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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8 - 영국 감성 매거진 ㅣ 시리얼 CEREAL 8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평점 :
시리얼 CEREAL vol.8
Travel & Lifestyle
바쁜 아침 건강을 챙긴다며 신속하게 볼을 꺼내 우유를 따른다. 그안에는 견과류와 생과일 조각이 담긴 시리얼이 이미 담겨져 있다. 한입만 먹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씹히는 식감또한 좋다. 영국 런던에서 온 매거진 시리얼의 느낌이 꼭 같다. 실제 시리얼을 만드는 제작인 또한 매일아침 먹는 시리얼의 느낌을 살려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시리얼은 계간지 형태로 출간되는데 이번 8호부터 국내에서 번역본과 함께 출간되었다. 이전까지는 국내 서점 수입양서 코너에서 소량으로 들어와있는 시리얼을 구매하거나 직구를 통해 구했던 것을 생각하면 소소함 그 이상으로 기뻤다. 시리얼을 처음 만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봄 SNS 페이스북을 타임라인을 훑어보다가 시선을 멈추게 하는 사진을 발견, 시리얼 공식계정에서 올린 사진들이었다. 탁트인 시야의 풍경사진이 주를 이뤘고 이따금 책상이나 주방컷 등이 올라오긴 했어도 거의 대부분 풍경사진이었다. 킨포크나 어라운드와 비슷한 사진취향이지만 풍경이 많이 담겨 있어 나중에 오려서 액자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다.
이번 8호는 겨울이다. 흰 설산이 표지사진으로 선정되었고 이 사진의 배경은 캐나다 클루앤 국립공원이다. 총 4곳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캐나다 유콘, 홍콩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여름별장 처럼 머물었던 영국 남부의 세인트 아이브스 등이다. 여행지 세곳 중간에 라이프스타일에 해당하는 막간코너(interlude)가 실려있는데 요즘 대세인 향초이야기랑 슈탈하우스 그리고 니트가 빠질 수 없으니 에스크 캐시미어 스콜랜드산 니트이야기랑 12월의 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포토에세이 토스카나의 태양이라는 타이틀의 사진들이다. 우선 1장 캐나다 유콘으로 들어가면 그안에 기사가 나뉘어지는데 먼저 유콘은 클루앤 국립공원의 빙하와 설곡등을 만날 수 있었다. 멋진 설경만 담은 것이 아니라 빙하의 사전적 의미와 관련 전문용어 등도 실려있어 가볍게 넘겨보는 잡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곳은 무려 82%가 산 또는 빙하로 이뤄져있다고 하는데 사진만 보고 있자니 꼭 가보고 싶다. 뭘 적어도 겨울왕국이나 눈의 여왕과 같은 작품처럼 느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풍경을 뒤로하고 원주민의 목각공예를 만나게 되는데 주변에 온통 눈과 흰색 풍경때문인지 사용하는 색감이 파스텔톤이라 기존에 우리가 만나게 되는 전통 목각품의 화려한 오방색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신비로웠다. 지난 25년간 사람들에게 조각기술을 전수하고 있는데 자신도 스승에게 배울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란다.
"스승님은 '내가 널 가르치면 너도 역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선한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요즘 배워서 남주자는 모토의 강연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단순히 1회성이 아닌 전통기술을 이어가는 장인들을 볼 때면 늘 배우기만 하고 공유할 의도가 없는 현재 삶을 반성하게 된다. 조각 장인의 이야기 다음에는 유콘의 야생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사진대신에 초상화로 이 페이지들은 하나하나 스크랩해두고 싶은 맘이 최고조였다.
인터루드에 실린 내용 중 향초, 슈탈하우스, 니트 그리고 포토에세이 토스카나의 태양 중 향초는 우리가 익히 잘알고 있는 유명 향수브랜드의 제품들이 소품들과 함께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친근한 조말론 제품과 유명블로거와 셀럽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르 라보 제품이 눈에 띈다. 옥외수영장이 딸린 슈탈하우스는 그냥 그집에 사는것보다 이따금 휴식이 필요할 때 찾아가고픈 느낌이었다. 무한 힐링이 될 것 같은 기분 반, 지나치게 딱 떨어져 차가운 느낌이 공존했다. 마치 이런 맘을 아는 듯 이후에 등장하는 토스카나의 태양 사진을 보면 추운 외부에서 실내에 들어와 몸이 스르르 녹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홍콩편에서는 하이비스트 CEO 케빈 마 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모든 천재들은 그 열정과 능력을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케빈 마 역시 그럴듯하게 사업지원을 받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화 수집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사업과 연결 된 케이스였다. 나도 책과 잡지를 엄청 모으로 컨텐츠를 확보했지만 도저히 사업적 마인드로 변모시키진 못하던데 인터뷰에 담긴 그의 책장이나 내용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괴롭고 부러웠다.
"우린 그저 우리가 관심 있는 것에 집중했어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 생각을 공유했죠.
-중략-
돈을 낼 필요가 없어요. 이게 우리 사업 철학이에요.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죠."
마지막 3장은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는 필자가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여행지 세인트 아이브스다. 핑크 아이스크림이 등장하는 순간 마음이 달달해진다. 또 딴짓을 하게 된다. 책장에 버지니아 울프의 저술이 뭐가 있더라 하면서 말이다. 안타깝게 이곳을 배경으로 한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는 집에도 읽어본 적이 없어 기사에 실린 필자의 기대만큼 공감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기사가 부족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 또 읽고싶은 책이 한권 늘었군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왠지 지금 읽기에 딱 일것만 같은 그런 느낌. 더군다나 자전적 소설은 언제나 독자의 입장에서 묘하게 이끌리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시리얼을 대충 훑어보면 그냥 풍경이 담긴 여행잡지구나 싶을지도 모른다. 또 시간을 좀 내어 찬찬히 넘겨보면 요즘 유행하는 감성사진과 그것과는 어울리지만 현실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소품들이라 섭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소비하듯 시간을 흘러버리지 않는 정지되거나 정체되어 있다고 느낄 때 이책을 펼칠 때면 이 잡지가 왜 시리얼이 되었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별거 없는 시리얼 한 숟가락의 참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p.s 창간호인 1호부터 차례차례 번역본으로 만날 수 있다니 미처 구입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희소식일듯. 잡지 전월호, 그것도 해외잡지를 구한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