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너도 내 거야
올리버 제퍼스 지음,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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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야, 너도 내 거야 】

  _올리버 제퍼스 / 주니어김영사



4~7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용 그림책이다. 핵심 주제는 자연, 사람, 욕심, 행복이다. 책에는 등장인물이 딱 한사람이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의 인물이 대단하다.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이름도 낯설지 않다. ‘파우스토’이다. 독일의 ‘파우스트 전설’ 기반을 갖고 있는 고전문학《 파우스트》를 살짝 비튼 이름이다.


품위 있는 고급 양복을 입고 어느 날 그는 그의 자산(資産) 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 곧 그의 것이라는 것들을 살펴보려 길을 나섰다. 일종의 자산관리 행차인 셈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그의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그만큼 돈이 많다는 이야기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즉, 그는 돈=권력이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길을 나서자마자 꽃을 만났다. 뜬금없이 꽃에게 하는 말. “넌 내 거야.” 꽃은 방어수단이 없다. 파우스토가 악한 마음을 먹고, 행여라도 꽃을 뽑아버리지 않을까 겁이 난 꽃은 별수 없이 “맞아요. 난 당신 꽃이에요.” 하고 답한다. 파우스토는 우쭐해서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발걸음을 옮긴다.


양을 만났다. 물론 진정 파우스토의 소유 일수도 있다. “넌 내 거야”라는 말에 양은 “아마 그럴 거예요”하고 답한다. 별수 있나? 나무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한다. “아, 그래요. 당신 것일 수도 있겠네요.” 파우스토는 양도, 꽃도, 나무도 그의 소유라는 것에 비록 답변은 조금 다르지만, 긍정적인 답을 얻고 행복감에 젖어서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들과 숲과 호수에게도 모두 자신이 주인이라고 인식시킨다. 호수는 기가 막혀서 파우스토가 하는 말을 못들은 체 하지만, 그가 호수에게 자기가 주인이라고 고집을 세운다. 산(山)에게도 당당하게 말한다. 산은 좀 세게 나간다. “나는 내 거야.” 화가 난 파우스토는 발을 구르며 주먹을 불끈 쥔다. 산은 눈도 깜짝 안 한다. 가져갈 테면 가져가 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하도 파우스토가 끈질기게 소유를 강조하자 결국 체념한다.


파우스토는 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배를 탔다.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바다야, 넌 내 거야” 파우스토가 여러 차례 바다를 향해 고함을 쳤으나, 바다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 후 바다가 답을 했다. “너는 나를 가질 수 없어.” 그리고 뒤이어 바다가 중요한 말을 건넨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잖아.” 파우스토는 바다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답하지만, 바다는 알고 있다. 그 말에 영혼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을. 바다가 말했다. “너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지?”


결말은 씁쓸하다. 아니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바다에 발을 쿵쿵 구를 정도로 통제 불능의 파우스토는 운명을 다했다. 산도, 호수도, 숲도, 들과 나무도, 양과 꽃도 모두 그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파우스토의 운명 같은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조용해졌다.


이 그림책의 저자 올리버 제퍼스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다. 그는 이전에 출간했던 그의 그림책과 다른 새로운 기법으로 이 책을 꾸몄다. 이 책이 우화라는 것을 강조하며 결말은 기존의 그림책과는 다르지만, 전통 석판 인쇄 기법을 사용해서 한정된 색채와 절제된 글로 완성했다. 현란한 채색이 없어서 오히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백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차분하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유아용 그림책으로 제작 되었으나, 성인용 우화집으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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