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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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과 <열>을 빼고는 다른 작품들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도저히 흥미가 안 생겨 안 읽고 건너뛴 작품도 여러 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될 정도로 미국에서는 유명한 작가인가 보지만, 나로서는 그의 글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재미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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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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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비겁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은 이해가 간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지……. 하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온니 렐로넨은 막 죽기로 결심을 한 참이다. 집에서 죽기는 마음이 좀 걸려서 그는 집에서 약간 떨어진 헛간으로 향한다. 권총자살을 할 참이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니 군복을 입은 웬 대령이 주섬주섬 뭔가를 하고 있다. 이런, 그는 목을 매어 죽으려던 참이다. 온니 렐로넨은 그를 구해주고, 그렇듯 조금은 이상한 타이밍에 만난 둘은 곧 막역한 친구가 된다.

 

 

사소한 우연이 성인 두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자살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에, 무조건 슬퍼해야 할 일만은 아니다. 누구나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둘 수는 없는 법이다.(p.19)

 

 

성 요한절에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같은 운명을 짊어진 동지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경우에, 세상은 정말로 아주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 세상을 굳이 서둘러 떠날 필요가 있겠는가?(p.25)

 

 

  죽는 계획은 잠시 유보하고 함께 휴가를 즐기던 두 사람은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로 하고, 신문에 광고를 낸다. 반신반의 하는 맘이었으나 뜻밖에도 다 읽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편지가 둘에게 배달된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의기투합하여 함께 세계의 북쪽 끝(노르웨이)으로 가서 집단자살을 하기로 마음을 모은다. 이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이 여행이 유럽 전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기나긴 여정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나 역시 만약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면 가장 하고픈 일은 '여행'이다. 삶이 고단해서 확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죽는 대신, 비행기표를 예매하여 어디든 떠나볼 일이다. 죽을 결심으로 못 갈 곳이 어디겠으며, 여행을 하다 보면 더 살아야만 할, 수만 가지 이유를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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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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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선생님이 자신이 상담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예로 들어 담담히 풀어낸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여인이 소개팅을 할 때 묻는 질문이었다.

 

"그 사람,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니?"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과, 아픈 사랑이라도 사랑을 해본 사람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질문일터. 그 질문을 하기까지, 그 여인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랑을 경험했던 걸까.

 

 실연을 당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예쁘고, 잘난 사람도 실연을 당할 수 있다. 반면 남들이 보기엔 뒤처진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평생 실연 한 번 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도 한다. 그게 인생이다. 그러니 그에 너무 슬퍼하거나, 너무 분노하거나, 너무 자책하지 말자. 그러면 떠나보내야 할 마음들을 털어 버릴 수가 없으니까, 그럼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 문을 두드려도 빗장을 열어 그 사랑을 맞이할 힘이 없게 될 테니까.(p.214) 

 

보여 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p.229/ 칼릴지브란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낸 시) 

 

 

웃는 건 바보스럽게 보일 위험이 있다.

눈물을 흘리는 건 감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건 남의 일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자신의 참모습을 들킬 위험이 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기획과 꿈을 발표하는 건 그것을 잃을 위험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산다는 건 죽을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절망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시도를 하는 건 실패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위험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며, 성잘할 수 없다.

 

자신의 두려움에 갇힌 그는 노예와 다를 바 없다.

그의 자유는 '갇힌 자유'다.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p.260~261/ 작자미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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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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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 중 197명이 이른바 제3세계라고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나며, 그들 중 상당수가 출생신고를 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 이름도 없는 작은 묘에 묻힌다고 한다.

 

다국적 기업 네슬레, 나는 이제 그 기업의 식품은 되도록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1970년 칠레. 아기들이 분유를 먹지 못해 굶어죽는 경우가 많자 새로이 당선된 대통령, 아예데는 분유 무상 배급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당시 칠레는 다국적 기업, 네슬레가 독보적으로 분유시장을 점령하고 있었고, 때문에 대통령은 네슬레로부터 분유를 사서 시민들에게 배급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아예데 정권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칠레 정부에 분유를 공급할 경우, 자신들이 그간 무역을 하며 누려온 많은 특권들이 침해받을 것을 우려한) 네슬레는 아예데 정권에 분유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 후 미국 CIA는 칠레의 군부쿠테타를 도와서 결국 아예데 대통령은 암살당하고 만다.

 

세네갈의 다카르라는 지방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사막화가 진행되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농민들이 할 수없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모여든다. 그들이 도시에서 취업을 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태생이 성실하고 착한 그들은 구걸이나 매춘은 절대 하지 않는다. 구두를 닦건, 행상을 하건 다들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부는 몇몇 공무원들이 독식하고 있는 형편. 게다가 나라의 대부분의 땅은 국유지라,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어느 날 나라에서 불도저로 밀어버리면 꼼짝없이 쫓겨나야 한다. 게다가 도시에도 물이 부족해서, 몇 안 되는 수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그마저 여의치가 않다.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아프리카는 훨씬 더 잘살지 않았을까? 아프리카의 그 많은 비옥한 토지. 그곳에서 생산되는 것은 그들의 주식인 쌀이나 밀이 아니라, 유럽으로 수출할 사탕수수, 땅콩, 초콜릿 등이다. 당장 키워도 자신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없는 곡물을 키우느라 죽어라 고생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키운 작물을 정부는 헐값에 매입해 유럽에 팔고, 그 돈으로 동남아나 미국에서 쌀과 밀을 수입해서 국민들에게 판매한다. 물론, 다국적기업들은 당장 자신들이 곡물을 팔지 않으면 굶어죽는 아프리카 국민들에게 식량을 비싸게 판매한다. 굶어죽지 않고자 열심히 일하지만 일하면 일할수록 그들은 점점 더 배고프고, 가난해지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목을 배우고 공부하지만, 정작 사회적 불평등의 개념이나,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배우고 토론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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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어떤 날 1
김소연 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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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그녀는 막 내 집 장만에 성공하고 매우 들떠있었다. 서울로 상경한 스무살 이후로 그녀는 2,3년에 한 번씩 총 14번의 이사를 했다. 그때마다 집은 조금씩 좋아졌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월세에서 전세로……. 자신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문득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벌써 30대 초반인 나는 그간 무엇을 했는가.

 

메르스의 여파도 있지만, 돈을 절약하겠다는 이유로 요사이 나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만 해도 모처럼 돌아온 휴일에 나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자다가 일어나서 우쿨렐레를 연주했고, 다시 자다가 일어나서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우울해졌다.

 

20대의 나에게는 거의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다. 항상 어딘가를 돌아다녔고, 밖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가는 게 꼭 돈이 드는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덕분에 지금의 나는 추억은 남보다 많으나, 또래들보다 돈은 적게 모았다. 문득문득 이런 내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될 때면 또 다른 목소리가 말을 건다. 그래도 너, 지금보다 그 시절 행복했잖아. 지금의 넌 행복하니?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마음을 애써 잠재우며,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여행지에서 들었던 음악을 듣는다.

 

사실, 내가 태어나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고서 몇 달 정도 잠시 내가 태어난 이곳으로 출장을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활비를 벌러. 어느새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곧 여행을 떠난다는 표현보다는 곧 출장을 마친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p,49)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떠나지 않기도 좋은 계절이다. 나로부터 멀어지기에도 가까워지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나와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나와 너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우리 사이의 계절이 가까웠으면 좋겠다. 다시 멀어질 수 있을 만큼.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 만큼. 다시 제대로 가까워질 수 있을 만큼. 그리하여 다시 제대로 떠날 수 있을 만큼.(p.71)

 

자진해서 충만한 피로를 얻기 위해 우리는 걷고 걷는다. 묻고 묻는다. 질문을 하고 씨앗을 심고, 일상 속에서 또다들 일상 속으로 이동하면서. 나는 너로부터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다. 내가 내 자신에게 가까워질 때 나는 너에게도 가까워진다.

(중략)

지상의 곳곳에다 마음의 별점을 찍어나가는 것. 얼마간의 세월이 지난 뒤에 그것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별자리로 연결되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가 그리려 했던 별자리의 일부로 계획된 채로, 어떤 내면의 장소를, 마음의 성소를 내내 여행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 그 장소의 이미지가, 그 여행의 여정이 바로 자기 자신의 본질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p.86~87)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건만 여행잭자에 등장할 법한 인증사진 밖에 남은 것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 몇백만 원짜리 비행기 티켓을 끊고, 몇 마일씩 날아간 곳이라 하여도 나만의 심상(心狀) 하나 새기지 못했다면 여행이 아니다. 일상으로 들여올 향기 하나 남아 있지 않다면 여행이 아니다. (p.116)    

 

 그렇게 걷고 또 걷다보면 간절했던 것,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의외로 빛을 잃으며 허상처럼 흩어진다. 사소해서 버리고 싶다 여겼던 것들이 의외로 선명한 생명력으로 빛나기도 한다. ‘없어도 살아지는 것들을 왜 그렇게 부여잡고 살았는지, ‘사소하다고 버리려 했던 것들은 왜 이토록 소중한지 문득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언제나 여행이 끝나면 필요한 것들만 남는 법이다.

어떤 여행이든 아쉽지 않은 끝은 없다. 그래서인지 여행이 끝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은 여행하는 동안 조금 더 잘 보낼걸.’ 여행이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면 예컨대 그런 것 아닐까.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만큼은 그러지 말기를. 인생이 끝나갈 때조차 내 인생과 좀더 잘 지낼걸. 나의 지난 시절에게, 내가 지나온 친구들과 그 모든 사람들과 조금 더 잘 지낼걸 하며 후회하지 않기를.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어렵게 떠난 여행의 빛나는 한 순간임을 알고, 내일보다 오늘을 더 부지런히 누리기를 마음에 새겨본다. (p.132~3)   

 

나는, 길 위에서 태어났다.

물론 엄마의 뱃속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얌전하게 태어나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런 태어남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 있어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이전의 나를 탈피하는 것. 어떤 다른 형태의 세계로 한 걸음 조심히 내딛는 것. 그리고 새로운 눈을 뜨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길 위에서 참 많이도 다시 태어났다. (p.137)    

 

여행은 일상에서 알 수 없던 나, 라는 아이가 가진 복잡하고 알 수 없던 취향들을 간단히 정리할 수 있게 해주었고, 측정할 수 없던 내 안의 한계를 어느 정도 알게 했다. 마른 빵과 식은 커피에서 낭만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고, 때론 말보다 한 사람의 눈동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주었고, 낯선 도시의 야경 속에서 점점이 사라지는 불빛들을 보며 돌아가야 할 날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게 했다. 불행이라 생각했던 일들을 어느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묘한 과정. 우여곡절이 많을수록 제대로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참 신기한 이름. 여행, 어찌 그 두 글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p.146)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조금 더 무거워졌거나, 혹은 훨씬 더 가벼워진 가방을 들고 여행의 마지막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 (p.147)    

 

앞으로 내 삶을 또 견디게 해줄 수많은 순간들을 나는 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게 될지…… 그 순간들을 얻기 위해 또 몇 번의 여행을 떠나게 될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매번 아득해지고 아늑해져서 이내 행복해진다. (p.148)   

 

텅 빈 가방을 조금씩 채워넣으며 보내는 시간. 두고 가야 할 것들과 꼭 챙겨가야 할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밝아오는 아침. 그리고 이윽고 눈앞에 서서히 펼쳐지는 낯선 풍경들. 낯선 타지의 돈을 세어보는 일과, 처음 이국의 언어로 표기된 물을 마실 때의 그 느낌들과 나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다른 색을 가진 그들과 처음 눈이 마주칠 때의 두려움, 그리고 설렘. 시차에 적응하느라 밤새 뒤척이는 피곤함이나, 갑자기 바뀐 잠자리에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시간들. 나는 그 모든 순간들과 사랑에 빠지며 나를 떠나오게 했던 이유들과 조금씩 화해한다. 결국 이렇게 하나하나 해결 되어가리라. 적응해가리라. 지나고보면 모두 행복한 일들이리라. 무심히 그렇게 느껴가는 사이 여행은 끝이 나고, 나는 어느덧 새살이 차오른 상처처럼 단단해져 있는 것이다. (p.154)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나는 결국 , 살고 싶어서 정말 잘, 살고 싶어서여행을 떠난다. 내가 결국 돌아와야 할 발 딛고 살아가야 할 현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아직 더 크기 위해서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 더 많은 기억들을 가지기 위해서,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그 이야기들 안에서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통해 더 좋은, 내가 되어 간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느 곳의 햇살을 받으며 어느 하늘의 비를 맞고 나는 또, 걷게 될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여행은 아직 깨뜨리지 않은 포춘쿠키처럼 나를 기다린다. 그 안에 담겨 있을 삶의 키워드를 하나하나 얻어가며 나는 살아갈 것이고, 분명 더 행복해질 것임을 나는, 믿는다. (p. 154~155) 

 

여행은 낯선 장소에 가서 다른 일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다. 여행은 순간순간이 선택의 과정이다.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묵는가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여행이라도 여행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p.182)    

 

  책을 다 읽고 나니 빼곡히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기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졌다. 가고 싶은 곳, 떠나야 할 이유가 잔뜩 늘어났다.

 

마스다미리의 책 속 수짱의 말처럼 자꾸만 먼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나 과연 먼 미래의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가고 싶어진 곳:   내장산, 우하 우동초밥집(종로구 누하동 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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