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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다들 그랬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스물아홉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독립도 하지 않고 엄마랑 여태 같이 살고 있는 나는 퇴근길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자꾸만 엄마가 보고 싶어 혼났다. 그래서 괜히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지금 집에 가고 있는데 어디어디 역을 지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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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4남매 중 둘째딸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아니지, 정확히는 둘째딸을 '너'라고 지칭하는 누군가의 질책어린 목소리로 시작된다. 소설가인 둘째딸의 엄마는 생일을 쇠러 서울에 살고 있는 둘째아들 집에 올라오던 중, 서울역에서 남편의 손을 놓치고 실종되고 만다. 그 이전부터 조금씩 기억상실증(노인성 치매에 가까웠던 것 같다)을 앓고 있던 엄마는 하필 그순간 모든 기억을 놓아버려서 경찰서에도 못 찾아가고, 누군가에게 길을 묻지도 못하고 그 길로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자식들은 이 일을 계기로 모여서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엄마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자식들은 서로 너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탓하고 싸우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은 다들 오히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엄마의 존재감에 망연자실 슬픔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엄마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무관심했었을 엄마에 대해 떠올리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마지막까지도 결국 식구들은 엄마와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게 최선의 결말이었는지도. 엄마가 다시 돌아왔다면 당장은 반가워 맞이했겠지만 곧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버리거나, 서로 엄마를 누가 돌보냐고 싸웠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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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 자신을 참 많이 반성하고 돌아보았다. 여전히 엄마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엄마랑 데이트도 자주 하려고 하고, 오히려 엄마에게 귀찮다는 소리도 많이 듣지만, 엄마 얘기 들어주기 보단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엄마랑 데이트 할때도 엄마는 항상 엄마였을 뿐, 한번도 소녀였고, 여자였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는 제목을 통해 전국민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의 엄마를, 잘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