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에게 물어본 결과 (아는 지인을 통한거라 정직하게 답변을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으니 제약회사의 농간으로 인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피부를 위해 비타민C를 먹어주면 확실하게 효과가 있단다.

물론 비타민 C는 과다하게 섭취하면 어차피 소변으로 다 배출되지만. 비타민이 수용성이란걸 생각하면. 생야채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한 내 몸에 비타민 C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나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거기다 흡연까지 하니까 말이다. (흡연. 음주자는 둘 다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타민C가 필요하다. 음주나 흡연이 비타민C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야 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레모나처럼 과립형이 아닌, 그리고 맛으로 먹는게 아닌 필요에 의한 비타민제를 구입했다. 구입한 곳은 올가라고 풀무원에서 운영하는 유기농식품 매장이다. (간혹 이마트에도 입점되어 있는곳이 있다.) 저 비타민C를 구입한 이유는 첫째. 3개월 분량이며. 둘째 하루에 한알씩만 먹으면 된다. 다른 비타민제는 하루에 3알이나 2알을 먹으라고 해서 좀 귀찮은 관계로 그냥 하루 한알로 끝낼수 있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다. 100정이 들어있으니 3개월 하고도 10일치 분량이며 가격은 6만원으로 한달에 2만원꼴이다.

피부가 나쁜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달에 2만원 투자를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각종 좋은 화장품을 써 줘야하고 또 이것저것 하다가 보면. 진짜 피부만 좋았다면 나 빌딩 세웠으리라 싶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라서 유달리 화장품에 많이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피부 속도 좀 챙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 발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 속에서 일어나는 일도 피부에 만만치 않게 영향을 끼친다. 그 예로 장이 나쁘면 피부가 바로 직빵으로 나빠지며. 좀 민감한 여성들은 생리전후로 피부가 급속도로 나빠지기도 한다. (캡슐 화장품이나 스페셜 케어 화장품들이 보통 28일 프로그램으로 나오는것은 생리주기를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겉에 바르는 것만 신경을 쓰리...

봄날에 나와서 놀라운 피부를 과시하는 고현정이 그랬다. (암만 해도 보톡스를 맞았는지 얼굴 전체가 좀 부어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암튼 피부는 깨끗하고 좋았다. 주름이야 보톡스의 힘이라 쳐도 피부가 좋은건 정말 부러웠다.) 빠지지 않고 비타민을 챙겨 먹었다고. 물론 그녀는 우리나라 제일가는 부잣집 며느리에 연예인이 피부관리를 좀 받았겠냐만은. 그래서 꼭 비타민C의 힘은 아니다 싶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나 관리를 받아주는 사람도 비타민C를 챙겨먹는데 피부관리실의 문 한번 안열어본 나 같은 사람은 그거나마 챙겨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우찌되었건. 아직 So Good카테고리에 넣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지만 하루 한알을 먹는데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좋다고 얘기 할 만하다. 그리고 비타민을 먹는다고 해서 뭐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아무리 나빠도 소변으로 배출되기밖에 더하겠는가. 물론 아주 과다하게 섭취하면 병을 일으키겠지만) 끝으로 그 피부과 의사에 따르면 피부에 비타민 C를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효과는 가장 좋단다. 하지만 물리적인 것은 암만 효과가 좋아도 어딘지 모르게 망설이게 된다. 더구나 엉덩이가 아닌 얼굴에 주사라니... 생각만해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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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효과가 어떨지....

▶◀소굼 2005-02-0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의사말대로 피부에 비타민C는 좋습니다. 경험자;; 저도 계속 먹다가 사는걸 깜빡했는데..이참에 사야겠네요.

플라시보 2005-02-0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후훗. 기대에 부흥하고자 열심히 먹겠습니다.^^

kyra 아. 직접 효과를 보신분이시군요. 후훗. 살때는 돈이 아까워 죽을뻔 했지만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습관 2005-02-0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월급받으면 꼭 살거예여. 아자~~

nugool 2005-02-0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타민은 임신중에만 애기를 위해 먹고 평소에는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얼마전에 한달내내 감기로 시달리고 있는 제게 후배가 심각하게 충고하더라구요. 비타민 같은 것을 챙겨먹을 나이라구요. 그러면 감기도 훨씬 덜 걸린다나요... 그래서 저도 마침 어제 종합비타민을 하나 샀더랬습니다. 효능에 대해선 말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환경에는 먹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각설하고 ^^ 저의 피부는 질감은 나쁘지 않은데 주근깨가 많아요. 헌데 이게 외할머니에서 내려오는 외가쪽 내력인지라 어릴적부터 워낙 있던 건데 하고 통 신경을 안쓰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도 로션하나만 찍 바르고는 끝! 이랬는데 관리를 잘 한 피부와 방치한 피부가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티가나는지에 대한 기사를 보고서.. 윽... 조금 정성을 들이기로 했답니다. 헌데 제가 워낙 얼굴에 뭘 바르는 걸 귀찮아 해서요.. 엣센스 팩 이런 거 절대 못합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빠른 시간안에 효과를 본다는 ㅎㅎㅎ 마스크를 샀지요. 귀차니스트들의 피부관리로는 딱 인 것 같습니다. 오늘 샀는데.. 효과 좋으면 얘기해드릴께요. 그런데 꽤 비싸더라구요. 으악.. 했습니다.

플라시보 2005-02-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관님. 괜히 저 때문에 지르는거 아니신지...흐흐^^ 만약 사서 복욕하신다면 효과 만빵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너굴님. 마스크팩 정말 겁나게 비싸죠? 저도 되게 해보고는 싶었는데 아직까지 그 놀라운 가격으로 인해 지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관리하는 피부가 나중에 티난다는 것은 제가 산 증인입니다. 제가 피부가 워낙 별로이다 보니 스무살때 부터 무진장 관리했거든요 (관리실 다닌건 아니구요. 집구석서 스스로 관리를^^) 그래서 그런지 지금 제 또래 여자들이나 친구들 보다는 확실히 피부가 좋습니다. 트러블이 생기는 문제만 뺀다면 주름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은 편입니다. 피부 되게 좋은 아해들은 피부믿고 스킨만 바르고 로션은 귀찮아서 했던 애들은 빨리 피부가 늙더라구요. 스킨 로션 에센스도 역시 화학제품이긴 하지만 지금 살고있는 환경 자체가 공해도 심하고 자외선지수도 높고 하니까 안바르는것 보다는 바르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피부 되게 좋고 주근깨만 있는 피부 엄청 부러워했어요. 주근깨는 아프지나 않지..이노무 여드름들은 그냥 화악..^^) 참 님. 다른건 귀찮아도 수분크림은 꼭 발라주세요. 리프팅 제품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때 주름 예방에 그만이여요.^^

nugool 2005-02-0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수분크림이요.. 음.. 그럼 하나 사서 발라 볼까요? 아무래도 저도 이제 신경을 좀 써야할 거 같아요. 저희집에 자주오는 박모양(아시죠?^^)이 스킨하나 없는 제 화장대를 보고 저보고 간크다고 입을 딱 벌리더라구요. 그러더니 저를 퍽퍽 때리면서 지금까지는 우째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안된다고... 겁을 주더만요.. 히히.. 수분크림 써보시니 어디 것이 좋으시던가요? (한번도 안써본 아이템이라.. ^^;;;)

플라시보 2005-02-0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추천 할 만한 것은 두 가지 인데요. 하나는 비오템. 하나는 H2O+ 입니다. 비오템 수분 크림은 유분기가 적당히 있구요. H2O+는 유분이 거의 없습니다. 제는 수분만 충실하게 공급하고 끈적이지 않는 H2O+가 더 좋던데요. 가격은 전자가 4만5천원대 후자가 5만원대인데 알라딘에서는 3만8천원인가에 구입했습니다. 님도 이용해 보시길^^
 

 

어제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자스민 티를 샀다. 원래는 티백 20개들이 3천원이 정가인데, 하나 더 행사를 해서 40개를 (20개들이 두 통) 2,500원 정도에 팔고 있었다. 옆에는 좀 더 비싼 자스민 티들이 즐비했지만. 싼맛에 먹어보자 싶어서 저 제품을 샀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뭔가 마시는걸 좋아해서 밤이면 언제나 밀크쉐이크 혹은 콜라를 마시곤 했었는데 너무 입에 달고 살면 안좋을것 같아서 차를 마셔보기로 한것.

차는 원래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녹차는 너무 떫고, 홍차는 우유와 설탕을 넣어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는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즐길만한 차가 없었다. (둥글레차는 물 대신 마시고 있다.) 자스민 티는 향도 좋고 맛도 괜찮다. 너무 떫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홍차처럼 진하지도 않다. 은은한 꽃냄새가 나는것이 좋다.

차를 좀 엷게 마시려고 스타벅스에서 커다란 유리 머그컵 (파란색) 도 함께 샀는데 물이 꽤 많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티백을 하나 넣으면 딱 맞다. 자기전에 따뜻한 차를 마셔서 그런지 잠도 잘 오고 어딘가 모르게 마음도 편안해지는것이 만족스럽다. 잎차로 즐기면 더 좋겠지만. 그건 다기를 사야하고 약간 귀찮으므로 앞으로도 그냥 티백을 마시는것도 괜찮겠다 싶다. 평소 물을 잘 안마시는데 (생수는 더 안마셔서 둥글레를 끓여놓고 마심) 이 차 덕분에 요즘 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있다. 하루에 물을 8컵은 마셔야 한다는데 만약 생수로 마신다면 내겐 대략 고문 수준이다.

싸고 맛나고 괜찮은 차이다. 단 20개들이가 2,500원이면 좀 비싸다. 차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툭하면 하나 더 행사를 하므로 그때를 노려서 사는게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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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2-0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 워낙 안 마셔서 생수 8컵 마시라면 물고문 수준인데 커피는 입에 달고 살아요 플라시보님 글 보니까 당장 자스민 차 사고 싶네요 ^^

플라시보 2005-02-0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저도 커피 좋아해요. 근데 한동안 할인마트에서 싼 원두를 사서 먹어버려서 커피가 그만 질려버렸어요. 향 좋은 원두를 사면 또 좋아질것 같지만 말입니다.^^ 님도 하나 사서 드셔보세요. 자스민차 괜찮아요. (꼭 하나더 행사 할때 사시길^^)
 
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美). 즉 아름다움이란 뭘까? 사실 아름답다는 표현을 많이 쓰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설명을 하라고 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아름답다고 느끼긴 느끼되 그것이 어째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혹은 무엇때문인지는 잘 몰랐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인 지금도 나는 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밖에는 할 것이 없다.

책의 저자 진중권은 에셔의 그림과 함께 미학을 얘기한다. 고대인들의 동굴 벽화부터 시작해서 에셔의 '그리는 손' 까지. 미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 처럼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뿐 아니라 철학과도 수학과도 관계가 있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파고 들어갔을때 그것은 참으로 여러가지 학문들과 만날 수 있지 않나 싶다.

책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미학이라는 것이 워낙 망망대해라 그런지 이 책 한권이 등대가 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보통 무언가 학문적인 것을 다룬 책들은 읽고나면 어느정도 개념이라도 잡히기 마련인데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은 읽긴 읽었지만 딱히 기억나는 대목도 없으며, 어떤 책이냐고 설명을 하기도 힘들다. 그냥 미학을 다루었다는 말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워낙에 유명하고 많이 읽힌 책이라서 사 보긴 했지만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혹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부분에대해 많이 알게 되었지만. 책의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그런 재미가 많이 떨어졌다.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들어가기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저자 진중권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참고서적들을 읽은 만큼. 이 책은 이 책 하나로 끝나기에는 너무도 방대한 미학을 다루고 있는지라 그 개념을 잡는 것 조차 힘들다. 다만 막연하게 나마 미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준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솔직히 그동안 수 많은 책의 리뷰를 썼지만 이 책의 리뷰만큼 캄캄했던 적은 드물었다. 오히려 쓸 말들이 너무 많아서 줄이고 줄여야 했건만. 이 책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단지 어렵다 정도가 아닌 모호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감 잡기가 무척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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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2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그랬어요. 그래도 미학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썼다고 하긴했는데...어떤 건 이해할 것 같고, 어떤 건 좀 이해 안되고...2권 사 놓고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

플라시보 2005-01-2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만 샀는데 2권을 살지 말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총 3권인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네요.^^

마냐 2005-02-04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에.....너무 유명한 책인데, 읽지 않아 찜찜한 경우가 바로 이 책임다. 님의 리뷰를 보니, 에에...이 찜찜함이 당분간 더 계속될거 같군요. 추천함다.

플라시보 2005-02-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저도 너무 유명한 책이라 꼭 읽고싶었다기 보다는 이런 책은 한번쯤은 읽어줌직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읽었더랬습니다.^^ 허접한 리뷰임에도 추천 감사합니다.흐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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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지는 편견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배우 김혜자씨는 전원일기에서는 더없이 인자한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밥도 못한다고.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실제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이 얘기를 듣고 나서는 김혜자씨가 극중에서 밥을 하거나 상을 차리는 장면이 나오면 유심히 지켜보곤 했었다. 아마 내 마음 속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것 같다. '그래. 실제로는 밥 하나 못하고, 아니 안해도 될 만큼 공주로 산 여자가 어쩜 저렇게 능청맞게 나물을 무치고, 전을 뒤집을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 김혜자씨가 실제로는 손끝에 물을 튕기는 삶을 살고 밥도 하나 못하는 공주라는 말을 한 사람은 그녀와 함께 오랫동안 전원일기에 출연해온 한 연기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는 상대적으로 음식 솜씨가 좋아선지 요즘 TV만 틀면 자신의 이름을 단 간장꽃게장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아주 오래전 부터 나는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였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꺼내기를 수차례.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이 책을 만지작거리면서 계산대까지 갔다가 두고온 적도 많았다. 이 책을 그렇게나 오래 망설인 이유는 위에서 말했던 부분이 크게 차지했었다. 하다못해 밥도 안해도 될 만큼 화려하고 고운 인생을 사는 배우 김혜자가 아이들이 굶주림을 정말 마음으로 보고 왔을까?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흔히 그러는것 처럼 크리스마스날 알량한 라면박스를 들고가서 사진을 박는 정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책의 뒷면에는 저자의 인세가 세상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모두 쓰여진다고 해서 책을 집게 만들었지만 이내 책의 앞표지에는 아름답게 화장을 하고 활짝 웃는 배우 김혜자의 사진이 그 책을 다시 내려놓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내 편견은 한 사람의 선행마저. 나로써는 정말 다시 태어나지 않고서는 이런일을 할까 싶을만한 선행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잘 알다시피 배우 김혜자씨가 지난 10년간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세계 각국의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다닌 것을 글로 적은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가난한게 아니라 배가 고파도 울 힘이 없으며, 먹을껄 쥐여줘도 입으로 가져가 씹어먹을 힘이 없을 정도로 굶주리고 헐벗는 아이들이다. 여태 내가 알아왔고 생각해온 가난은 언제나 상대적 빈곤이었다. 남들은 월급이 얼마인데 나는 얼마니까, 남들은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데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니니까, 남들은 몇십만원짜리 옷도 척척 사입는데 나는 몇만원짜리 옷도 살까 말까 망설여야 하니까 하는 그런 가난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는 저런 가난이 아니다. 그들은 당장 먹을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야 하며, 입을 하나 덜기 위해 엄마가 여자아이를 낳으면 3일동안 굶기다가 3일째 되는날 독풀의 즙을 먹여 죽여야 하는 절대적인 빈곤이었다.

가끔 TV에서 불우이웃을 돕거나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방송을 할때마다. 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외면했었다. 당장 TV채널만 돌리면 외면할 수 있었고, 난 언제나 나 살기도 벅찬 인간이 나 이며 내가 바로 불우이웃이라는 신소리를 해댔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배우 김혜자가 한줄 한줄 써내려간, 높임말의 글들은 내가 인간이라면. 그들과 달리 먹을것이 있고 지붕이 있는 잠자리가 있으며 사시사철 입을 옷이 옷장에 가득 차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외면할 수 없도록 했다. 밤에 잠이 오질 않아서 잠깐 펴서 읽는다던 책은 어느새 새벽 6시가 훨씬 넘어서야 다음날 출근이 걱정이 되어 억지로 책을 덮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회사의 급한일을 대충 처리하고나서 한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한편인 나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일도 하다가 인터넷 서핑도 했다가 정신이 없는 편인데 이 책 만큼은 정말 도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책만 보게 만들었다. 그건 너무 재밌어서 읽다가 밤을 샌 책들이 가지는 집중력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책에 나오는 세계의 굶주리는 아이들은 차마 이 땅에 나와 같이 태어난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참혹하다. 전쟁 때문에, 재물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희생되는 아이들은 지뢰를 밟아 팔다리가 잘리고, 어린 나이에 새벽 다섯시 부터 저녁 다섯시까지 단 3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노동을 해야 했다. 그 아이들은 때로는 일고 여덟살이고 때로는 네살이기도 했다. 한참 부모의 보호를 받고, 밥은 안먹고 과자만 먹으려고 투정이나 부릴 나이에 그 아이들은 이미 사지로 내몰린 것이다. 아이들의 눈은 맑지만 그 눈빛은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이의 눈빛이 아닌. 산전수전 다겪은 노인들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한낮 저런 오해때문에 이 책을 좀 더 일찍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같은 인간으로써 이 지구에 태어나 여태까지 몰랐거나 혹은 외면해왔던 순간들이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자 마자 한국 월드비전에 사랑의 빵을 신청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숱하게 보아왔지만 나는 단 한번도 거기에 100원짜리 동전하나 넣은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100원이면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아이들. 8백원이면 비타민A 부족으로 눈이 멀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할 약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을 돕는거지 하며 뒷짐을 지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내가 무지하게 오바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오바이건 진심이건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밤이면 돌을 배에 얹고 자는 아이의 뱃속에 빵과 물을 넣어줄수 있다면 그게 뭐건간에 상관없지 않을까? 남을 한번도 돕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가 정말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굶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건 몰라도 이 책 한권이라도 사서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김혜자씨가 향후 10년간의 인세를 모두 월드비전에 기증하기로 되어있다. 책의 인세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돈은 분명 굶어서 배가 고픈 아이가 아닌, 굶어서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언어도 다르고 사는곳도 다르며 생김새도 다르지만 그래도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도 우리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여기 이 책에 인간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이 담겨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마음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거리를 조금은 좁혀 줄 것이다.

한국월드비전 http://www.worldvision.or.kr/ (이 주소로 가면 죽어가는 아이들과 가난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울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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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1-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 님과 같은 이유로 몇번이나 이 책을 들었다 놨다 했었는데..... 사야겠군요. 빌려 읽지도 말구.....
다들 암말 없이 추천만 꾸욱 누르고 사라지셨나봐요^^ 저도 추천입니다. 글 참 잘쓰세요.

치니 2005-01-2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사과나무]라는 티비프로그램에 김혜자씨가 나왔었드랬죠.
밥도 못한다는 억울한 (?) 누명에 대해 웃으면서 , 시집 오자마자 호된 시어머니를 만나서 온갖 집안일을 마스터 한 이야기서부터,
책상 위에 아프리카아이들 사진을 매주 바꾸는 이유까지...
보는 내내 눈물이 줄줄 났어요.
이 책을 읽고 싶지만, 저는 플라시보님과는 다른 이유로 선뜻 못읽습니다.
읽고나서 얼마나 흔들릴 지 자신이 없어서... 생활에 지장이 올까봐요.^^;;;

부리 2005-01-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밥도 못한다는 게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밥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탤런트로 바쁜 김혜자가 꼭 밥과 반찬을 해야 하는지, 물론 시간이 있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언제나 다른 법이고, 김혜자 역시 이미지로 먹고사는 탤런트가 아닐까요. 김혜자가 밥도 못한다고 했던 그 사람의 한마디가 진실인 것처럼 전파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부리 2005-01-2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읽기 싫은 이유는 가슴아픈 진실을 대면하기가 꺼려져서지요. 저는 팔이 없는 사람, 뇌성마비, 그런 사람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는 나쁜 놈이랍니다.

biseol 2005-01-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추천 꾸욱~
교회동생에게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냐고 물으니
그 때 한참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을 고르더라구요.

저도 못 읽어 본거긴 한데 선물하는 게 아닌 제가 볼거론 좀 과한 금액이라
"다 읽고 나면 빌려줘." 했습니다.

그 녀석이 다 읽고 건내면서 하는 말이
"이 책 좋긴 한데.. 읽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애.
다 보고 나서 누나 당장 아프리카로 간다는 말이 나올거 같거든."

지금 제가 아프리카에 가 있진 않지만
뭔가 '시작'하는 것을 게으름 피우곤 저에게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데 도움 준 책이였습니다.
플라시보님의 리뷰로 많은 분들이 '실천'하실 거 같은데요? ^^*

코마개 2005-01-2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못하면 어때. 파병하라고 목청 높이며 따라가서 김치 담가주겠다는 헛소리 하는 간장게장 파는 아줌마 보다 밥 못하는게 만배 낫다. 저도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넘넘 먼곳에 살아서 아마 얼굴은 못볼듯.

플라시보 2005-01-2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muko님. 정말이지 사서 보세요. 책이 별로라고 하더라도 그 인세로 애들을 돕는다고 하니 그걸로라도 사 볼 이유는 충분한것 같습니다. 그렇게나마 간접적으로라도 도울 수 있다면 다행인거니까요. 그나저나 저 소문은 저만 들은게 아닌가봅니다.^^

치니님. 그럴수도 있어요. 정말 생활에 지장이 올수도 있을것 같아요. 특히나 아이를 낳아서 길러본 부모라면 너무 마음이 아플것 같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시거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외면하기에는 너무 비참한 현실이라 차라리 내가 좀 아프더라도 보긴 봐야했었다는게 읽고 난 이후의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사과나무에 김혜자씨 편을 했군요. 예전에 디자이너 앙드레김씨 편만 봤었는데... 어디서 재방송 안해줄라나...보고싶네요.)

부리님. 맞아요. 김혜자씨도 책에 그렇게 써 놨더라구요. 거기서 봉사하고 와서 자기가 사는 수준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고 그로인해 처음에는 괴로워 했었는데 받아들이고 있다구요.
님이 말씀하신 가슴아픈 진실을 대면하기가 꺼려진다는 부분. 백프로 동감을 합니다. 허나 읽어본 사람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요. 그 순간에도 아이들이 굶어서 죽는다는 겁니다. 배가 고픈게 아니라 영양실조로 영영 세상을 등집니다. 등지는 그 순간까지 아이가 가진 기억이 온통 굶주리고 학대받고 그런 비참한 기억 뿐이라는거.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 이전에 뭐든 한개라도 해야겠다는. 이건 미루고 생각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님. 재벌 2세 이시잖아요^^ 혹여 님이 못 보시겠더라도 사서 선물이라도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돈으로 몇명의 아이가 아사에서 건져질수 있다면 님은 정말로 큰 일을 하시는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죄송해요. 너무 주제넘은 말씀을 드려서요..)

스미레님. 추천 감사합니다. 금액이 좀 크긴 하죠? 그래도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 만큼은 2만원이건 3만원이건 해도 된다고 느껴집니다. (책값에 굉장히 민감한 저 인데도 말입니다.)
님도 무언가 실천을 하셨나봅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아파 할 시간도 아깝다구요. 그 시간에 아이들은 굶어서 죽어가고 있으니까. 아픈건 나중에 하고 당장 100원이라도 모아보자 하구요.. 제가 뭐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고 인간이 착한것도 아닌. 오히려 약간 못되먹은 인간인데 그런 저도 이렇게 바뀐걸 보면 저도 그 아이들과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님 말씀처럼 이걸 읽고 조금이라도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을것 같습니다. 저 사이트로 많은 분들이 가시면 좋겠습니다.

플라시보 2005-01-2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맞네요. 그러고 보니 그 분께서 이라크 파병하면 김치 담궈준다 했었죠... 그나저나 정말 님.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아이를 후원하는 일. 어지간한 결심 없으면 힘드셨을텐데.. 예전 같으면 그저 빈말로 좋은일 하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어쩌고 했을텐데. 지금은 진심입니다. 님. 참 장하십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무탄트 2005-01-2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워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 역시 행동하겠습니다.

플라시보 2005-01-2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그런 의미로 쓴거 아니었어요. 부끄러워 하실것 없습니다. 저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다 그런 마음이 들껍니다. 저도 읽기 전에는 전혀 조금도 이런쪽으로 생각조차 해 본적도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클리오 2005-01-2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김혜자 씨에 대한 그런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김수미씨가 이야기하는 걸 직접 들은 듯 한데요, 그 이미지 때문에 저도 아쉬울 것 없던 공주가 남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해, 다 쇼일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이 리뷰를 보고 나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하나는 님께서 리뷰에 대해 지적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대한 실질적인 참여와 행동에 대한 자각. 이건 늘 머리 속에만 있고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거죠. 또 하나는 직업을 가진 여자인 저 스스로조차 어느새 '밥도 못하는 여자'에 대한 선입견조차 깨지 못하고 여자 스스로 바로 서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거죠. 설혹 공주라서 밥을 다른 사람 혹은 다른 가족이 한다해도 충분히 밥 잘 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선입견에서 벗어난다는게 정말 힘든 일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플라시보 2005-01-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lio님. 아..직접 말했군요. 저는 김혜자씨에 대해 밥도 못하는 여자라는 편견보다 김수미씨가 당시에 굉장히 안좋은 어투로 얘기를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밥도 못한다 뭐 이런게 아니라 늬들 다 속고 있는거다 이랬던것 같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좀 가식적이고 부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님이 말씀하신 그런게 있는것 같아요. 여자라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일. 마치 모성애처럼요. 좋은 지적 감사드려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2005-01-30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2-0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동하게 만든 책...저도 그랬슴다. 플라시보님, 이렇게 공감해서 행복한 리뷰를 제가 하마트면 놓칠 뻔 했슴다. ^^;;

플라시보 2005-02-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책의 힘을 느끼게 한 책이었습니다. 전 좀처럼 책을 읽는다거나 해서 달라지지 않는 인간인데 (만약 달라졌다면 위인? -안어벙 말투로 읽어주십쇼-하하. 위인전기 꽤나 읽었었거든요) 이 책 만큼은 저를 행동하게 만들더군요. 님과 공감해서 저도 기쁩니다.^^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권이란 말은 아주 쉽게 설명해서 인간의 권리이다. 조금 더 풀자면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이고 또 모든 인간들이 여러 재반조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7살이 되었을 무렵. 나는 친척집에 가서 꺅꺅 대다가 '기지배가 어디서 떠드냐' 는 소리를 들었다. 그 친척분의 말씀은 시끄러우니 떠들지 말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앞에 붙은 지지배라는 말이 참 기분나빴었다. 왜냐면 같이 떠든 사촌은 사내아이였고 만약 시끄러운게 문제였다면 우리 모두에게 떠들지마라는 말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건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사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조차 과대할 만큼 말이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었다. 왜 만화가들이 인권에 대해 얘기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만화가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만화의 형태를 빌어 어렵지 않게, 그리고 그림 혹은 만화라는 특성상 바로 와 닿았다. 어떤 글귀보다도 더 강하게 말이다. 10명의 만화가들이 모여서 만든 인권에 관한 이야기. 그들은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자 (남자에 비해), 가난한 사람 (부자나 중산층에 비해), 블루칼라 노동자들 (화이트 칼라 노동자에 비해), 장애우들 (비장애우에 비해) 에서 이 모두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더 추가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아프게 와서 박힌다. 설사 내가 저들을 박대하지 않았어도 이 사회가 그들을 박대하고 멸시하는것은 물론 그저 살아남아 숨 쉬는것 조차 힘들게 만드는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사실 나도 저 중에서 두 가지는 해당사항이 있으니 사회적으로 완전한 강자는 아닌 셈이다.)

어느 프로그램인지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한 코메디 꽁트가 있다. 제목이 블랑카입니다 인데. 그 프로에는 한 남자가 등장해서 외국인 노동자들 특유의 어눌한 한국말을 흉내내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에 대해 얘기한다. 요즘은 이 코너에 등장하는 얘기들이 전부 한국인들의 나쁜 습성이나 이해하기 힘든 관습같은걸 다루지만 초기에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인 블랑카 자신이 뭘 잘못하고 그걸 한국인 사장님이 벌하는 (때리는) 얘기가 등장했었다. 방청객들은 그 코메디언이 너무도 절묘하게 외국인 노동자의 말투를 흉내내는것에 즐거워했지만 나는 아연질색했다. 한국인 노동자 같으면 그런 잘못을 했을때 야단 정도나 맞던가 아니면 주의를 듣고 말 것을 외국인 노동자는 그걸로 두들겨 맞았다는데 그게 웃기다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물론 그 코메디언의 취지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었겠지만. 과연 그 프로그램을 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들이 '아 저러면 안되겠구나' 하고 깨닳을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뭍혀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그런 사장님들이 그 코메디언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취지는 좋았겠지만.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관한 문제를 저렇게 웃음꺼리로 밖에는 다루지 못할까 싶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만화속의 인물들은 가난하다. 가난하니 힘이 없고, 힘이 없으니 이 땅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받지 못한다. 아니, 배려는 커녕 방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가사와 육아를, 심지어 거기다 돈벌이까지 해야하는게 당연시되고, 장애우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있는 곳이 아닌 특수한시설로 가서 눈에띄지 않게, 걸그적거리지 않게 살기를 강요당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형편없는 임금에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온갖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을 하게 하는것도 모자라서 그나마 쥐꼬리같은 월급도 제때 주질 않는다. 남자로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잘생긴 외모까지 지니고 있다면 일단은 사회적으로 강자이다. 그는 곧 좋은 직장에서 남보다 많은 월급을 보장받을 것이며 그것은 곧 이 사회 최대의 강자인 부자로 가는 지름길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어떤가. 사람들은 단지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가난한건 아니다. 거기에는 온갖 이유들이 존재하며 그 이유의 태반은 태어날때 부터 달라붙어있는 것이거나 혹은 본인의 힘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래야 벗어날수가 없는 경우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힘없는 사람들을 마치 여름날 탱탱 놀다가 겨울에 얼어죽게 생긴 배짱이 취급을 한다. 모두가 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건 알다시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계층에 속하건 간에 최소한 인간으로써의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지금 내가 운좋게 태어나서 좋은 학벌과 좋은 외모를 가지고 가난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해서 저런 운이 따라주지 않은 사람은 어찌 살던가 상관없는건 아니지 않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다 잘살고 행복할 수 없다면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가진자가 되도록 해 준 덜 가진 자들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간만에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난것 같다. 내가 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오직 재미라고 매번 말을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날때면 그 재미라는 것을 잠시 부끄러워진다. 이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10명의 만화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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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2-2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넘 착찹하더군요. 박제동의 만화는 일품이었고. 뭐더라...부자의 그림일기라는 만화도 무척 가슴 아팠더랬는데.

야초 2005-03-0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읽는 것만으로 와닿는 것들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픽팍 2005-04-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상당히 의미가 있더라구요;;;어차피 내용이야 이전에 대충은 들어왔었던 것이어서 별게 있을라구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상당히 가슴이 뜨끔함을 느꼈더랬지요;;인권은 정말이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할 권리인데, 그것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