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세계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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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의 결혼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본질적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겐 새로운 정체성, 즉 누구의 아내, 혹은 누구의 엄마를 사회로부터 부여받습니다. 인문학자이자 시인, 비평가이자 소설가로 이미 유명해진 저자 시리 허스트베트조차도, 작가로서의 그녀와 유명 작가 폴 오스터의 아내로서의 그녀 중 어느것이 사람들에게 먼저 생각날 지 모르겠습니다.《불타는 세계》는 시리 허스트베트만큼 재능있는, 완전하면서도 불완전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해리엇은 개성있는 외모와 뛰어난 지성, 훌륭하면서도 조금 기괴한 미적 감각을 가진 여성 예술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아주 영향력이 많은 유명 미술상의 부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습니다. 무명 예술가와 유명 미술상의 부인. 사람들은 그녀를 예술가로서 보지 않았습니다. 해리엇은 재능과 욕망을 억누르고 유명인의 아내이자 파티의 안주인, 남매의 어머니의 삶을 살아갑니다. 유명한 미술상이었던 남편이 죽은 뒤, 그녀는 다시 예술가가 됩니다. 그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녀의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발표된 이름은 그녀가 도와줬던 젊은 사람들, 바로 남자들이었습니다.

전부는 아니라도 많은 여자들이 바람직한 성적 대상으로서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야 각광을 받았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여성 미술가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뉴욕 갤러리들이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작품을 훨씬 덜 다룬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갤러리들의 절반을 여자들이 경영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작품을 다루는 곳은 시내 모든 갤러리의 20퍼센트 언저리에 머문다.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들도 나을 게 없고, 현대 미술에 대해 다루는 잡지들도 마찬가지다. 여성 예술가라면 누구나 남성 기득권의 음험한 확산에 맞닥뜨리게 된다. 거의 예외 없이 남성의 예술작품은 여성의 예술작품보다 훨씬 더 값이 비싸다. 달러가 말해준다. - p.118


아무 관심도 끌지 못했던 그녀의 작품은, 젊은 백인 남성 작가의 이름을 단 순간, 현대미술의 파격적 시도이자 깊고 다양한 의도를 지닌 훌륭한 예술작품이 됩니다. 남자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는 전부 성공을 거둡니다. 그것은 그녀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것이 아니였고, 이름을 빌려준 젊은 백인 남성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이 아니였습니다. 장래가 유망한 그를 유명하게 해줬지만 동시에 그를 파괴시켰고, 수많은 비평가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동시에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모습과 의도를 반영하기에 예술가의 것이지만, 동시에 예술가의 품에서 떠나 하나의 기표가 됩니다.

수수께끼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가 남긴 사진을 통해 그녀의 삶을 추적한 다큐멘터리처럼, 시리 허스트베트는 타인의 가면을 쓰고 현대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작품을 발표한 여성의 숨겨진 삶을 추적하는 편집자의 관점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기괴한 현대미술들, 심리학, 생물학, 인문학, 다양한 질문들. 그녀의 사랑부터 모범적인 어머니의 모습, 아이들의 이야기, 홀로 완성된 존재였지만 타인이 인정해주지 않았기에 완성되지 못했던 불완성된 그녀, 그렇기에 타인의 가면을 선택한 그녀, 그럼으로서 비로소 완성된 예술가라고 인정받게 된 존재. 그녀의 삶의 모습은 분명 그녀의 예술작품을 닮았습니다. 수많은 메시지와, 수많은 얼굴들,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깊이를 지닌 '서양 미술의 역사'라는 거창함.

시리 허스트베트는 전작《내가 사랑했던 것》에서도 뚜렷하지 않은 정체성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이번 작 역시 그녀가 탐구하고자 하는 기억과 정체성의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해리엇의 예술작품처럼, 그녀의 작품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은, 마치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해리엇의 예술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평론가들이 젊은 천재 작가 같은 페르소나를 보고 비평했던 것처럼, 시리 허스트베트가 보여주는 방대하고 다양한 얼굴을 한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소설같지 않은 소설, 깊은 통찰에 숨겨진 열쇠들을 하나하나 줍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숨겨놓은 보물상자를 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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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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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습니다."

주인공 가와시마 미나미가 말한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은 42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 49곳만이 진출할 수 있는 일본 야구소년들의 꿈입니다. 평균 경쟁률 85 대 1, 그중에서도 도쿄는 강팀이 많은 최격전지구로 유명합니다. 도쿄에 있는 미나미의 학교는 성적은 상위 20퍼센트 내에 들 정도로 학업적인 면에서 뛰어난 학교지만, 야구는 3회전 진출도 불투명한 평범한 학교입니다. 이런 학교에서 고시엔에 가기 위해선 미나미가 150km의 직구를 뿌리며 타임 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줄만한 선수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였습니다.

미나미가 매니저를 하고 있는 야구부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수준 이하의 야구부였습니다. 많은 부원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는 상태였고, 팀의 에이스인 투수는 벤치에서 음악을 듣거나 잡담을 했고 감독을 무시했습니다. 감독 또한 투수를 피했고 스스로 부원들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고시엔에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미나미란 이름답게 세일러복을 입고 주전자를 든 평범한 매니저가 아니었습니다. 미나미는 150km 직구 못지 않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기는《매니지먼트》였습니다.

미나미는 야구부를 경영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먼저 야구부라는 조직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미나미는 야구팀이란 감동을 주기 위한 조직이며, 감동을 주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대회, 고시엔에 가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행동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인데, 마케팅은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구팀에게 고객은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이기도 하지만, 야구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나미는 마케팅의 시작을 야구부원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기업의 첫 번째 기능인 마케팅은 오늘날 너무도 많은 기업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두 말만으로 끝난다. 소비자운동이 이를 잘 말해준다. 소비자운동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그것은 기업에 고객의 욕구, 현실, 가치로부터 출발하라고 요구한다. '기업의 목적은 욕구의 충족'이라고 정의하라고 요구한다. 오랜 기간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는 해왔지만, 소비자운동이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국 마케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 p.122

야구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던 선수들의 문제가 사실은 선수들의 의욕 부족이 아니라 연습이 매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감독이 사실은 지식적인 면에서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소통능력의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데 실패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 외에도 투수, 다른 매니저, 다른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형태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팀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선수들(직장인)은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감독(사장)의 지식이 팀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만으론 고시엔에 갈 수 없습니다. 고시엔에 진출할 만한 팀들은 모두 저정도는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이노베이션입니다. 이노베이션은 가치를 변화시키는 일이며, 조직 밖에서 일으키는 변화입니다. 더 새로운 것, 더 다른 것을 추구해 낡은 것, 도태중인 것, 진부한 것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일입니다. 미나미는 감독과 상의해 야구계에서 이노베이션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노 번트, 노 볼 전략입니다. 보내기번트를 지양하고, 포 볼을 골라내는 연습과 볼을 던지지 않는것, 그걸 위한 수비의 보강이 중점이었습니다. 야구계의 이노베이션은 현실에서도 존재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가 말하는 것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선수의 출루 능력은, 특히 평범한 방식으로 출루한 경우라면 다른 능력과 비교해 대단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출루, 다시 말해 아웃을 피하는 능력은 수비 능력이나 빠른 발과는 비교도 되지 못했으며 장타력에 비해서도 하찮게 여겨졌다. 그 덕분에 팀의 승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출루율 좋은 선수를 헐값에 사들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머니볼》p.186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이던 오클랜드가 리그 우승, 20연승이라는 신기록과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룬 것처럼 미나미의 매니지먼트에 힘입은 야구부는 극적인 결과를 이뤄냅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적 갈등과 화해, 비극과 희극, 감동과 눈물은 소설이 가져다주는 탁월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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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0
브램 스토커 지음, 이혜경 옮김, 배리 존스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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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구성원인 사람들이 육체보다 정신을 더 많이 쓰는 일들을 함으로써 정신병은 점점 증가되어 왔다. 혹은, 발명되었다. 미셸 푸코는《성의 역사》에서 근대 이후의 성적 욕망의 장치를 네 가지로 드는데, 그 중 하나가 성도착의 정신병리화다. 성도착의 정신병리화란 성기 접촉을 수반하는 이성 간 성애 이외의 다양한 성이 도착적 쾌락으로 간주되어 정신병리학에 의해 이상시된 것을 가리킨다. 중세에는 도덕적 일탈이었던 동성애가 근대에는 정신의학적 병리로 취급되어 치료와 교정의 대상이 되었다. 소설《드라큘라》에 나오는 렌필드 역시 'a zoophagous maniac', 즉 '생명체를 먹는 정신병자'라고 시워드는 정의한다. 소설《드라큘라》가 쓰여질 당시인 18세기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렌필드와 같은 색다른 정신질환자들이 출몰했으리라 본다.

렌필드는 정신병원에 있었다. 렌필드의 주치의 시워드는 렌필드의 병세를 기록하면서 특징적인 면으로 이기심, 은밀함, 그리고 목적성을 들고 있다. 렌필드는 파리를 모아 거미에게 먹이로 주고, 또 거미를 모아 새 한마리에게 먹이로 제공하고, 새들이 많아지자 새들을 처치할 고양이를 요구한다. 렌필드의 이러한 행동은 자연계의 피라미드 모형을 표현하고 있다. 웰스는 렌필드나 드라큘라가 비정상적 인물로 표현되는 것은, 그들이 다윈주의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정상적인 인물로 표현되는 반 헬싱과 같은 기독교 세력과 투쟁한다고 말한다.

다윈주의에 따르면 우리의 존재는 단순한 우연이다. 만일 우리가 설계되지 않은 목적없는 과정의 부산물이라면,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성경적인 교리는 틀린 것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설계에 의해서 인간을 창조하셧다는 것은 바로 기독교 뿐만 아니라 다른 유신론적인 종교의 중심 교리이다. 많은 사람들은 창세기의 연대기가 기독교와 다윈주의 사이의 충돌의 근원이라는 인상을 받아 왔다. 어떤 유신론자들은 다윈주의자들의 설계에 대한 거부만을 제외하고서 다윈주의자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모든 것들을 다 수용하는 것으로서 문제를 피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다윈주의는,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자연주의는 객관적인 실재의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들 자신들을 자윈주의적인 진화에 적응시키려는 유신론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들 스스로가 보호되고 사회적으로 처지게 된 것을 발견한다.

반 헬싱을 비롯한 주인공 일행은 전부 착실한 기독교인들이었다. 조나단은 "영국 국교회인인 나로서는 그런 행위를 우상 숭배로 배웠기 때문에 그것(십자가)으로 도대체 어찌해야 할 지를 몰랐다"고 말한다. 주인공 일행은 드라큘라와 싸울 때 십자가나 성체의 빵 등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대립구도는 다윈주의에 반하여 물질 지향적인 세계에 합리성과 기계문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그것은 기계문명과 공존해야 할 영적인 세계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정신병동에 감금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렌필드의 존재는 정상인으로 활동하는 반 헬싱을 비롯한 다른 주인공들과 대비를 이루며 드라큘라와 같은 존재로 부각된다. 렌필드가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정상으로 간주되는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비상식적인 행동과 말을 하기 때문이다. 렌필드가 다른 인물들처럼 철학을 논하며 상식적으로 통하는 세련된 신사처럼 말하자, 시워드는 그가 완벽한 정상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놀란다. 더구나 주인공들 앞에서 렌필드는 그들의 말과 행동 양식을 완벽히 모방해 냄으로써, 신사나 정상으로 간주되는 것 또한 일종의 관습이며 모방 행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렌필드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었는데, "제발 꽉 조이는 조끼 입히지 말아 주시오. 난 생각하고 싶어요. 그런데 내 몸이 묶여 있을 때는 도대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단 말이요" 라고 한 대사에서 그가 이성적인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체면과 가식과 허위로 가면을 쓰고 속의 마음을 숨길 경우, 충분히 자신도 정상인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구분이 전혀 불가능해질 정도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렌필드의 연설을 듣고 시워드는 렌필드의 "이성이 되돌아왔다"고 한다. 렌필드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단순히 생존 경쟁이나 약육강식의 구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렌필드에게 있어서 '나의 주며 주인'인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접근하자 렌필드는 미나만은 드라큘라에게서 멀어지라고 경고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렌필드는 스스로 자신을 '이상한 믿음을 지닌 사람의 예'로 들고, 바로 그 때문에 친구들이 자신을 감금했다고 설명한다. 렌필드의 예처럼 우리는 흔히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 부르며 사회에서 격리한다. 그러나 충분히 '정상인'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구분이 전혀 불가능해질 정도로 행동할 수 있는 '비정상인' 렌필드의 모습은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혹은 무의미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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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멋있었다 세트 - 전2권
귀여니 지음 / 반디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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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책을 뒤늦게나마 읽어 봤습니다. 벌써 9년이 지난 작품이네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화되기도 하고, 저자를 한국에서도 이름난 성균관대학교에 특례입학시켜준 작품입니다. 한때는 제 친구들이 이 책을 거론하며 이 책만큼의 글도 못쓰는 사람들이 성대 아래 대학 사람들이다 라고 짓궂은 농을 던지기도 했었죠. 물론 이러한 감투들이 작품성을 보장하는것은 아닙니다만..외관상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이긴 합니다.

저는 소설책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매체를 거의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드라마는 사극 용의눈물 이후론 보지 않았고, 영화는 주로 헐리우드 액션 영화 취향이기 때문에 이런 연애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쪽은 잘 모르는 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기본적인 구성은 너무나 익숙했습니다. 남자주인공은 싸움잘하고,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생겼고,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술과 담배에 자동차까지 운전하지만 정서적으로 아픈 부분이 있다는 설정, 여자주인공은 대단히 평범하지만 그런 남자주인공과 연애를 한다는 설정은 많이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책이 나온지 9년이 넘은 터라 그 당시 화제가 됬을때는 이런 구성이 평범했는지, 참신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더 크게 보자면 이런 구성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일 테니, 어찌보면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왕도적인 구성이라는 점에서 이런 선택은 무난하지 않았나 합니다. 관련 글을 보니, 이 책의 여주인공은 집필 당시 여고생이였던 저자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학생들은 저런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책의 특징중 하나인 이모티콘의 남발은 주류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기호학적인 의미도 없고, 단순히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기능밖에 없는데 언어는 이미 이모티콘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감정을 충실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내세우는 하나의 특징적인 개성으로서 이모티콘을 내세우는것은 물론 의미가 있을수는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의 서평들을 몇개 봤었는데, 억압된 청소년들의 해방구를 묘사했다던지, 성적으로 관대해지는 청소년들의 변화를 표현했다던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것이다 같은 여러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별로 그런건 못느끼겠더군요. 여고생이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파악할정도로 술을 마시고, 밤에 남자들과 놀러나가서 외박하고, 나이트클럽에 가고, 학생들끼리 명품을 자랑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하는 장면들이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없지는 않습니다. 근래에도 학생들의 노스페이스로 대변되는 명품 아웃도어 옷의 경쟁을 보면 학생때의 비합리적이면서 동시에 그 당시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소설에 나와있을수도 있습니다. 청소년으로서 술을 먹고, 남자와 여자가 외박하고, 차를 몰고, 나이트클럽에서 몸을 흔드는 것에 대한 묘사들도 청소년기에 한번쯤 그런 욕망을 꿈꿨다면 사회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저항적인 요소와 대리만족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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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얼음 2016-10-0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중고생들 귀여니 작품 엄청 좋아하드라고요....
 
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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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이전 작품에 비해서 등장인물간의 연애감정이 꽤 잘 묘사되어 있다고 느낀 점입니다. 기존 작품들을 본 적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이번 작품처럼 사랑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힘은 과연 책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서 주인공인 예언자는 "예언은 폭력이다" 라고 말하며 고문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예언을 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지만, 결국 사랑 앞에서는 그 원칙을 깨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자기 자식이 죽은 존재에게 자기 자식을 죽인 종족의 자식을 돌보게 하는 장면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예언의 등장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흥미롭습니다.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예언을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죠.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궁합을 본다거나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거나 종교를 믿는다거나 점을 본다거나 하는 것들도 일종의 예언적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예언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책의 등장인물이나 우리나 크게 다를 바 없기도 합니다. 예언을 회피하기 위해 운명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혹은 예언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예언을 받고 미래를 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행복할까, 불행할까? 와 같은 주제는 많은 문학에서 등장한 주제기도 하지만 동시에 끝나지 않는 주제인것 같습니다. 예언에 대한 제 생각은 책의 글귀로 대신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왕비는 침소로 돌아가 책이나 마저 읽다가 자기로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손을 뻗던 왕비는 그 손을 멈췄습니다. 그녀는 당혹감을 느끼며 책표지를 노려보았습니다.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많이 식었다는것을 깨달았거든요. '범인은 영주의 아들입니다.' 문득 왕비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습니다. - p.115

전작인 드래곤라자와 같은 세계관인터라 드래곤은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여전히 초자연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인간과 대립, 혹은 관계를 지닙니다. 작중에서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특정 형태로 형상화했지만, 마치 자연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전작 이후 1000년동안의 인간세계는 프랜시스 베이컨으로 대변되는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서양의 시각과 닮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드래곤과 인간을 이어주는 라자를 잃었고, 자신들을 위해 드래곤을 공격합니다. 이러한 인간과 자연적 존재와의 대립이라는 구도는 소설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하다고 느껴집니다.

책의 문체는 꽤 독특했습니다. 이런 형태를 뭐라 하는지 제가 국문과 출신이 아니라서 제대로 표현할수가 없는데, 마치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혹은 할머니가 손자손녀들에게 옛이야기를 말해주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취향에 따라서 좋게 보면 좋게 보고 나쁘게 보면 나쁘게 볼수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옛날 만화책에서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당근이지! 같은 대사가 나오는것을 싫어하는데, 이 책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몰입할수 있을만한 문체쪽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책은 재밌었습니다. 한번 펼쳐서 끝까지 읽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론 2~3권 정도의 볼륨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한권으로도 주제의식, 케릭터의 표현 등에서 부족함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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