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문방구
GB 편집부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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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이란 브랜드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04년이라고 한다. 내가 처음 무인양품이란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 2010년 이후의 일이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일찍 무인양품이 한국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느낌은 '깔끔함, 담백함' 같은 키워드이다. 무채색으로, 그 물건이 가져야 하는 기능 중 최소한의 것만 가진 느낌이라고 할까.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우리나라에서 나름대로의 특색과 입지를 확보한 브랜드가 되었다.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무인양품 문방구> 라는 책은 제목 그대로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는 '문방구'들을 자세히 소개한 책이다. 원작은 일본의 것으로 저자가 'GB 편집부'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출판사의 편집부에서 집필, 출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양품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문구들의 탄생 비화부터 개발 스토리, 사용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무인양품 하면 떠오르는 물건들이 '문구'는 아니다. 오히려 생활 소품들이 우선 떠오른다. 편안하고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기본 옷들이라든지, 간단한 가구라든지, 우산같은 것들 말이다. 무인양품은 그렇게 일상 속에서 무던하게 쓸 수 있는 물건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왔다.

반면 이 책을 읽어보니 일본에서는 무인양품의 문구들이 생각보다 더 널리 쓰이고 인기도 많은 것으로 보였다. 이 책이 소개하는 무인양품의 대표 문구류들은 일본인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접했던 것들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있어 '제도 샤프', '톰보우 지우개' 같은 것들처럼 말이다.

사실 문구류를 많이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무인양품의 문구류에 대해 특별한 추억도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다소 겉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공감이 없다보니 책을 조금 더 깊이 읽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독특하고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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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짓는 목수 이야기 - 46년, 거친 손으로 인생을 씁니다
유광복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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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이 되며 앞으로 먹고 살 일에 대한 고민이 꽤 생겼다. 지금이야 젊으니 어렵지 않게 밥벌이를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땅한 경력 혹은 기술이 없다면 먹고 사는 데만해도 큰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100세 시대를 맞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게 된다.

'목수'는 그런 직업들 중에서도 아주 좋은 직업일 것이다. 입문 초반에야 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으나, 한 번 입문을 하고 경력을 쌓게 되면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삶을 짓는 목수 이야기>는 46년을 목수로 살았고, 살고 있는 저자 유광복의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목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어떠한 목수로서 삶을 살았으며, 그 삶 속에서 느낀 것들이나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읽으면서 으례 예상했던 것들, 일테면 목수로서의 삶의 어려움이나 고단함이 있어서 다소 뻔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아날로그 목공작업은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부터 유튜브까지 저자는 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시도했다는 점이 목수로서의 삶보다 더욱 멋졌다. 아마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도 잘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었고, 그런 덕분에 더욱 감명깊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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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하수연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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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은 저자 하수연의 투병의 기록이다. 작가는 18살에 희귀난치병인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질병의 진단을 받고 24살까지 투병 및 치료를 하게 된다. 희귀난치병이란 말의 뜻은 그 병이 치료하기 어렵다는 뜻인 동시에, 무척 드물다는 뜻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을 주고 싶어 기록을 시작했다고 한다.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찾아온 희귀난치병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사람이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18살에는 성적이나 학교 말고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름의 고민들이 있었지만 그 고민 중 하나가 '죽음'이었던 적은 없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그렇지만)

그러나 18살에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는 저자는 어땠을까. 아마 평범한 18살과는 많이 다른 생각과 삶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사실 작가는 다른 평범한 청소년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긴 했다.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 후 15살에 대학에 입학해 3년여 간 대학 생활을 한 후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18살이라는 나이 자체는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저자가 느낀 고통과 고민의 무게는 아마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투병을 하며 자신의 생각과 투병 과정을 글로 정리했고, 그림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이 책을 내게 된다. 작가가 가졌던 생생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기에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행이라는 점은 골수이식을 받고 병에서 낫게 되었다는 점이다.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장점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글이라는 매개체로 쉽게 알게 된다는 것일 거다.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과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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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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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 왔는가>는 연세대학교의 '빈곤의 인류학' 이라는 수업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프로젝트의 내용은 연세대학교의 학생(청년)들이 사회의 빈곤 문제 주제로 고민하는 반빈곤 활동가 10명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빈곤한 사람들로는 용산참사, 홈리스, 복지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쪽방촌 주민 등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넘어선 그야말로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빈곤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은 명징한 사실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단 하나,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는 곧 빈곤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뜻한다. 외주에 외주를 받는 하청 노동자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시골에 사는 사람들 등등. 그들은 사회적으로 계층 상승을 꿈꾸지도 못하는 위치에 있다.

반면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자란 경우가 많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경제 수준이 높을 수록 학습 수준도 높다는 것이 팩트이니) 그런 면에서 두 부류의 사람들이 마주치는 점이 이 책이 탄생하게 딘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태어났고, 그냥 살아간다고 사람이 아니다.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하는 것이 진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곤하고 가장 소외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나 정치 이야기는 자유와 평등을 기준으로 서로 다투곤 한다. 내 생각으론 한 개인의 빈곤이란 개인 노력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회적 문제로 개인이 빈곤해질 여지는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부분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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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한준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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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는 1931년생 한준식 작가가 직접 이야기하는 6.25 전쟁의 기록이다. 한준식 작가는 6.25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이다. 그것도 군인으로 최전방에서 전투를 겪은 '전쟁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한준식 작가는 6.25 전쟁이 난지 1년이 지난 1951년 자원 입대를 하게 된다. 나라에 전쟁이 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정의감, 애국심에서 한 행동이었다. 간단한 사격 방법만 배운 뒤 광주의 모 부대에 소속되어 전투를 겪고, 그 이후로도 여러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다 포탄 파편을 다리에 맞는 큰 부상을 입게 되며 한준식 작가는 후방의 보병학교로 전출을 가게 된다. 그렇게 큰 부상을 입었지만 6.25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성실히 복무를 수행하고, 전쟁이 끝나자 전역을 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손녀가 한준식 작가가 직접 쓴 '6.25 참전전투기록' 이라는 개인적 기록(일기)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한준식 작가가 2000년에 작성) 잘 몰랐던 할아버지의 젊은 날, 그리고 6.25에 대한 생생한 기록에 큰 매력을 느낀 손녀는 그것을 타이핑하여 직접 책으로 제작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 제작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된 손녀는 간단히 동네 출력소에서 10부 정도만 제본을 하여 가족들과 나눠 갖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가진 가치가 더 크다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만 끝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해당 기록을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이 기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큰 이슈가 되어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널리 알려져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한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만든 독립출판물 <이명옥 회고록>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반가웠다. 개인의 기록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살핀다는 점에서 두 책은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전쟁에 대한 생생한 기록은 전쟁이 왜 일어나면 안되는 것인가에 대한 다른 어떤 말보다 더욱 강한 설득력을 주었다.

결국 역사란 큰 흐름도 중요하지만,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쓸려간 개인 하나 하나의 삶도 무척 중요하다. 그런 개인들의 사연들이 모여 역사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두텁지 않은 책이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이 주는 메세지의 묵직함은 그 어떤 책보다 더욱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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