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들

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들었고, 제목도 <꽃밥>이란 이쁜 이름이라, 자못 말랑말랑한 일본취향의 가벼운 소설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왠걸? 총 6편의 단편은 모두 전혀 가볍지 않은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어, 첫 작품부터 나를 조금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첫번째 이야기의 제목이자 이 작품집의 제목인 <꽃밥>은 환생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도시키'에게는 어느날 '후미코'란 여동생이 태어난다. 도시키의 아빠와 도시키는 그날밤 병원에서 '만세 삼창'을 한다. 후훗- 산모에게도 들렸다니, 남편과 아들의 만세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 산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어서 그 순간, 도시키의 엄마가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중에 아기를 낳고 나면 남편이 만세를 외쳐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함께... 후훗. 그러나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어 도시키의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도시키의 엄마가 고생을 하면서 남매를 키운다. 그런데 후미코는 어려서부터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더니만, 하루는 오빠인 도시키에게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게 아무래도 자기의 전생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기독교도임에도 전생에 관해서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해왔지만,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전생이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생의 기억을 갖고 다시 태어난다면, 과연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삶.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이야기인 <도까비의 밤>은 어느 일본인 마을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한국인 가정이 따돌림을 받게 되고, 결국 그 집의 병약한 둘째가 병사하는데 그후 도깨비가 되어 마을에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별로 무섭게 쓰여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왠지 조금은 무섭다는 기분이 들었다.

세번째 이야기는 약간 오래전 유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메이징 스토리'가 생각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오래전 마법사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요정 생물'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 소녀가 우연히 요정생물을 키우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조금은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별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네번째 이야기, <참 묘한 세상>은 백수이면서도 여러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주인공의 삼촌이 죽고 나서,  부인밖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삼촌의 관이 움직이지 않아서 결국엔 삼촌이 죽기전 사귀고 있었던 여자들 3명이 모두 모이자 비로소 관이 움직이게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다.

다섯번째 이야기는 <오쿠린바>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일본의 무당(?)비스무레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오쿠린바가 주문을 외우면 사람이 곧 죽게 되며, 때문에 심한 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등의 죽음을 도울 때 오쿠린바를 부른다고 한다. 한 꼬마아이가 집안에서 여자에게로만 대대로 내려온다는 오쿠린바의 계승자가 되는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는 <얼음나비>였는데, 왕따를 당하는 한 꼬마가 공원묘지에서 매주 수요일 어떤 누나를 만나는 이야기다. 나로서는 마지막까지 그 꼬마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그게 가장 답답했다.

하나같이 소재는 참신하지만 너무 기묘한 이야기라서 나로서는 '일본소설답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날 친구가 죽는 다면?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ㅣ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중학교 3학년인 유미는 어느날 가장 친한 친구, 재준이의 죽음을 접한다. 그리고 재준이의 엄마와 힘겹게 만나 재준이가 죽기전에 써왔던 일기장을 건네 받고 대신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일기장은 재준이의 생일날 유미가 선물해 준 것이었고, 그 일기장의 첫장에는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아니, 도대체 이 아이는 자기가 죽게 될 것을 예견이라도 했단 말인가? 어느날, 내가 죽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유미와 재준이는 얼핏 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친구사이였다. 유미는 소위 날라리라 불리우는 여중생이었고, 재준이는 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는 남학생이었으니까! 그러던 유미가 재준이네 학교 같은반으로 전학을 오고, 귀걸이를 한 유미를 심하게 꾸짖는 담임선생님께 유미가 당당히 한방 먹이면서 재준이는 유미에게 호감을 느끼게된다. 그리고 둘은 서서히 친해진다. 몸이 약해 자주 병원신세를 지는 재준이의 엄마는 재준이만을 바라보고 계시고, 유미네 부모님은 이혼하신뒤 각자 재혼하여 살고 계신다. 덕분에 유미는 엄마와 새아빠와 살고 있다. 어른들의 이런 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담담하지만 솔직한 생각들과 담배, 오토바이등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있는 것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다.

  유미는 재준이가 오토바이 타는 것을 위험하다고 말리지만, 자기는 담배를 못 끊고 있고, 재준이는 유미에게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고 말하면서도 오토바이를 계속 탄다.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을까? 결국 재준이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재준이의 일기장에 쓰여있던 저 말은 요새(어쩌면 이미 지나가버린 유행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 사이에 유행인 '시체놀이'를 가르키는 말이었다. 답답하기만 한 삶이지만, 하루하루 어쩌면 지금이 죽은 후 유예된 삶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수업시간도 학원도 다 즐겁게 느껴진다는 재준이의 기특한 생각.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시기, 재준이처럼 오토바이사고로 죽은 내 중학교 동창 남학생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에는 있지만, 중학교 앨범에는 없어서 맘이 아픈 그 아이. (어차피 내가 중3때 다른 학교로 전학을 와서 같은 졸업앨범을 갖을 수는 없었겠지만) 친구들이 그 아이가 죽었다고 울면서 병원에서 전화를 걸었었는데도 나는 차마 그 아이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다. 지금도 그게 참 미안하다. 그때는 왜 그런 용기조차 없었는지...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으면서 그 아이 생각이 참 많이 났다.

  하지만, 중학생 권장도서로 정해진 이 책을, 지금 중학생인 아이들이 읽으면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게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직접적으로 교훈을 주는 이야기에만 내가 너무 익숙해져버린 걸까?

정말이지 부러운 신혼여행담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1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이책. 학교에 희망도서 신청은 내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새책이 들어오는 기간에 국내에 없어서 다른사람에게 차례를 빼앗겼다가 이제서야 빌려서 읽어보게 되었다.
  10년전에 쓰여진 이야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경험담이라 읽는 내내 참 재밌었다. 마치 내 친한 언니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형부가 그린 그림과 함께~! 아마, '사진이었다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이우일의 그림이 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그 그림들이란! 여태껏 주로 보아온 '이우일 표 그림'과는 많이 다른, 굉장히 꼼꼼하고 섬세한 그림들이라 '아니! 이우일이 이런 그림도 그리는 구나!'싶어서 매우 신선했다. 아무튼, 이 배짱두둑한 두 젊은이는 10년간의 열애끝에 결혼을 하고, 신혼집 얻을 돈을 탈탈 털어서 1년여의 기간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과 이집트, 캐나다까지~! 2권에 담기에는 그들의 여행이 너무 길어서 생략되고 축약된 부분이 많이 눈에 띄어 아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다 많은 부분을 나의 상상으로 채울 수 있어서 재밌기도 했다. 나 또한 오래 전부터 나중에 신혼여행은 길게~ 오래~ 떠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들 부부처럼 재미나게 여행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소망해 보았다. 

재일교포 2.5세가 본 한국과 일본

재일교포 2.5세 '노란구미'의 한국.일본 이야기
정구미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6월

이 책은 정말로 우연히 읽게 되었다. 만화로 되어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란 맘에 보았는데, 왠걸? 너무 웃겨서 읽는내내 정말이지 계속 킥킥거렸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글쓴이인 구미가 한국에 와서 서툰 한국말로 인해 처하는 상황들이라 정말 실감나게 웃겼다. 도서관에서 읽느라 크게 소리내어 웃을 수는 없는데,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와서 참느라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푸하하!

그러나 웃기다고 내용도 가볍기만 한것은 아니었다. 지은이 구미가 재일교포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면서 받은 문화적인 차이들과 조선민족중학교와 일본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서로 다르게 배운 역사교육에 대한 충격등은 자못 현실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보여준다. 게다가 조국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4년간 다니면서 느낀 문화적인 차이들은 정말 재밌으면서도 뭔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일본문화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일본이라면 무조건 치를 떠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에 대해 보다 쉽고 재미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몇년전에 소행성 충돌 영화가 유행(?)한적이 있다. 딥임팩트니, 아마겟돈이니 하는 어찌보면 황당할 법한 소재의 영화가 연이어 개봉했고 둘다 꽤 흥행에도 성공했던 것 같다. 이 책도 역시 같은 소재. 어느날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한다면? 에 관한 이야기다. 두 편의 영화가 소행성이 충돌하는 당시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 소설은 소행성이 충돌하기 5~3년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앞으로 5년후면 지구에는 소행성이 떨어져 모두 죽게된다는 뉴스가 발표되고 시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슈퍼마켓에는 사재기 열풍이 불고, 범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고 아주 난장판이 된다. 자살율도 무척 높아진다. 그러나 그런것도 잠시 1,2년후 세상은 다시 소강상태가 되어 평화로워진다.

이 책은 바로 그 평화로워진 시기, 센다이 힐스타운이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은 소행성이 충돌하기 3년전인 지금, 오랫동안 의절하고 살았던 자식과 극적으로 화해하기도 하고, 어떤 가정은 아이를 임신한채 겨우 2년밖에 못 살게될 아기를 낳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어떤 배우는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아이나 노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부모, 아이인 척 연기하면서 새로운 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역시 인생의 마지막에는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그러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늘 세상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좀더 사랑해주고 보듬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신치바>란 이야기로 알게된 이사카 고타로의 <종말의 바보>는 역시나 앞선 작품처럼 연작형태였으나 이번작품은 (나에게만 그랬는지도 모르나) 등장인물들의 일본이름이 유독 어렵게 느껴져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왜 나는 일본이름은 다 그이름이 그 이름같이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은 끔찍한 묘사도 많아서 그건 좀 거슬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번역자후기에도 나와있듯이 늘 죽음에 대해 매우 친숙하게 그리는 이사카 고타로. 과연 그의 다음 작품도 죽음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