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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재발견
에리카 아리엘 폭스 지음, 임현경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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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 걸" 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조별과제를 하면서 경험했을 수도 있고, 연애를 했을 때 경험했을 수도 있으며, 면접장에서 면접을 볼 때 경험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후회는 "이렇게 말했으면 더 주변을 웃겼을 텐데"의 수준일 수도 있고, "이렇게 말했으면 더 말이 깔끔했을텐데" 정도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말했으면 다투지 않았을 텐데"처럼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의견충돌이 생긴다는 것은 때에 따라선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습니다. 대형 계약의 체결 과정일 수도 있고, 평생을 함께했을지도 모르는 연인과의 대화가 잘 성사되느냐의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순간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무척 중요합니다. 얻을 수 있는것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 대한 주도적인 담론은,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성을 일깨워라, 스토리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제시해라,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라 등 다양한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다른 사람을 움직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라는 메시지들이었습니다. 그 성공의 메시지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수없이 합니다. 고객을 설득하고, 친구를 설득하고, 직장 동료를 설득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단순한 설득기술만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상대를 움직여야 할 때도 있지만, 자기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특히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도, 혹은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합니다. 회식자리를 얼어붙게 만드는건 부장님의 유머고, 반민주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회장님의 독단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이 투덜댑니다. 그들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성과는 자신의 덕으로 돌립니다. 저자는 만약 다른 사람보다도 자신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힘든 문제에 대해 털어놓았다. "50년 동안 매일 아침 아내가 넥타이를 골라줍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싫습니다. 제 아내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대법관은 영리하고 솔직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의사소통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 pp.26~27


저자는 자신을 설득하는 것은 자신의 잊혀진 모습들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들, 자신이 꿈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순간들,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절들, 전사처럼 일에 몰입하던 모습들을 통해 자신을 설득하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이상적인 자신과 현재 자신의 괴리를 줄여줄 수 있으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마음과 의지가 자신의 세계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아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 모습대로 자아를 실현하라, 상상한 그대로 삶을 창조하라는 메시지는 다소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서 문제를 찾는 것보단, 가끔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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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이펙트 -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외치던 한 과학자의 놀라운 발견
브루스 H. 립튼 지음, 정민영 외 옮김 / 미래시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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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으라 한다면, 역시 결혼이 아닐까 합니다. 죽을 때까지 인간의 평가기준으로 낙인찍히는 수능 결과, 자신의 이름을 대신하게 되는 직업 이름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사적 순간을 공표하는 결혼이야말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요즘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삼포세대, 즉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것은 점점 더 많아지는 비정규직 자리와 늘지 않는 소득, 출산을 선택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비인간적 근무환경, 점점 더 부담되는 생활비 및 교육비 등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지 연애, 결혼 그 자체가 싫어서 포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결혼은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결혼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한 커플이 가장 강렬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허니문 과정도 중요합니다. 허니문을 갔더니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나, 크게 싸워서 허니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혼하는 등의 이야기도 있지만, 다수의 커플은 허니문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냅니다. 이 허니문과 같은 기분을 결혼생활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의식적 노력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며, 과학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허니문 이펙트입니다.

사랑을 한다는 경험은 매우 강렬합니다. 그것은 분명히 평소의 자신과 다른 행동을 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랑의 행동을 연구해 왔습니다. 사람이 누군가에 심취하면 에페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증가하며, 이 호르몬들은 신진대사를 더디게 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합니다. 반면에 뇌 안의 세로토닌은 감소하게 되는데, 그러면 연인에 대한 생각 외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듯한 행동을 합니다. 이런 상태는 긍정적으로는 한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지속시키지만, 동시에 사랑과 관련된 각종 범죄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헬렌 피셔는 "인간은 원래 사랑에 실패했을 때 끔찍하게 고통을 받도록 만들어졌다. 사랑에 거부당한 사람의 뇌를 살펴보면 무수히 많은 감정의 파편들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출산을 그다지 장려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결혼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 왜냐하면 2세에 대한 욕구보다 짝을 이루려는 욕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자녀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등생물의 짝짓기 행위가 꼭 2세를 갖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연결감' 그 자체를 위한 것임을 안다면, 예컨대 동성애 등에 대한 편견이 좀 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 pp.35~36


저자는 오랜 세월동안 사랑은 필요없다고 말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이제는 열렬한 사랑 신봉자가 된 듯 합니다. 저자는 믿음과 의식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누구나 허니문 이펙트를 창조할 수 있으며, 평생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그런 유토피아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에는 찬성하기 힘들지만,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강렬하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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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해도 되는 직업
최혁준 지음 / 라임위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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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가장 개성적으로 표현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름 못지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직업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생의 삼분의 일, 혹은 절반을 직업인으로서 살아가기에, 직업은 사람에게 있어서 제2의 아이덴티티가 됩니다.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대한 일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노동자를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하나는 아니말 라보란스라 불리는 것으로, 굴레를 짊어진 짐승처럼 매일 고된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 인간을 말합니다. 아렌트는 아니말 라보란스의 대표적인 존재로 아이히만을 지적했는데, 아이히만은 자신의 일이 되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 그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은 사악한 동기에서 행동하지 않았고, 누구를 죽일 어떤 의도도 없었으며, 유대인을 증오하지도 않았지만, 결국 그가 한 행동은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에 넣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아렌트는 다른 부류의 노동자로 호모 파베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호모 파베르는 베르그송에 의해 창출된 말로,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만들어야 하는 존재로 보는 인식입니다. 아렌트는 호모 파베르에서 공동의 삶을 만드는 인간의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호모 파베르 노동자는 물질적인 노동과 행위를 판단하는 존재로, 아니말 라보란스보다 상위의 존재입니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 역시 호모 파베르를 구체적 실천을 통해 생명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하며, 현대 노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지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말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호모 파베르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하라고 외쳐도,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해도, 우리는 대부분 아니말 라보란스가 됩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연봉, 사회적 인지도 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직업을 선택합니다. 물론 연봉, 사회적 인지도는 객관적으로 정형화될 수 있는 기준이라는 면에서 무시할 만한 가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밖에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초, 중, 고등학교 때부터 동일한 교육을 받고, 대학교는 성적순으로 학과에 배정됩니다. 수능 1등을 한 학생이 의과대학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당연하게도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하는 물음, 나 자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쉽게, 아무 생각 없이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연봉과 사회적 인지도에 따라 직업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청년들이 증가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취업되는 곳의 일을 하게 됩니다. 신입직원을 뽑을 때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일단 취업해서 어떤 일이던 1년, 혹은 3년만 일하면 경력직으로 다른 일을 알아보겠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신입직원 4명 중에 한 명은 1년 내에 퇴사를 합니다. 다급히 선택한 직장의 연봉이나 환경 때문에 퇴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연봉과 인지도가 괜찮은,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간 직원들도 많이 퇴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현상은 아니말 라보란스가 됐음을 직장인들이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질적인 것만을 충족시켜준다면 좋은 직장이 되지 못합니다. 정서적인 부분,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그런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서적인 부분만을 충족시켜 주는 직장도 좋은 직장은 아닙니다. 오늘날 열정노동이라 불리는 부작용이 등장했습니다.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서만 머물던 열정은 산업의 내부로, 노동으로 유입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열정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윤리를 가져 왔습니다. 이 새로운 윤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며, 그러므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열정노동의 명분을 통해 자본주의는 청춘들에게 꿈을 꾸라고 강요하고, 열정이라는 미명 하에 그 꿈을 실현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거의 공짜로 착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열정노동은 일은 더 열심히 시키면서도 돈은 더 적게 줄 수 있는 최적화된 착취를 가능케 합니다. 때문에 정서적인 부분과 물질적인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화운동과 복지사회로의 전환은 직장의 물질적인 부분을 상당수 개선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물질적인 부분의 개선도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현재 더 시급한 과제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일, 즉 천직을 찾는 일입니다. 천직을 찾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관련된 기술을 익히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하느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그냥 일하고 살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값어치 있는, 천금보다 비싼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바로 자신의 진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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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이 답이다 - 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까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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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에서 외야수가 플라이볼을 놓친다면 그것은 에러가 됩니다. 그러나 플라이볼의 낙하지점을 짧은 시간 안에 확실히 예측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선수들은 대부분의 공을 캐치하며, 공을 잡지 못하는 것을 실수로 간주합니다. 비슷한 예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고 있는 자동차 운전이 있습니다. 운전은 1,500개 이상의 작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기술인데, 뇌 수술 전문 외과의를 뺀 나머지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바로 운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전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야구선수와 운전자의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인 부분에서, 직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무의식적 지능인 직관은, 스포츠나 예술분야 등을 제외하곤 천대받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적 측면에서 현대는 그야말로 이성의 세기, 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고 많은 업적을 이뤘습니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물이나 공기의 운동마저 정확하게 예측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과학적 방법론이 기반이 되는 사회가 됨에 따라 모든 것이 과학을 언급하지 않고선 안 되게 되었습니다. 종교적 논쟁도 과학의 입김을 비껴갈 수 없으며, 인문학 논문에서마저도 수학적, 과학적 방법론이 도입되어 각종 수식과 그래프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허풍마저 R=VD라는 수식으로 표현되자 그럴듯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웃지 못할 코미디입니다.

우리는 곳곳에서 과학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정보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자 게르트 기거렌처는 묻습니다. 과연 대중들이 과학적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 올 확률이 30퍼센트라고 하면 그것은 무슨 뜻인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성 기능 장애가 올 확률이 30퍼센트라는건 무슨 의미인가? 이런 과학을 기반으로한 수많은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 지 물어본다면 그 답은 부정적입니다. 즉 우리 대부분은 과학적 신호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위험 숙달 능력, 위험의 속성과 정도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다행스럽게도 대중이 우매하거나 미개한 존재라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기존 교육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쉽게 얻기 힘든 지식이라는 점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런 과학적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소위 전문가라 불리우는 계층들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9퍼센트의 배당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투자 상담사들에게 물었을 때 절반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타미플루의 약효와 선택결정에 대한 논란과 같은 의학적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망률 80퍼센트 감소나 70퍼센트 증가 같은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는 경우는 의사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런 과학적 데이터에 대한 인지과정에서 혼란의 원인은 사람들의 지능이 문제라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전문가의 해독능력 및 대중들과의 소통 능력 부재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재무책임자 데이비드 비니어는 그들의 위험 모델에 따르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25시그마 사건'이 며칠간 이어지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5시그마 사건이라면 얼마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사용된 위험모델에서 3시그마 사건은 2년에 한 번, 5시그마 사건은 이전 빙하기 이후 한 번, 7~8시그마는 빅뱅 이후 한 번 일어날 확률이며, 25시그마는 그 모델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확률이다. 그러나 그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어났다. - p.69 

금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수학적 모델은 예측 불가능한 금융시장의 위험을 예측 가능한 것인 양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확실성의 환상으로 인한 절대적 확신성은 모든 의혹을 배제하는 위험한 정신적 상태입니다. 복잡한 위험 모델은 극소수의 위험요인을 지니고 충분한 데이터를 지닌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세계에서나 가능할 뿐 실제 세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저자는 금융시장과 같은 복잡한 세계에선 가장 단순한 방법을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n분의 1 방식, n개의 펀드에 똑같이 투자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분산투자가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방법론이 애용되는 이유는 그 방법론 자체가 가져다주는 안심과 보증 때문입니다.

 

"1969년부터 회사의 투자를 살펴봤습니다. N분의 1 방식을 우리의 실제 투자 전략과 비교해 봤습니다. 단순 어림셈법을 썼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더군요."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단순한 것이 낫다는 생각에 저는 동의합니다만, 고객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지요? 고객이 들으면 '그건 나라도 하겠다'고 할 게 뻔합니다." - p.148 

저자는 커다란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뻔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고를 막았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두 가지의 지적을 합니다. 첫째는 우리는 때로는 직관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위급할 때 단순한 방법이 효과적이며 그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체크리스트인데, 해야 할 일을 기록하고 한다는 단순한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툴 가완디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석에선 유용한 체크리스트가 중환자실에선 무용지물이 되기도 합니다. 항공사의 문화는 오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반면, 의료계는 오류를 부정적이고 받아들이고 개선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가진 권위적인 구조, 사고를 숨길 수 있는 시스템, 실패에 대한 소송과 책임의 공포 등은 의사들로 하여금 방어적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판단과 환경을 만듭니다.

 

체크리스트의 시범 사용 기간이 끝나갈 무렵에는 80퍼센트의 직원들이 체크리스트가 사용하기 쉬우며, 실시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고, 치료의 안전성이 향상됬다고 전했다. 그리고 78퍼센트의 의료진이 실제로 체크리스트가 수술실에서 실수를 방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수술받는다면,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길 원합니까?" 응답자의 93퍼센트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체크! 체크리스트》p.211 

기거렌처는 더 많은 정보, 더 복잡하고 정교한 공식을 사용하는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더 위험을 해석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대중들도 위험을 해석할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 판단력을 교육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위험을 판단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권위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확실성이라는 환상을 포기해야 하고, 오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권위자의 명령만이 들리는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믿고 배에 남아있으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선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희망적인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생각하고 책임지는 용기는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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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심리학 - CIA 거짓말 수사 베테랑이 전수하는 거짓말 간파하는 법
필립 휴스턴 외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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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들은 어렸을때부터 거짓말은 나쁜 행동이며, 따라서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모든 사람은 결백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쉽사리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하기 힘들어하게 합니다. 상대방이 거짓말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위에 사회가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를 구성하는 또 다른 기둥에는 사람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고 써져 있습니다. 어쩌면 거짓말을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 덕분에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부 행동 연구에 따르면, 우리들은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을 포함해 하루 동안 평균 열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든 거짓말을 하며, 난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이며, 개인간의 관계에서나, 사회간의 관계에 어디든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파악하는 것, 상대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거짓말이 드러나는 순간을 간파하는 기술은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 3명은 모두 CIA에서 거짓말 탐지 방법을 개발하고 활용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거짓말에 숨겨진 심리학을 파헤칩니다. 거짓말을 통해 드러나는 심리학적, 언어학적, 행동학적인 징후들을 안다고 해서 꼭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랜 연습과 수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노력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거짓말을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가려내는 사람이 평소 거짓말을 하는 매커니즘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거짓말을 바라보려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접근법과 편견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쉽사리 믿기 힘들어하는데, 사람들을 믿고 싶어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우리 대부분이 타인을 평가하는 위치에 서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대에 대한 평가가 거짓말 탐지 과정에 발을 들이게 되면 진실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중에 의사소통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의사소통은 체계적으로 따져보면 매우 복잡합니다. 언어 자체가 부정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거짓말에 관한 의사소통을 분석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게 언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이를 쉽게 분석하기 힘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주 다양한 편견 속에서 살아가며, 이는 거짓말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덫으로 작용합니다.

당신이 1990년대 초에 있었던 한 사건을 담당한다고 해보자. 캘리포니아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가 집단 내 어린이 60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이었다. 이 어린이들 중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한 열세 살짜리 여자아이는 수사관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여러 아이가 여러 해 동안 교주에게 당한 끔찍한 일들을 설명했다. 예상했겠지만 교주는 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더군다나 여자아이가 들려준 역겨운 이야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악마 같은 교주일까, 어린 여자아이일까? - p.30 

아마 십중팔구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교주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교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권력자이고, 여자 어린아이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천사같은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이겨내면 진실이 보입니다. 수사관들은 자신의 편견을 다스릴 수 있었던 덕분에 여자아이가 자신의 증언이 잘 짜인 거짓말이였음을 자백하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아주 힘듭니다. 우리는 도난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증거 없이도 교수보단 노숙자를 더 의심하며,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생긴 사람보단 못생긴 사람을 의심합니다. 죄가 밝혀지더라도 잘생길수록 법정에서 더 적은 형벌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편견으로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편견을 이겨내기는 힘들지만, 이겨낼 수만 있다면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진실을 말입니다.

가끔 TV드라마들을 보면 거짓말 탐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드라마에서는 흔히 표정 분석만으로 거짓말을 가려내곤 합니다.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이러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거짓말 판별법이 소개되곤 하는데, 시선 피하기, 닫힌 자세, 성급한 대답, 꼭 맞잡은 손, 얼굴을 붉히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정 분석은 신뢰도가 떨어지며, 거짓을 가려낼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독특한 행동들이 어느정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거짓말의 증거가 되진 못합니다. 그보다 거짓말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징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답하지 않음, 분명하게 부정하지 않음, 대답을 꺼리거나 거부함, 미응답 진술, 공격 모드 돌입, 질문의 범위를 축소함, 종교 들먹이기, 설득력 있는 진술 등이 거짓말과 관련된 언어학적, 심리학적 요소들입니다.

거짓말을 판단한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 언어와 행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거짓말의 베이스에는 상대가 결코 생각만큼 논리적이지 않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논리적으로 알아챌 수 있어야 합니다. 거짓말이 드러나는 징후들은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을 모두 포함해 거짓 행동을 나타내는 징후가 둘 이상 모여있는 클러스터와 타이밍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거짓 행동은 이러한 클러스터, 언어적인 형태나 비언어적인 형태 모두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보고 듣기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곱자모드라 부르는 상태가 되도록 훈련해야 하기도 합니다. 때론 진실이 거짓을 은폐하는 역설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실을 무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혀 관계가 없는 진실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진실을 무시하기 매우 힘듭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듣고 살아갑니다. 때문에 매일 주변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다른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고 상상해보면, 그야말로 짜릿한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들간의 거짓말도, 애인간의 거짓말도, 심지어 TV토론회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거짓말도,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거짓이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한 사람들이 선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거짓말을 분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굉장합니다. 거짓말을 판단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성에 대한 도전입니다. 거짓말을 알아내기 위해 개인적, 사회적 편견과 믿음에 도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며, 값진 진실을 손에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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