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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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라는 단어는 나이가 먹을수록 더 아이처럼 울게 만든다. 지난 세월이 고단할 수록 그런 마음이 커진다.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는 바로 그 엄마를 테마로 삼았다. 절절한 어머니의 노고를 추억하는 시도 있지만 가벼우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작품들도 많았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손맛을 소재삼은 작품들도 기억에 남는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지난 세월 고생과 눈물로 얼룩져 그저 죄송하고 안타까운 사모곡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실려있고, 2부에서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언제 어디서든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내용, 마지막 3부는 우리들의 변함없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들이다. 애잔하고 눈물이 나는 것은 1부이지만 소소하고 마음에 확 와닿는 작품들은 2부와 3부에 많았다. 그 중 몇 편에 대한 감상을 좀 더 이야기 해보고 싶다.

 

1부에서는 정진규 시인의 [엄마]라는 작품이다. 첫 줄에서 이미 모든 걸 말하고 있다.

 

엄마아, 부르고 나니 다른 말은 다 잊었다.

 

얼마 전 연기자 최불암씨가 진행하는 쇼프로를 보는 데 그 분 역시 평소에 살갑게 어머니를 대하는 성격이 아닌 탓에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어느 날 술에 취해 들어와 울면서 그저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기만 했었다는 그 이야기가 시를 읽다보니 떠올랐다. 엄마아 그 한마디에 우리는 엄마, 어머니에게 하고싶은 말을 그 보다 더 잘표현 하지 못한다.

 

2부에서는 이근화 시인의 [미역국에 뜬 노란 기름]이다.

엄마하면 된장찌개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미역국이 먼저 떠오른다. 평소에도 자주 끓여주시지만 생일날에는 국물을 낸 고기를 잘게 찢어 조물조물 양념한 '꾸미'를 얹어주시는데 선물보다 그 꾸미올라간 미역국이 늘 기쁘고 감사했었다. 시인의 미역국은 어머니의 힘겨운 삶이 담겨져 있는 것에 비하면 내가 추억하는 미역국은 그보다는 그저 감사함만이 담겨있어 덜 무겁기는 하다. 엄마는 아직 내게 아픔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큰 존재여서 일까 아직 덜 깨달아서 일까 궁금해진다.

 

서문에 밝힌 것처럼 2, 3부에서 더 맘이 가는 작품들이 있었다. 먹는 것을 참 좋아해서 그런지 음식과 관련된 작품들에 더 마음이 간다. 엄마의 약김치에 대한 추억을 시로 노래한 유안진 시인의 [엄마 김치], 3부에 실린 이창수 시인의 [옷닭]. 김치에 대한 추억도 된장찌개처럼 만만치 않은 음식이다. 찬이지만 약이되고, 늘 먹는 음식이라 더더욱 그런 것이다. 옷닭은 먹지는 못하지만 몸이 아플 때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감상하니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전윤호 시인의 [샘]은 딸인 나보다 남편분들이 많이 공감했을 것 같다. 아내에게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당장 우리집만 봐도 반찬투정 한다며 싫은 소릴 들을텐데 자식들이 지나가는 말로 맛있겠다 하거나 먹고 싶다는 말만 해도 바로바로 기운내서 만들어주는 엄마. 샘이 날 만하다. 힘든일도 어려운 일도 자식일이라면 그저 기쁘고 안타깝기만 한 우리 어머니들.

 

책,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를 만나기 전에는 엄마하면 황인숙 시인이 노래했던 [너는, 달을 아니?]시를 떠올렸다.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그대로 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어린 딸의 모습이 보여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황인숙 시인의 작품과 함께 유안진 시인의 [엄마 김치], 정진규 시인의 [엄마]도 함께 떠올릴 것 같다. 기존에 발표된 시가 아니라 모두 새롭게 쓰인(한 작품을 제외하고)만큼 시를 지은 시인들도, 읽는 독자들도 다시금 우리의 엄마를 떠올리게 만든 좋은 추억이 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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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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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 존 놀스

 

누구에게든 특별히 자신에게만 속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의 한 순간이 있다.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미성숙된 정신연령을 가진 까닭에 청소년 문학은 매번 읽을 때 마다 한뼘 혹은 그 이상 내가 성장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상황만 달라질 뿐 10대에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고민의 한계가 크게 다르지 않아 국내현실과 동떨어지거나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어도 공감하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다. 분리된 평화역시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이 그 안에 깊숙하게 관련되었다 보기 어렵고 직접적인 적과 사건의 발생은 결국 자기자신과 친구와의 관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1942년, 2차 대전이 진행되고 있던 그때 미국 뉴잉글랜드의 사립 기숙학교 데본을 배경으로 화자인 '나' 진 포레스터와 룸메이트 피니가 함께 했던 열여섯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적도 좋고 규칙을 어길 깜냥이 안되는 진은 피니를 만나면서 일탈을 맛보게 된다. 전시중이라 당장 징집 될 상급반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는 학교 분위기는 그들의 일탈을 어느정도 눈감아 주어 원인이 전쟁인 것만 제외하면 보통의 자유로운 사립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적도 괜찮고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은 진은 성적도 별로이고 오로지 운동신경과 화술이 발달한 피니에게 점점 경쟁심리와 질투를 느끼게 된다. 그 질투가 피니를 다치게 하면서 진과 피니는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

 

운동을 잘할 뿐 아니라 데번에서 피니의 영향력은 같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에게까지 미쳐 곤란한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변명과 핑계도 웃으며 넘긴다. 피니는 늘 거짓말과 변명을 달고 살았지만 정작 그의 마음속에는 그 어느것하나 거짓됨이 없기 때문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것 그 자체였다. 수업은 싫지만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은 그는 수업을 빼먹더라도 친구의 손을 붙잡고 신나게 즐길 줄 알았다. 몇년 째 신기록이 깨지지 않는 교내수영신기록을 가볍게 경신하지만 그에게는 승부욕이나 타인에게 내세우려는 허세스러움도 없다. 그저 그것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만 중요할 뿐이다. 반대로 진은 그렇지 못하다. 피니의 자신감과 솔직함을 좋아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고 느끼면서도 마치 끌려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바닷가는 자전고로 몇 시간이나 걸리는 데다 가는 게 금지되어 있어 완벽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거기에 간다면 퇴학당할 수도 있었고, 내일 아침 치러야 할 중요한 시험 준비도 완전히 망치는 셈이었으니, 나의 바람직하고 질서 정연한 생활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고된 장거리 자전거 주행을 감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대답했다. "좋아."   p.49

 

피니가 자신을 비롯한 또래의 그 누구보다 특별하고 그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질수록 진은 그에게 심한 질투를 느꼈다. 결정적으로 피니가 아무렇지 않게 경기에서 승리하고 스포츠방면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것이 노력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물인 것처럼 상대방도 그런 줄 알았다고 말할 때 진은 크게 좌절감을 맛본다. 비록 자신이 조금 더 부족할지라도 적어도 경쟁상대가 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아직 성장하지 않은 진이 피니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그를 절대적인 신처럼 떠받들거나 이런저런 핑계로 그를 완전하게 떠나는 것. 그리고 남은 한가지는 경쟁 자체가 성립할 수 없도록 둘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결국 진은 피니를 그렇게 만들어버린다. 피니의 완벽함과 순수함을 질투했던 것은 진 만이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두번째 피니에게 상처를 준 것은 피니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었다고 생각되었다. 그날의 사고를 제대로 바로잡고 싶다는 브링커와 아이들의 바람은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피니가 적응하고 있다는 것, 그런 피니 덕분에 역시나 제대로 자신의 삶에 안착하고 있는 진이 또다른 모습의 피니로 느껴진 것처럼 보였다.

 

"잠깐만 기다려!" 브링커가 외쳤다. "우리는 아직 모든 걸 듣지 못했어. 진실을 모두 밝혀내지 못했다고!"

-중략-

"진실 따위는 너나 가져, 브링커!" 그가 소리쳤다. " 그놈의 진실은 너나 실컷 가지라고!" 나는 피니가 그렇게 소리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네가 이 세상 모든 진실이란 건 다 해먹으라고!" 그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p.207

 

​그날의 진실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싶은 것은 주변사람이 아니라 정작 피니 본인이었다. 하지만 죄를 고백하는 진의 말투는 고백함으로써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모습이었고, 사건의 주인공인 두사람이 덮고자 하는 사실을 억지로 파헤치려는 브링커를 보면서 더이상 진실이나 사실의 중요성이 피니에게는 무의미했다. 그저 자신이 믿고자 하는 진의 모습만이 사실이면 충분했다.

 

중간 중간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 때문에 남은 50여페이지를 남겨두고 읽기를 잠시 멈췄었다. 10대 청소년들의 일탈과 우정을 다룬 작품은 짖꿎은 장난과 감히 해볼 수 없는 대리만족에 웃음이 가득하지만 결말은 마주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런 결말을 택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다 읽지 않고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끝을 읽지 않으면 애초에 줄거리만 읽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까.

 

"겨울도 날 좋아해." 피니가 대꾸하고는, 자신의 말이 뜬금없이 들린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덧붙였다. "내 말은 계절도 누군가를 좋아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겨울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쪽에서도 그 사람을 좋아해주기 마련이야.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지."  p.129

 

피니의 말처럼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상대방이 그래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불안함도 두려움도 없어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피니처럼 그런 마음으로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언젠가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늘 의심하고 스스로를 고통속에 밀어넣는다. 진은 다행히 그런 고통에서는 벗어났지만 자신의 삶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과 소중한 이를 맞바꾸는 댓가를 치뤄야했다. 그게 두렵다면 의심없이 상대를 좋아하는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누군가는 전쟁이라는 불우한 상황이 가져다 준 안타까운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라 말할지도 모른다. 혹은 열여섯 아이들이 친구를 통해 배워가는 내적성장이라 말할 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책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알려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작가 혹은 역자와 출판사의 의도를 비켜간 것이라면 이 또한 분리된 평화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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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프랑스 세계를 읽다
샐리 애덤슨 테일러 지음, 정해영 옮김 / 가지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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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쇼크 시리즈 세계를 읽다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준비하는 많은 행동 중 '해당지역의 가이드북'구매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책을 사는 그 시점부터가 진정한 여행준비라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얼마나 상세하게 가격 및 위치를 알려주느냐와 출간연도를 보고 고르는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함을 느꼈던게 사실이다. 시리즈명에 나와있듯 이 책은 우리가 가이드북을 통해 현지의 거리 곳곳, 상품의 가격과 할인율까지 꼼꼼하게 알고 가더라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겪게되는 컬처쇼크를 대비하기에 좋은 책이다. 말그대로 프랑스, 프랑스인들을 만나게 될 경우 사전에 알아두면 좋은 정보와 그곳에 잠시 혹은 장기로 머무를 때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저자 또한 실제 프랑스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프랑스를 접하고 적응하기 까지의 실질적인 정보 뿐 아니라 프랑스는 좋다면서 프랑스인들을 싫어하는 혹은 적응을 꺼려하는 이들에게 오해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p.12

프랑스는 좋지만 프랑스인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들에게 파리에서 살았고 프랑스를 사랑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반박을 들려주고 싶다.

 

"어떻게 외국인이 프랑스를 좋아하지만 프랑스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좋아하는 프랑스를 만든 것은 바로 프랑스인들이며 프랑스를 프랑스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바로 프랑스인들인데 말이다."

 

워낙 짧게 프랑스, 그것도 파리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비교한다는건 무리고 지난 해 출간된 손미나 작가의 '파리에서는 그대가 꽃이다'라는 책의 내용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다. 만약 그녀가 이 책을 읽고 파리를 갔더라면 초반에 발생한 헤프닝들 중 대부분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거란 생각이다. 우리가 대중문화를 통해 접했던 프랑스인들은 한마디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감정도 풍부하고 기복도 심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은 상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토론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그렇기 때문에 늘 친절하고 낯선이들과도 파티처럼 즐겁게 어울릴거라 생각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손미나씨가 처음 프랑스 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것도 큰 실례인 셈이다. 침묵과 토론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곳이 프랑스인데 초반에는 침묵으로써 서로를 예우하고 어느정도 눈인사와 대화가능성을 열어둔 후에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거였다. 미식가들이 많은 프랑스이기 때문에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식사시간에 대한 예의도 늘 염두해두고 허겁지겁 급히 먹는 것도 조심해야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의 경우 이점을 특히 조심해야지 싶었다. 우리나라르 포함, 아시아인의 경우 어색하거나 멋적을 때 살짝 웃어보이는데 프랑스인들은 이런 아시아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걸로 느낀다고 하니 피식하고 웃는 것 또한 조심해야 한다. 문화충격의 단계들을 보면 적절하게 체류기간에 따른 방문자들의 반응을 표로 쉽게 정리해놓았는데 가장 재미있는 내용임과 동시에 현실적인 부분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p.110~113

문화충격의 단계들

 

출발 전

'완전 흥분되는 걸! 기다려라, 파리여. 내가 간다.'

 

1개월 차

'정말 멋지지 않아? 그림보다도 아름다워.'

 

2개월 차

'우체국이 내 편지를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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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의 삶을 좀 더 들어가보면 우리는 연애 혹은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손미나씨의 책에서도 해당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혼을 한다는건 '자녀를 낳고 기르기 위한'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흔히 사랑한다면서 왜 결혼은 안하는거야 라고 원망하고 연인을 일순간 나쁜남자로 혹은 여자로 만드는 우리의 방식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지 자신들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부모의 반대나 경제적인 여건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결혼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해보인다는 점이다. 반대로 자유로운 연애가 결코 좋은것만은 아니라고 느낀점이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혼을 축하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다. 가족과 결혼이라는 제도를 그렇게나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도 사랑이 우선이라는 그들의 입장앞에 결국 결혼을 안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감정때문인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유가 있다거나 여행과 무관하게 호기심으로 읽는다면 이 책은 더할나위없이 완벽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방문학 지역의 명소나 교통등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면 역시나 스마트폰을 반드시 휴대해야 할 만큼 해당부분에 대한 것은 많이 부족하다. 마지막 핵심노트라는 명목으로 간략하게 명소와 인물 그리고 국가정보가 등장하긴 당장 어디로 연락해야할 지 예산은 어느정도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기대하면 안된다. 또한 마지막에 DO & Don't와 퀴즈를 통해 점검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면에서는 휴식을 위해 떠나려는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어렵고 부담스럽기 까지하다. 이 책 뿐 아니라 내가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기대하는 바가 어떤 건지 충분히 고려한뒤 읽으면 분명 대부분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프랑스, 프랑스인 그리고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저자가 가장 강조했던 점은 '프랑스어'를 할 줄아는 것인데 현지어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은 여러번 강조해도 부족한 것 같다.

 

p.234

프랑스어를 좀 더 알게 되면 언어에 대한 또하나의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언어는 단지 말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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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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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 기억을 찾아서 *

어린 시절 나치에 의해 억압받았던 기억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한 궁금증으로 정신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 에릭 캔델. 빈에서의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 결국 그를 정신과학에 길로 인도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렇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그렇지 못한 기억을 소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뇌의 역할이지만 안타깝게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도 근래에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기억과 관련된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과학 및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결심하기 이전 그가 학부시절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는 역사학이었다. 빈에서 태어난 이후 도망치듯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빈이라는 곳은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그야말로 다양한 가치를 지닌 곳이기에 빈을 중심으로 한 논문을 저술할 만큼 역사학에 뜻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유년 시절의 기억이 여전히 그의 삶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뚜렷하게 기억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심리학쪽에서 프로이트 이론을 다루지만 당시에는 의학쪽에서 다루는 영역이라 의과대에 들어갔지만 그와 관련된 수업 중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정신이론이나 철학적 관점에서 기억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세포연구를 시작으로 한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뇌과학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훈련된 자기 성찰이나 창조적인 통찰은 정신과학을 정초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지식 축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었다. 그 정초를 위해서는 통찰 이상의 것, 즉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실험과학인 천문학, 물리학, 화학의 놀라운 성과들에 자극을 받아 행동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적 방법들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p.60

 

프로이트 또한 신경세포들을 통한 정신과학 분야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길 원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연구직으로서의 삶이 경제적으로 더 불안정했기 때문에 진료소를 개원했을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신분석에서 머물지 않고 뇌과학으로의 창조적이고 점진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그런드페스트라는 인물덕분이었다. 나중에 차차 등장하게 될테지만 에릭 캔델이 하버드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원해준 캄파냐 뿐 아니라 그런드페스트 역시 그의 인생을 변화시킨 인물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연구상황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저자가 '군소'에 대한 연구결과를 접하면서 시작된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까지 군소가 무엇인지 몰랐다. 혹 집단이나 범위를 말하는 한자어인가 싶었는데 고대의 학자들은 바다토끼라고 불렀다는 바다달팽이었다. 이 바다달팽이가 뇌과학을 연구하는데 무슨 관련이 있냐면 포유류의 뇌를 이루는 세포는 1,000억개이다. 근데 군소는 약 2만 개의 세포로 이뤄진데다 군소의 세포들 중 일부는 동물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현미경이 아닌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며 학습에 의해 행동이 바뀔 때 특정 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위해 당시에 군소를 연구하는 사람이 미국에 없어 국립보건원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오랜기간 방문하지 않았던 빈을 방문하게 되는데 어린시절 자신이 기억했던 부분과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 기억의 왜곡을 경험하게 되고 파리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신경세포에 각각의 자극(민감화, 습관화,고전적 조건화)을 통해 학습화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어떤 기억에 의해 행동하고 이에 대해 장애를 얻게 될 때 그것이 정신분석인 이론이 아니라 뇌의 특정 부분이 자극 혹은 손상된 결과이며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게 된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접하면서 심리학, 신경세포에 의한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신분석이 아닌 정반대의 환원주의적 접근법을을 통해 학습 및 기억에 관한 세포생물학의 원리들을 발견한 셈이다. 쥐의 뇌에서 해마부분을 꺼내어 확장된 기억연구가 시작되었고 실험의 대상은 군소에서 생쥐들에게로 옮겨졌다. 맨처음 고양이 척추에서 얻었던 것에서 이제 또다른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의 연구전반에 걸쳐 군소를 통해 얻게된 그의 연구가설및 관련 내용은 계속 이어진다. 2막부터 4막까지가 그가 본격적으로 분자생물학자로서의 뇌과학을 연구, 전문적인 뇌과학의 이론과 실험결과들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서부터는 섣불리 요약해서 전달하거나 리뷰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과제물이나 시험전 총정리에 가까워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책에서는 어려운 설명뒤에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례로 쉽게 풀이해주어 이해를 돕는다. 그치만 결코 쉽지 않다.

5막에서는 뇌과학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정신장애 및 기억장애 등의 질병을 다루는데 적용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 6막은 저자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까지의 에피소드와 정신과학을 포함, 과학자로서의 당부가 담겨있다. 요약하자면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창의적인 도전의 중요성 만큼은  얼마전 읽었던 장하석 교수가 말했던 부분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근래 자연과학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자서전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는 것만 봐도 노벨상에 대한 염원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지는데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이에 걸맞는 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강조하는 것은, 독창적인 문제에 대한 과감하고 창의적인 도전이 획기적인 발견을 낳는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나는 개인의 유년기와 교육 경험이 과학에 대한 접근법과 기나긴 인생행로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지적합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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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로 가는 길 - 이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영적 가르침
무함마드 아사드 지음, 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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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영적 가르침이란 부제를 가진 책, 메카로 가는길. 저자 무함마드 아사드는 유대계 오스트리아인이지만 성인이 된 이후 자발적으로 이슬람교로 개종 후 이슬람문화권의 곳곳을 방랑한 사람이기도 하다. 기독교와 비교했을 때 어느 종교가 더 우월하다라는 입장이 아니라 그동안 유럽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올바른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슬람문화에 대해 그리고 종교에 대해 강박에 가깝게 다가올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됨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동안 그토록 방황하는 이유, 왜 한 곳에 정착하질 못하는지에 대한 답과 우리가 머무는 문화만큼 다른 문화 또한 존중해야 된다는 깨달음을 던져 줄 뿐이다. 아니 이것도 무거운 짐이 될 것같다. 읽어보면 알게되겠지만 이 책은 그저 메카로 가는 그 여정일 뿐이다.


모순이지만 이런 방랑벽은 모험심보다는 나만의 안식처를 찾겠다는 갈망에서 비롯되었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자에게 주어지는 전형적 운명을 거부하고 관점과 외형 모두 판이하게 다른 세계를 찾아 떠나도록 만든 동력은 바로 이 내적 발견에 대한 갈망이었다. p.34

32세 때 자이드와 함께 떠나는 여정 사이사이 그가 이슬람교로 개종하기 전 후의 과정이 함께 등장하는데 우선 사막에서 방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의 첫 만남과 그가 베풀어준 다양한 혜택을 묘사할 때는 그동안 유럽에서 단순한 흥미위주의 관심을 떠나 적대적이기 까지했던 사실을 깨닫게 했다. 물론 유럽 뿐 아니라 이슬람외에 아시아인들이 던지는 오해와 선입견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국왕과의 일화 이후 모래폭풍을 맞이하는 정도야 예사고 사흘이 넘게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죽음 직전에 닿아 사경을 헤매이는가 하면 눈을 감고 달리다가 늪도 아닌 곳을 늪이라 착각하고 정신없이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자연이 그 상대가 되기에 크게 긴장감이 들진 않았지만 영국 탈영병이라 오해받는 다던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함께 탈출을 감행했던 동료가 생포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들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긴장감이 덜한 철학적인 방랑으로 화제를 돌리자면 흥미롭게도 그가 이슬람교 이전에 노자사상 등 다양한 종교와 사상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방랑하는 모험심이 단순히 물리적 방황이 아니라 정신적 방랑도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노자사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와 달리 오히려 이슬람교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당시만 하더라도 편견에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케이크 나눔으로 인해 아랍에 대한 오해가 서서히 풀리는 장면을 보면 결국 어느 종교나 문화를 전파할 때 아주 사소한 배려와 '먹거리'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테러와 학살에 의한 피해의 시초가 되는 유대인 정착촌과 관련된 부분이 그러하다. 밸푸어 선언에 의한 이 정책은 지난 유럽사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어쩌면 저자가 유대계였기에 더더욱 이 부분을 진지하게 다룰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깊게 생각해보자면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와 그들의 문명을 빠르게 받아들인 나라가 개발이란 명목하에 자행된 침략과도 같은 경우는 쉽게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함부로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 한 국가의 질서는 무너진다. 한데 중동사를 공부한다는 학생들이 이 점을 깨닫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열강들이 식민지에 건설한 철로만 눈에 들어오고 속절없이 짓밟힌 그 식민지의 사회 구조, 자긍심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p.123


종교적인 부분을 좀 더 꺼내보면 이슬람교의 경우 지나치게 절제를 강조하고 이분법적인 다른 종교에 비해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것이다. 육신은 버리고 갈 것이라는 기독교와 달리 신의 창조물인 것은 영혼과 다름없기에 동등하다고 믿는 것도 그러하며 가장 민감하며 대다수의 비종교인들이 부담을 갖는 '원죄'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도 그렇다. 오히려 인간은 선천적으로 순수하며 앞서 말했던 영혼과 육신 자체를 분리하지 않는다. 다만 신을 믿지 않을 경우 후천적 잘못에 의해 잘못될 수 있기에 신을 믿으라고 코란은 말한다. 결국 신을 믿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뿐 아니라 그 어떤 종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얼마전 방한했던 교황의 말씀처럼 종교를 믿지 않을 경우 양심에 따라 살아가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험했던 저자의 사건사고와 방랑여정 그리고 이슬람교와 문화에 대해 알지못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원하는 종교, 원하는 삶의 방향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속박되는 것도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우리가 신념을 갖고 있는 그 무엇이든 타인에게 강조해서도 안되며 오히려 그럴수록 이해하는 열린 사고를 가져야 된다는 점이다. 저자가 서구와 이슬람문화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한 것처럼 기회가 된다면 이슬람 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며 제대로 된 문화를 알려주는 저서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슬람이란 종교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에서도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열었다. 고대 카스트 제도를 타파하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건설했으며, 오래도록 휴면 중이었던 문화 에너지를 일깨웠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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