩니다. 신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페이지 넘기는 부분이 닳을 정도로 읽었지요. 밑줄도 참 많이 그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참 이상하게도 감옥 안에 있는 이와 밖에 있는 이가 뒤바뀐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족들에게 보내는 서신들 속에서, 평안하고 자상한 마음자세와 유머러스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읽으면서, 오직 사색만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감옥에 갇히지 않게 하는 진정한 힘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 교수님의 《강의》는 서론에서부터 목이 메어 왔습니다. 수인(囚人)이었기에 도달할 수 있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인간적인 해석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수인의 수(囚), 이 한자를 보면 신 교수님이 22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네모 벽 속에 한 사람이 갇혀있습니다. 저 좁은 네모벽 속에서만 도달 할 수 있는 문사철(文史哲)의 무한함, 이 역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Q : 가장 혐오하는 것을 세 가지 드셨던데, 1주일에 1권 이상 책 읽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기. 1개월 이상 서울에 머물기. 이 중 제일 첫 번째는 선뜻 이해가 안갑니다. 인터넷 서점은 물론 독서를 권장하는 이런 저런 단체에선 1주일에 1권 이상 책 읽자는 캐치프레이즈가 자주 눈에 띄던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요?

 

A : 아마 제 이야기를 들으면 인터넷 서점이 오히려 좋아 할지 모르겠습니다.

1주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자는 이야기는 1주일에 한 끼 정도 밥을 먹자는 이야기나 똑같습니다. 육의 양식은 하루에 한 끼만 건너뛰면 큰 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왜 굳이 책은 1주일에 한 권입니까?

책을 거의 매일 하루에 한 권씩 읽고 리뷰를 쓰는 사람들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그러는 것 아니지요. 남들만큼 바쁘게 삽니다. 단지 일상의 삶에서 틈새시간을 잘 활용하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것이지요. (이건 완전 이 리뷰 쓴 사람 이야기)

덧붙여 나에게 서울은 너무 산만합니다. 책읽기와 사색을 방해하는 요인이 산지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공기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은둔처를 마련해 놓았지요. 경기도 여주 깊은 산골에 있는 귀담재(歸淡齋)라는 산장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영적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은둔을 위한 은둔이 아니라 ‘인생 공부’를 위한 글을 쓰며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할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Q : 선생은 이번 책에서 문학은? ~ 이다. 라고 무려 20가지나 이름을 붙여 주셨더군요.

좀 더 간단하게 줄여서 한 말씀 하신다면?

 

A : 이 책의 기획 의도 및 목적이라는 타이틀로 답변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문학의 중요성이나 가치가 점점 상실되어 가는 시점에서 문학의 진정한 효용성이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학생이나 일반인들에게 문학을 통하여 얻게 되는 인생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이바지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습니다. 중학 1-1 교과서에 “문학의 즐거움”이란 단원이 있습니다. “문학이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언어 예술이다.”라고 되어 있지요. 이 세상에서 문학은 인간의 영혼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장치요, 수단이다. 문학작품 속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인생과 삶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 : 예,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멋진 작품 기대 하겠습니다.

 

P.S : 혹시라도 저자인 정제원 교수님이 이 리뷰 보시면서 마땅치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실지라도 이해하십시오. 원래 글이란 것이 작가의 손에서 떠나면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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