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코끼리
황경신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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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창고에서 오래된 <어린왕자>책을 발견한 꼬마. 꼬마는 첫 페이지에 있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사진을 보고 호기심을 느낀다. 이 그림은 대체 어떤 그림일까? 그때부터 꼬마는 긴 시간 보아뱀이 코끼리를 다 소화시키고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보아뱀이 잠에서 깨어나고, 그 때부터 호기심많고 질문이 많은 여덟살배기 꼬마와 300살을 훌쩍 넘겼지만, 보아뱀계에서는 아직 한참 청춘인 동안 보아뱀의 대화가 시작된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되겠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 멋진 일을 해내고 나면 말이야. 누구도 무시하지 않고 누구도 우쭐대지 않고 너 자신인 채로 그들과 어우러지는 거야."

(중략)

"한 번 비교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아."

(p.44)

 

"그런데 있지.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들은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냥 구해줬다는 이유로 결혼을 해버리고 말잖아. 그런 일이 가능한거야?"

나의 의문에, 보아뱀은 어쩐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안다고 다 잘 사는 것도 아니지. 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에는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못하는 게 더 많을지도 몰라."

(p.82)

 

"너는 항상 질문을 해야 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 건, 절대로 창피한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 세니까."(p.136)

 

"만약에 무서운 꿈을 꾸면 어떻게 해줄 건데?"

벌써 마음이 놓인 나는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우물우물 다짐을 놓았다.

"그 꿈을 먹어버리지."

보아뱀이 대답했다.

"난 지금 배가 좀 고프거든."

(p.188)

 

이 책을 보며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어릴적 상상의 친구인 핑퐁이 떠올랐다. 라일리가 자신을 잊었다고 슬퍼하면서 기억 보관함을 헤매던 핑퐁은 조이(기쁨)가 라일리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신은 망각의 골짜기에 갇히고 만다.

 

"너하고 얘기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 생업도 내팽개치고. 너 때문에 내가 결국 굶어죽을지도 모르겠다. 참. 세상일이란."

그 말이 나를 좋아한다는 보아뱀의 고백이라는 것을, 나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p.67)

 

나의 핑퐁은, 보아뱀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부터 그들을 망각의 골짜기로 보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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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1 -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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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내려갔다가 게스트하우스 내 카페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들고간 2권의 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2박을 한 덕분에 하루에 1권씩 이틀에 걸쳐서 <불편하게 행복하게>를 다 읽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남편과, 동화작가를 꿈꾸는 아내가 도시에서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저렴한 시골로 내려가 그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그린 책이다.

처음에는 정말 폐허와 같던 집을 부부가 살면서 알뜰살뜰히 가꿔두니, 이제는 집주인이 쓰겠다며 쫓아낼때는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도 동화작가를 꿈꾸던 아내의 그림이 결국 대상을 수상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로부터 왜 순수예술(일러스트레이터와 동화작가는 순수예술은 아닌가, 잠시 생각했다)을 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까. 유명한 화가들은 죄다 가난하게 살다 비참하게 죽었다.(죄다는 아닐지도) 그 그림이 지금은 부르는게 값인데, 그 덕을 보는 사람들은 그 옛날 가난한 화가의 그림을 헐값에 구입한 사람들의 자손들이다.

 

그래도 어쩌면 그 옛날 화가들은 매일 지루한 일을 하면서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가 하면. 지금 별로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도 잘 모르겠다 라는 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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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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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하긴, 처음 읽으려고 시도했던 순간부터 헤어린다면 훨씬 긴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프롤로그만 읽고 덮기를 두어번. 매번 너무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내 마음마저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선뜻 진도가 나가지를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주로 자기전에 책을 읽는데, 이 책을 읽다가 잠들면 밤새 악몽을 꿀 것 같아서 자기 전에는 도저히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퇴근 후 저녁에 읽는 것도 무서워서, 처음 퇴근길 전철에서 책을 펼쳤다. 진도는 여전히 느렸고, 이대로 이 책을 붙들고 있다가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쉬는 날 집에서 작심하고 책을 읽었다. 아침부터 책을 읽다가 밥먹는 것도, 친구와의 약속 시간도 죄다 잊었을 정도.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500여쪽에 빽빽한 글은 진도가 더디 나갔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섬뜩한 기운이 남아있다. 유럽 사람들은 긴긴 겨울과 밤을 견디기 위해 추리소설과 스릴러 물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 나 같으면 밤도 길고 어두울 때 추리소설을 읽다가는 무서워서 옴싹달싹 못하겠다 싶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지 싶게, 정말 잘 쓰인 소설이다. 흡입력도 대단하고. 그녀의 작품 중 이미 영화화 된 작품도 있지만, 이 책도 감독이라면 탐내볼 만한 스토리다 싶었다. 다만, 어려운 건 이 긴 스토리를 2시간여에 담아내는 각색일 것이고, 무엇보다 캐스팅이리라. 나만 해도 언뜻 이 소설속 등장인물들을 감히 어떤 배우가 연기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으니.

분명 잘 쓰인 소설이지만 두번다시 읽고 싶지도, 소장하고 싶지도 않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어서 빨리 반납하고 싶을 정도. 책 표지만 봐도 왠지 우울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역시 나에게는 밝고 따뜻한 이야기의 소설이 어울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고, 심지어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음주운전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 사실과 잘못은 빨리 시인하는 편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괜히 어설프게 덮으려고 하다가는 점점 큰 올무에 걸리게 될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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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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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마스다 미리의 책 중에 첫 손에 꼽히게 맘에 쏙 들었다. <주말엔 숲으로>와 더불어, 이 책은 정말이지 꼭 소장해서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직장생활을 해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 수두룩. 나도 요새 그렇다. 정말 왜 그리 남의 흉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알아보고 서로 그리 친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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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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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번 뿐. 그 한번 뿐인 인생을 얼마나 반짝반짝하게 보낼지는 오로지 나의 몫. 나의 선택. 그런데 못난 마음으로 자꾸만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런 나에게 마스다는 말해주었다.

친구 결혼식에 초대받아도 친구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 순간은 없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어떨 때든 역시 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흔 살 봄이다. (p.84)

나, 몇 살로 보여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나이를 믿을 수 없다. (중략)
언젠가 진짜 나이에 마음이 쫓아갈 날이 오긴 할까? 왠지 모르게, 평생 쫓아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p.127)

가끔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언젠가부터 잠시 생각했다가 대답한다. 말없이 손가락으로 답할 수 있는 나이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사랑이란 괴롭지만, 역시 즐겁다. 즐거웠다.(p.151)

나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어떡하지, 앞으로의 내 스타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목표도 없이 스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궁금해진다. 예순 살이 된 나는 그곳에서 어떤 '중년,때늦음'을 볼까? 그것도 역시 조금 기대된다 (p.163, 후기)

(지금보다) 어릴 때는 지금의 내 나이는,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다만 지금 내 나이의 어른들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될까
얼마만큼 나이를 먹으면 스스로도 ' 난 이제 어른이야' 라고 생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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