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 개정판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집사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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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반복해서 가장 많이 본 영화를 꼽는다면, 아마 이 영화일 것이다. <러브레터>.

정식으로 개봉했던 건 내 기억이 맞다면 1999년. 해적판으로 떠돌때부터 무척 좋아했던 영화라 개봉하자마자 종로에 있는 서울극장에 달려가서 영화를 보았더랬다. 그 후로 비디오로 빌려서 보고 또 보고. dvd를 구입해서 보고 또 보고.

그후로 2013년 재개봉 했을 때는 씨네코드선재에 가서 이 영화를 보았었다. 10여년 만에 다시 극장에서 러브레터를 만나니 마음이 어찌나 뭉클하던지.

 

그런데 책으로도 나와있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우연히 러브레터 원작이 있고 번역자가 내가 좋아하는 권남희 씨라는 사실을 알고는 단박에 주문해서 읽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내용이 깊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했지만(영화 시나리오를 책으로 엮은 듯. 영화내용 그대로다) 한편으로는 읽는 내내 영화속 장면이 그려져서 행복하기도 했다.

 

누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니? 라고 물으면 항상 <러브레터>라고 대답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 대답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순위가 바뀔 정도로 맘에 드는 작품을 또 만나지 못했다는 건 조금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일찌감치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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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그녀는 : 바닷마을 다이어리 6 바닷마을 다이어리 6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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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속 스즈와 후타는 중학생이다. 스즈의 최대 고민은 고등학교 입시.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할지로 스즈는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중학생 시절 나에겐 최대 고민이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른이 되어도 계속 종이인형이 갖고 싶으면 어쩌지?' 하는 거였고, 또 하나는 '계속 만화가 보고 싶으면 어쩌지?' 하는 거였다.

중학생 때만 해도 이미 종이인형 따위를 갖고 노는 친구는 주변에 없었다. 나는 문방구에 갈 때면 늘 누가 볼새라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동생 주려고요.'라고 외치면서 종이인형을 사오곤 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어느새 종이인형은 내 관심에서 멀어져갔다(라고 쓰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도 아까워서 자르지도 않고 간직하고 있는 종이인형이 있구나. 나에겐.)

만화책도 용케 이젠 멀리할 수 있게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만나고 말았다.

심지어 요샌 긴축재정에 들어가서 일반책도 잘 구입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은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6권을 읽으면서 느낀 건 최소 10권은 넘기겠구나 하는 것이다. 연재가 끝나면 무척 아쉬울 것 같지만, 다음권이 나오길 기다리는 세월도 못 견딜 것 같으니 사람 마음이 참.

 

중학생 때 고민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난 한참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종이인형을 좋아하고(갖고 놀지는 않지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만화책을 즐겨본다. 그런데 그렇다고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해보면 별 문제는 없다.

 

스즈는 과연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될까. 후타와 스즈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쩌면 작가도 아직 고민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외에 스즈에게는 숨겨진 고민이 또 하나 있다. 그건 자신의 출생에 대한 것. 자신의 탄생이 누군가에겐 슬픔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스즈를 몹시 괴롭게 만든다. 그런데 후타는 그런 스즈에게 말해주었다. "네가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물론 이번권인 6권에서 나온 대사는 아니다)

어쩌면 작가는 스즈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 땅의 모든 아이들에게 후타의 입을 빌어 '그래도 우리는 네가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입시에 관한 고민은 언젠가는 해결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를 선택함과 동시에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자신의 출생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스즈가 평생 갖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마음이 홀가분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이미 벌어진 과거의 사건을 덮어버리는 건 불가능하니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고민들 중에도 어쩌면 평생 해결되지 않을 고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설령 그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아마 (그런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고민 자체를 포용할 수 있는 더 큰 어른이 되어서.   

 

4월이 오면 그녀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바닷마을 다이어리 7권도 그럼 내년 4월에는 나올라나? 스즈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에겐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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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68
홍영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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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는 축제가 있다. 앞자리를 맡기 위해서 나는 부러 서너시간쯤 일찍 도착하여 줄을 서곤 한다. 올해는 출발하는 길에 비가 날렸다. 도착해서는 비가 안오기를 기대했건만, 속절없이 빗줄기는 더 거세졌고, 나는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짐을 치워버리겠다는 스탭의 말에 무서워서 서너시간을 붙박이처럼 비를 맞고 앉아 있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불편하게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내내 이 책을 읽었다. 그런 때에 시간을 보내기엔 시집만한 것이 또 있으랴.

 

그때는 내리는 비때문인지, 한편한편이 참 좋아서 한편을 읽고는 한참을 비내리는 걸 바라보곤 했었는데, 리뷰를 쓰려고 다시 펼쳐보니 그냥 다 덤덤히 읽힌다. 그때는 한편한편이 참 먹먹했었는데. 그러고 보면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처음 어떻게 만나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 하긴 사람도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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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4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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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따로 저녁약속이 없는날이면 저녁 9시 이후에는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저녁을 빨리 먹는 날에는 7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기도 한다. 야식은 금물.

그런 나이니 심야식당이 실제 존재한다고 해도 가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야(밤 12시~ 새벽 4,5시쯤)라는 시간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있다. 이 시간에도 깨어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동질감 이랄까. 아마 작가는 이 만화를 주로 심야시간에 그리지 않았을까(대부분의 작가들은 야행성이니까)

전형적인 일본만화다. 다소 선정적인 장면도 있고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일본에 가면 정말 저런 사람들이 흔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물론 우리나라 드라마에 막장소재가 많고 재벌이 많이 나온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그리 사는 건 아니지만)

나이를 제법 많이 먹은 지금도 여전히 나는 세상도 어렵고, 나란 아이도 참 어렵다. 그런데 언제고 심야식당에 가면 설령 내가 "밤에는 뭘 먹기 싫어서요"라고 말하면서 따뜻한 차 한잔만 부탁해도 아무 말 없이 마스타가 엄청 맛난 차를 끓여줄 것만 같다. 왜 밥도 안 먹을거면서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왔냐는 질문따윈 안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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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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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다다 심부름집에서 잠시 일을 도와주던 여고생이 다다에게 묻는다. "아니 이런 일은 직접 하거나 이웃에게 부탁하면 되잖아요? 왜 이런 걸 돈까지 주면서 낯선 사람에게 시키는 거죠?"
그러자 다다는 말한다. "어떤 일들은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부탁하는 편이 편할 때가 있는 법이지"

가끔 들르는 카페에서는 택배 대신 받아주기 서비스를 한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서비스다.(물론 택배를 찾으러 와서 음료 한잔쯤은 사서 마시고 가겠지만) 낮에는 집을 비우고 집에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 혼자사는 젊은이들에겐 꽤나 고마운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제대로된 직장도, 돈도 없는 돌싱남, 부모의 관심이 그리운 초등생,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있는데 엄마도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끔찍한 선택을 하고 만 여고생, 마약중간거래상이 된 고교생, 매춘부, 동성커플 등등

어렸을 때부터 배운 지식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가까이 해서는 별로 좋을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과연 직업이, 성적정체성이, 가족이, 그 사람을 정의할 수 있을까. 물론 어찌보면(이건 입장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겠으나)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니까, 그 사람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는 드러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때는 이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의 정체성에 혼란을 준다고 여겨 책과 모든 대중매체를 멀리하고자 한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꽁꽁 숨어있어서 귀와 눈을 가린다고 그런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모른척하고 있었을 뿐.

<고양이를 부탁해> 란 영화에 이런 류의 대사가 있었다.(정확히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도, 너라면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해"
그 말이 왠지 무척 찡했다. 물론 살인은 나쁜 짓(!)이지만 저렇게까지 나를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좋아하는 노래를 편집한 컴플레이션 cd를 선물하곤 했는데 위 대사도 함께 녹음해서 친구에게 선물했었다. 과연 저 대사만큼 친구에게 믿음직한 친구로 남았는가는 솔직히 자신이 없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지"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친구가 되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처음에는 무척 가볍게 읽기 시작했고, 중반에는 괜히 읽었나 싶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란 영화도 어쩌면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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