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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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 기억을 찾아서 *

어린 시절 나치에 의해 억압받았던 기억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한 궁금증으로 정신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 에릭 캔델. 빈에서의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 결국 그를 정신과학에 길로 인도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렇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그렇지 못한 기억을 소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뇌의 역할이지만 안타깝게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도 근래에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기억과 관련된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과학 및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결심하기 이전 그가 학부시절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는 역사학이었다. 빈에서 태어난 이후 도망치듯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빈이라는 곳은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그야말로 다양한 가치를 지닌 곳이기에 빈을 중심으로 한 논문을 저술할 만큼 역사학에 뜻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유년 시절의 기억이 여전히 그의 삶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뚜렷하게 기억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심리학쪽에서 프로이트 이론을 다루지만 당시에는 의학쪽에서 다루는 영역이라 의과대에 들어갔지만 그와 관련된 수업 중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정신이론이나 철학적 관점에서 기억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세포연구를 시작으로 한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뇌과학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훈련된 자기 성찰이나 창조적인 통찰은 정신과학을 정초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지식 축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었다. 그 정초를 위해서는 통찰 이상의 것, 즉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실험과학인 천문학, 물리학, 화학의 놀라운 성과들에 자극을 받아 행동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적 방법들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p.60

 

프로이트 또한 신경세포들을 통한 정신과학 분야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길 원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연구직으로서의 삶이 경제적으로 더 불안정했기 때문에 진료소를 개원했을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신분석에서 머물지 않고 뇌과학으로의 창조적이고 점진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그런드페스트라는 인물덕분이었다. 나중에 차차 등장하게 될테지만 에릭 캔델이 하버드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원해준 캄파냐 뿐 아니라 그런드페스트 역시 그의 인생을 변화시킨 인물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연구상황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저자가 '군소'에 대한 연구결과를 접하면서 시작된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까지 군소가 무엇인지 몰랐다. 혹 집단이나 범위를 말하는 한자어인가 싶었는데 고대의 학자들은 바다토끼라고 불렀다는 바다달팽이었다. 이 바다달팽이가 뇌과학을 연구하는데 무슨 관련이 있냐면 포유류의 뇌를 이루는 세포는 1,000억개이다. 근데 군소는 약 2만 개의 세포로 이뤄진데다 군소의 세포들 중 일부는 동물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현미경이 아닌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며 학습에 의해 행동이 바뀔 때 특정 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위해 당시에 군소를 연구하는 사람이 미국에 없어 국립보건원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오랜기간 방문하지 않았던 빈을 방문하게 되는데 어린시절 자신이 기억했던 부분과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 기억의 왜곡을 경험하게 되고 파리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신경세포에 각각의 자극(민감화, 습관화,고전적 조건화)을 통해 학습화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어떤 기억에 의해 행동하고 이에 대해 장애를 얻게 될 때 그것이 정신분석인 이론이 아니라 뇌의 특정 부분이 자극 혹은 손상된 결과이며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게 된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접하면서 심리학, 신경세포에 의한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신분석이 아닌 정반대의 환원주의적 접근법을을 통해 학습 및 기억에 관한 세포생물학의 원리들을 발견한 셈이다. 쥐의 뇌에서 해마부분을 꺼내어 확장된 기억연구가 시작되었고 실험의 대상은 군소에서 생쥐들에게로 옮겨졌다. 맨처음 고양이 척추에서 얻었던 것에서 이제 또다른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의 연구전반에 걸쳐 군소를 통해 얻게된 그의 연구가설및 관련 내용은 계속 이어진다. 2막부터 4막까지가 그가 본격적으로 분자생물학자로서의 뇌과학을 연구, 전문적인 뇌과학의 이론과 실험결과들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서부터는 섣불리 요약해서 전달하거나 리뷰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과제물이나 시험전 총정리에 가까워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책에서는 어려운 설명뒤에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례로 쉽게 풀이해주어 이해를 돕는다. 그치만 결코 쉽지 않다.

5막에서는 뇌과학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정신장애 및 기억장애 등의 질병을 다루는데 적용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 6막은 저자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까지의 에피소드와 정신과학을 포함, 과학자로서의 당부가 담겨있다. 요약하자면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창의적인 도전의 중요성 만큼은  얼마전 읽었던 장하석 교수가 말했던 부분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근래 자연과학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자서전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는 것만 봐도 노벨상에 대한 염원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지는데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이에 걸맞는 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강조하는 것은, 독창적인 문제에 대한 과감하고 창의적인 도전이 획기적인 발견을 낳는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나는 개인의 유년기와 교육 경험이 과학에 대한 접근법과 기나긴 인생행로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지적합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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