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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자마자, 읽는 내내 제일 많이 한 생각이 "이 책, 광고카피가 영 잘못되었구나!"하는 거였다. 게다가 영화는 안좋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보지도 않았지만, 책도 보고 영화도 본 사람들도 다들 영화보다는 책이 낫다고 말했다. 아무튼 영화개봉과 맞춰서 책도 출간되었고, 많이 팔리긴 했지만 나는 왠지 광고카피가 거슬려서 영 보고픈 맘이 들지를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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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두 청년이 나온다. 열아홉에서 스무살로 넘어가는 시기에 놓인 아슬아슬한 청년들인데, 우리나라와 일본은 나이를 세는 방식이 틀린지, 스무살이라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할 나이인데, 소설을 읽다보면 대학교졸업반으로 설정되어 있다. 게다가 내용상 전문대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적어도 23살쯤은 되어야 적당할텐데,(일본은 군대를 안가니, 제외하고 휴학을 한번도 안했다고 쳐도!) 왠지 스물두살에서 스물세살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맛이 떨어져서 였는지, 이 책속에서는 나이와 설정이 따로도는 느낌이다.
흠.. 암튼 그 두청년의 이름은 토오루와 코우지다. 이 둘은 그냥 보면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이나, 둘다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자못 굉장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둘은 고등학교때 처음 만나 특이하게 가까워졌고, 토오루는 그 당시부터 엄마의 친구, 시후미를 좋아하게 된다. 그 후로부터 쭈욱 토오루는 시후미만을 좋아하고 있고, 가끔 만나 관계를 갖고, 대화를 나누곤 하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나로써는 나이차가 꽤나 많이 나는 사이임에도 그리 이질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점은 시후미에 대한 토오루의 마음이 너무 애틋하고 절실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후미가 읽었던 책을 모조리 읽겠노라 다짐하는 대목이며, 시후미가 좋아하는 노래를 항상 듣는 거하며, 시후미가 좋아하는 사진, 시후미가 좋아하는 뭐. 뭐. 등등... 뭐든 시후미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와 닿아서, 도무지 이상하다거나, 꺼림직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코우지는 토오루와는 좀 경우가 달라서, 고등학교시절에는 같은 반 요시다란 여자아이의 엄마인, 아츠코와 사귀다가(?) 이를 요시다가 알면서 관계를 정리했던 이력이 있다. 현재는 키미코란 역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한 유리라는 또래 여대생과도 사귀고 있다. 이 코우지란 녀석은 양다리에 여러모로 그리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닌데도, 이상하게 책을 읽는 내내 밉다거나 나쁜놈이라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라웠다.
마지막에 가서 결국에 토오루와 시후미는 함께 살지는 않지만, 함께 살아가는 삶을 택하고 행복해 하며, 코우지의 경우엔 결국 키미코와도 유리와도 결별하게 된다. 그리고는 곧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한다. 모르겠다.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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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항상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읽고 나면 난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혹자는 에쿠니가오리와 같은 일본 여류작가의 소설은 너무 가볍고, 제재가 불륜등인 경우가 많아 별루라고 했는데, 나로써는 오히려 그 가벼운 와중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달까? 여튼, 에쿠니가오리는 동성애부터, 원조교제부터 참 다양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결코 가볍지 않게!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불륜을 직접 당해본 사람. 가령 이 소설에서는 약간 안좋게 묘사된, 요시다란 아이와 같은 불륜의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 특히 아이들. 그들의 심정을 좀더 헤아려줘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키미코나 아츠코나 시후미의 가족들은 어떤 기분일까? 싶어 자못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들도 처음엔 그들의 남편과 지금과 같은 절실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것일텐데 말이다. 요즘들어 점점 TV나 영화등에서 불륜을 너무 아름답게만 그리는 것 같아 조금 많이 우려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륜가정은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나 아내의 배우자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남편이나 아내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배우자가 "내 진짜 사랑을 찾았어!"라고 말하면서 바이바이하고 떠나간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사랑은 쌍방이 주고받아야 하는것이고, 식으면 그만이라고 한다지만 일단 결혼이란 서로 평생 함께하겠다는 언약을 하는 건데, 그 약속을 깨버리는 건 잘못 아닐까?
모르겠다. 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뜬구름잡듯 상상밖에 못해본 내가 이해하기엔 사랑이란 역시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