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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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를 읽으면서 초반 그의 청년기, 글쓰기를 막 시작할 무렵의 일화를 접할 때면 14년 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글을 잘쓰고 싶어서, 작가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펼친 책인데 두 권 모두 저자들이 작가가 되기 까지의 과정, 그러면서도 굉장이 운이 좋았다고 밖에 안느껴지는 이야기를 절반 이상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쾌하거나 별로였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왜 이 사람들이 작가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우리가 생각하고 이상으로 삼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벽을 허물어주었다. 제임스 미치너 작가의 경우 직업으로 따져보자면 작가보다는 편집자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있을 때는 퇴학을 당했었을 만큼 골치덩어리이기도 했지만 그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본 교수의 덕분에 대학에서는 퇴학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급호텔 사장에 눈에 띄는가 하면 저명한 출판사 편집자의 사랑도 받았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이 좋지 않았던 덕분에 호텔사장 혹은 지배인이 될 수 있었던 자신의 운명이 책과 만날 수 있었을만큼 그는 미친듯이 작가가 되어보자고 '머리'를 쓰던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까닭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지금까지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머리를 굴릴 생각만했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이야기꾼 소리를 듣고자 한 적은 없었다. 싫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고, 그저 글을 정말 잘썼다는 이야기만 들으려는 머리로는 타인의 마음은 커녕 내 마음도 움직일 수 없었던게 맞다. 심지어 공부도 잘하고 운도 따랐던 저자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된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작가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는 이전에는 이따금 실수하더라도 올바른 길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던 것이 잘못되었음을 정정한다고 스스로 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나이가 들어 노작가가 되면 고전 문필가등을 존경하기는 해도 동시대의 작가를 힐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임스 미치너는 그런 부류도 아니었다. 언뜻보면 비아냥 거리는듯한 그의 말투도 조금 만 더 읽어보면 그에게 작가적 기질이 없이 그저 운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이 해당 작가의 작품 기고문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재치있게 다른 작가의 편향된 성향마저 그 사람의 '작품'만을 두고 평가하려는 면모가 좋게 보였다. 작가와 작품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좋은 작가의 사생활이나 사상때문에 좋은 작품이 묻히는 것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 3부는 작가가 일흔 다섯에, 여든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그리고 그 이후에 점점 나이들어가는 자신을 두고 쓴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아직 30대를 지나고 있는 내게 참 큰 울림을 던져주었다. 사실 부모님도 계시고, 하늘로 먼저 가신 조부모님도 계셨지만 왠지 일흔 이후에 삶이란 큰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시를 쓰는 저자의 태도가 꽤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70대까지는 마치 이제 세상에 미련이 없는 듯 모든 것을 초연한 듯하다가도 여든에는 신을 등장시켜 자신의 성실한 삶을 위로하였고 그 이후에 시를 보면 여전히 생에 대한 애착까지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의욕과 자연에 대한 애경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어느순간 숫자가 더해지고 신체능력이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점점 더 무르익는다는 생각에 나이듦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미래는 걱정하지 않아.

이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선남선녀들이 일어나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새로운 책을 쓰고

정원의 다람쥐에게 먹이를 줄 테니까.

-아흔이 되어가는 작가에게 주는 시- 중에서 p.287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왜 쓰는지 결국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내가 쓴 리뷰를 보더라도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작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있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실 책을 정독하다보면 작가에 대해, 글쓰기에 대한 내용도 많지만 내 마음을 흔들었던 내용은 위와 같았다. 삶에 대해 정직해지는 것, 타인과 내게 와준 모든 능력을 포함한 인연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끊임없이 쓸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작가가 쓰는 이유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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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견문록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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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읽어가다보니 우리가 감사함을 느끼고 깨달음을 느끼는 것이 엄청나게 큰 사건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정말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에서 느껴지는 때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도 엄청나 깨달음을 얻는 것이 큰 사건일 때보다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것 중에 하나는 "죽기 전에 꼭 자서전을 쓰라"는 것입니다. 자서전을 쓰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언하라고도 합니다. 그러면 식당에 갔다가 종업원이 옷에 물을 쏟아도 "괜찮습니다. 곧 마를 텐데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41쪽

 


근래 읽었던 책중에 [가족 책쓰기]에서도 책을 쓰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는데 김홍식 작가역시 이와 유사한 뜻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사소한 일에 성을 내고 불편을 말하기 보다는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편이 체면이 서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서전을 쓰겠다고 맘먹으면 체면때문이 아니더라도 너그러워지고, 세상을 유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온갖 유혹과 고난이 도사리고 있는데 이 역시도 따지고 보면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알 수있다. 내가 괴롭고 힘든일도 가만가만 생각해보면 내 마음이 괴로운 것이지 내가 즐겁거나 여유가 있을 때에는 같은 일을 겪더라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도 그런 뜻을 책에 적었는데 괴로움은 자신이 짊어진 것이지 남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고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웃을 돕는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쉽게 생각할적에 우리는 풍족해져야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고 믿는데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부족하고 가난할때 남을 도움으로써 마음만큼은 풍족하고 너그러워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실례로 김밥할머니는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함으로써 진정으로 행복해지시고 풍족한 마음을 갖게 되셨다. 만약 그분이 우리처럼 넉넉한 삶 이후에 봉사하고 베풀생각을 하셨다면 평생 그렇게 하지 못하셨을수도 있다.

 


문명의 혜택을 다양하게 누리며 사는 우리는 무엇이 없어서 불행하거나 무엇을 가져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면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고 없어서 불행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226쪽

 


SNS 단점 중 하나가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허세스러운 삶을 추구하게 된다는 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저자의 말처럼 부족한 것을 채우지 못해 괴로워 할게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지고있는 것을 헤아리며 행복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남을 탓하고 살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행복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버리는 것이 된다.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저자의 말을 듣다보면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였다.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 남을 탓하지 않는 마음, 그럼으로써 '참살이'를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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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바느질 - 처음 만드는 20가지 패브릭 소품 첫 번째 시리즈
홍유정 지음 / 책밥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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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바느질을 하던 때는 밤을 새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시절 만들었던 이불커버, 티코스터, 파우치 등을 지금까지도 잘쓰고 있는데 잘 만들어서라기 보다는 그때의 그 열정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블로거 홍유정의 [첫번째 바느질]은 이런 분위기와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말에도 적혀있지만 처음에는 다소 덜 예쁘고 실수가 많아 책과는 조금 다른 완성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겁낼 것 없다. 어쨌든 사용한 패브릭만큼은 내가 고르고 고른 내 스타일 아닌가.

 


 

천을 구매한 후 선 빨래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면 까먹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껏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완성 후에 세탁했었던 것 같다. 선빨래를 하면 미처 빠지지않은 염색도 빠져서 이염을 방지하고 오염물질이나 천의 직조방향을 세탁으로 인해 정리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고 한다. 옷처럼 바로 입을게 아닌데다 바느질 하면서 오염탈 것 같아 세탁을 미뤘었는데 앞으로는 꼬박꼬박 구매해 온 그날 선빨래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원단 보관방법도 나와있는데 소장중인 대부분의 원단을 나는 접어서 보관중이었다. 이렇게 접어서 정리하는 방법은 원단의 크기가 작거나 수량이 적을 때 이용하는 방법으로 비닐이나 지퍼백에 넣어 보관하면 먼지로 부터 보호하고 탈색을 방지할 수 있다. 본문도 읽기 전에 참고할 내용이 많았다. 전문가들이라면 이미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엄연히 [첫번째 바느질]을 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쓴 만큼 나같은 사람에게는 꿀팁이다. 초보자를 위한 책이다보니 박음질, 홈질, 감침질 등 바느질 기법에 대해서도 소개해주는데 20여년전 가정시간에 배웠던 그 내용 그대로다. 바느질을 배우지 않았던 남자분들이나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놓치지 말고 꼭 보고 가야한다. 물론 재봉틀 사용법도 뒤에 나와있는데 대략 단추다는 정도의 기본적인 바느질을 해왔던 분이라면 바로 원하는 아이템 제작페이지로 넘어가는 것도 좋다. 사실 내가 가장 만들고 싶었던 것은 '필통'인데 책 속 '에코백'이 너무 탐나게 예뻤다. 에코백은 다른 바느질 책에서도 안빠지고 등장하는 아이템이긴 하지만 양면인데다 두꺼운 교재를 서너권쯤 넣어도 뒤틀리지 않을 튼튼해보이는 에코백은 처음이었다. 집에 에코백이 정말 많지만 여유가 생기면 에코백을 필통 다음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필통은 다른 아이템과는 달리 샤프, 자, 칼 등 뾰족한 물건을 담아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옥스퍼드나 캔버스 원단을 사용하는게 좋다고 일뤄준다. 개인적으로는 캔버스 원단을 선호하는 편인데 손바느질을 할 경우에는 신중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보자면 엄청 고생했다. 아이템을 데일리, 주방, 거실, 리폼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했는데 지금까지 소개한 아이템은 모두 데일리 작품이었고 주방 및 거실은 이제 막 살림을 시작하는 예비신부나 새댁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네번째 리폼의 경우 '캔리폼'이 가장 맘에 들었다. 그동안 캔을 리폼하려면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한 사례가 많았는데 테이프로 하면 손쉽고 빠르게 할 순 있지만 물에 약한 성질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천의 경우 벗겨서 별도로 세탁할 수도 있어 위생적이고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맘에 들었다.

 


 

뒷표지에는 맘에 드는 아이템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보는게 어떠냐고 권하지만 만들손재주가 없어서 구매하는 경우도 사실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마저도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가 아니라 혼자서도 시도해볼 수 있는 '친절함'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바느질]책은 바로 그 '친절함'이 느껴졌다. 설마 이런것도 모르겠어? 싶을정도로 아주 기초적인 도구설명부터 바느질 기법과 천 구매방법 및 보관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만드는 방법도 혼자 해봤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아 이렇게 하면 되는거였네 싶은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선생님은 우리 엄마와 전문 강사님들인건 맞지만 사정상 혼자서라도 시작할거라면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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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가족 책쓰기 - 가문의 지혜를 남기는 유일한 방법
장영광 외 지음 / 청춘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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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왜그럴까요? 책부터 써내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리됩니다.

과거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13쪽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곳을 다 가볼수도 없고 모든 일을 경험할 수 없는 제한적인 조건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정말 유용한 '도구'다. 그렇다면 책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영광 외 강병준 가족이 쓴 [내 인생을 바꾼 가족 책쓰기]는 책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과 가족에 대해 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의 한 방편으로 책쓰기를 권한다. 우선 책을 쓰는 것이 좋은것이 아니라 반드시 써야한다고 강조하는 점이 눈에 띈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다보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과거의 후회와 좋았던 부분을 정리하면서 고쳐야 할 부분, 더 배워야 할 부분등을 파악할 수 있어 앞으로 살아가는데 목표와 계획을 분명하게 세울 수 있어 좋다. 마찬가지로 가족의 이야기를 함께 쓴다는 것은 가족이 나아가야 할 목표점, 지향점을 알 수 있어 구성원들이 서로서로의 몰랐던 부분을 파악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첫째, 자녀와 함께할 가족 공동 목표가 생긴다

둘째, 자녀는 부모님의 삶과 사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셋째, 부모는 자녀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넷째, TV를 보는 시간보다 가족끼리 대화 시간이 많아진다

다섯째, 가족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함께 바라보게 된다

여섯째, 사진보다 더 귀한 이야기를 후손에게 남길 수 있다

일곱째, 돈보다 백배로 소중한 가문의 지혜를 남길 수 있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친목을 다지는 경우가 많지만 매주 주말마다 카페에 모여 서너시간씩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친목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이자마자 이야기가 술술 나오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리더 구성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것만으로 책을 완성시키기에는 힘들 수 있기에 코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구절절 좋은 말들이 참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다지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우선 네명의 필자 중 장영광이라는 저자의 경우 '회장님'이란 단어를 너무 자주 등장시킨다. 물론 가족책쓰기가 좋은 사례라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군대에서 강연했을 때 장병이 보낸 편지를 그대로 옮긴다면서 '회장님'이란 자신의 직위를 그대로 빈번하게 노출하는 것이 독자입장에서는 편안하지 않았다. 저자님, 작가님 혹은 강연을 했으니 강사님 정도면 충분했을 것 같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강연이 아무리 좋았다고 하더라도 반복된 자화자찬과 책쓰기에 이점이 너무 반복되어서 책쓰기 코치라면 적어도 1/3 가량 편집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영광 저자외에 강병준 가족의 경우도 지나치게 장영광 저자의 필체를 답습하고 있다고 느꼈다. 우선 저자들 외에는 책쓰기에 관심도 없고 타인에 관심만 쫓고 성공에 눈먼 사람들처럼 몰아세우듯 말하는 것이 읽고 있는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하고 훈계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책쓰기의 좋은 점이 이렇구나, 써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 엄청난 죄인 것처럼 몰아가니 막판에는 내가 인생을 정말 크게 잘못살았나 싶은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강병준 저자의 두 따님의 문체가 '회장님'이라 불리는 장영광 저자의 필체를 그대로 옮겨오다보니 연로하신 회장님의 자서전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좋은 소재와 공감가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편집과 문체, 어투가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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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지옥 여행기 단테의 여행기
단테 알리기에리 원작, 구스타브 도레 그림, 최승 엮음 / 정민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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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지옥여행기는 1300년 부활 주일 전날 밤 35살의 시인 단테가 로마의 최고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 내부를 둘러본 내용을 담은 단테의 [신곡]을 소설화한 책이다. 지옥여행기, 연옥여행기, 천국여행기 등 3권으로 분리된 책 중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지옥편이다. 성모마리아가 베아트리체를 그리고 그녀의 부름으로 9개의 지옥 중 '림보'에 있던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의 안내를 맡게 되었는데 림보에 있는 영혼들은 생전에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의로운 삶을 살았으나 미처 세례를 받지 못해 원죄를 씻지 못한 영혼과 너무 이른 나이에 죽어서 세례를 받지 못한 어린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 었다. 불구덩이, 얼음계곡, 마귀들의 쇠꼬챙이와 같은 무시무시한 형벌은 없는 곳이라 이승보다 어쩌면 나은것이 아닌가 싶을수도 있지만 주님을 뵙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끝도 없는 영원을 견뎌내야 하기에 지옥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빛이 없는 암흑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형벌을 받는 것이다. 림보를 지나 한 단계씩 더 큰 죄로 인해 그만큼 무서운 벌을 받게 되는 영혼들을 만날 때면 단테의 마음이 연민으로 가득 차 눈물도 흘리곤 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를 크게 꾸짖는다. 그들에게 연민을 갖는다는 것은 그들의 죄에 비해 형벌이 가혹하다는 뜻이고, 그것은 달리 말하면 하느님께서 내리신 벌이 합당치 아니하다는 말이기 때문에 주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만큼 괴로운 영혼들이라 할지라도 자유의지를 주어 충분히 운명의 신의 뜻을 거역해 바르고 어질게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형벌을 선택한 것이기에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친척이나 지인이 그곳에서 괴로움을 당한다면 어쩔 수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테지만 신곡을 통해 단테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지옥이 이토록 무섭고, 형벌이 주어짐은 과하고 덜한것이 없이 우리가 이 생에서 저지른 죄악에 맞춘 것이니 죄를 짓고 살지 말자고 권하는 것인만큼 자기삶을 반성하고 뉘우쳐야한다. 물론 죄를 지은 후 크게 반성하고 뉘우치며 살았더라도 그 죄가 너무 크고 과하면 지옥에 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말로써 하는 죄가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심지어 위조지폐를 발행하는 것도 남을 죽이는 죄보다는 가볍다고 생각하는데 지옥편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위조지폐를 만들게 되면 선한 사람, 노력하는 무구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게 되고 자신만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죄로 내몰게 하는 것도 아주 큰 대죄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몸이 나무로 변하여 영원토록 새에게 살점이 뜯겨지는 고통을 당하는 형벌을 받게되는데 그원인이 설사 억울한 누명이었더라도 용서되지 않는다. 사람이 죽은 이후에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죄를 뉘우쳐도 용서받을 수 없으니 살아있는 동안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예수님을 배신했던 가롯유다의 형벌은 삽화없이 활자로만 읽어도 고통이 전해질 정도로 참혹했다.


사실 가장 읽고 싶었던 편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를 통해 어쩌면 천국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연옥여행기였다. 세례를 받았으나 천국에 불려지기에는 애매한 사람들이 가게되는 연옥. 그곳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기도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안타까운 영혼을 구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원작인 단테의 신곡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행인의 말처럼 너무 난해하고 부담스러워서 아예 엄두조차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소설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원작을 읽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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