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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유은실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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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의학생들을 가르치는 지도교수는 환자를 병명으로 지칭합니다. 그 순간, 인간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병에 걸린 단순한 생명체만 남았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생명을 접하고, 그만큼 죽음을 접하는 의사들이 의사생활을 버티기 위한 필사적인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 때 한 학생이 용감하게도 환자에게 직접 묻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환자는 웃으며 답해 줍니다. 그 순간, 다시 한 인간이 그 자리에 살아 숨쉽니다. 영화 패치 아담스의 한 장면입니다.

누구나 죽는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사람이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그에게 판단력과 결정력이 없다고 단정짓고 환자의 삶을 빼앗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의 없이 요양원에 보내는 것, 아이의 치료를 부모가 거절하는 것, 환자에게 병명을 알려주지 않거나 환자와 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합니다. 우리는 영화 속의 지도교수처럼, 그 사람이 앓고 있는 병이 마치 그 사람 자체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책의 저자 데이비드케슬러는 '죽음의 5단계'로 유명한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제자이자 호스피스 전문가로, 죽음을 대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죽음과 마주한 사람의 위엄을 손상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저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책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죽음이라는 원초적인 공포와 두려움 앞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분명 중환자실적이기보단 호스피스적이지만, 의학적 처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축복할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엄 있게 살아야 하듯이 죽을 때도 누구나 위엄을 잃지 않아야 한다. 위엄 있게 죽는다는 것은 삶이 그러하듯이 죽음도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엄 있게 죽는다는 것은 늘 그렇듯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 자신이 된다는 의미다. - p.252


데이비드 케슬러가 말하는 존엄한 인간의 죽음은 환자는 살아 있는 존재로 대우받아야 하며, 어떤 식의 보살핌을 받을지 결정하는 데 참여해야 합니다. 지식이 충분하고 자상하며 배려심 있는 사람이 돌봐줘야 하며, 홀로 외롭게 죽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죽음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아이들도 가족의 죽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참여시켜야 합니다. 희망의 대상은 바뀌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며, 완치에서 편안함으로 목적은 바뀌더라도 계속 의학적 처치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아름답습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죽음의 이야기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봅니다. 구의역 사고에서 우리는 죽음이 존엄하기는 커녕 매우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삶은, 죽음이 결코 평등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손주와 자식들, 파트너가 보는 와중에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 사랑을 기반으로 한 죽음은 N포세대는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존엄하게 대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최소한 죽음만큼은 평등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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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4-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주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면회를 다녀왔어요
여러가지 호수로 목숨만 연명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존엄은 느낄 수 없었고.. 진정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왜 우리는 살았을때 죽음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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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의사가 되고자 했다. 단순히 공부를 잘 했다는 이유로, 또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의사가 되지 않았다. 그는 삶을 알고자 했고, 죽음을 알고자 했다. 그는 사람을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더 편하고 돈을 잘 버는 의학분야를 선택할 때, 그는 신경외과의 길을 택했다. 다른 부위의 손상보다도, 뇌나 신경의 손상은 사람의 정체성을 근원적인 관점에서 흔들리게 한다. 훌륭한 동기, 뛰어난 교육, 치열한 노력은 남자를 크게 성장시켰다. 물질적 보상은 그가 바란 목적은 아니였지만, 그의 성취를 나타내는 지표로 삼기엔 충분했다. 그는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가 될 수 있었고, 그 목전에 있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의사들은, 그리고 의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이 일한다. 레지던트는 말할 것도 없고, 교수가 되더라도 업무의 강도는 혹독하다. 그런 방식의 성장만이 훌륭한 의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적게 벌면서, 더 여유있는 업무량으로 일할 수 있는 의학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의사들은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일하고 있으며, 저자인 폴 칼라니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레지던트 생활을 끝내기 전에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혹독한 생활환경이 암을 만들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아니라는 근거도 없다. 단순히 운명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타이밍은 너무나 가혹했다.

폴 칼라니티는 의학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접하고, 삶과 죽음을 보았다. 신경외과를 택한 그의 바램대로 무수히 많은 환자들이 무수히 많은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환경에서 그는 의학은 결코 질병을 완치시키고 과거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과학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것은 초자연적, 혹은 초양자적, 초과학적인 일이었다. 그는 환자에게 자신의 질병을 이해시켜주고, 대비하게 해주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이 의학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의학이 말하는 그 역할을 폴 칼라니티도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의사답게, 현대의학이 암 치료에 제공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했다. 환자이자 동시에 의사로서 자신의 전담의사와 함께 폐암을 맞이했다. 약효의 성능, 부작용, 생존곡선 등을 이해했기 때문에 그가 의사로서의 정체성에서 환자로서의 정체성을 더 잘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치료 초기 성과가 좋아지자 그는 환자에서 다시 의사로서 부활을 꿈꿨고, 실행했다. 병이 다시 악화되자 다시 환자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했다. 10년 이상 살지 못하게 된 이상 그가 택한 삶의 정체성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작가로서의 모습이었다.

그가 쓴 이 미완의 에세이는 죽음의 곁에서 쓴 에세이다. 그러나 그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죽음 이후를 말하지는 않는다. 결국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위기에서 다시 살아난 파트너와의 사랑, 부부 사이에 얻은 새로운 찬란한 생명이 그의 죽음 곁에 있다. 삶과 죽음은 이렇게 함께 있다. 숨결은 생명이 만들어내며, 바람은 자연이 만들어낸다. 그의 숨결은 바람이 되었다. 그리고 바람은 다시 우리의 몸을 통해 숨결이 된다. 아툴 가완디는 의학은 보기보다 덜 완벽하며, 동시에 보기보다 더 특별하다고 말한다. 그의 삶 역시, 의학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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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
양정숙.고혜림 지음, 허달종 그림 / 콤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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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장애인 복지 시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위를 하던 그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당신의 자식이 사고를 당해 장애가 생겼다는 전화였습니다. 이제 그 사람의 앞에는 휠체어를 탄 자식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이제 장애인 복지 시설을 찬성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반전을 기반에 둔 블랙유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인 시설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는 사람의 가족 혹은 친척, 혹은 친한 친구가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총수는 102만 9천명으로, 이중 88.1%인 91만 명이 교통사고, 산업재해, 불의의 사고 등의 이유로 인해 후전적으로 장애인이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 50명 중 1명은 장애인입니다. 저 아이러니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현실입니다.

김종대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 사회는 소수 약자와 피해자에게 굉장히 가혹합니다.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을 멸시하고,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모욕합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선 남자 가해자들이 강간한 것은 강간 피해자가 꼬리를 쳤기 때문이므로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소수 약자와 피해자에 대한 과한 증오는 사람들의 불안감에 기인하는지도 모릅니다. 뒤늦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다수의 흐름에서 잠깐이라도 멀어져 자신이 소수 약자가 될 경우 증오의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장님을 꿈꾸며 노동자를 멸시하는 노동자들이 되었고, 완전한 평범을 꿈꾸며 소수자성을 혐오하는 소수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같은 인간'으로 본다는 것은 그가 생물학적 인간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나의 동료'로 삼을 수 있느냐 여부이다. 나의 동료가 아니라고 했을 때, 여기서 '나'란 누구인가. 그 '나'란 성적 소수자는 물론 아니며, 오히려 모든 '인간종'을 심판하는 아무 결함 없는 (즉, 아무 '소수자성' 없는) 나이다. 그는 유색인도, 장애인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니고, 불임증과 선천적 질병이 있는 사람도 아닐 것이고, 물론 남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묻는다. 왜 수많은 소수자들 혹은 '소수자성'을 가진 '내가' 완전무결한 '그'의 동료가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소수자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성적 소수자의 인권》p.40

한 소년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재수 없다.", "더럽다.", "병 옮긴다.", "물 더러워진다." 였습니다. 이 소년은 더럽지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병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물이 더러워지는건 이 소년이나 다른 사람이나 별반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이 소년에겐 두 다리가 없었습니다. 이 소년과 어머니는 재활 치료로서의 수영을 원했지만, 수영장에서 매번 쫓겨났습니다. 때론 수영장을 6시간씩 청소해주는 대가로 수영장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명백한 차별이었고, 불법이었습니다. MBC 다큐멘터리『휴먼다큐 사랑』에 나왔던, 세진이와 그의 어머니 양정숙씨의 이야기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없었던 세진이는 친부모가 길에 버린 아이었습니다. 양정숙씨가 그런 세진이를 입양해서 키우기로 결심한 것은, 정말로 무모한 일이었습니다.

세진이는 양정숙씨를 처음 봤을때부터 각인효과에 걸린 오리처럼 잘 따랐고, 양정숙씨 역시 주체할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행복감만으로 살기에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다리가 없는 세진이에게 있어서 최대의 불편은 다리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딜 가도, 지나가던 사람들은 꼭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들을 합니다. 사람들의 멸시는 의족을 사용하기 위해 받은 수번의 수술이나 재활운동보다 아픈 것이었습니다. 양정숙씨는 세진이가 대한민국에서 장애를 가진 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나쁜 엄마'가 되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즐길 권리를 장애인인 세진이가 얻기 위해서는 사회가 주는 온갖 상처를 자신이 맞아 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세진이는 삶의 목표를 일찍 찾았습니다. 재활 치료로서의 수영을 즐겁게 받아들여 수영선수로의 길을 간 것입니다. 수영장을 찾는 것도, 코치를 구하는 것도, 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모두 보통의 수영선수보다 고된 길이었지만, 세진이는 훌륭한 결과로 보답했습니다. 각종 장애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400미터 자유형에서 세계 랭킹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고, 16살에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후원금이 들어왔고, 국내강연과 TED같은 국제강연에서 초청도 받았습니다. 세진이가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자 생모라고 주장하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수십명에 달했습니다. 모두 후원금을 노린 사기꾼들이었습니다. 장애인을 혐오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란듯이 성공한 세진이의 이야기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줍니다.

우리 사회는 차별을 학습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일반 사람보다 급이 낮다는 편견을 정보로서 입력받고, 장애인을 차별하고 무시해도 된다고 학습합니다. 장애인에게 위해를 가하더라도 괜찮다는 강화 단계에 이르러서 우리 사회는 폭력 사회가 됩니다. 세진이와 나쁜 엄마는 이런 사회를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장애인 가족들이 세진이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양정숙씨처럼 나쁜 엄마가 되기도 힘들고, 더한 고통을 이겨내더라도 세진이같은 성공을 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세진이와 나쁜 엄마의 기적같은 이야기는 분명 감동적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야기에 감동받는 사회가 아니라 이야기가 필요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 항독전선에 참여했다 죽은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의 말에 저는 끌렸습니다. 불행한 인간에 대해 깊은 주의를 갖고,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습니까?' 하고 물어보는 힘을 가졌는가의 여부에 인간다움의 자격이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말의 정의》p.14

윌리엄 피터스가 쓴《푸른 눈, 갈색 눈》에 등장하는 제인 엘리어트의 실험은, 차별은 사회가 학습시키는 것이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엘리어트는 차별을 이해하고 막기 위해선 차별하는 가해자와, 차별당하는 피해자 입장을 모두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엘리어트의 수업을 들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 엘리어트의 학생들이 덜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장애인과 일반인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 받는 통합교육을 실시합니다. 우리나라도 통합교육이 첫 걸음마를 떼려 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특수학교란 이름의 장소에 격리됩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자신과 다른 자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 다름에 대한 다수 집단의 반응인 것입니다. 다수 집단의 구성원이 다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계속될 것입니다.

장애인 복지 시설을 소재로 한 블랙 유머를 살짝 바꿔 보면 어떻게 될까요? 장애인 학생이 자신의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며 날뛰는 학부모가 있었습니다. 학부모의 항의 때문에 장애인 학생은 이사를 갔고, 그 학부모의 아이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학부모는 병에 걸려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장애인이 된 학부모를 봉양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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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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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국적인 것을 찾아서, 풍경이 주는 위대함을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은 직접 떠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때론 따뜻한 거실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여행의 쾌락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KBS의『걸어서 세계속으로』, EBS의『세계 테마 기행』같은 여행 프로그램만 봐도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이국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호기심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직접 가봤던 곳이라도 다른 사람의 렌즈를 통해 색다른 여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낯선 땅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며, 작은 것에서도 더 큰 위안과 더 큰 재미와 더 큰 감동을 느낍니다. 여행이란 단어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오늘날 매일 치열하게 일해야 하는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순간의 휴가 그리고 여행은, 노동이 가져다주는 최후의 안식처로 인식됩니다. 18세기 이후 부유한 계층이 여행과 관광을 유익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특정 지역이 휴양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차와 비행기의 발달로 여행이 대중화되었고, 여행은 하나의 생활양식으로서 소비주의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여행의 본질은 개인의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라는 풍조가 공고해지면서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빛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우리는 여행에서 화려한 성, 박물관, 호텔, 번화가, 유적지, 맛있는 음식들을 만납니다. 때문에 우리의 여행은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인 것이 됩니다. 우리가 간 여행지는 실존하는 지역이자, 이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입니다.

좋은 점만 보고 결혼했다간 나중에 후회하는 것처럼, 우리는 빛을 보는 만큼 그림자를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경복궁, 명동, 남산을 가고 호텔에서 한식을 즐기며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만으로 한국을 여행했다고 말한다면, 한국이라는 대상을 이해함에 있어서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경험입니다. 그림자 여행은 내키지 않는 여행이며, 찾기 힘든 여행입니다. 좋은 것만 보며 살기에도 삶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상시 해볼 수 없으면서도 즐거운 것을 찾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림자 여행은 순례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림자 여행은 엄연한 여행입니다. 다만 현대인들이 잊어버린, 혹은 의식적으로 잊고자 하는 여행입니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여행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누구의 도움에도 기대지 않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야생의 길을 완주하는 것. 몇 달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하고 작은 텐트 하나에 온몸을 의지한 채, 오직 '자연과 나' 외에는 어떤 만남도 기피하는 그런 여행. 여행이라기보다 고행에 가까운 여정. - p.337

그림자를 마주봄으로써 비로소 빛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저자 정여울은 말합니다. 저자는 50개의 글, 50개의 사진을 통해 50개의 그림자 여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그림자는 자신에 대한 그림자이면서, 사회에 대한 그림자입니다. 이 그림자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에서 든든한 동반자는 바로 책입니다. 헤르만 헤세, 남재일, 빅토르 위고, 조지 오웰, 박노해, 괴테, 루소 등 수많은 동반자들과 함께 정여울 자신의 그림자를, 한국 사회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 여행엔 일반적인 여행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화려함과 편안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멋들어진 음식도, 어떤 나라에 간 여행객이라면 무조건 들려야 한다는 필수 관광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사유와 진실됨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떠납니다. 친구들끼리 정기적으로 즐기는 스포츠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자식이 있다면 놀이동산이나 동물원에, 연인이 있다면 꽃놀이 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한 여행도 있고, 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지는 않지만 억지로 가는 국토대장정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여행은 언제라도 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한 번쯤은 자신의 그림자를 향해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고합니다. 사회의 그림자를 향한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자신의 그림자에 대한 여행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림자 여행은 큰 돈이 필요한 여행도 아니고, 멀리 나가야 하는 여행도 아닙니다. 어떤 여행회사도 이 여행계획을 만들어 줄 수 없으며, 어떤 유명 여행지도 여행의 목적은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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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마오 - 다큐멘터리 작가가 본 무대 뒤 아사다 마오
우츠노미야 나오코 지음, 이수미 옮김 / 멜론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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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피겨 스케이팅은 극소수의 매니아층만 즐기던 스포츠였습니다. 5년 동안 겨울마다 태릉선수촌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저도 피겨 스케이팅은 신발이 스피드 스케이팅과 다르구나 하는 인식 정도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가진 김연아가 등장하면서 피겨 스케이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 받는 겨울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김연아 열풍은, 피겨 스케이팅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김연아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 못지않게 들리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바로 아사다 마오였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 아사다 마오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인재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전통적 강국인 일본의 기대주이면서 각종 세계 선수권과 대회를 휩쓴 정상급 선수입니다. 축구에 메시와 호날두가 있듯이, 피겨 스케이팅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은 아사다 마오의 선수로서의 삶과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프레드 캐플런이 쓴《마크 트웨인 전기》를 비평하면서 전기 부문의 문학적인 측면을 다스리는 법칙 다섯 가지를 지적한 바 있는데, 히친스의 기준을 통해 이 책의 저자 우츠노미야 나오코의 글을 평가하자면, 평범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히친스는 전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전기의 주인공과 아는 사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는 것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전기의 여러 요소들을 반드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서 흔해빠진 이야기들은 골라내고 주인공을 최고의 인간으로 만들어줄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번쩍번쩍하게 표현해야 하고, 전기 작가는 문맥을 통해 주인공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실하게 보여줘 그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그가 어떤 생애를 살았는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며, 주인공의 사적인 모습 또한 온갖 특이한 버릇까지도 전부 밝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오와 연아를 라이벌 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국 사람도 그런 식으로 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기할 때는 자기 자신한테만 집중하니까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아요. 그저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지요. 라이벌을 의식해서 도움이 되는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면이 있기는 해요. 상대를 생각하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경기 때는 라이벌이 아무 소용 없어요. 상대를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한테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 p.74

우츠노미야 나오코의《아사다 마오》는 불고기 등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아사다 마오, 김연아를 포함한 정상급 선수들과의 관계 속에서 노력하고 투쟁하는 아사다 마오, 한국 미디어와 일본 미디어, 한국 팬과 일본 팬 사이에서의 아사다 마오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오는 단수가 아니라는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책의 분량이 적어 깊이있게 접해보려고 하면 끝내버리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빙상연맹의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서 발굴된 아사다 마오를 통해 한국 빙산연맹의 시스템 및 한국 스포츠의 모습을 돌아본다거나 하는 등의 책을 통해 얻는 지식에서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제가 아사다 마오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사다 마오 금지령 때문이었습니다. 김연아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 피겨스케이팅 인터넷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는데, 그곳은 오직 김연아와 관련된 긍정적인 글만 올릴 수 있었고, 다른 선수들의 긍정적인 평가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다른 선수들 중에서도 아사다 마오는 최고의 주적으로 간주되고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성향 표출은 오히려 아사다 마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욕구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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