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연애 - 서가에서 꺼낸
문아름 지음 / 네시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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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라딘 서점을 기웃거리다보면, 간혹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꽤나 멋진 (그래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기이하게 생각되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케이스였다. 아쉽게도 누구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연애하듯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책과 연애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작가가 연애를 하면서, 연애를 끝내고서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매 장이 끝날 때마다 작가가 그 챕터에서 비유로 든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나오는데, 그 중에는 이미 읽은 책이 절반, 미처 못 읽어본 책이 절반 정도 되었다.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보다 쉽게 작가의 말에 빠져들었고, 아직 못 읽어본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제목을 열심히 메모해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읽어봐야지, 다짐하면서.

 

예전에 누군가에게 책을 좀 추천해달라고 하자, 그는 말했었다. "일단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라보세요. 그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저절로 다음에 읽을 책이 어떤 책이 될지 알 수 있을 거에요."

 

<책과 연애>는 그 대답에 아주 충실한 책이다.

 

생각하면 굳이 왜 그랬어야 했나 싶은 이별의 순간들이 있다. (중략) 어떤 친구는 그 새끼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왔어야 했는데 그 와중에 착한 척했던 걸 후회한다.

한 권의 책을 덮을 때 이런 기분일까? 내가 발버둥친다고 해서 이미 끝난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내가 아무리 이 책이 너무 좋아 끝이 오는 게 무서워도 결국 마지막 문장은 읽기 마련이다. (중략)

만약 누군가와 헤어진다면 이 마지막 문장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소설이 두 권 있다. 엘리자베스 히키의 <클림트>와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이 바로 그 마지막 문장의 주인공들이다.

(p.13~14)

 

+아직 못 읽어보았는데, 당장 읽어보고 싶어진 책

클림트, 열정,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이슬의 눈, 피터팬,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보고 싶어진 책

섬, 좀머씨 이야기, 반짝반짝 빛나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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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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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올해는 다시금 책을 읽고 기록하기 시작했지만, 지난 몇년간 책을 읽고 기록을 하지 않았다. (책을 많이 안 읽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기록을 하지 않은 시절 읽었던 책을 모르고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책도 그러했다. 게다가 읽으면서 감동적인 구절은, "아, 이 부분은 지난번에도 감동받았던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아빠: 목성이란 별도 어마어마하게 커. 조금만 더 컸더라면 태양이 됐을 지도 몰라.

아들: 실수한 거야?

아빠: 어?

아들: 실수를 해서 태양이 못 된거야?

아빠: 글쎄다.

아들: 불쌍해

아빠: 자기 모습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한 걸지도 몰라. 만약 목성이 태양이 됐더라면 지구에 생명체가 못 살았을지도 모르고.

아들: 왜?

아빠: 태양이 두 개나 있으면 너무 덥겠지?

아들: 그렇구나.

아빠: 모두가 다 반짝반짝 빛을 내지 않아도 괜찮아. 빛나지 않아 다행인 사람도 있을 테고.

아들; 난 빛나고 싶어.

아빠: 그래. 반짝반짝 빛나라. 근데 계속 빛을 내면 에너지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 가끔은 빛을 좀 끄기도 해야 돼.

(p.105~7)

 

 

각각의 이야기들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시공을 초월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몇번이나 '앗! 이 사람은 그때 그 사람!'하며 놀라고 말았다. 옴니버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영화 dvd를 구입해서 몇번이고 돌려보고 싶은 장면이 참 많다.

 

그러고보니, 밤하늘을 올려다본지가 언제인지. 내일밤엔 오랜만에 북두칠성이나 찾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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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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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은 내 누나. 화자는 당연히(!) 남동생

그런데 이 책의 주 독자층은 누나들을 표방하는 여성들.

 

과연 이 책은 누나들을 위한 책일까. 남동생들을 위한 책일까.

 

과연 남동생들도 읽으면서 공감할까는 남자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남자들이 읽으면 여자친구에 대해, 누나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별히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손가락 털에 관한 이야기.

나도 평생 손가락 털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처음으로 맘에 드는 이성이 생겨서 그와 데이트를 하기 전에 손가락은 물론 손등, 팔뚝까지 죄다 면도를 하고 나갔던 기억이. 풋

 

그후로는 동성친구들을 만날때면 관찰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이 아이는 손가락 털을 제모하는지, 안하는지

그런데 내 관찰로 알게된 사실은 손가락 털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아이들이 먼저 결혼에 골인하더라는 점.

 

그런 걸 보면 확실히 결혼이란, 정말 편한 상대와 하는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 마음에 들 때 결심할 수 있는 거겠지.

 

나는 아직까지는 매번 (나의) 손가락 털이 신경쓰이는 사람만 만나서 아직 혼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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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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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존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다 보면 항상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에코씨와 사쿠짱 같은 사이라면, 정말이지 결혼을 해도 괜찮겠노라고.

사쿠짱은 미대를 나왔지만,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구두를 수선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그 직업 덕분에 치에코씨와 만나게 되긴 했지만- 치에코씨의 구두를 수선해주다가 사랑이 싹텄던 것이다) 반면 치에코씨는 비서로 일하고 있다.

어느날 치에코씨는 사쿠짱에게 묻는다. 전공을 살려서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때? 하지만 사쿠짱은 대답한다. 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좋다고. 치에코 씨는 그 대답에 왠지 안심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내가 치에코씨였다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구두수선을 직업으로 삼은 사쿠짱과는 결혼은커녕 데이트도 아마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부러웠던 점은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해마다 신정이 되면 부부는 각자 본가로 간다. 명절에라도 각자 집에서 편하게 보내자는 뜻에서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규칙이다. 아이가 없기에 가능하기도 했겠으나, 양쪽 부모님의 지지가 없었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규칙.

 

매일매일 각자 겪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가끔은 외식을 하고, 서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잘 알고 이해하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친구. 나의 사쿠짱은 과연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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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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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후기를 읽어서이기도 했고, 책을 읽으면서 궁금하기도 했어서 책을 다 읽고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있어서 찡하고 짠하고 뭉클한 순간은 과연 언제인걸까.

 

중년의 남성이 문을 잡아줄 때(젊은이가 잡아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젊은이가 잡아줄때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다. 저런 분의 와이프라면 정말 행복하겠군, 그런 생각이 들고 마니까.)

 

아, 그러고보니 내 평생에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바로 이 때다. 어느날 전철에서였다. 나는 굉장히 감동적인 책을 읽고 있었고(안타깝게도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만 전철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그러자 내 옆에 앉아있던 남성이 내리기 직전에 내게 슬며시 휴대용 포켓 휴지를 통째로 건내고 전철에서 내렸다. 금방 내려버려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했고, 정황상 그는 내가 정말 뭔가에 슬퍼서 울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 정말 뭉클했었다.

 

그 밖에도 소소한 뭉클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참 행복했다.

지루했던 내 삶이 곳곳에 뭉클한 순간들이 가득한 소중한 시간들로 바뀐 기분.

 

언젠가 마스다미리가 사인회를 한다면 꼭 찾아가고 싶다. 나를 뭉클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꼭 인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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