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인간극장>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고,(본인은 불행히도 보지 못했지만.;;) 루게릭병이란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제주도에 <두모악 사진 갤러리>를  꾸며서 주목받은, (그러나 실상 스스로는 주목받기를 원치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

이 책이 발간된 2004년 그는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직도 그가 살아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알아보니 이미 죽었다고 한다. 참 아쉬운 노릇이다.

난 아직까지 제주도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그저 좋다는 말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주도에 꼭 한번 가서 두모악 갤러리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니, 과연 아직도 그 갤러리가 남아있을까? 의문이다.

김영갑은 사진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적은 없지만, 사진에 미쳐서 평생을 사진을 위해 살다 죽은 사람이다. 밥 먹을 돈도 아껴가면서 굶는 한이 있어도 필름을 사서 사진을 찍어댄 그. 맘에 드는 사진 한장을 찍기 위해서라면 몇시간이 아니라 몇날며칠을 기다린 그. 나도 사진찍기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그 앞에서는 '좋아한다'는 말 조차 부끄럽게 느껴진다. 진짜 좋아한다면 그처럼 미쳐야 하는것이 아닐까?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어야 비로소 진짜 좋아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처럼 정말 그 섬엔 그가 있었네- 란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그섬엔 그가 있었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다음생이란게 있다면 그는 또 사진작가가 될까? 그리고 똑같이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마저도 저버리면서 사진에만 몰입할까? 만일 그렇다면 그때에는 그의 삶이 이생보다 조금은 편안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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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네이버 백과사전으로 검색한 저자 정보

김영갑 [, 1957~2005.5.31]
요약
한국의 사진작가.
국적 한국
활동분야 사진
출생지 충남 부여
주요수상 이명동사진상 특별상(2003)
주요작품 사진집《마라도》(1995),《눈·비·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2005), 수필집《섬에 홀려 필름에 홀려》(1996)
본문

1957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 한양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중학교 때 베트남전쟁에 참점했던 형으로부터 카메라 한 대를 선물받은 이후,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사진 기술을 익혔다. 이후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꿈꾸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82년 우연히 제주도에 들렀다가 제주의 때묻지 않은 자연에 매료된 뒤, 1985년에는 가족과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예 제주에 정착해 사진 찍는 일에만 몰두하였다. 그 뒤 제주의 자연을 필름에 담기 위해 사시사철 밤낮 가리지 않고 제주 전역을 샅샅이 훑었고,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절벽에 몸을 매달고 사진을 찍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찍은 필름만도 30만 롤이나 된다. 그러다 1999년 사진 촬영을 하던 중 조금씩 손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 점점 심각해져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하였다. 2001년 병원을 찾았다가 사지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질병인 근위축증(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사진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2002년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의 초등학교 폐교를 빌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을 열었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갤러리 부지 면적은 4,000여 평, 전시공간은 300평으로, 20만 장에 달하는 사진이 전시 보관되어 있다.

2005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어도를 주제로 연 마지막 개인전까지 총 1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집으로 《마라도》(1995), 《눈·비·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2005)이 있고, 사진 수필집 《섬에 홀려 필름에 홀려》(1996), 《그 섬에 내가 있었네》(2004) 등을 출간하였다. 2003년 이명동사진상 특별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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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손문상.오영진.유승하.이애림.장차현실.정훈이.최규석.홍윤표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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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꼭 시험기간이면 책이 읽고 싶어지는 이상한 성격덕분에 밤늦도록 공부하다가 새벽녘에 이 책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가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은 '무서움'이었다. <십시일반>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었다면,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이 사회가 무서워졌달까?

이 책에서는 비정규직노동자 문제, 장애인 문제, (두번째 "그는"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건지 솔직히 잘 이해를 못했다.;) 남녀차별등의 문제, 학력위주 사회 풍토, 학교에서 부모님의 직업이나 소득으로 차별받는 아이들, 그리고 청소년 성폭행 문제와 군대문제까지 아주 광범위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각 문제에 대해 핵심에 접근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화로 엮여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나로써는 마지막 두편의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특히나 나는 여자이기 때문인지 군문제에 심각성을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새삼 군대에 다녀온 친구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남자는 군대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류의 말이 얼마나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주입된 고정관념과 편견의 발언인지 깨달았다. 다시는 친구들에게 '역시, 군대 갔다 오더니 달라졌구나!'라는 류의 말은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정말 우리모두 좀더 관심을 가져줘야할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KTX 여승무원 문제도 그렇고, 날이 갈수록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이슈화 되는 학력위주의 입시교육 풍토. 정말이지 나는 머리만 좋고 인간성은 바닥인 인간을 숱하게 보았다. 물론, 머리도 나쁘고 인간성도 바닥인 사람보다는 낫겠지만. 여튼, 머리 좋은 사람만 인재 취급받는 이 사회의 모순이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용고시도 필기시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적성검사나 면접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튼, 자기도 모르게 무관심 했던 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해준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펴내는 책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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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 하서명작선 1 하서명작선 100
염상섭 지음 / 하서출판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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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교과서에서 배워서 친숙한 소설. 삼대. 그때 교과서에는 <두친구>와 또 중간부분에서 어느 챕터가 실려있었다. 나로써는 그때 뒷 이야기가 궁금했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던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과제로 <삼대>를 내주자, 내용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읽게 되었는데.. 왠걸? 다 읽고 나니 "이거 처음 읽은 것 같잖아~!"싶어서 나의 기억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져 버렸다.

여튼, 이 책은 솔직히 말하자면 중반부분까지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지루했다. 그래서 과제만 아니라면 휙- 던져버리고, 재미난 다른 책을 읽고픈 맘이 계속해서 정말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나 참는 자에게 낙이 온다던가? 중반 이후부터는 너무나도 재밌어져 버려서, 책을 읽다가 지하철에서 못 내리고 정거장을 지나치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가지 에피소드까지 생겨버렸다. 풋-

이 책의 줄거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삼대에 대한 이야기다. 조부, 부(조상훈), 자(조덕기)로 대표되는 삼대의 이야기에 덕기의 친구, 사회주의신봉자(?)쯤 되는 병화와 부의 불륜녀이자, 덕기의 이복동생의 어미요, 나중에 병화와 로맨스(?)까지 형성하는 홍경애란 여자와, 조부의 첩 수원댁, 그리고 병화가 하숙하는 집 식구들과 그집 딸 필순이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조부는 큰 재산을 가진 재산가이나, 아들인 조상훈이 소위 목사라 칭하면서 제사를 거부하는 등 여러가지로 마음이 맞지 않아, 아들은 제쳐두고, 손자 덕기를 귀여이여겨 덕기에게 재산을 대부분 물려주려 하고 있다. 한편, 부인이 죽은뒤 젊은 수원댁을 둘째 부인으로 맞아 증손자뻘인 늦둥이딸을 낳았다. 수원댁으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이 늙은이의 재산을 노리고 일부러 접근한 여인으로, 뚜렷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아무래도 조부를 독살하게 되는 듯 싶은 독한 여인네다.

조상훈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층 더해서 목사라 하면서도 술담배를 즐기고, 마작에도 손을 대며, 여탐또한 많아, 부인 외에도 친구의 딸이었던 홍경애와 불륜을 저질러 딸을 낳고도, 정작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홍경애를 버린다. 그러나 그 후로도 홍경애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거기에 기생집에 드다늘다가 기생집 수양딸 여자아이를 또다시 첩으로 들여 집안을 뒤흔들어 놓는다.

덕기로 말할 것 같으면, 일본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집안 싸움이나 재산등에 구속받기를 싫어하나, 실상 집안꼴이 말이 아니니, 허는 수 없이 공부도 제대로 못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재산을 맡게 된다. 아버지의 여색을 싫어하고, 친구 병화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여동생같은 필순이가 공장여공으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것을 가여이 여겨 동생 덕희(?)와 함께  공부를 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다가 필순에 대한 마음이 여자에 대한 마음으로 커지게 되고 그러자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나 힘에 겨워 보인다.

아무튼 복잡다난했던 이 집은 조부가 죽고, 독살의혹이 커지고, 거기에 병화가 독립운동하는 사람을 도와주었던 혐의로 줄줄이 엮여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서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 와중에 덕기가 잡혀간 틈을 타, 재산을 노린 조상훈이 가짜 형사들을 앞세워 금고열쇠를 열고 재산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잡혀오고,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여튼, 이 이야기는 덕기와 필순이네 가족, 조상훈이 풀려나면서 덕기가 나머지 사람들의 석방을 위해 애쓰고, 필순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덕기가 필순이네 가족을 돌볼 책임을 느끼면서 끝난다.

뒷 이야기를 좀더 들려주었으면 싶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이쯤에서 끝낸게 좀더 깔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제는 염상섭에 대한 것인데, 솔직히 이 책 한편만으로 작가에 대해 판단하기는 참 힘이 드는 것 같다. 이 책 한권 읽기에 어찌나 힘이 부친지 거의 보름정도 걸린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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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무게 2006-04-0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재미없게 읽은 책이라 감상문도 정말 횡설수설 그지같다. 에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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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밤에 꿈을 꾸었다. 정말 여지껏 한번도 꾸어본 일이 없는 새로운 양식의 꿈이었다. .... 꿈속에서 난, 책을 읽고 있었다. 꿈을 꾸고 있는 나란 아이가 앉아서 넘기는 책장. 그리하여 내꿈은 내내 한권의 책속 페이지에 한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었는데, 마침 꿈을 꾸던 날이 반납일이라 빨리 읽고 반납해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책이었다. 꿈속의 나도 그런 맘으로 책을 읽다가 결국엔 다 읽으면서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난 꿈에서 파르륵 깨어났다. 정말이지 타이밍도 절묘했다.

꿈속에서도 내내 역시 하루키군! 하면서 퍽이나 재밌게 읽어댔는데, 분명 줄거리도 생생했는데, 깨어남과 동시에 사르르르 다 녹아 없어져버렸다. 그리고, 내 머릿맡에는 미쳐, 다 읽지 못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놓여있었다. 꿈속에서는 분명 다 읽었는데, 깨어보니 다시 읽어야 할 운명! 그나저나 꿈속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줄거리는, 그럼 내가 지어내면서 읽은걸까? 못견디게 궁금해졌지만, 모처럼 신기한 꿈을 꾼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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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양을 쫓는 모험>의 전작쯤 되는 단편 2권이 묶여 있는 책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주요 사건은 모두 다 제각각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만은 동일하여서 전작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나로서는 <양을 쫓는 모험>을 먼저 읽어버린 통에, "아! 이 아이는 나중에 저렇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서, 온전히 이 줄거리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여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경우엔 하트필드라는 가공의 작가를 설명하면서, 그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독백형식으로 시작하여 끝을 맺는다. 나로서는 그 작가가 진짜로 존재한다고만 여겨져서, 나중에 "작품 해설"란에서 가공의 작가란 설명을 읽고는 맥이 쭉 빠져버렸다. 짓궃은 하루키 같으니라고!

이야기는 1970년 8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보름정도의 기간동안의 이야기다. '나'가 대학교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와, 친구 '쥐'와 만나고, 둘의 단골술집쯤 되는 제이스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이 취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왠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 줌으로써, 그 여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게 주요 줄거리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겨울방학에 '나'가 다시 고향에 돌아와보니, 여자는 사라지고 없다.

그 다음 이야기, <1973년의 핀볼>은, 시간을 좀더 뛰어넘어 1973년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뒤, 친구녀석과 시부야에서 번역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괴상한 인연으로 쌍둥이 자매와 동거를 하게 된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나'는 핀볼게임에 몰두하게 되는데, 게임장은 문을 닫고 그자리엔 지독히도 맛없는 커피만 파는 도너츠가게가 생긴다. '나'는 수소문끝에 핀볼게임을 찾아다니고, 결국 게임기계와 만난다. 

음. 솔직히 고백하자면, <양을 쫓는 모험>의 줄거리가 계속 머리를 뱅뱅돌면서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해댔고, 중간에 다른 책을 읽게 되면서 줄거리가 더더욱 혼란스러워져서, 다른 하루키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별로 집중해서 읽지를 못했다.

그래서 책장을 덮은지 겨우 하루만에 벌써 머릿속은 뒤죽박죽으로 줄거리가 엉켜버렸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는 처음부터 그렇게 문장을 맛깔나게 써댔구나. 라고 느꼈을 뿐이다. 번역을 잘한건지, 하루키의 원문이 멋진건지.... 정말이지 하루키 책을 읽다보면, 일본어를 배워서 원본을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곤 한다.

나중에 좀더 시간이 흐른뒤에 전작류 순서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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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자마자, 읽는 내내 제일 많이 한 생각이 "이 책, 광고카피가 영 잘못되었구나!"하는 거였다. 게다가 영화는 안좋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보지도 않았지만, 책도 보고 영화도 본 사람들도 다들 영화보다는 책이 낫다고 말했다. 아무튼 영화개봉과 맞춰서 책도 출간되었고, 많이 팔리긴 했지만 나는 왠지 광고카피가 거슬려서 영 보고픈 맘이 들지를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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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두 청년이 나온다. 열아홉에서 스무살로 넘어가는 시기에 놓인 아슬아슬한 청년들인데, 우리나라와 일본은 나이를 세는 방식이 틀린지, 스무살이라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할 나이인데, 소설을 읽다보면 대학교졸업반으로 설정되어 있다. 게다가 내용상 전문대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적어도 23살쯤은 되어야 적당할텐데,(일본은 군대를 안가니, 제외하고 휴학을 한번도 안했다고 쳐도!) 왠지 스물두살에서 스물세살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맛이 떨어져서 였는지, 이 책속에서는 나이와 설정이 따로도는 느낌이다.

흠.. 암튼 그 두청년의 이름은 토오루와 코우지다. 이 둘은 그냥 보면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이나, 둘다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자못 굉장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둘은 고등학교때 처음 만나 특이하게 가까워졌고, 토오루는 그 당시부터 엄마의 친구, 시후미를 좋아하게 된다. 그 후로부터 쭈욱 토오루는 시후미만을 좋아하고 있고, 가끔 만나 관계를 갖고, 대화를 나누곤 하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나로써는 나이차가 꽤나 많이 나는 사이임에도 그리 이질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점은 시후미에 대한 토오루의 마음이 너무 애틋하고 절실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후미가 읽었던 책을 모조리 읽겠노라 다짐하는 대목이며, 시후미가 좋아하는 노래를 항상 듣는 거하며, 시후미가 좋아하는 사진, 시후미가 좋아하는 뭐. 뭐. 등등... 뭐든 시후미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와 닿아서, 도무지 이상하다거나, 꺼림직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코우지는 토오루와는 좀 경우가 달라서, 고등학교시절에는 같은 반 요시다란 여자아이의 엄마인, 아츠코와 사귀다가(?) 이를 요시다가 알면서 관계를 정리했던 이력이 있다. 현재는 키미코란 역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한 유리라는 또래 여대생과도 사귀고 있다. 이 코우지란 녀석은 양다리에 여러모로 그리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닌데도, 이상하게 책을 읽는 내내 밉다거나 나쁜놈이라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라웠다.

마지막에 가서 결국에 토오루와 시후미는 함께 살지는 않지만, 함께 살아가는 삶을 택하고 행복해 하며, 코우지의 경우엔 결국 키미코와도 유리와도 결별하게 된다. 그리고는 곧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한다. 모르겠다.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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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항상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읽고 나면 난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혹자는 에쿠니가오리와 같은 일본 여류작가의 소설은 너무 가볍고, 제재가 불륜등인 경우가 많아 별루라고 했는데, 나로써는 오히려 그 가벼운 와중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달까? 여튼, 에쿠니가오리는 동성애부터, 원조교제부터 참 다양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결코 가볍지 않게!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불륜을 직접 당해본 사람. 가령 이 소설에서는 약간 안좋게 묘사된, 요시다란 아이와 같은 불륜의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 특히 아이들. 그들의 심정을 좀더 헤아려줘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키미코나 아츠코나 시후미의 가족들은 어떤 기분일까? 싶어 자못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들도 처음엔 그들의 남편과 지금과 같은 절실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것일텐데 말이다. 요즘들어 점점 TV나 영화등에서 불륜을 너무 아름답게만 그리는 것 같아 조금 많이 우려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륜가정은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나 아내의 배우자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남편이나 아내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배우자가 "내 진짜 사랑을 찾았어!"라고 말하면서 바이바이하고 떠나간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사랑은 쌍방이 주고받아야 하는것이고, 식으면 그만이라고 한다지만 일단 결혼이란 서로 평생 함께하겠다는 언약을 하는 건데, 그 약속을 깨버리는 건 잘못 아닐까?

모르겠다.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뜬구름잡듯 상상밖에 못해본 내가 이해하기엔 사랑이란 역시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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