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 맬서스부터 케인스, 슘페터까지 다시 배우는 인구의 경제학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최용우 옮김 / 세종서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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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2017년 출산율은 1.15명에 불과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300년엔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언론은 경고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저출산정책에 100조 원을 투입했다. 저출산의 공포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경제성장이 멈추고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런 생각이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에는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과거 사회는 인구가 곧 노동력이며 국력이었다. 고대 로마, 송나라, 그 외 수많은 역사들은 인구팽창과 경제성장은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게 했다. 바로 최근까지도 한강의 기적과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은 궤를 같이했다.

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는 저출산에 대한 이런 흐름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분명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지만, 국가가 생존을 걸고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 예로 일본의 1870년대부터 2000년까지 경제 성장과 인구의 동태는 연관성이 없었다. 인구가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다. 인구가 변화한 것은 그 뒤의 일이었다. 경제성장이 인구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요인이었을까? 요시카와 히로시는 인구와 경제에 대한 맬서스, 케인스, 뮈르달, 슘페터 등의 논의를 들며 성장은 이노베이션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가 큰 문제인 건 맞지만 경제의 성장에서 인구감소 비관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도 문제다. 인구가 줄고 있는 경제에 미래는 없다는 의견이 팽배한데, 이는 착각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은 기본적으로 노동력 인구가 아닌 이노베이션에 의해 창출되기 때문이다. - p.62

 

최근 청소기 시장은 무선청소기라는 새로운 흐름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 다이슨을 비롯해 LG, 삼성 등 가전제품 메이커들은 전부 자사의 핵심 상품으로 무선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청소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상품이 가져다주는 편리성으로 인해 지갑을 연다. 수요 포화에 다다른 선진국에선 제품 혁신이 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노동생산성 상승으로 비롯되며, 노동 생산성 상승의 요인은 새로운 설비 투자 같은 자본 축적과 넓은 의미에서 기술 진보,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물론 이노베이션의 요소가 사람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랜즈버그가 지적했듯이, 번영의 엔진이 기술 진보라면, 기술 진보의 엔진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많아진다. 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요시카와 히로시의 논의는 어디까지나 핵심은 이노베이션이며, 저출산의 공포에 휩싸여 불합리한 정책이나 비관주의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기술 진보를 이끌만한 높은 노동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론 문제가 없는 것이다.

생산능력에 대한 사회적 나이 인식, 노동시간,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조건의 열악화 문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적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요시카와 히로시는 이런 인구경제 문제에 초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하는것은 때론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미래의 아이들은 필요하다. 다만 출산율을 1.15명에서 2명으로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제성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목표가 경제성장이라면 주어진 자원 하에서 출산율과 노동생산성의 효과적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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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 - 세계 금융을 지배하는 수퍼리치들의 두 얼굴
니콜라 귀요 지음, 김태수 옮김 / 마티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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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은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유명 축구팀은 자선경기를 열고, 기업의 성금은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낸다. 그러나 오늘날 자선의 아이콘이 된 것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로버트 데이 등 거액의 기부자들이다. 이윤 창출, 자본의 축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구조에서 누구보다 돈을 많이 버는 자본가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부와 권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인가, 아니면 도덕적 이타심인가.

과거 포드와 같은 대기업들은 재단을 만들고 자선사업을 했다. 이들의 자선은 단순히 부의 나눔 이상의 것으로, 자선활동을 통해 산업자본의 헤게모니를 공고히 했다. 학교와 연구소를 설립해 산업자본의 인재를 양성함으로서 얻어지는 소프트 파워는 자본과 노동의 대결에서 자본의 우위를 점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노동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자본에 대항할 자는 바로 자본이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축한 자본, 축적된 힘. 이 힘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류사회와 자본시장에서 배제되고, 간혹 대학 졸업장도 없으며, 현장에서 고달픈 경력을 쌓으며 배운 신 금융인들은 종종 천민적인 모습을 보인다. 경제적 자본만큼이나 모든 사회적 자본도 결핍된 이들은 노동력, 더욱 정확하게 말하면 타격 능력밖에 가진 것이 없는 금융계의 하층 프롤레타리아였다. 그런데 이들은 과거 격변기마다 하층 프롤레타리아가 흔히 실행했던 모호한 역사적 기능을 맡아 기관투자가라느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구조조정의 실행자가 되었고, 자본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게 된다. - p.64


산업자본과 금융계는 확고한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었다. 명문대 출신의 독일 유대계와 백인 개신교란 엘리트들은 금융업계에 확실한 계급을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80년대 트레이드와 인수합병의 길이 열리며 엘리트 계급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명문대도 나오지 못한 사람, 은행의 한직에 있던 사람들이 급부상했다. 이들은 고객의 돈을 무기로 활용하며 기업사냥을 시작했다. 경영을 소유에 복속시키고 경영진에게 주식 가치의 창출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경영 규범을 강요했다. 기업의 성장 전략보다는 단 기간의 주식 수익률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본과 자본의 대결은 새로운 자본, 금융자본이 승리했다.

이들의 행동은 산업자본과 극소수의 엘리트 금융인들을 무찌르는 일종의 계급투쟁이기도 했다. 계급투쟁의 새로운 승자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고 신자유주의를 예찬했다.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다. 더 소수의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챙겼다. 구조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났고 제조업은 몰락해갔다. 각종 배임행위와 사기 등으로 도덕적, 경제적으로 몰락한 승자들도 있었다. 부를 거머쥔 새 시대의 승리자들, 도적남작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새로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금융자본과 기업탈취자가 구현하는 경제 논리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윤리적 세탁작업에는 두 가지 이득이 있었다. 우선 경제의 금융화 논리를 정당화시키면서 이 논리를 시장경제의 영역 너머로 확대한다. 정통적인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자본의 실제적 포섭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또한 물리적 측면에서 자선사업은 외환 투기 혹은 대량 해고를 초래하는 적대적 매입으로 축적된 더러운 돈의 세탁을 용이하게 해준다. - p.104


자선사업의 개혁,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도덕적 자본주의를 외쳤다.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는 바로 자신들같은 상위 0.1%의 부자들 때문이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이 역설적 행태를 저자 니콜라 귀요는 금융이 지배하는 새로운 자본 축적 시스템을 사회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이들의 자선사업은 단순한 나눔이 아닌 수익성을 따지는 금융상품과 닮았다. 사회의 진보적 아젠다를 앞장서서 외침으로서 누구보다 많은 사회재산을 쌓았다. 자선에 대한 세금 공제라는 제도를 교묘하게 활용함으로써 국가권력과 행정의 통제를 피해 재분배의 본질까지 왜곡시켰다. 이들은 자선사업을 함으로서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쌓는데 활용한다.

과격한 기업사냥꾼들은 이제 양심적이고 신사적인 얼굴의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제 자선사업은 단순히 한 부자의 취미 영역이 아니다. 국가의 시스템, 사회적 책임이 사기업 혹은 개인 재산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보편적인 사회복지는 줄어들고 자선사업가들의 입맛에 맞는 조건적이고 선별적인 복지가 대두되었다. 새로운 자선사업가들의 영향력은 국가의 시스템을 대신해가고 있다. 이들에게 자선사업은 영원히 자신에게 부를 가져다줄 금융제국 건설이란 새로운 통치 가능성에 대한 투자의 한 가지 방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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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해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부채 관리 전략
백정선.김의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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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 깊숙히 들어와 있습니다. '빚쟁이'는 신용카드를 무절제하게 사용하거나, 유흥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대출을 대출로 막다가 도망다니는 사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실하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들은 모두 빚쟁이입니다. 대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이 있고, 군인을 위한 대출도 있으며, 결혼식을 하기 위한 대출도 있습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물건을 살 때 할부구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택을 사기 위해 빚을 졌을 것입니다. 사업을 하며 잘나가는 사람들도 많은 빚이 있습니다. 빚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빚의 일정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를 견인하는데 필요한 요소입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것,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업을 세울 대출을 받는 것, 자신과 가족이 평온한 삶을 살기 위해 주택대출을 받게 해 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더 나은 미래를 가정하여 빚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 제품을 만들어도 내수시장이 몰락해버린 현실,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마주한다면, 빚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것입니다.

대출의 어두운 면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주택 분야는 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주택 자산 급락의 피해는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되었다고 말합니다. 집값이 하락할 때, 자산이 많은 계층은 별 피해를 입지 않는 반면, 자신이 적은 계층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치가 '제로'가 되지 않는 이상 남아있는 가치가 있으며, 남은 자산의 우선권은 금융권, 부자, 정부 등에 있기 때문입니다. 빈자는 몰락하고, 부자는 남은 자본으로 싼 값에 투자를 할 여력이 있습니다. 결국 집값이 요동치면 부의 불평등화는 더욱 가속화됩니다.

역설적이지만,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욱 빈자가 되는 것이 꼭 부자에게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코스타스 라 파비차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평가하며, 서민들의 빚 때문에 나라, 더 나아가 전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현상은 유례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1%의 부자들이 나머지 99%보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고, 한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경제에서 작은 지분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가난하고 직업 없는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자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한 것은, 빈자의 몰락이 결코 부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은 암 세포가 사람을 죽이는 법입니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개개인에게 개인의 소득을 초과하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으며,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우성은 이를 '목돈사회'로 규정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독립하기 위해선 주거보증금, 권리금, 대학등록금 등 한번에 큰 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빚을 져야 합니다. 복지 시스템은 선진국 대비 형편없는 수준이다 보니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많은 빚을 지고 대출이자를 간신히 갚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금리가 오른 순간, 집값이 떨어진 순간이 사망 선고와 다름없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간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집니다.

생각할 여유와 결심하는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청년 세대의 자립을 방해한다. 개인은 용기를 잃는다. 인간 정신의 세포분열은 활동을 멈춘다. 사회는 활력을 잃는다. 이것은 민주주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민주주의는 본디 통치의 방식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노예제도가 있었다. 노예는 민주주의의 시민이 되지 못한다. -《목돈사회》p.18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과 미래를 포기하는 현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그것을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서 정년을 보장받거나, 대기업에 들어가 한번에 많은 돈을 쌓아두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는 갈수록 벌어져 현재는 무려 3배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2등 시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은 강박적으로 스펙 쌓기에 몰입하고 있고,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합니다.

최근 뉴스에서 가계 대출이자가 이자소득을 추월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갈수록 많은 가계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폭탄은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책의 제목처럼, 폭탄돌리기의 한도를 최대 5년으로 봅니다.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서 살아남으라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광범위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혼이나 대학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바꾸고, 체면 때문에 과도하게 지출되는 경조사비를 줄이고, 사교육비나 부동산 투자, 보험료에 관한 지식을 익혀야 합니다. 가계부채의 폭발과 경기침체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대출을 최대한 적게 받으며 합리적으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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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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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시작을 알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입었던 상흔을 완전히 치유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고, 집을 잃었고, 자살했을 것입니다. 80년대의 일본 거품경제 붕괴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건들입니다. 일본과 미국에 일어난 광풍은 곧 우리에게 닥칠 미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기를 다룬 유용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며,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조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 방식을 이용해 경기침체를 분석합니다. 심각한 경기 침체 이전에는 거의 언제나 가계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이 선행해서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대공황, 유럽의 경제 위축,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에도 가계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시행정부의 강력한 주택공급 의지, 그것에 편승한 금융기관의 안이함과 탐욕, 시민들의 맹목적 믿음이 결합된 폭탄이었습니다. 8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와 마찬가지로, 투기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믿음이 강했고, 시장은 그것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무조건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불패론, 절대 실패하지 않는 투자라는게 존재한다는 주술적 믿음은 달콤한 독약이었습니다.

1989년부터 1990년 초까지 일본의 부동산 투자액은 1,800조 엔에 이른다. 국고예산이 60조 엔이니 약 30배의 규모다. 이것은 미국을 4개나 살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투기 이면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했고 시장은 그것을 강하게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굿바이 부동산》p.140


심각한 불황과 이에 선행하는 가계 부채의 증가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계 부채의 증가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입니다. 가계 부채의 급증은 소비 지출의 감소를 가져오고 장기 불황으로 이어집니다. 은행이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순자산 하위 20퍼센트 계층은 집값 하락에 따른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고, 높은 레버리지 비율, 주택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금융 자산의 결합은 이들 가계에 재앙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이 있다면, 돈을 빌려준 사람도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부채는 곧 고소득층의 자산입니다. 부동산 거품 폭락에서 인상적인 점은, 주택 자산의 가격이 급락할 때 발생하는 손실은 레버리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집값이 하락할 때, 자산이 많은 계층은 별 피해를 입지 않는 반면, 자신이 적은 계층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치가 '제로'가 되지 않는 이상 남아있는 가치가 있으며, 남은 자산의 우선권은 금융권, 부자, 정부 등에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값 폭락으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빚이 일으킨 레버리지 승수 효과가 이들의 순자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빚의 근본적인 특징은 정확히 가장 가진 것이 없는 계층에 엄청난 손실을 입힌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이미 심각했던 부의 불평등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가진 것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히면서 부의 불평등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도 미국의 부 불평등도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순자산 상위 10퍼센트 계층은 1992년에 전체 부의 66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2007년엔 71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엔 74퍼센트로 더 상승했습니다. 저자들은 빚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 시스템은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말합니다.

재무부가 채무 가계의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해서 사용한 자금의 비중은 전체 자금의 2퍼센트 미만이었다. 반면 금융 기관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은 전체 비중의 75퍼센트를 차지했다. - p.198


가계 부채는 빚을 진 가계들의 자산에 타격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시스템을 돌고 돌아 결국 모두에게 손실을 입힙니다. 가계 지출의 감소는 주택 가격 폭락과 결합된 가계 부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순자산 손실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지역에서는 소비 지출이 줄지 않았지만, 결국 집값이 하락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소비 지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현대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 압류 또한 빚이 없는 집에도 가치를 떨어뜨리는 외부효과를 가져오며,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폭탄 돌리기는 언젠간 폭발합니다. 저자들은 가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매우 위험하며, 구제 금융을 통해 금융 시장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 역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저자들은 위험 분담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형태의 모기지 계약, 책임 분담 모기지를 제안합니다. 저소득층에게만 피해가 집중되는 기존의 제도가 아닌, 채무 계약은 돈을 빌려준 대부자도 위험과 책임의 일부를 나누어 가지는 주식의 형태에 보다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대 최악의 경기침체, 계속 상승하는 가계대출, 줄어드는 일자리, 세계 최고 수준의 빈부격차, 빚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주택시장.. 지금 대한민국에서 빚내서 집을 사는 것은 자살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어쩌면 80년대의 일본, 08년의 미국보다도 더 혹독하고 잔인한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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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디어 트렌드
이창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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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신문은 필수품이었습니다. 세상의 정보를 알기 위해선,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이 아니곤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TV가 신문의 자리를 점점 차지해갔고, 신문 구독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른 지금, TV 역시 신문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있는 TV를 버리진 않겠지만, 더이상 TV를 살 의향은 없어졌습니다.

더이상 신문을 구독하지 않지만,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곧 TV를 켜지 않게 되겠지만, 방송사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미디어는 과거에 권력이자 돈이였으며, 현재도 마찬가지이며,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신문을, 방송을 소비합니다. 다만 종이의 형태가 아닐 뿐입니다. 회사에선 신문 스크랩 프로그램을 통해 종이에서 PDF파일로 변환되며, SNS를 통해 짧은 글로 압축되고, 카드뉴스를 통해 이미지화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소셜 퍼스트, 모바일 온리, 테크 저널리즘입니다. 오늘날 미디어는 스낵컬처, 카드뉴스, 로봇과 드론 저널리즘, 스토리 펀딩, 인스턴트 아티클, 라이브 비디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소비됩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변화를 선도했던 페이스북 등 신생 매체들은 가장 영향력있는 미디어 업체가 되었습니다. 전통적 미디어 기업들이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회사 문을 닫을 뿐입니다. 변화에 앞장선다면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이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가 오갔다 치자. 그럴지라도 가장 큰 문제는 "그건 아니지" "그건 이거지" 하고 결국은 그 회의의 가장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그런 회의는 백날 해봤자 '아날로그 퍼스트'가 되고 만다. 원래 브레인스토밍의 최대 미덕은 열린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저런 농담이 오가다가 그저 그런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실제로 구현되며 놀라운 혁신을 가져온다는 데 있다. - p.135


새로운 시대의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던 고정관념이 과연 정말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사는 정말로 조선일보일까? 그 기준은 단순히 발행부수였습니다. 하지만 기준이 모바일 활동지수라면,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열심히 읽고, 더 많이 전파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사는 다른 곳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신문사의 영향력은, 트위치TV나 아프리카에서 방송하는 단 한 명의 방송인만도 못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트렌드는 바로 지금에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또 다른 무수한 변화가 생겨나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만, 수없이 범람하는 낚시성 뉴스 같은 의미없는 정보를 양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의 변화의 중심에서 오히려 기본에 충실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KBS나 MBC같은 전통적 언론사의 뉴스보다 JTBC의 '뉴스룸'이 더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된 것은, 정보 전달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던 간에, 미디어가 언제까지나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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