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 아이스너 상 수상 Wow 그래픽노블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그래픽노블(만화) 작가인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작품은 이전에 두 권을 보았다. (<고스트>와 <오, 오마이 캐릭터>) 일본의 만화에 비해 북미권의 만화는 아직 우리 나라에 많이 소개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영화(MCU)에 한정되어 있다. <와치맨>, <신 시티>같은 선 굵은 히어로물들이 나름대로의 인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큰 시야에서 보면 사실 매니아들만 아는 만화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 및 소개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될 만 하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일상 속(주로 청소년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작품의 내용들도 주로 청소년 화자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친근하며, 감정 묘사도 섬세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적에 읽었던 <고스트>, <오, 마이 캐릭터>보다 이 작품 <스마일>이 더 좋았다. 그 이유는 이전의 두 작품은 작가가 창작한 허구의 인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반면, <스마일>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의 주인공은 작가 그 자신이다. (이름도 '레이나') 미국의 6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1) 레이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심하게 넘어져 앞이 두 개가 부러지고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레이나는 '교정'을 시작한다. <스마일> 이야기의 한 축은 레이나가 교정을 시작하면서 풀게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치과 치료의 생생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나마 치열이 고른 편이라 교정을 해본 일은 없는데, 이 책이 말하는 교정의 고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입맛마저 없어질 지경이다. 레이나의 이야기를 보면, 한창 사춘기에 교정을 한다는 일 자체가 무척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보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치아 교정기를 한 게 '모범생'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스마일>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레이나가 치아 교정을 하는 동안 겪는 사춘기의 사건들과 성장이다. 레이나는 중학교~고등학교 동안 치아 교정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변화하고, 다른 남자 아이를 좋아하게 되는 등 다양한 일을 겪는다. 그 이야기를 치과 치료와 함께 잘 섞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이 무척 재미있었다.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그래픽 노블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를 섬세하지만 담백하게 풀어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가 부러지는 큰 사고나 치아 교정을 하는 데 느꼈던 부정적 감정들을 우울하게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 담담히 풀어가는 부분이 무척 좋았다. 읽는 내내, 그리고 읽은 후 뒷맛까지 깔끔하고 좋은 만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랑 도서관 - 품격 있는 공간의 가치를 창조하는
장덕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랑 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커피와 도서관을 합쳐 놓은 형태의 카페 ~ 독서실의 공간이다. 한국 번화가에 있는 다양한 상가들 중 가장 많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카페일 것이다. 그만큼 카페는 이제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며, 식사를 해결하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 책 <커피랑 도서관>의 저자이자, 복합문화공간 '커피랑 도서관'의 대표인 '장덕성' 씨는 이러한 카페의 기능 중 '공부'에 집중했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공부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공부는 단순히 시험을 대비하는 것 뿐 아닌, 직장인들에게는 '업무'의 의미, 그리고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장덕성 작가는 '1시간에 2,000원(창업 당시 1,500원)만 내면 커피 혹은 차를 무제한 마시며 독서/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한다. 그것이 곧 '커피랑 도서관'이 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커피랑 도서관'을 창업하게 된 전 과정, 그리고 사업 기획에 대한 비전과 준비, 노하우 등을 말한다.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하고 성공을 하게 되며 느낀 점들을 세세하게 적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더불어 사업이 실패하고 심리적으로 너무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개신교(교회)에 열중하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던 내용 또한 담고 있다.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면 읽기 조금 힘들 수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업의 비전과,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여러가지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사업을 계획 중이거나, 저자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무척 흥미롭게 읽을 법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 전쟁>은 저자 수 로이드 로버츠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ITN과 BBC라는 세계적인 언론에서 일한 영국의 저널리스트(방송 기자) 수 로이드 로버츠가, 세계의 다양한 곳을 누비며 직접 취재한 것들을 모아 낸 책이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그 자신의 행적 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73년에 영국 ITN에 수습기자로 입사했는데, 당시에 여성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왕실 행사나 박람회 같은 '얌전한 일' 정도였다. 하지만 수 로이드 로버츠는 그 틀을 깨고, 구소련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곳의 분쟁지역, 험지 등을 다니며 혼자 취재, 촬영, 보도를 한 전설적인 저널리스트다.

수는 그 이후로도 저널리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 특히 여성 인권과 관련된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도했다. 이 책은 저자가 취재한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집대성한 책으로, 수의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 그 자체를 담아낸 멋진 책이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 책을 집필하던 2015년 10월, 저자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거의 완성되어 있던 원고를 유가족(딸)과 편집자가 마무리하여 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 전쟁>은 제목 그대로 남녀가 불평등한 세계 곳곳의 사회 속에서 '여자가 싸우는'과정을 담고 있다. 크게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들도 있다.

여성 인권이 가장 낮은 국가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라던가, 민주화 운동을 하던 광장에서 일어난 성폭력으로 큰 지탄을 받았던 이집트 등이 그것이다. 반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여럿 다룬다. 수녀원에서 감금된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던 아일랜드의 사연 혹은 아르헨티나의 '5월 광장의 할머니들'의 사연이 그것이다.

<여자전쟁>을 읽으며 뻔하지만 새삼스럽게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이 얼마나 낮은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의 경우는 상상 이상의 충격을 줬다.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당시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러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자 학생들과 이야기 해 볼 기회가 몇 번쯤 있었는데, 그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자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신기한 문화'라는 생각만 들었고, '여성 인권이 끔찍하게 낮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로는 그 이야기를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성'에게 들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그때의 내가 여성 인권에 대한 별다른 자각이 없었기 대문이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접하니,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낮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전의 책 리뷰에도 썼지만, 이 책 또한 책 초반부에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연속으로 읽다보니 다소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이야기 자체가 충격적인 동시에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도 매력적으로 담겨 있어 분량이 꽤 되지만 정말 술술 읽어내려갔다. 또 한 권의 추천할만한 페미니즘 책을 읽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동하는 여자 -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
양민영 지음 / 호밀밭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민영 작가의 <운동하는 여자>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동명의 칼럼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부제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은 이 책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정확한 수식어로, '운동'을 테마로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를 살펴보는 책이다.

운동은 보통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중, 고등학교 시절의 여학생들에 대해 자연스레 '그들은 운동, 체육시간을 싫어할 것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나이 또래 혹은 성인이 된 여성들이 축구나 농구 따위를 하는 일을 우리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의 운동'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미녀들이 요가, 발레, 필라테스 따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설명할 것 없이 이러한 사고는, 그 자체로 우리 안에 있는 여성 혐오이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에 몇 달쯤 머문 적이 있는데, 그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여자 아이들의 활동성이다. 뉴질랜드는 잘 알려졌다시피 세계에서 남녀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곳에서는 공원에서 여자 청소년 ~ 성인들이 남자들과 어울려 풋볼, 크리켓, 혹은 그 외의 운동들을 활발하게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기서는 '여자가 무슨 공놀이'라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서는 누구도 '여자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근육이 덜 붙고 몸매가 예뻐지는 것 뿐이다' 고 할 수 없었다.

<운동하는 여자>는 이러한 한국 사회 내(그리고 나아가서는 세계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운동'과 관련된 성차별, 루키즘, 그리고 여성혐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 격인 '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운동을 꽤 오래해온 저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고 있다. 저자 또한 학창 시절 '운동'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다양한 운동을 접하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들로는 수영, 크로스핏, PT, 주짓수, 달리기 등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느끼고 만났던 여성혐오를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이 책을 보면 나도 사회에 만연한 것은 물론,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다양한 여성혐오를 마주할 수 있었다.

후반부의 '그라운드에 선 여자들' 과 '일인칭 운동하는 여자 시점'은 세계 사회, 그리고 한국 사회 속에서 '운동하는 여자들'(프로 선수들과 일반인)이 겪어야 했던 다양한 차별과 부조리에 대해 다룬다. '론다 로우지, 팀 킴, 심석희' 같은 실존하는 인물부터, '당갈, 달려하 하니' 등의 대중 예술 작품, 그리고 '맥도날드, 나이키'의 페미니즘 광고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반부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 개인이 운동을 실제로 배우고 하면서 느껴야 했던 여러 가지 차별들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었기에 더욱 생생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특히 '여자인 자신이 점점 강해질수록, 남자들은 그런 자신을 더욱 짓누르려 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만 해도 나보다 힘이 센 여자와 팔씨름을 해서 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사고 자체가 여성험오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았지만, '감성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려 노력하는데도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도, 페미니즘에 대해 열리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러한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페미니즘적인 부분을 떼고 말해보자면, 이 책은 '운동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 멋진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하루 하루의 고통을 견뎌 새로운 근육을 쌓아가는 작가의 여정에 나도 당장 동참하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운동들 중 '크로스핏'을 가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찮게 최근에 페미니즘 도서를 몇 권쯤 연속으로 읽으며 글이 주는 무게감에 조금 짓눌린 기분을 느꼈었다. 이 책을 처음 펼 때도 그런 마음이었는데, 글도 재미있고 술술 잘 읽혀서 단숨에 읽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우리 사회의 큰 화두일 것이며,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다. 더 늦기전에 페미니즘 도서를 한 권쯤 읽어보고 싶다면, <운동하는 여자>를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을 쿠키처럼 - 한입에 쏙 들어가는 물리학
이효종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튜버 '과학쿠키'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이라는 분야를 쿠키처럼 달고 또 친숙하게 일반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학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이지만 현재 16만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유튜버 '과학쿠키'가 과학의 대중화라는 큰 맥락에서 책 한 권을 출간했다. 바로 이 책 <과학을 쿠키처럼>이다.

<과학을 쿠키처럼>은 과학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다기 보다는 '물리학'에 한정된 과학을 다루고 있다. 물리학은 과학 내에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다. 수능 과학탐구 영역에서도 물리 선택자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일반 독자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과학쿠키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총 5장으로 나누어진 책에서 저자는 클래식 역학 - 전자기학 - 양자역학 - 열역학 - 기본 단위계를 각각 다룬다. 앞의 네 가지는 물리학 하면 떠오로는 기본 법칙, 이론이다. 그리고 마지막 기본 단위계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여러가지 기본 단위(kg, cm 등)들에 대해 다룬다.

한국의 교육과정과 교육 문화의 영향이 크겠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대부분의 과목들은 그저 '시험'을 위한 공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10여년 넘게 배우면서도 제대로 회화를 못하는 것이다.

과학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과학적 규칙과 현상들을 우리는 과학으로 보지 못한다. 과학은 책 속에서, 시험 문제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쿠키의 이 책과 함께라면 과학이라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곧 이 책이 탄생한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