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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끌림>이란 이 책. 학교 도서관 근로를 할 당시 몇번이나 이 책을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 했었다. 막상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는 새하얀 표지에 덥석 집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도서관은 겉 커버를 벗긴채로 꽂혀있어서 왠지 시커먼 표지가 위화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알고만 있던 친구와 며칠전에 비로소 처음 이야기를 해본다는 기분으로,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을 펼쳐보았다.
이 책은 무려 10여년간 지구촌 곳곳을 떠돌아다닌 그의 기록이었으나, 정말로 그뿐이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 기록일 뿐- 여행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담고 있지 않았고, 루트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그저 장면 장면 바뀌면서 그 곳에서 느낀 감상만이 조로록 나열되고 있다. 심지어 페이지도 적혀있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 시인이어서 인지, 간혹 시같은 구절, 동화같은 구절도 튀어나와서 이 책을 '여행에세이'라고 여기고 있던 나를 깜짝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책은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다 읽고 나서도 놓기 아쉽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10여년의 기록이면 여행집 서너권은 족히 적어내고도 남았을 자신의 이야기를 한권에 압축시켜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이정도 반응이라면 끌림2가 나올 수도 있었으련만, 이병률은 그러지 않았다. 하긴 또 모르지 앞으로 십여년이 더 흐르면, 또다시 십년이 기록을 엮어 끌림2가 세상에 나올지도-
책을 읽는 내내 포스트잇을 붙이느라 내 손은 분주했고, 사진을 보기위해 책을 180도로 젖히느라 바빴다. 다행히 책은 180도로 젖혀도 찢어지지 않았고(적어도 아직까지는!) 다닥다닥 붙인 포스트잇은 마치 이 책의 날개처럼 파닥거리고 있다. 여전히
요근래 읽은 어떤 여행에세이집보다 이 책은 내게 당장 떠나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주었다.
시간도 돈도 아니요. 낯선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용기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버려야 할 것은 집착과 미련, 뭔가를 얻어오고 싶다는 기대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