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극한의 상황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
엘리슨 레빈 지음, 장정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앨리슨 레빈*


아이거 빙벽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산악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험난한 설산을 오르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생과사를 가르는 그들의 여정은 아직 동네 뒷산밖에 다녀보질 못했던 십대소녀에게 무한 상상력을 안겨주었다. 우주보다 바다보다 산이 좋아졌고 덕분에 아빠와의 등반도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진심으로 즐기며 함께했었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아이젠을 챙겨 에베레스트 언저리라도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등정을 성공리에 마친 산악인들의 인터뷰는 거의 성인과도 같고 산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는 공통된 말들로 오히려 위축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 점차 멀어졌던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앨리슨 레빈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힘겨운 등반여정을 담고 인간승리로 점철되는 자전적 소설이나 에세이에 그치지 않는다. 일행을 이끌고 자연의 힘에 맞서며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 그리고 삶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전해준다.


나도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와 직업, 일상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등반가나 극지 탐험가가 겪는 신체적 위험과 똑같지 않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완전히 다르긴 해도, 내가 터득한 교훈은 그 대부분을 양쪽 세계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p.23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산에서 맞게되는 위험과 시련은 보통의 사람들이 사는 동안 단 한번도 경험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 빈번하다. 책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죽음의 놓인 동료를 포기하고 돌아서야 하는 위기도 있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더이상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운동경기나 시험준비를 할 때를 보더라도 최소한의 준비가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완벽에 가깝게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물론 너무 완벽에 가까운 준비가 오히려 산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한다. 완벽한 준비 뿐 아니라 반드시 정상에 오르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위험하다고 한다. 부상 혹은 더이상 산에 오를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 자신 뿐 아니라 일행까지 위험에 빠트리게 되며 이런 경우가 바로 다행스럽게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하산시에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방지하는 것 뿐 아니라 생명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으로 '인간관계'를 잘 맺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례로 산에서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여러 환경적인 제약이 많아 평소에 가치판단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어 산 아래에서는 당연히 함께 가야할 동료가 산에서는 버리고 가야 될 '짐'으로 느껴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친분을 쌓아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이딘 이르마크와 나다브 벤 예후다는 등반 시즌 초반에 베이스 캠프에서 만나 우정을 다졌는데, 이 덕분에 두 사람의 미래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르마크는 목숨을 건졌다. p.116


그리고 또하나 산에서는 가급적이면 서로 다툼을 피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어떤가. 여자가 많은 직장이면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고 후임 혹은 동료의 성과를 가로채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른다.  적절한 위기감은 산에서도 현실에서도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 그리고 리더의 역할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위기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저자의 역량이 곳곳에서 보인다. 가령 수면박탈 연습을 평소에 해두면 좋다라던가 학창시절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을 때 찢어진 등산복 바지를 들고 노스페이스에 가서 새옷으로 바꿔온다던가 하는 헤프닝은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외곣수적인 일반적인 모습의 산악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과감하게 공개하면서 리더라면 실패를 감추고 은폐한다거나 동료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안고 그 실패를 발판으로 재기하는 모습까지 등산을 정말 좋아하고 산을 오를수록 성장해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더이상 산을 오른다는 것, 산 그자체가 지나치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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