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비겁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은 이해가 간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지……. 하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온니 렐로넨은 막 죽기로 결심을 한 참이다. 집에서 죽기는 마음이 좀 걸려서 그는 집에서 약간 떨어진 헛간으로 향한다. 권총자살을 할 참이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니 군복을 입은 웬 대령이 주섬주섬 뭔가를 하고 있다. 이런, 그는 목을 매어 죽으려던 참이다. 온니 렐로넨은 그를 구해주고, 그렇듯 조금은 이상한 타이밍에 만난 둘은 곧 막역한 친구가 된다.

 

 

사소한 우연이 성인 두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자살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에, 무조건 슬퍼해야 할 일만은 아니다. 누구나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둘 수는 없는 법이다.(p.19)

 

 

성 요한절에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같은 운명을 짊어진 동지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경우에, 세상은 정말로 아주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 세상을 굳이 서둘러 떠날 필요가 있겠는가?(p.25)

 

 

  죽는 계획은 잠시 유보하고 함께 휴가를 즐기던 두 사람은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로 하고, 신문에 광고를 낸다. 반신반의 하는 맘이었으나 뜻밖에도 다 읽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편지가 둘에게 배달된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의기투합하여 함께 세계의 북쪽 끝(노르웨이)으로 가서 집단자살을 하기로 마음을 모은다. 이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이 여행이 유럽 전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기나긴 여정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나 역시 만약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면 가장 하고픈 일은 '여행'이다. 삶이 고단해서 확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죽는 대신, 비행기표를 예매하여 어디든 떠나볼 일이다. 죽을 결심으로 못 갈 곳이 어디겠으며, 여행을 하다 보면 더 살아야만 할, 수만 가지 이유를 만나게 될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