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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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하긴, 처음 읽으려고 시도했던 순간부터 헤어린다면 훨씬 긴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프롤로그만 읽고 덮기를 두어번. 매번 너무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내 마음마저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선뜻 진도가 나가지를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주로 자기전에 책을 읽는데, 이 책을 읽다가 잠들면 밤새 악몽을 꿀 것 같아서 자기 전에는 도저히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퇴근 후 저녁에 읽는 것도 무서워서, 처음 퇴근길 전철에서 책을 펼쳤다. 진도는 여전히 느렸고, 이대로 이 책을 붙들고 있다가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쉬는 날 집에서 작심하고 책을 읽었다. 아침부터 책을 읽다가 밥먹는 것도, 친구와의 약속 시간도 죄다 잊었을 정도.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500여쪽에 빽빽한 글은 진도가 더디 나갔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섬뜩한 기운이 남아있다. 유럽 사람들은 긴긴 겨울과 밤을 견디기 위해 추리소설과 스릴러 물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 나 같으면 밤도 길고 어두울 때 추리소설을 읽다가는 무서워서 옴싹달싹 못하겠다 싶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지 싶게, 정말 잘 쓰인 소설이다. 흡입력도 대단하고. 그녀의 작품 중 이미 영화화 된 작품도 있지만, 이 책도 감독이라면 탐내볼 만한 스토리다 싶었다. 다만, 어려운 건 이 긴 스토리를 2시간여에 담아내는 각색일 것이고, 무엇보다 캐스팅이리라. 나만 해도 언뜻 이 소설속 등장인물들을 감히 어떤 배우가 연기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으니.

분명 잘 쓰인 소설이지만 두번다시 읽고 싶지도, 소장하고 싶지도 않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어서 빨리 반납하고 싶을 정도. 책 표지만 봐도 왠지 우울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역시 나에게는 밝고 따뜻한 이야기의 소설이 어울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고, 심지어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음주운전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 사실과 잘못은 빨리 시인하는 편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괜히 어설프게 덮으려고 하다가는 점점 큰 올무에 걸리게 될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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