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특권>에서 케이트 만이 언급하는 책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록산 게이 <헝거>
- 앤절라 가브스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성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지아 톨렌티노 <트릭 미러> (이름만 언급됨)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 다시 로크먼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 제마 하틀리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패트릭 해밀턴 <천사의 거리> : <가스등>(연극, 영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인용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언급' 정도인 책들이다. 읽은 책이 많아 반가웠다. 이 목록에 포함할 수 없는 책이 한 권 있는데 잰시 던의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이라는 책이다. 저자 케이트 만은 이 책을 꽤 인용하면서 '가사노동의 문법'을 이야기한다(6장). 길게 인용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많은 책들에서 비슷한 말을 듣는다. 그게 몇 퍼센트이든, 어떤 식이든,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훌륭하다고. 왜 남자들이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지 원인을 외면한 채 쳇바퀴 돌듯 이래라저래라 해결책의 모양을 한 조언들. 이 장 뒷부분에 인용된 던이라는 저자의 말은 충분히 '빡'칠 만하다. 뭐라고 하느냐면.
" 나는 우리가 가사노동을 평등하게 분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나는 대개 상징적인 톰의 제스처가 쌓이고 쌓여 내게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깨닫고는 놀란다(그리고 떄로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낀다). 그가 꼭 내 옆에서 나와 함께 가사노동을 두고 씨름할 필요는 없다." (198)
그 정도면 많이 '도와'주는 거지, 뭘 더 바라냐는 말. 그래도 네 남편은 집에서 잘 하지 않냐는 말.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는 말. 잰시 던이라는 사람은 이런 말들에 다시 파묻혔다. 자신의 위치를 다시 세우지 못했다. 결국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을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썼다는 말인가. 안 되니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이 책이 그에게 어떤 과정 중의 하나일 수 있고 그의 경험과 생각을 써서 책으로 낼 수도 있지만, '가사노동 분담'과 관련해 이 책의 내용과 일화들에 공감하며 맞아맞아 할 여성들이 많기는 하겠지만, 그렇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케이트 만은 이 책을 인용했다. 문제는 이런 책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 책이 아니라도 일상에 넘쳐흐른다는 것, '나는 밖에서 일 하잖아'에 적절하게 받아치는 사람도 적다는 것. '남성 특권'에 대해 남성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
이 장은 이렇게 끝난다.
" 던의 기록에 따르면 톰은 여전히 자기 몫의 집안일을 완수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던은 톰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내비치며 책의 결론을 맺는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나의 남편 톰에게 영원히 감사를 표한다.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 (198~199)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ㅠㅠ 하... 남편에게 바치는 책이란 말인가???(뭐 제목부터가 그런 느낌...) 예... 잘 사세요...
저 책 저자(잰시 던)도 자기 검열한 건 아닌가 싶다. 남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를 남편 아래에 두고 알아서 기는 방식 : 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을 완전 사랑한답니다??? (그러니 계속 이뻐해 주세요???)
아내들아, 그대가 옳은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한다면 그건 그 사람 몫이다. 상대방 몫까지 내가 신경쓰고 알아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남편들아, 상처를 받는다면 그 상처 견뎌라. 기분이 나쁘다면 이유를 고민해라. 옳은 말에 상처를 받고 기분이 나쁜 건 특권의식이 침해당해서일 확률이 백퍼다.
모든 일은 잘 하기 위해서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옳은 말을 끝까지 하는 것도, 잘못을 깨우치는 것도, 습관을 바로잡는 것도, 절대로 한번에 되지 않는다. 실패도 좌절도 잦다. 중요한 건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물러서지 않는 태도다. 버티고 서서 할 말을 한다. '내알바아님모드'를 켠다. 이게 안 되면 진다. 우리는 대체로 그래서 너무 자주 져 왔지 않나?
+++ 그냥 넘어가면 아쉬우니까 목록의 책들 상품넣기. 그러나 던의 저 책은 빼겠다. 넣는 게 낫나 잠시 생각했다...
남성들이 더 일하지 않는 것은 건망증 때문이다. 고의적인, 상대적으로 행복한 무지의 상태 말이다. ...... 이런 조건에서도 남성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여성들로서는 그들에게 좀 더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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