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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당신에게도 나무들이 전해 준 그 행복을 나누어 주고 싶다. 또 누가 알겠는가? 내 이야기를 들은 당신이 집 근처 숲을 거닐다가 나보다 더 큰 기적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지. -머리말-
[나무수업]의 부제는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로 서문만 읽어도 부제에서 말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다. 나무는 우리가 심어준 그 자리에서 정성껏 인간의 힘으로 잘 자라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이 베어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나무들끼리 서로 의사소통도 하고 균류들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공동체'생활을 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우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이제 겨우 10페이지도 읽지 않았는데 그렇다. 나무들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궁금하지않은가? 사람도 이성에게 잘보이고 싶거나 그날 그날 자신의 기분이나 스타일링의 완성을 위해 '향수'를 사용하는데 나무도 향을 내뿜는다고 한다. 만약 잎을 몽땅 먹어버리는 기린이 다가오면 기린을 내쫓는 향을 내보내는데 비단 자신만 보호하는게 아니라 주변 나무에게까지 적군이 나타났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향을 맡은 기린은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옮겨가거나 무려 100미터나 떨어진 곳의 나무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무들 사이에서도 외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금 슬픈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외톨이가 된 나무는 아무리 건강해도 균류를 통한 네트워크에서 제외되어 속수무책으로 병충해를 입는 등의 이유로 금새 시들어버린다고 한다. 외톨이 나무 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숲을 조성했다면 그곳의 나무들 역시 긴밀한 네트워크를 하지 못해 오래살지 못하는데 더 큰 문제는 100년이 지나기 전에 인간이 베어버리는 버린다는 것이다. 인공숲의 나무들처럼 경작식물 역시 인간에 의해 성장하기 때문에 같은 종목들과의 네트워크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 살아있는 나무들 사이에서의 상호협력은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나무들을 보면 가지가 하늘위로 쭉 뻗은 나무도 있고 옆으로 어느 정도 자라다 멈춘듯한 나무들도 있는데 이때 서로 친한 동족나무일 경우 가지를 서로 피해서 뻗는데 같은 종족이 아니거나 사이가 좋지 않을 경우 경쟁하듯 뻗어나간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더 놀라운 것은 이제부터다. 나무들에게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론을 통해는 잘 알지만 체감하진 못한다. 왜냐면 우리는 저자말대로 집밖으로 나가면 편하게 맘껏 햇빛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햇빛을 피하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다. 하지만 나무는 햇빛이 없으면 큰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너도밤나무 처럼 커다란 나무들이 햇빛의 97%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 아래 나무들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 빛을 가져갈 수 있는데 봄에 피는 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침엽수가 활발하게 녹색잎으로 변하기 전에 봄꽃이 만발한다. 3월부터 4월 초, 침엽수들이 등장하기 전에 재빠르게 꽃을 피우고 필요한 영양분을 얻어가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나무들과의 상호협력과 햇빛을 향한 경쟁은 서로 대치되는 듯해보인다. 분명 그들은 햇빛을 가지고 경쟁하는 경쟁자들이다. 하지만 만약 협력을 통해 서로 이웃한 나무를 못살게 굴게된다면 비바람과 같은 태풍이 몰아칠 때 그 빈틈을 메어줄 나무가 없어 자신도 결국 죽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들은 경쟁을 관계를 포기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동체'라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나무가 힘들게 서서 자기만 하고, 제 마음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그것 밖에 못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서로 의사소통도 하고 경쟁도 하며 심지어 적도 있지만 결국 함께 공생하는 것을 늘 깨닫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제에서 말하는 바를 우리는 나무를 통해 다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우리가 배우길 바랬던, 그리고 만나길 바라던 나무의 기적을 이제 숲으로 나가 직접 보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진다. 이정도면 저자가 원하는 착한 독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