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빛깔 사랑
에쿠니 가오리 외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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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편 보았다.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원작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란 글이 눈에 박힌다. 아, 영화를 보는 내내 시나리오가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었구나. 원작도 읽어보고 싶다. 

검색을 해보니 짧은 단편으로, 바로 이 책 <일곱 빛깔 사랑>에 수록된 이야기였다.  

워낙 짧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영화속 장면과 비교가 되어서 찬찬히 곱씹어 보느라 2번이나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글을 읽고 두시간정도 분량의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은. 

기본 포맷은 똑같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영화가 훨씬 꼼꼼하다. 고양이도 원래는 늙은 고양이에서 새끼고양이로 바뀌었는데, 영화속 새끼고양이가 뭔가 좀더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좋았다라고 생각한다. 고양이 주인으로 나오는 부부가 영화속에서는 좀 젊어졌는데 그것도 맘에 들고. 

아,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여섯가지 이야기가 더 나온다. 그 중 몇편은 별루, 몇편을 꽤 좋았다. 그 중 <손바닥의 눈처럼>이란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전체적으로는 다들 분위기가 그닥 밝지만은 않아서 제목이나 책 표지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지만, 짧막한 단편이 주는 매력을 오랜만에 담뿍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각 단편마다 작가가 달라서 다양한 분위기와 글투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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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7-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이 나온 이 영화를 못 보고 지나갔어요.
믿음 가는 감독의 영화로 꼭 보려했는데...
원작이 일본 단편소설이군요.
늙은고양이와 새끼고양이, 어떤 다른 느낌일지도 원작과 영화로 보고 싶어져요.

구름의무게 2011-07-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원작이 있는 영화인줄 영화가 끝나고서야 알았어요. ^^ 원작을 먼저 읽어보고, 영화를 보시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영화가 좀더 디테일하달까. 단편은 정말 짧거든요. 아주 아주. ^^
 
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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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무섭지만 빼꼼히 창문을 열었다. 나는 추위는 지독히도 많이 타지만, 그래서인지 더위에는 강한편이다. 요새도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계속 틀기 때문에 난 항상 긴팔 차림! 지하철 안도 나에겐 너무 춥다. 심지어 아직도 무릎담요를 갖고 다니니 말 다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덥다. 여름이 오긴 했나 보다. 정말 오랜만에 책에 빠져서 잠도 안 자고 밤 늦도록 책을 읽어대고 있다. 게다가 읽고 끝내던 습관에서 다시 학생시절처럼 한권 한권 기록을 남기고 있다. 좋은 징조다. 

이 책에는 엄청 다양한 여자들이 나온다. 일본이름은 왜 다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은지. 나는 단락이 바뀔 때마다 등장인물이 헷갈려서 앞을 넘겨 보고야 '아~ 이 사람!' 하고 그 다음을 읽어나갔다. 그 중 꽃집을 하고 있는 에미코는 수학의 교집합이랄까. 여러 사람들이 에미코의 꽃집에서 꽃을 구입한다. 부부싸움 후 아내와 화해하기 위해 꽃을 고르는 사람, 집안을 화사하게 꾸미고자 꽃을 고르는 사람, 매번 그냥 에미코가 주는 꽃을 선선히 사가며, 도통 자신의 의견으로 꽃을 고르지 않는 사람 등등 저마다 꽃을 사는 이유도, 취향도 다 다르다. 

책의 제목인 장미, 비파, 레몬은 내 생각엔 그 꽃말에서 따온 듯 하다. 열렬한 사랑을 나타내는 장미와(물론 장미는 색깔별로 꽃말이 다 다르긴 하지만), 현명한 사랑을 의미하는 비파, 성실한 사랑을 의미하는 레몬.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자녀는 원치 않아 갖고 있지 않으며, 육체적 사랑보단, 집안의 평화로움, 맛집 탐방 등을 추구하는(그러면서도 깊은 대화도 별로 없는) 미즈누마와 도우코의 사랑이 아마도 비파 인것 같고,  유능한 사진작가이나 이미 유부남인 츠치야를 향한 20대 초반 젊은 모델, 에리의 사랑과 무뚝뚝하고 밋밋하지만 성실한 수의사 남편 도모야를 두고, 요리학원에서 만난 젊은 학생을 향한 애정을 불테운 부인 미치코의 사랑은 장미인 것 같고, 꽃집을 함께 운영하는 에미코와 시노하라의 사랑(이혼 하기 전까지)과 유이치란 아들을 두고 살아가는 회사원 곤도와 전업주부 아내 아야의 사랑이 성실한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도우코와 곤도의 사랑은 아마도 장미일테고, 레이코와 츠치야의 부부관계는 비파일 것이다. 도우코의 동생 소우코의 형부가 될뻔한 도모야에 대한 마음은 장미지만, 결국 선을 본 후지오카란 성실한 사내와의 결혼을 결심한 것은 아마 비파일 것이다. 소우코에 대한 후지오카의 마음은 레몬일 것이고. 

결국 그런 것이다. 엄청 복잡해보이고, 얽혀있지만, 결국 어떤 관계도 장미, 비파, 레몬 중 하나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 어떤 만남이든 장미도 비파도 레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에쿠니가오리의 소설, 필력이나 분위기는 여전히 좋아하지만 이번 책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결국 마지막에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소우코와 후지오카는 행복하게 잘 살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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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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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랬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스물아홉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독립도 하지 않고 엄마랑 여태 같이 살고 있는 나는 퇴근길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자꾸만 엄마가 보고 싶어 혼났다. 그래서 괜히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지금 집에 가고 있는데 어디어디 역을 지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  

총 4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4남매 중 둘째딸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아니지, 정확히는 둘째딸을 '너'라고 지칭하는 누군가의 질책어린 목소리로 시작된다. 소설가인 둘째딸의 엄마는 생일을 쇠러 서울에 살고 있는 둘째아들 집에 올라오던 중, 서울역에서 남편의 손을 놓치고 실종되고 만다. 그 이전부터 조금씩 기억상실증(노인성 치매에 가까웠던 것 같다)을 앓고 있던 엄마는 하필 그순간 모든 기억을 놓아버려서 경찰서에도 못 찾아가고, 누군가에게 길을 묻지도 못하고 그 길로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자식들은 이 일을 계기로 모여서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엄마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자식들은 서로 너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탓하고 싸우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은 다들 오히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엄마의 존재감에 망연자실 슬픔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엄마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무관심했었을 엄마에 대해 떠올리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마지막까지도 결국 식구들은 엄마와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게 최선의 결말이었는지도. 엄마가 다시 돌아왔다면 당장은 반가워 맞이했겠지만 곧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버리거나, 서로 엄마를 누가 돌보냐고 싸웠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 자신을 참 많이 반성하고 돌아보았다. 여전히 엄마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엄마랑 데이트도 자주 하려고 하고, 오히려 엄마에게 귀찮다는 소리도 많이 듣지만, 엄마 얘기 들어주기 보단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엄마랑 데이트 할때도 엄마는 항상 엄마였을 뿐, 한번도 소녀였고, 여자였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는 제목을 통해 전국민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의 엄마를, 잘 부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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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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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보라도 창문 앞에 있으면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가 되는 법이다(중략)
손을 뻗치는데 갑자기 코끼리 한 마리가 내 심장을 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12쪽

오래 전에 내 분노를 공원 벤치에 내려놓듯 내려놓았다.-32쪽

"카메라가 있다면 매일 네 사진을 찍을 거야. 그러면 너의 인생에서 네가 매일 어떻게 보이는지 기억할 수 있잖아."
(중략)
"넌 아주 조금 행복해지고 또 아주 조금 슬퍼졌어."-130쪽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이 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또 가장 슬프다는 거지"
(중략)
"넌 어떤데? 너도 지금이 평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슬퍼?"
"물론 나도 그렇지."
"왜?"
"너보다 날 더 행복하게 하거나 더 슬프게 하는 건 없으니까."-131쪽

때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을 느끼지만 그것을 나타내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151쪽

음악을 들을 때 그는 더 이상 음표를 듣지 않고 그 사이의 침묵을 들었다.-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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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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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대 찬사였다. 우연히 다른 책을 읽다가 그 책 속에서 <사랑의 역사>에 대해 언급한 구절을 보게 되었다. <사랑의 역사>에 대한 그 책 속 코멘트가 너무 인상깊어서 그 길로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주문했다. (내가 내용을 모르는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먼저 살펴보지 않고 직접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구매해서,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도서들이 으레 그랬듯이 이 책도, 빌려온 책에 밀려서, 급히 읽어야 할 책에 밀려서 계속 서가에서 뒤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1년 반쯤 큰 맘 먹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3분의 2지점까지도 도대체,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기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이 책은 읽다 만채로 다시 책장에 꽂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이 책은 연두색 포스트잇을 수도없이 매달은 모습이었다. 전체 내용은 이해를 못했더라도 구절구절 맘에 드는 표현이 너무 많았던 그 시절의 내가 맘에 드는 구절마다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 둔 거였다. 대체 얼마나 좋았기에 그렇게 많은 포스트잇을 붙인걸까, 궁금해진 나는 큰 맘먹고 가방에 이 책을 넣었다. 

출근길, 새벽에 출근하는 나는 주로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데, 이 책을 손에 쥔 그날은 왠지 잠도 하나도 오질 않았다. 난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엔 꼭 정복하리란 결심으로 간단히 메모까지 해가면서! 

그러자 이 책이 3단락씩 반복되는 구조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매 단락마다 시점과 화자가 다른데 그게 3단락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1단락은 레오 거스키란 나이든 열쇠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2단락은 알마 싱어란 10대 소녀의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3단락은 소설 속 <사랑의 역사>란 책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결국 맨 마지막에는 세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고 말이다.  

오랫동안 리뷰 쓰는 걸 귀찮게 여기게 된 나의 습성을 바꿔놓은, 당장 이 책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고 싶어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 버린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조금 행복해지고 또 조금 슬퍼졌다.  이렇게 멋진 책을 발견했다는 행복감과 이렇게 좋은 글을 이제야 읽었다는, 슬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란 책을 한때 굉장히 인상깊에 읽었었는데 이 책의 작가와 그 책의 작가가 부부라니, 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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