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대 찬사였다. 우연히 다른 책을 읽다가 그 책 속에서 <사랑의 역사>에 대해 언급한 구절을 보게 되었다. <사랑의 역사>에 대한 그 책 속 코멘트가 너무 인상깊어서 그 길로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주문했다. (내가 내용을 모르는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먼저 살펴보지 않고 직접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구매해서,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도서들이 으레 그랬듯이 이 책도, 빌려온 책에 밀려서, 급히 읽어야 할 책에 밀려서 계속 서가에서 뒤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1년 반쯤 큰 맘 먹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3분의 2지점까지도 도대체,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기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이 책은 읽다 만채로 다시 책장에 꽂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이 책은 연두색 포스트잇을 수도없이 매달은 모습이었다. 전체 내용은 이해를 못했더라도 구절구절 맘에 드는 표현이 너무 많았던 그 시절의 내가 맘에 드는 구절마다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 둔 거였다. 대체 얼마나 좋았기에 그렇게 많은 포스트잇을 붙인걸까, 궁금해진 나는 큰 맘먹고 가방에 이 책을 넣었다. 

출근길, 새벽에 출근하는 나는 주로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데, 이 책을 손에 쥔 그날은 왠지 잠도 하나도 오질 않았다. 난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엔 꼭 정복하리란 결심으로 간단히 메모까지 해가면서! 

그러자 이 책이 3단락씩 반복되는 구조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매 단락마다 시점과 화자가 다른데 그게 3단락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1단락은 레오 거스키란 나이든 열쇠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2단락은 알마 싱어란 10대 소녀의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3단락은 소설 속 <사랑의 역사>란 책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결국 맨 마지막에는 세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고 말이다.  

오랫동안 리뷰 쓰는 걸 귀찮게 여기게 된 나의 습성을 바꿔놓은, 당장 이 책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고 싶어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 버린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조금 행복해지고 또 조금 슬퍼졌다.  이렇게 멋진 책을 발견했다는 행복감과 이렇게 좋은 글을 이제야 읽었다는, 슬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란 책을 한때 굉장히 인상깊에 읽었었는데 이 책의 작가와 그 책의 작가가 부부라니, 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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