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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점프!
필리프 홀스먼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가면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고안해냈다. 정신분석이나 최면술, 또는 자백 유도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로르샤흐 테스트나 연상검사 등을 하기도 한다. 사진가인 나는 이런 것들에게 새로운 심리학적 도구를 추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학문을 '점프학'이라 부르고 싶다. 8쪽

자신의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점프'를 요청하면서 그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점프를 어떻게 하느냐는 나중문제였다. 제일 처음 점프요청을 했던 포드부인의 경우 부탁을 하면서도 주저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뒤 힐을 벗고 몇번이고 점프를 해준 것이다. 다른 설명도 필요없이 우리는 그녀의 반응만 보더라도 호불호를 나눌 수 있지 않을가. 놀라운 것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점프를 요구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으로 그의 성격을 알아맞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치유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령 부끄러움을 타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경직된 모델을 만나도 저자는 점프를 시켰다. 점프를 몇 번 하다보면 그들이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졌던 것이다. 점프를 한 이후에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이 남긴 어록도 만만치 않은데 '로맹 가리'의 경우는 자신을 완전히 표현한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점프를 하고 싶어했고, 러니드 핸드 판사의 경우는 점프를 요구 했을 때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로 주저하는 것을 설득하고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정작 자신이 그의 점프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점프를 하다가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판사의 말 때문이었다. 점프를 권했던 사진작가와 이에 응하는 판사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면 나 또한 눈물을 훔쳤을 것 같다. 분위기를 전환해서 책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게 해준 모델들도 많았다. 윌리엄 홀든이란 영화배우는 작가에게 지팡이를 부탁하더니 비팡이를 뛰어넘는 점프를 선보였다. 사진을 봐도 놀라울 정도의 높이라 액션배우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릴린 먼로의 경우는 두발을 뒤로 하고 뛰어서 사진만 보면 조금 공포스러울 정도인데 촬영 당시에는 그렇게 점프한 먼로에게 다시 뛰어보라고 불평했다며 아쉬워했다.
지금까지는 점프를 권했을 때 흔쾌히 받아주었던 아니었던 일단은 점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나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자와는 달리 나는 그들의 상황과 직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않을까 하며 이해가 되었다. 배우나 학자 혹은 선수, 사업가들에게는 점프가 오히려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로역시 점프하는 모습에서 성격이 드러난다는 말에 다시 뛰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가면을 자기의지로만 벗을수가 없었던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점프학이라고 할만한 근거가 무엇인지 좀 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고, 그런 행동을 통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성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점프도 마찬가지다. 아주 찰나이긴 해도 그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그의 성격이나 성향을 어림잡아 볼 수 있는데 저자는 잭 카슨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잭 카슨의 점프 사진을 보면 마치 커다란 옷을 입고 뛴 것처럼 옷과 몸이 따로 놀고 있는데 저자는 마치 옷에서 벗어나와 몸만 솟구치는 것과 같다며 잭 카슨이 날씬하고 젊게 자신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데니스 데이의 경우는 점프할 때 좌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데 이런 모습이 서로 다른 두가지의 성격을 소유하고 있을거라고 짐작했다.

신체별, 직업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거나 동일성이 느껴지는 점프사진이 연이어 나오는데 가장 맘에든 사진은 역시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영국의 배우이자 극작가인 피터 우스티노프의 점프 사진이었다. 점프하는 동안에도 책을 쥐고 독서하는 모습이라니 맘에 안들수가 없다. 점프학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점점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점프하는 모습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도 놀랍고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점프할지도 궁금한 것은 물론 과연 작가가 내게 권했을 때 망설임없이 응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점프학, 정말 간단하고 빠르게 상대방이 가면뒤에 숨은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긴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