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5분! 평생 통증 없이 사는 기적의 목 지압 프로그램 - 목을 바로 하면 뇌가 몸을 고친다!
시마자키 히로히코 지음, 이선정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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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허리가 많이 좋지 않아 병원신세를 진적이 있었다. 운동을 전혀하지 않았거나 무리가 가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자세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시간에 걸쳐 증세가 심각해진 경우였다. 특히 그때까지만 해도 엎드려 책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거나 당장은 편안하게 느껴지는 앉았을 때 깊게 들어가는 소파에서 보았기 때문에 척추가 곧게 서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퇴원 후 가급적이면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반복된 야근덕분에 어떤 날에는 누워있거나 서있는 시간이 24시간 중에 5시간 미만일 때도 있었다. 물론 허리가 다시 나빠질 것을 염려해 잠시라도 허리근육을 강화시키는 스트레칭을 해주긴 했지만 목운동을 너무 사소하게 생각한 탓에 목부터 어깨까지 내려오는 근육이 쉽게 뭉치고 그에 따른 피로도 계속 쌓였다. 그렇다고 특별히 진단이 떨어질만한 증상은 아니어서 병원에 매번 찾아가기도 곤란할 무렵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마사지를 해주면 어떨까 생각하던차에 [기적의 목 지압 프로그램]을 만났다. 책 표지에 써있는 문구가 시선을 확 끌어잡아당겼다. '목을 바로 하면 뇌가 몸을 고친다!'라니. 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세가 흐트러지고 경추통증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업무능력을 포함한 두뇌활동도 저하가 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였다. 기본적인 관련 이론부터 실습까지(CD가 들어있어요)해볼 수 있는 기적의 목 지압 프로그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식인을 검색하면 정말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다름아닌 통증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해야하는 것이 '냉찜질이냐, 온찜질이냐'로 병원에 가면 주로 온찜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정답은? 온찜질이다.


냉찜질은 열 때문에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하는 등 '일시적으로 악화를 멈출' 뿐 '증상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환부를 따뜻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이 통증을 빠르게 완화하는 요령이다. 113-4쪽


예를들어 벌에 쏘이거나 화상 등 통증을 재빠르게 저지시켜야 할 때는 냉찜질을 해주고 근육 통증등에는 온찜질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감기기운이 있을 때 드라이어로 목을 따뜻하게 해주면 근육통까지 해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기분탓이 아니었던 것이다.


딱딱한 음식을 먹거나 질긴 간식을 먹을 때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일시적으로 강한 통증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자세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한쪽 팔로 지탱하며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는데 이럴 때 필요한 지압법은 아래와 같다. 다만 보시다시피 다소 타인에게 보이기 민망하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을 때만 해야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이 있어도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읽고서 실천하지 않으면 역시나 무용지물이다. 지압 책도 곁에 있으니 자기 전이나 일어나 짬을 내서라도 턱운동, 목 지압을 조금씩 실천하면 더 오랜 세월 즐거운 책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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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송소민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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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성숙한 어른인가?

책을 읽기 전에 내게 물었던 질문이다. 만약 아니라고 대답했다면 과연 성숙해지려는 노력은 한 적은 있는가 묻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않고서는 이 책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공감하는 이야기는 점점 더 선택에 자신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도 있고 더는 자기 혼자만의 행복만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누군가 반강제적으로 선택해주길 바랄 때도 있다. 아내말을 잘 듣는 남편들은 어쩌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일부러 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택의 주저함, 결정 회피가 홀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게 되고, 내일 할 일을 평생 미루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정 회피자는 비가 오면 아주 좋아한다. 비가 오니까 조깅을 하러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99쪽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으로 얼마전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신경증 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착각하는 것이 자신이 상당히 신중해서 결정이 내리기 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신중한 것이 아니라 미루는 증상, 위에서 말하는 결정 회피증상이었다는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위에 발췌문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 비가 오는 날에는 조깅 대신 수영이라고 정해놓으니 이제는 날씨핑계를 결코 대지 않는다. 다만 정말 피곤해서 운동을 할 수 없는 날에는 내일을 위해 오늘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런가하면 결정회피 증세 만큼이나 내게 있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문제가  이전에 없던 무수한 두려움이 생긴 거였다. 사실 내 스스로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증폭된 두려움이었다. 천재지변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아주 사소한 것에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두려움은 굉장히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미성숙하게 만들었다.


두려움은 흥분이다. 그래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으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185쪽


 저자는 두려움을 흥분으로 바꿔 말한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명상을 하고 운동을 통해 두려움을 몰아내려고 했던 나의 노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것은 나에게 불안을 주는 대상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직접적인 거리두기가 아니라 비유적 의미의 거리 두기다. 두가지 방법모두 결국은 대상에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인데 둘다 제한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기가 느끼는 두려움을 분석해 나가는데까지 이른다. 모호한 두려움이 어디서 부터 시작된 불안함인지 역으로 추적하다보면 결국 그 불안감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보다 미성숙한 나의 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타인을 보면서 '저 사람은 정말 성숙한 사람이구나.'느낄 때가 빈번하진 않지만 가끔씩 있는데 그렇게 느낀 사람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사람이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정을 회피하지 않고 불특정한 두려움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자신의 결정을 믿고 책임지려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속에서 사회의 탓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도 문제지만 노력하지 않으려 하거나 꼬리를 물듯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머무르지 않고 싶다면 일단 이 책부터 읽고 확인해보자. 나는 과연 성숙한 어른인지 아닌지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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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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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을 처음 대했을 때 '낮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인문학의 목적이 나를 '낮추는 데'있음을 알려주려는 것인가 싶기도 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오가다가 사회의 '낮은'곳에서 출발한 강좌이며, 강의를 진행한 교수들이 그곳에서 등불이 되어줄 만한 강의를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서문을 읽고 책을 덮고 한참동안 표지를 바라보았다. 수준높은 인문학, 인생을 바꿔줄 인문학 등등 자부심에 찬 인문서적들 중 단연 돋보였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서울남부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내용이 바탕이 된 이 책은 잘난척 하기 위해, 혹은 더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했던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읽어내려 갈 기회를 준 것이다.


반나절쯤 지난 후에 "스무 가지 적은 것 중에서 두 가지를 포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소중한 것 목록에는 열 여덟가지가 남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짜리입니다. 그러니 날마다 오전, 오후에 계속 목록의 내용 중 일부를 버리면, 마지막 날에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은 딱 하나만 남게 됩니다. 48쪽


강성용 교수가 진행했던 2강 '생각에 대해 생각하다'편에 실린 내용으로 어떤 잘못이 되었던 법을 어기고 교도소에 수용된 사람들은 스무가지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위해 전부를 포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뿐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도 양손의 떡을 쥐고 하나의 떡도 놓지 않으려는 어리석은 사람일 수도 있고, 물에 비친 모습이 자신 인 줄 도 모르고 더 큰 먹이를 얻으려고 입을 벌릴지를 고민하는 개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자신이거나 내가 아닌 소중한 그 누군가일 수도 있다. 양쪽 중 어느것이 하나 남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덜 괴롭고 힘들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저런 욕심들 중 덜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느라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3강 김헌 교수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편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우리가 일순간의 분노를 견디지 못하거나 순간적인 욕망에 지게 되면 그로인해 받아들여야 할 고통과 책임은 단 한 사람이 책임져서 끝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교수가 전달해주는 내용을 보고 있자면 찰나의 실수로 야기되는 것이 국가간의 전쟁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분노로 시작한 작품이 이렇게 장례식으로,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불멸의 명성이니 명예니 하는 치열한 이야기들이 오고가지만,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의 마지막 구절은 '죽음'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치열했던, 너무도 격렬했던 분노의 끝은 그래봤자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120쪽


시기적인 부분과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4강 '기억, 미래를 만드는 '과거'편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세계대전과 유대인 말살정책등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도 거듭되늰 사과와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에게 잊힐 수도 있고 그래서도 안되는 아픔을 안겨준 이웃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자국내에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 큰 무리가 한 개인을 대상으로 행했던 옳지 못했던 일들 역시 제대로된 사과가 없었기에 제대로된 용서도 있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으므로 치유마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왔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 떠올리는 사건과 대상이 달라지겠지만 용서할 수 없어 상처가 곪는다는 사실을 느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누군가의 탓과 원망만으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나짐 히크메트의 옥중시 [진정한 여행]을 통해 말했던 것처럼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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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아픔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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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땅을 얼마나 생각했을까. 진실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생태계를 얼마나 생각했을까.

지폐보다, 황금보다 우리의 생존을 떠받쳐주는 것은 바로 터전인 것이다. 193쪽

생명이란 것이 무엇인가. 삶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도 같고 어떤 면에서는 '숨'과 같은 의미로도 느껴진다. 일자무식이었던 저자의 어미는 꽃한송이도 함부로 꺾어서는 안되지 않겠냐고 말하였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이외수 작가도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풀어냈던 적이 있었다. 강아지가 귀엽다고, 고양이가 귀엽다고 그들의 목을 꺾지 않듯 꽃송이도 함부로 꺾지 말라는 문장이 몇 해가 지났어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꽃 한송이의 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결국 그 한송이의 꽃 덕분에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온전하게 품고 있다고 착각에 빠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라 그것이 의미가 있고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는 [생명의 아픔]은 살아있는 유기적 존재라서 모순을 어쩔 수 없이 가지고 태어난다고도 말한다. 자신은 반일작가가 맞다고 똑부러지게 말하는 저자는 문예지에서 나온 일본인들과의 대면앞에서도 결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일화를 통해 일본에 뿌리깊게 박힌 군국주의 역시 그만큼 가녀리기 때문에 강인하게 부딪히지 못한 상태로 '단체', '복종'앞에서 평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전쟁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참상이기에 '평화'를 위한 전쟁이 존재할 수 없다는 말에 책을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전쟁을 겪어본 적 없는 나도 이럴진데 그들에게서 고통을 받은 할머니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와 반성이 아닌 인정에 가까운 낯이 얼마나 모욕이고 괴로움일지 감히 짐작도 안된다. 저자가 '생명'으로 연관지어 가는데에 문학이 빠질 수 없다. 광복이후 잃었던 우리나라의 문화를 되돌리기도 전에 전쟁이 있었고 '경제발전'과 함께 물밀처럼 들어온 서구문명은 아예 제 스스로 문화를 잊고 살게 만들었다. 저자도 언급한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이 시간은 흘렀다. 최근 한국적인 멋을 살린 건물이라며 지어지고 있는 곳에 가보면 과연 무엇이 '한국적'이며 '전통'을 살린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많았다. 심지어 우리말 되살리기를 통해 고쳐지는 단어중에서는 순우리말이 일본의 잔재로 치부되어 사어가 되어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우리가 살기 위하여, 당연히 대답은 그렇게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대답이 그것이며 우리의 입을 막고 어리석은 몽상가, 이상주의자로 치부하며 조용하게 있는 것도 산다는 문제의 그 정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생존을 위한 오로지 그 이유 하나뿐이라면 지구는 결코 병들지는 않을 것이다. 11쪽


생명을 가졌다는 것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삶 속에서 부딪혀가며 살아가야 하는데 일시적인 정책이나 일회성 행사로는 생명력이 발붙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저자는 죽어가는 환경문제역시 기술발전, 과학의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탓만 하지않는다.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면 된다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고 생명의 '긍정'적인 면모를 믿고 있기 까지 했다. 저자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8년이 지났다. 만약 이 세상속에 아직 살아계셨다면 지금 기분이 어땠을까? 생명이 제 할 도리를 잘 하고 있다고 여겼을까? 아니면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하고 생명을 외면한 체 생명을 핑계삼아 죽어가고 있다고 느꼈을지 궁금해진다. 아직 세상에 속해서 살아가는 나는 살아간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을 모르겠다. 아마 나처럼 아픔조차 느끼지 못해서 인간의 아픔마저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이 다 아프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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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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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재수의 연습장'이면 재수씨가 그린거네, 이렇게 해놓고 혼자 웃어버렸다. 맞는 표기는 '제수씨'지만 발음 자체는 별차이가 없다보니 자꾸 남자분들이 동생의 아내를 부를 때가 생각난 것이다. 개인블로그에 작품을 올렸던 것을 시작으로 SICAF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자인 재수씨는 '연습장'이란 타이틀에 맞게 너무 난해하거나 기묘한 그림 대신 공감갈 수 있는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엄청 폭소를 터트리게 해준 그림들도 많았다.



얼마전 읽었던 퍼엉님의 그림들이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이상향이라서 마음을 빼앗겼었다면, 재수씨의 그림은 딱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아주 사소한 다툼속에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고 크게 실망도 하지만 보편적인 기쁨과 슬픔속에서는 더없이 하나되는 느낌으로 쿵짝이 맞을 때도 많다는 것을 그림을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한 마디의 단어로 표현해주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카툰형식의 그림과 함께 이따금 등장하는 관찰묘사는 참 부러워하는 부분이었다. 조깅준비라는 제목의 위의 작품은 아침에 공원에 운동하러 갈 때 마다 줄곧 마주치는 모습인데 몰래 도촬하는 것은 내키지 않아 눈에만, 마음에만 담아두었었는데 이렇게 그림으로 만나니까 넘 좋았다. 이 작품은 책에서 스크랩해서 액자에 넣어두어도 좋을만큼 맘에 들었다.



그리고 재수씨의 쾌할함과 유머를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작품.

고양이를 그린다, 조명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으면 짜잔! 울트라 슈퍼 히어로 캣보이가 완성, 레이저를 쏘아준다.

한참을 보고 웃었고 기운없거나 우울할 때 이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면 그때마다 기운을 얻을 것 같다.

내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가장 큰게 나를 웃겨주는 여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인데 재수씨에게도 그런 유머와 여유가 느껴져 더 친근감있고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다.


 


마지막 그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배가 나온 사람들이라면 연인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한 번은 써먹어도 될 법한 변명. 튀어나온 배만큼 상대방을 그리워했다는 고백. 전체적으로 가볍고 재미있는 그림만 있는것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리뷰에서 미처 공개하지 못한 진지한 그림들도 상당하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꿈에대해, 연인에 대해, 삶에대해 무엇보다 드로잉에 대해 툭툭 던져놓은 듯한 재수씨의 글들도 그림만큼이나 좋았던 책, [재수의 연습장]은 내게는 정말 좋은 한 권의 [재수의 걸작]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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