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도를 본받아 - 라틴어 원전 완역본 ㅣ 세계기독교고전 2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4월
평점 :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주님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그분안에 머물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주님 안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과, 감히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사실역시 깨달아야 한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정리하면 간단하다. 주님 안에 있을 때, 그 분에 속해있을 때 우리는 그 무엇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해도 그분의 삶을 닮아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실천없는 믿음이기 때문에 주님은 기뻐하시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그분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을것인가.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을 깨뜨리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 자신의 의지를 거슬러 행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작고 쉬운 것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더 크고 어려운 것들을 이겨 내겠습니까? 악한 유혹이나 성향이 점점 더 크고 악한 것으로 자라나서, 몸에 밴 악한 습관이나 습성이 되기 전에, 애초에 그 싹을 잘라 버리십시오. 49쪽
책을 대충이라도 훑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왠만한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발전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다. 사실 이책의 집필 목적은 일반 독자, 평신도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친형과 함께 수도생활을 했던 곳에서 교육담당을 맡기도했던 토마스 아 켐피스가 수도사들을 대상으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어느 누구라도 그의 지침대로 살아간다면 신자로서는 주님께 영광, 비신자일지라도 타인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아갈만하다. 존경이 무리라면 적어도 제 스스로 괴롭히지 않고 평온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스님들의 조언인듯한 내용도 있고,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심리학서에 나온듯한 내용도 있다.
불만과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많은 의심으로 요동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평아늘 누리게 하지도 못합니다. 흔히 그런 사람은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해 버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빠뜨리고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지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은 소홀히 합니다. 99쪽
위의 내용은 최근에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의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에서 이야기한 아들러의 '신경증환자의 라이프스타일'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잣대로 타인을 비방하는 모습이 정말 닮았다. 아들러가 신경증환자가 불행을 자초한다고 말하기 전에 토마스 아 켐피스는 그런 삶이 이 세상의 삶 뿐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도 옳지 않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서두에 말한 내용을 꼽씹자면 만약 예수님안에서 멀어지거나 혹은 정말 버림받았다고 느껴질 만큼 참혹한 상태, 무능력한 상태에 빠지더라도 우리는 포기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럴때일수록 우리는 더더욱 하느님을 붙잡고 견뎌내야 된다고 말한다.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도, 주님이 계시지 않을 때에는 아무것도 아니고, 실제로 그 어떤 행복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이렇게 주님은 모든 선한 것의 종착지이시고, 가장 높은 생명이시며,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존재이십니다. 273쪽
이처럼 슬럼프를 이겨내는 부분이 스님들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심리학에서 조언하는 내용과 조금 다르다. 끊임없이 자기개발, 자신을 낮추는 삶은 물론 주님을 향한 한없는 사랑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부분에서 독자가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무신론자라면 납득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책이든, 사람이든 우리는 아무리 존경하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모든 것에 공감하고 동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유용한 내용은 취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종교적인 부분이니 제외하면 될 일이니 종교와 무관하게 행복하고 참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