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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168
홍영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0월
평점 :
품절
해마다 가는 축제가 있다. 앞자리를 맡기 위해서 나는 부러 서너시간쯤 일찍 도착하여 줄을 서곤 한다. 올해는 출발하는 길에 비가 날렸다. 도착해서는 비가 안오기를 기대했건만, 속절없이 빗줄기는 더 거세졌고, 나는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짐을 치워버리겠다는 스탭의 말에 무서워서 서너시간을 붙박이처럼 비를 맞고 앉아 있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불편하게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내내 이 책을 읽었다. 그런 때에 시간을 보내기엔 시집만한 것이 또 있으랴.
그때는 내리는 비때문인지, 한편한편이 참 좋아서 한편을 읽고는 한참을 비내리는 걸 바라보곤 했었는데, 리뷰를 쓰려고 다시 펼쳐보니 그냥 다 덤덤히 읽힌다. 그때는 한편한편이 참 먹먹했었는데. 그러고 보면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처음 어떻게 만나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 하긴 사람도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