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일러 있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우리 엄니를 생각했다. (엄마가 아니라, 엄니!) 주인공 릴리 프랭키는 학창시절부터 말썽만 피우고, 뭐 하나 진득하니 해내지 못해서 늘 엄마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엄마는 혼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아들에게는 오토바이부터 원하는 것은 뭐든 다 사주려고 한다. 게다가 망할 아들녀석이 대학교도 유급하여 5년씩 다니게 되지만, 자신의 연금을 허물면서까지 아들의 등록금을 댄다.

  그리고 결국엔 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고, 끝내는 죽음을 맞이한다. 흔히 보는 연애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늘 예쁘고 착하고 성실한 젊디 젊은 여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어가고 남자주인공은 슬퍼하면서 이를 지켜본다. (혹은 남자와 여자가 바뀐다.) 젊은 목숨이 부질없이 사라지는 것도 슬프지만, 그래도 그건 어느정도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게다가 어차피 카메라 밖에서는 그 여주인공은 여전히 예쁘게 차려입고 쇼프로에 나와 깔깔거리고 웃어댈테니까! 하지만,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도쿄타워의 엄니는 정말로 죽고 말았다. 소설 밖에도 그 엄니는 죽고 없다. 게다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예쁘지도 않고, 잘생기고 능력까지 좋은 남자가 자신을 위해 끝까지 곁에 있어주지도 않는다. 난 무엇보다 그게 참 슬펐다.

  이 소설의 카피글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된 이상한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면 전철이나 버스안에서는 읽지 말아라.'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뭐 일부러 그러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내내 전철에서 이 소설을 읽었는데, 정말로 눈물을 참느라 혼이 났다. 가장 슬픈 장면에서 내 맞은편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앉아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눈물바람을 보였다가는 완전 그날 하루 종일 그 여학생들 입에 '지하철에서 왠 이상한 여자를 봤다'고 오르내릴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면서 담담히 책을 읽어내려갔고, 오히려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서 감정의 선을 이어가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조언하건데 이 책은 집에서 읽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여지껏 효孝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가 봐도 '효자, 효녀'라고 보이는 이들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 속 한번 안 섞이고 늘 나보다 부모님을 챙기는 그들. 그들이 '여러분 효도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하고는 왠지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했던 것이리라. 그런데 이번 소설 속 주인공은 나하고 참 닮았구나 싶었다. (물론 나는 그 주인공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하하;;) 그래서 그가 말하는 효孝는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아! 나도 앞으로는 저 주인공보다는 조금 더 엄니한테 잘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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