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원성 지음 / 마음의숲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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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깔끔한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이 책은 동자승 그림으로 유명한 원성스님의 책이었다. 작년부터는 매달 신간이 나오면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이었는데, 왜 유명한 원성스님의 책이 새로 나온 걸 여태 몰랐을까? 의아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기에는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은 내용이고, 그렇다고 순전히 그냥 '동화'라고 분류하기에는 뭔가 조금 아쉬운 책이다. 그래서 나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동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특히나 모든 작품에서 전쟁반대, 자연 친화적인 메세지를 표현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난히 예쁜 삽화가 많은 이 책이 자연친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일까? 왠지 이 책을 읽으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이 책에는 '코코'라는 자그마한 소년이 나온다. 코코는 원래는 요정나라의 왕자였지만, 점점 자연과 멀어지는 인간을 안타까워해서 자진해서 인간이 되어 인간세상으로 온다. 그러나 요정나라의 왕은 그런 왕자의 선택을 못마땅해했고, 결국 인간의 모습으로는 13년밖에 살지 못하는 운명을 코코에게 준다. 인간으로 태어난 코코는 어려서부터 온화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난다. 또한 코코는 맑은 마음과 눈으로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인간의 눈에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 요정들을 보고 그들과 친구가 된다. 숲의 요정, 물의 요정, 꽃의 요정들은 모두 코코의 정다운 벗이 된다.

  코코가 길가의 가로수나 화단에 물을 주는 모습이나, 밤열매를 담장 밑에 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우리가 자주 잊고 마는 '환경보호'라는 주제를 동화로 쉽고 재미나게 들려준 원성스님의 '꽃비'. 좋은 작품이 많이 알려지지 못한 듯해 퍽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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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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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내가 읽은 책은 이 책의 구판으로 '디자인 하우스'에서 나온 책이었다. 2001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2002년 11월에 나온 1판 6쇄를 읽었는데, 4년여만에 '마음산책'이란 출판사 이름으로 다시 나오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뭐 이 책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을테지만...

  내가 알고 있기로 이 책은 2001년에 나왔을 때에도 꽤 반응이 좋았던 책이다. 이제서야 읽어 본 나도 제목만큼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지은이 '에프라인 키숀'은 이스라엘사람으로, 이 책은 마치 자신의 에세이처럼 쓰여져있다. 책에는 총 3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대부분 키숀의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공감하기 쉬울 법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하루는 아직 연극을 보기에는 어린 딸아이가 연극을 보고싶다고 아빠를 졸라댄다. 할 수 없이 아빠는 딸아이를 데리고 연극을 보러 가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딸아이는 연극이 시작되자마자 조잘조잘 떠들어 대고 결국 아빠는 주변 사람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잔뜩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또한 주인공은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게 되는데, 이놈의 강아지는 꼭 거실에 깔린 카페트 위에서만 용변을 본다. 참다못해 고용한 조련사는 강아지가 버릇을 고칠때까지 바깥에 묶어두라고 하지만, 추운 밖에서 혼자 낑낑대는 강아지를 보다못한 주인공의 가족들은 강아지가 버릇을 고치건 말건 그냥 집안으로 강아지를 들이고 결국 강아지는 계속해서 카페트에만 용변을 보게 된다.

  안타깝고 우습지만 그 바탕에는 가족과 동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는 이야기라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긴 소설은 출퇴근시 읽으면서 '재미있을 만 하면 내리게 되는' 불상사가 많지만, 이 책은 단편 하나가 3~4장 내외라 짧은 시간 가볍게 읽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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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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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개가 그렇겠지만, 내게 '유럽여행'은 굉장히 큰 로망이다.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하고 속으로 벼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저 로망으로 간직하고 말 확률이 높다. '가고 싶다!'는 생각과 직접 '가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의 지은이 정숙영 씨는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뒤, IMF때문에 취업을 못하고 방황하다가 문득 유럽여행길에 오른다. 별로 준비도 못 한채 홀홀단신, 혼자 떠난 여행이라 좌충우돌 실수도 많이 하지만 그 실수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또한 여행길 위에서 만난 길동무들과 좋은 벗이 되기도 한다. 많은 여행 에세이가 여행지의 낭만, 경치의 아름다움 등을 묘사하는 데 반해 이 책은 그저 힘들고 고된 여행을 여과없이 들려준다. 어디서는 이런 고생을 했고, 이런 도둑놈을 만났으며 이런 삽질을 했다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려주어 마치 친한 친구가 여행을 다녀와서 손짓 발짓과 함께 여행담을 들려주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신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이듬해 할인항공권과 '같이 가자'는 선배의 유혹에 넘어가 또 다시 유럽여행길에 오른다. 두번째라 조금 익숙해진 것도 있었지만 1년전과는 다른 노선으로 여행을 하다보니 여전히 실수도 많다. 그리고 두번째 여행마저 접고 돌아온 그녀는 여행전문기자가 되어 신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웃었다. 정숙영 씨와 같은 여행길을 밟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가게될 유럽에 대한 환상은 많이 깨졌지만, 대신 아무리 힘들고 고생이 되더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기분만은 더 강해졌다. 정말 이 책은 카피처럼 '읽고만 있어도 좋은'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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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일러 있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우리 엄니를 생각했다. (엄마가 아니라, 엄니!) 주인공 릴리 프랭키는 학창시절부터 말썽만 피우고, 뭐 하나 진득하니 해내지 못해서 늘 엄마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엄마는 혼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아들에게는 오토바이부터 원하는 것은 뭐든 다 사주려고 한다. 게다가 망할 아들녀석이 대학교도 유급하여 5년씩 다니게 되지만, 자신의 연금을 허물면서까지 아들의 등록금을 댄다.

  그리고 결국엔 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고, 끝내는 죽음을 맞이한다. 흔히 보는 연애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늘 예쁘고 착하고 성실한 젊디 젊은 여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어가고 남자주인공은 슬퍼하면서 이를 지켜본다. (혹은 남자와 여자가 바뀐다.) 젊은 목숨이 부질없이 사라지는 것도 슬프지만, 그래도 그건 어느정도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게다가 어차피 카메라 밖에서는 그 여주인공은 여전히 예쁘게 차려입고 쇼프로에 나와 깔깔거리고 웃어댈테니까! 하지만,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도쿄타워의 엄니는 정말로 죽고 말았다. 소설 밖에도 그 엄니는 죽고 없다. 게다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예쁘지도 않고, 잘생기고 능력까지 좋은 남자가 자신을 위해 끝까지 곁에 있어주지도 않는다. 난 무엇보다 그게 참 슬펐다.

  이 소설의 카피글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된 이상한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면 전철이나 버스안에서는 읽지 말아라.'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뭐 일부러 그러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내내 전철에서 이 소설을 읽었는데, 정말로 눈물을 참느라 혼이 났다. 가장 슬픈 장면에서 내 맞은편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앉아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눈물바람을 보였다가는 완전 그날 하루 종일 그 여학생들 입에 '지하철에서 왠 이상한 여자를 봤다'고 오르내릴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면서 담담히 책을 읽어내려갔고, 오히려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서 감정의 선을 이어가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조언하건데 이 책은 집에서 읽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여지껏 효孝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가 봐도 '효자, 효녀'라고 보이는 이들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 속 한번 안 섞이고 늘 나보다 부모님을 챙기는 그들. 그들이 '여러분 효도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하고는 왠지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했던 것이리라. 그런데 이번 소설 속 주인공은 나하고 참 닮았구나 싶었다. (물론 나는 그 주인공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하하;;) 그래서 그가 말하는 효孝는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아! 나도 앞으로는 저 주인공보다는 조금 더 엄니한테 잘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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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그니의 일본 표류기 1 - 오겡끼데스까 교토
김현근 지음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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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당그니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그의 만화와 다양한 일본어 강좌에 매력을 느낀 나는 지난해 5월 출간되었다는 그의 첫 책을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만화로 알기 쉽게 일본으로 연수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점은 무척 좋았지만, 아무리 2권이 나올 예정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밍숭밍숭하게 이야기가 끝나버린 느낌이라 좀 그랬다.  그리고 34-35페이지에서 3.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4. 유학비자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글이 뒤바뀐 것도 옥의 티! 하지만 나 처럼 지금 막 일본어공부를 시작해서 일본에 막연한 관심은 있지만 뒷받침되는 정보는 전무한 사람은 읽어보면 소소한 정보들을 얻게 되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일본 택시문은 자동으로 열린다거나 왠만한 거리는 우리나라 돈으로 20만원가량 나오므로 일본에서는 되도록 택시는 타지 말아야 한다는 정보등은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선생님께 듣지 않았다면 나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귀한 정보들이다. ^^

  빨리 2권이 나와서 1권에서 받은 약간 섭섭한 느낌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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