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여자 -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
양민영 지음 / 호밀밭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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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영 작가의 <운동하는 여자>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동명의 칼럼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부제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은 이 책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정확한 수식어로, '운동'을 테마로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를 살펴보는 책이다.

운동은 보통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중, 고등학교 시절의 여학생들에 대해 자연스레 '그들은 운동, 체육시간을 싫어할 것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나이 또래 혹은 성인이 된 여성들이 축구나 농구 따위를 하는 일을 우리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의 운동'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미녀들이 요가, 발레, 필라테스 따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설명할 것 없이 이러한 사고는, 그 자체로 우리 안에 있는 여성 혐오이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에 몇 달쯤 머문 적이 있는데, 그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여자 아이들의 활동성이다. 뉴질랜드는 잘 알려졌다시피 세계에서 남녀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곳에서는 공원에서 여자 청소년 ~ 성인들이 남자들과 어울려 풋볼, 크리켓, 혹은 그 외의 운동들을 활발하게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기서는 '여자가 무슨 공놀이'라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서는 누구도 '여자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근육이 덜 붙고 몸매가 예뻐지는 것 뿐이다' 고 할 수 없었다.

<운동하는 여자>는 이러한 한국 사회 내(그리고 나아가서는 세계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운동'과 관련된 성차별, 루키즘, 그리고 여성혐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 격인 '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운동을 꽤 오래해온 저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고 있다. 저자 또한 학창 시절 '운동'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다양한 운동을 접하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들로는 수영, 크로스핏, PT, 주짓수, 달리기 등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느끼고 만났던 여성혐오를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이 책을 보면 나도 사회에 만연한 것은 물론,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다양한 여성혐오를 마주할 수 있었다.

후반부의 '그라운드에 선 여자들' 과 '일인칭 운동하는 여자 시점'은 세계 사회, 그리고 한국 사회 속에서 '운동하는 여자들'(프로 선수들과 일반인)이 겪어야 했던 다양한 차별과 부조리에 대해 다룬다. '론다 로우지, 팀 킴, 심석희' 같은 실존하는 인물부터, '당갈, 달려하 하니' 등의 대중 예술 작품, 그리고 '맥도날드, 나이키'의 페미니즘 광고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반부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 개인이 운동을 실제로 배우고 하면서 느껴야 했던 여러 가지 차별들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었기에 더욱 생생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특히 '여자인 자신이 점점 강해질수록, 남자들은 그런 자신을 더욱 짓누르려 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만 해도 나보다 힘이 센 여자와 팔씨름을 해서 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사고 자체가 여성험오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았지만, '감성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려 노력하는데도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도, 페미니즘에 대해 열리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러한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페미니즘적인 부분을 떼고 말해보자면, 이 책은 '운동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 멋진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하루 하루의 고통을 견뎌 새로운 근육을 쌓아가는 작가의 여정에 나도 당장 동참하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운동들 중 '크로스핏'을 가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찮게 최근에 페미니즘 도서를 몇 권쯤 연속으로 읽으며 글이 주는 무게감에 조금 짓눌린 기분을 느꼈었다. 이 책을 처음 펼 때도 그런 마음이었는데, 글도 재미있고 술술 잘 읽혀서 단숨에 읽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우리 사회의 큰 화두일 것이며,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다. 더 늦기전에 페미니즘 도서를 한 권쯤 읽어보고 싶다면, <운동하는 여자>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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