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간밤에 꿈을 꾸었다. 정말 여지껏 한번도 꾸어본 일이 없는 새로운 양식의 꿈이었다. .... 꿈속에서 난, 책을 읽고 있었다. 꿈을 꾸고 있는 나란 아이가 앉아서 넘기는 책장. 그리하여 내꿈은 내내 한권의 책속 페이지에 한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었는데, 마침 꿈을 꾸던 날이 반납일이라 빨리 읽고 반납해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책이었다. 꿈속의 나도 그런 맘으로 책을 읽다가 결국엔 다 읽으면서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난 꿈에서 파르륵 깨어났다. 정말이지 타이밍도 절묘했다.

꿈속에서도 내내 역시 하루키군! 하면서 퍽이나 재밌게 읽어댔는데, 분명 줄거리도 생생했는데, 깨어남과 동시에 사르르르 다 녹아 없어져버렸다. 그리고, 내 머릿맡에는 미쳐, 다 읽지 못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놓여있었다. 꿈속에서는 분명 다 읽었는데, 깨어보니 다시 읽어야 할 운명! 그나저나 꿈속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줄거리는, 그럼 내가 지어내면서 읽은걸까? 못견디게 궁금해졌지만, 모처럼 신기한 꿈을 꾼 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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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양을 쫓는 모험>의 전작쯤 되는 단편 2권이 묶여 있는 책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주요 사건은 모두 다 제각각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만은 동일하여서 전작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나로서는 <양을 쫓는 모험>을 먼저 읽어버린 통에, "아! 이 아이는 나중에 저렇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서, 온전히 이 줄거리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여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경우엔 하트필드라는 가공의 작가를 설명하면서, 그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독백형식으로 시작하여 끝을 맺는다. 나로서는 그 작가가 진짜로 존재한다고만 여겨져서, 나중에 "작품 해설"란에서 가공의 작가란 설명을 읽고는 맥이 쭉 빠져버렸다. 짓궃은 하루키 같으니라고!

이야기는 1970년 8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보름정도의 기간동안의 이야기다. '나'가 대학교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와, 친구 '쥐'와 만나고, 둘의 단골술집쯤 되는 제이스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이 취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왠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 줌으로써, 그 여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게 주요 줄거리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겨울방학에 '나'가 다시 고향에 돌아와보니, 여자는 사라지고 없다.

그 다음 이야기, <1973년의 핀볼>은, 시간을 좀더 뛰어넘어 1973년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뒤, 친구녀석과 시부야에서 번역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괴상한 인연으로 쌍둥이 자매와 동거를 하게 된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나'는 핀볼게임에 몰두하게 되는데, 게임장은 문을 닫고 그자리엔 지독히도 맛없는 커피만 파는 도너츠가게가 생긴다. '나'는 수소문끝에 핀볼게임을 찾아다니고, 결국 게임기계와 만난다. 

음. 솔직히 고백하자면, <양을 쫓는 모험>의 줄거리가 계속 머리를 뱅뱅돌면서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해댔고, 중간에 다른 책을 읽게 되면서 줄거리가 더더욱 혼란스러워져서, 다른 하루키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달리 별로 집중해서 읽지를 못했다.

그래서 책장을 덮은지 겨우 하루만에 벌써 머릿속은 뒤죽박죽으로 줄거리가 엉켜버렸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는 처음부터 그렇게 문장을 맛깔나게 써댔구나. 라고 느꼈을 뿐이다. 번역을 잘한건지, 하루키의 원문이 멋진건지.... 정말이지 하루키 책을 읽다보면, 일본어를 배워서 원본을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곤 한다.

나중에 좀더 시간이 흐른뒤에 전작류 순서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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