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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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Q: 어른이 되니까 좋아?

A: . 하지만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났다면 재미없었을거야.

 

Q: 공부해서 도움된 게 있어?

A: 공부 별로 안 했는데…… 하지만 글자를 배우면 책을 읽을 수 있어.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녀보다도 책을 기획하는 편집자에게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 책도 편집자가 먼저 이런 책을 만들어보면 어때요?’ 라고 권했던 모양인데, 그런 아이디어를 내주는 편집자나, 그 생각을 이렇게 멋진 내용으로 탄생시키는 작가나 모두 굉장하다고 느낀다.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스무 권의 책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해 내게 되었다. 처음으로 혼자서 걷게 된 일, 껌껌한 곳에서도 씩씩하게 화장실을 혼자 갈 수 있게 된 일(실제로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밤에 혼자 화장실을 못 가서 바지에 실례를 하곤 했다), 혼자서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일,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일(심지어 운전도 할 수 있다) 등등 살면서 성취한 일들이 꽤나 많더라.

 

그런데도 언젠가부터 너무 목표치를 높게 잡고, 스스로를 닦달하고 힘겹게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속도와 방향이 다른데. 여자아이에게 서서 소변을 보라고 한다거나, 백일밖에 안된 아이에게 말을 못한다고 구박한다거나, 그렇게 말도 안되는 것을 나는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내가 아직도 어린이마냥 부족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 기억이 떠올라 매우 부끄럽기도 했다. 제일 첫 번째 챕터의 내용이 친구가 선물해준 책을 학급문고에 기증한 이야기였다.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에 친구가 몹시 서운해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얼마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친구가 선물해준 책을 도서실에 기증하고는, 자랑스레 친구에게 네가 선물해준 책 기증했어. 잘했지?’라고 말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친구가 왜 서운해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친구의 마음이 전해져 몹시, 몹시 미안해졌다.

 

Q: 후회하는 일 있어?

A: 물론 있지. 하지만 후회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거야.

 

Q: 어린아이인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A: 다행히 없어. 어른이 돼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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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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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p.182)

오래전 하루키의 <먼 북소리>란 에세이를 샀다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결국엔 다 못 읽고, (아마도 알라딘 헌책방에) 팔아버렸다. 너무 오래전 여행담이라 그런지, 유독 그 책은 잘 읽히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고작 그 한권으로) 그만 나는, 나와 하루키의 여행담은 잘 안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이 책은 정말이지 술술 읽혔고, 퍽 재밌었고,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었으니까.(솔직히 말하면 세 번째 이유는 거짓말이다. 나는 늘 여행을 떠나고 싶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사실은 하루키와 내가 은근히 공통점이 매우 많다는 점이었다. 마라톤을 좋아한다거나, 재즈음악을 좋아한다거나, 야구 관람을 좋아한다거나.

 

 이 책의 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본문에도 썼듯이,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만난 한 베트남 사람이 라오스로 향하는 내게 했던 질문입니다.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 있는 것이 대체 뭐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 나도 한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라오스에 뭐가 있다는 걸까? 그런데 막상 가보니 라오스에는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소리죠.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 보세요.(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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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주
최상희 지음 / 해변에서랄랄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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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초. 바야흐로 1년 중 내가 가장 행복한 때가 흘러가고 있다. 낮이 길고, 그래서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밝은 하늘을 볼 수 있고, 공기가 참 따뜻한 순간. 게다가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니! 1년 내내 날씨가 똑같다면 아마도 이렇게 크나큰 행복은 감히 누리지 못했을 테지.

아침 저녁으로 행복에 젖어 절로 콧노래를 부르는 요즈음, 유난히 생각나는 곳이 있다. 제주도. 그리고 밝히고 싶지 않은 중간산 어느 곳의 게스트하우스. 여태껏 누가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 좀 소개해달라 그래도 내심, ‘이곳은 제외라는 맘으로 꼭꼭 숨겨두고 있었는데, 이 책에 그곳이 버젓이 소개가 되고 말았다. , 이제는 예약하기가 더 힘들어지겠구나. 에효.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주 간략하게 소개되어, 그 소개글 만으로는 그곳의 매력을 발견하는 사람이 매우 적을 것 같다는 점. 나는 여기서 두가지 추론을 해본다. 하나, 저자의 눈에는 내가 애정하는 그곳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 저자의 마음에도 그만 그곳이 쏙 들어, 사람들에게 널리 소개하기 싫어졌다거나.

가본 사람의 촉으로는 두 번째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본다. 주인장에게는 매우 미안한 노릇이지만.

 

잡지기자를 오래했다는 저자는 화보담당이었는지, 이 책에 실린 사진은 모조리 의류화보사진 마냥 탐나게 찍었다. 소녀틱한 옷과 머리스타일과 제주의 풍광이 참 잘 어우러져서, 나도 저런 옷을 입고 제주에 가서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어봐야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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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여행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 이제 복잡함과의 결별이 필요할 때
정은길 지음 / 다산3.0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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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첫 배낭여행을 떠날 때 내 짐은 35리터 작은 가방에 맞춰져있었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른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시절의 난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 어찌나 현지인처럼 하고 다녔는지 현지인들이 나에게 자꾸만 길을 물어 난감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최근 여행을 떠났을 때, 현지인들이 나에게 길을 묻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동네방네 여행객 티를 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저자가 누군가가 매일매일 입을 옷까지 코디해둔 여행수첩을 보고 뜨악해 하는 장면에서 매우 뜨끔했다. 나의 여행수첩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날의 코디와 동선, 들를 음식점, 식당까지. 모두 완비되어야만 떠나게 된 나.

어쩌면 그 옛날 별다른 계획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 현지인들이 소개해주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추천해주는 코스로 여행하던 시절이 진짜 쉼을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었을까.

단순한 여행기를 기대했는데, 이 책에는 여행에 대한 내용보다는,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가득 담겨있다. 여행에 대한 자기계발서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 나처럼 제목만 보고 여행기를 기대했던 사람은 실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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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 - 30대 직장남의 오감만족 아이슬란드 음악 여행기
이진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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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별로였다. 편집 때문이었는지, (기대했던) 에세이집이 아니라 가이드북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읽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기를 일주일. 다른 책들에 자꾸 밀리다 보니 도서 반납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출근길 가방 속에 이 책만을 달랑 챙겨서 나서니 전철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이 책 참 재밌다.

 

인천공항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있었더라? 아이슬란드 공항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고 한다. “Better weight than wisdom a traveler can not carry. 여행자에겐 어떤 짐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인 만큼 각 챕터마다 책을 읽으며 함께 들으면 어울릴 만한 음악을 소개해주었는데, 친절하게도 QR 코드를 심어두어 바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얼마 전 읽은 여행기에서는 QR 코드를 찍으면 그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바야흐로 문명의 발달로 글을 읽는 데서 나아가 저자가 들었던 음악을 함께 듣고, 그가 보았던 경치를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꽃보다 청춘>시리즈로 낯설지 않은 지명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책이 끝을 보인다. 수도 레이캬비크를 시작으로, 귀들포스(굴포스가 아님), 비크, 스카프타페들&바트나외퀴들 국립공원 등등.(아이슬란드는 지명도 왜 그리 어려운지)

 

과거 김동영 작가의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그는 혼자 하는 여행이었고, 아이슬란드에 친구도 한 명 없었지만, 그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쓸쓸하다거나 외로워보인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기를 읽으면서는 내내 저자가 무척 고독하고 쓸쓸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나는 감히 그 땅을 혼자 밟을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언젠가 운전 잘 하는 짝꿍이 생기면 슬쩍 용기를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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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8 1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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