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특권>에서 케이트 만이 언급하는 책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록산 게이 <헝거> 

- 앤절라 가브스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성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지아 톨렌티노 <트릭 미러> (이름만 언급됨)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 다시 로크먼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 제마 하틀리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패트릭 해밀턴 <천사의 거리> : <가스등>(연극, 영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인용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언급' 정도인 책들이다. 읽은 책이 많아 반가웠다. 이 목록에 포함할 수 없는 책이 한 권 있는데 잰시 던의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이라는 책이다. 저자 케이트 만은 이 책을 꽤 인용하면서 '가사노동의 문법'을 이야기한다(6장). 길게 인용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많은 책들에서 비슷한 말을 듣는다. 그게 몇 퍼센트이든, 어떤 식이든,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훌륭하다고. 왜 남자들이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지 원인을 외면한 채 쳇바퀴 돌듯 이래라저래라 해결책의 모양을 한 조언들. 이 장 뒷부분에 인용된 던이라는 저자의 말은 충분히 '빡'칠 만하다. 뭐라고 하느냐면. 


" 나는 우리가 가사노동을 평등하게 분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나는 대개 상징적인 톰의 제스처가 쌓이고 쌓여 내게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깨닫고는 놀란다(그리고 떄로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낀다). 그가 꼭 내 옆에서 나와 함께 가사노동을 두고 씨름할 필요는 없다." (198) 


그 정도면 많이 '도와'주는 거지, 뭘 더 바라냐는 말. 그래도 네 남편은 집에서 잘 하지 않냐는 말.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는 말. 잰시 던이라는 사람은 이런 말들에 다시 파묻혔다. 자신의 위치를 다시 세우지 못했다. 결국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을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썼다는 말인가. 안 되니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이 책이 그에게 어떤 과정 중의 하나일 수 있고 그의 경험과 생각을 써서 책으로 낼 수도 있지만, '가사노동 분담'과 관련해 이 책의 내용과 일화들에 공감하며 맞아맞아 할 여성들이 많기는 하겠지만, 그렇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케이트 만은 이 책을 인용했다. 문제는 이런 책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 책이 아니라도 일상에 넘쳐흐른다는 것, '나는 밖에서 일 하잖아'에 적절하게 받아치는 사람도 적다는 것. '남성 특권'에 대해 남성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 


이 장은 이렇게 끝난다. 


" 던의 기록에 따르면 톰은 여전히 자기 몫의 집안일을 완수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던은 톰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내비치며 책의 결론을 맺는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나의 남편 톰에게 영원히 감사를 표한다.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 (198~199)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ㅠㅠ 하... 남편에게 바치는 책이란 말인가???(뭐 제목부터가 그런 느낌...) 예... 잘 사세요... 


저 책 저자(잰시 던)도 자기 검열한 건 아닌가 싶다. 남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를 남편 아래에 두고  알아서 기는 방식 : 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을 완전 사랑한답니다??? (그러니 계속 이뻐해 주세요???) 


아내들아, 그대가 옳은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한다면 그건 그 사람 몫이다. 상대방 몫까지 내가 신경쓰고 알아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남편들아, 상처를 받는다면 그 상처 견뎌라. 기분이 나쁘다면 이유를 고민해라. 옳은 말에 상처를 받고 기분이 나쁜 건 특권의식이 침해당해서일 확률이 백퍼다. 


모든 일은 잘 하기 위해서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옳은 말을 끝까지 하는 것도, 잘못을 깨우치는 것도, 습관을 바로잡는 것도, 절대로 한번에 되지 않는다. 실패도 좌절도 잦다. 중요한 건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물러서지 않는 태도다. 버티고 서서 할 말을 한다. '내알바아님모드'를 켠다. 이게 안 되면 진다. 우리는 대체로 그래서 너무 자주 져 왔지 않나? 























+++ 그냥 넘어가면 아쉬우니까 목록의 책들 상품넣기. 그러나 던의 저 책은 빼겠다. 넣는 게 낫나 잠시 생각했다...




















































남성들이 더 일하지 않는 것은 건망증 때문이다. 고의적인, 상대적으로 행복한 무지의 상태 말이다.
......
이런 조건에서도 남성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여성들로서는 그들에게 좀 더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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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3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아 증맬루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게뭐예요 ㅠㅠ 제가 읽게 된다면 엄청 딥빡와서 던져버릴 책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티나무 2023-03-13 15: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저도요. 절대 안 읽을 책 목록에 올라가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3-1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또 언급되는 책들이 많네요?
저는 시녀 이야기 한 권만 읽은...ㅜㅜ
헝거는 사다 놓기만ㅋㅋㅋ
그나저나 3 월책은 아직도 안 산?
빨리 주문하러 가야겠습니다.
벌써 13 일...ㅜㅜ

난티나무 2023-03-13 15:55   좋아요 1 | URL
네 책읽는나무님, 잠깐씩 언급되기만 해요. 그래도 좋은 책 많죠?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화이팅! 입니다~~^^

시에나 2023-03-1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슴다..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 >>> 이 책, 역시나 저런 빡치는 내용이 담겨있었군요?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었.... 좀 미워하면 안 되나요??) 저게 딱 ‘힘퍼시‘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 맞아요. 저런 식으로 여자들이 정신승리하면서 ‘그래도 내 남편 정도는 낫다. 고맙다‘라고 .심지어..‘페미니즘‘을 슬쩍 빌려와서 하는 이야기가 진짜진짜진짜 엄청 많져...그러면서 결론은 우리는 서로를 고마워하고 연민하면서 살아야 한다. 뭐 이따위.. 으아아악. 그리고 그게 사랑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왜? 그걸 사랑이라고 믿고 부르게 하는 그건 무엇인가!! 정말 알고 싶고요..

˝물러서지 않는 태도다. 버티고 서서 할 말을 한다. ‘내알바아님모드‘를 켠다. 이게 안 되면 진다.˝ >>>그리고 이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제 말이요! 저는 이게 많은 여자들에게 어려울까 꽤 고민을 해보았는데, 불안과 외로움 때문인 거 같아요. 이렇게 하면 사랑받지 못하고 외로워질까 하는 것. (그런데 좀 외로워지면 안됩니까!)

저는 저 책을 읽고 서평을 써봐야겠습니다. 여자들을 더욱 더 가부장제 속으로 안온하게 안착시키는 저런 책들 가려봐야하니까... (정희진 샘이 읽지 말아야할 책들이야말로 비평을 써야 한다고 했...)

난티나무 2023-03-14 21:0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남편을 미워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만들어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
시에나님 읽고 자근자근 밟아주세요. 기대할게요.
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읽지 말아야 할 책들이...ㅎ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저도 읽어야???^^;;;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남자에게 사랑받아야만 여성이다,라는 명제. 이성애 감옥이죠, 뭐. 거기서 벗어날 수 없으니. 존재의 이유가 그것이면 존재의 기반이 흔들리는 거니까. 여성 동료를 만듭시다. 우리의 살 길은 거기에 있다!
 

















6장 통제되는 몸: 낙태 금지법의 진짜 욕망 




" "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데 참여했다는 이유로 남성들을 기소하는 신선한 전략(그러나 그 고발에는 확고한 법적 근거가 있다)은 지금껏 우리가 이 논쟁을 부각해온 방식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남성이 평생 어린애로 사는 것과 달리 임신한 여성은 책임감 있게 행동해왔다. 우리는 여성들의 성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당연시하면서도, 동일한 통제를 남성에게 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남성과 임신중단을 함께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둘을 엮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여성이 남성 없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 오버먼&볼 (162 인용구) 


"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을 통제하고, 여성이 지정된 남성에게 아이를 "제공"해줄 거라는 이미 만연해 있는 기대를 여성에게 더욱더 강요하려는 것이 낙태 반대 운동가들의 진짜 욕망이다. " (163) 


" 그러므로 우리는 낙태 반대 운동을 여성혐오적인 수많은 강제 메커니즘의 한 가지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매커니즘은 여성에게 돌봄노동을 강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64) 


" 또한 한 번 엄마가 되면 영원히 엄마여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로 혹사당하는 차원을 넘어 주변 사람들의 감정적, 물질적, 도덕적 필요를 책임지는 존재 말이다. 말하자면 여성은 [아이 외에] 다른 이들에게까지 엄마가 되어 원조와 위로, 양육과 사랑과 관심을 제공해야 한다. 앞 장에서 살폈듯 여성이 자기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그런 도덕적 재화를 요청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리고 뒤에서 논의하겠지만, 여성이 남성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아이를 가질 경우 남성은 육아 의무를 공동으로, 평등하게 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 (165~166) 


" 임신한 신체를 통제하는 것은 여성들의 신체를 규제하고, 감시하고, 점차 기각해버리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와 유사한 흥미로운(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사례는 트랜스젠더 반대 운동으로, 그 운동이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트랜스여성의 신체를 감시하는 데 집착한다는 사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169) 


" 그렇다면 왜 우리는 트랜스여성의 (혹은 다시 말하지만, 트랜스여성을 가장하려는 시스젠더 남성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되는 걸까? 그리고 왜 시스젠더 남성들이 모든 여성들에게 가하는 실질적인 위협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는 걸까? 트랜스포비아transphobia, 특히 여성혐오와 트랜스포비아가 위험천만하고 유해하게 교차하는 장인 트랜스여성에 대한 혐오가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이 될 것이다. " (171) 


" "트랜스여성의 신체는 본질적으로 남성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트랜스여성의 질은 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질이 트랜스여성 신체의 도덕적 구조를 완성시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트랜스여성은 자신의 신체 구조는 물론 자신이 권리를 갖는 그 성기(신체 구조를 도덕적으로 완성시켜주는 것) 또한 '잘못 재현'한 것이 된다." 

 배처가 지적한 이러한 역학은 필연적으로 특권의식이라는 중요한 귀결에 도달한다. 누군가 성별이 여성으로 인식될 때 그 사람의 성기 형태를 (심지어 옷을 다 갖춰 입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한눈에 틀림없이 알아야 한다는 논리 말이다. 이런 논리는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한눈에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특권의식으로 확장되며, 시스젠더 남성에게 이성애 규범에 기초한 섹스와 생물학적 아동을 제공할 수 없는 트랜스여성일 경우 스스로를 여성으로 제시해선 안 된다는 의무를 함축한다.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트랜스여성에게는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야 할 의무가 결코 없다. " (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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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이 단편에는 전반적으로 로버트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거리들이 많다. 그는 마고와 데이트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적어도 내 판단에는 그렇다. 그리고 그는 마고를 유혹하기 위해 사소한 속임수를 쓴다. 자신이 더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이도록 없는 고양이 두 마리를 있다고 말한다. 또 마고가 그에게 이별을 고하자 그녀에게 전형적인 여성혐오적 발언을 퍼붓는다. ..." (91) 


자, 우리 여성들은 '조심'해야 할 목록에 또 한 가지를 추가해야 했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남자를 다 믿지 말지어다. (그냥 세상의 모든 남자를 믿지 말라고 하는 건 어때???) 예전에 본 드라마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었다. 여자를 납치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애완동물을 이용하는 남자. 실제로 동물과 함께 생활한다고 하면 경계심을 늦추는(푸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조심해! '척' 하는 인간남자들을! 


그러나 언제까지 여성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할 것인가? 언제쯤, 거절했다는 이유로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인가? 




" 성적 행위에 따르는 단 하나의 명백한 윤리적 의무가 있다면, 그건 상대가 그 행위를 원하거나 진심으로 동참하고자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할 의무다. 실제로 모호한 면이 남아 있다면, 극도의 신중을 기하는 것이 낫다. 신속하게 그 행위를 멈추고 단념하면 된다. " (93) 



 우리가 접하는 (종류를 막론한) 거의 모든 미디어는 이성애 남녀의 성적 행위를 판에 박은 듯 똑같이 묘사한다. 그렇다, 아직도 그러고 있다. 손목을 잡아채고 함부로 끌어안으며 눈만 마주치면 키스를 하고 사귀자는 말은 키스 행위로 받고... 우리가 마땅히 보고 접해야 할 '성적 행위에 따르는 윤리적 의무'는 어디로 갔나? 하긴, 이 세상은, 여자 몸의 모든 부분이 조각조각 상품화되고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이런 망할 세상에서 윤리적 의무 운운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더럽다. 이성 간의 사랑 따위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묘사(재현) 제대로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폭력적 환타지물을 접해야 하나? 


(20년도 전에 있었던 일을 드라마를 보면서 끄집어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래 너랑 나랑 오늘부터 1일 하자, 했던 그 날, 키스를 '당'했다. 내가 하자고 한 것 아님. 와, 빡친다. 그때 그 남자가 마침 내 눈앞에 앉아있었으므로 사정없이 대거리를 했다. 이 나쁜 시키야!! 이느므 남자 시키야!!!!!!!!!!!!!!!!!!!!!!! ($%$##$험%^$%#한@#%^&^&*_*&말&^%$#)





" 그러나 이 모든 일은 또 다른 경우의 가능성에 대해 짐작케 한다. 즉 만약 의심할 여지없이 적극적 동의로 보였던 [마고의] 행동이 일종의 연기라면 어떨까? 

......

 이는 정치적으로나 미학적으로 편히 다루기 어려운 화두다. 이 모든 일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원치 않는 섹스 혹은 강압에 의해 벌어지는 (그러나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섹스가 어떠한지 보여준다. 그런 압박은 가부장제적 사회가 짜놓은 대본과 만연해 있는 남성의 성적 특권에서 비롯되며, 마고가 로버트를 두고 나오는 일이 무례하다거나 심지어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 (94) 


"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성적으로) 거절당한 남성의 상심을 그토록 중요하고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가? 왜 우리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다친 자존심을 보호하거나 소중히 다뤄줄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이 질문은 바로 앞의 질문과 관련이 있다.) " (93~94) 


" 요약하자면 이렇다. 여성은 남성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져줄 때 보상을 받는다. 남성의 마음을 보듬지 않으면 여성은 처벌받게 되어 있다. " (95) 



그러니 여성은 뻔뻔해져야 한다. 내가 나를 뻔뻔하다고 생각해봤자 다른 이들의 시선에는 그저 조금 당당한 정도로만 비춰질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렇게 '시회적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므로. 자꾸 움츠러들도록 되어 있으므로. 거절은 무례하지 않다. 무례하고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그건 가스라이팅의 결과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일상에서 거절이 잦을 때 거기에서 오는 압박(처벌)을 이겨내야 한다. 모른 척 할 줄 알아야 한다.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생까는 기술이 필요하다. 남자 우쭈쭈는 그만하자. 



(4장 달갑지 않은 섹스: '동의'라는 함정)



















+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해서 그것이 100% 완벽하게 적극적 동의는 아닐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심 가능한 것이며 그 변심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동의'만을 강조하면 안 된다. 성적 동의 관련 성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 우리가 섹스에서든 다른 상황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관념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언제일까? 동의의 수사는 너무 자주 욕망이 언제나 대기하고 있으며, 우리 안에 완전히 형성되어 있고 언제든 우리가 꺼낼 수 있는 무언가라고 암시한다. 그러나 우리의 욕망은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항상 아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원했는지도 몰랐던 것을 발견할 때도 있다. 무언가를 하는 중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릴 때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항상 알지는 못하며 항상 말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거추장스럽다며 옆으로 치워버리지 말고 섹스의 윤리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 (70,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1장 동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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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2023-03-1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다 읽었습니다. 요즘 느티나무님 읽으시는 책들..제가 부지런히 따라가는 중. ㅎㅎ (이성애 탐구는 계속....) 뒷부분에서 갑자기 너무 확 열어버리는 느낌이라 살짝 아쉬웠으나, 동의문화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는 거 같아 좋더라고요. 왠지 <남성 특권>이 저에겐 더 속시원할 책일 듯한... 이 책도 읽어볼래요!

난티나무 2023-03-14 21:08   좋아요 0 | URL
음 그렇죠. <내일의 섹스...>와 <남성 특권>은 비슷하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저는 <남성 특권>이 더 순한 맛으로 느껴졌어요.^^
 
















3장 가해자 감싸기: 강간 사건과 힘패시 


"그것은 힘패시himpathy입니다!" 를 많이 사용할 것. 일상 대화 중 이런 경우 너무 많이 겪지 않나.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겪었다. 




" 내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힘패시는 남성 가해자가 자기와 비슷한 특권을 누리거나, 그런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죄행위, 즉 성폭행, 성추행 혹은 다른 여성혐오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남성 가해자에게 쏟아지는 압도적 수준의 공감을 뜻한다. 여성혐오가 보통 여성이 한 "나쁜" 행동을 처벌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할 때(이 맥락에서 나쁘다는 건 가부장제 규범과 그 기대치에 어긋나는 행위를 뜻한다), 힘패시는 제대로 연구된 적 없는 여성혐오의 이면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여성혐오에 자연스레 따라붙는 (비록 극도로 불공정한 일이지만) 보완물이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짓밟고, 힘패시는 여성을 짓밟는 폭압자를 "좋은 남자"로 포장함으로써 보호한다. " (64)


" 힘패시는 종종 남성이 여성에게, 그리고 어떤 경우 아동에게 가한 폭력을 근본적으로 왜곡한다. 힘패시는 잔혹한 범죄를 이해받을 만한 애정으로 인한 범죄, 또는 공감받을 만한 절박한 행동 정도로 기발하게 변모시키며, 강간과 같은 여타의 범죄들을 단순한 오해와 술이 초래한 해프닝 정도로 기발하게 전환시킨다. " (70) 


" 힘패시, 여성 (피해자) 지우기, 피해자 비난하기에 관해서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강간 사건을 다룬다는 것이 일부 나쁜 가해자를 가려내고 비판하는 것 이상의 일임을 이해해야 한다. 강간 범죄는 악한 행위자들이 있어야 성립한다. 이들은 남성 가해자를 감싸는 사회구조 덕분에 강간을 실행에 옮길 수 있고, 그 구조 내에서 보호받는다. 심지어 그 구조가 이들을 부추기기도 한다. "(75) 


" 강간 키트의 결과가 분석되지 않은 강간 피해자의 86퍼센트가 유색인 여성이라는 통계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

이런 무심함, 즉 이 적대적이며 두드러진 무관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그러나 더욱 정확한 답은 이 현상이 특정 남성이 특정 여성에게 섹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 (78~79) 


"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주)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이별을 통보한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 이미지 혹은 성행위 등이 담긴 동영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저자 역시 주석에서 별도로 설명(293쪽)하고 있듯이 "동의에 기초하지 않은 보복성 성적 콘텐츠"가 더 공정하고 정확한 정의이다. 즉 '리벤지 포르노'는 가해자의 입장에만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다소 문제적인 용어이다. 마치 사안의 쟁점을 흐리기 위해 '성적 불평등'을 '젠더 갈등'으로 교묘히 대체하는 것과 유사한 논리라 할 수 있다.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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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 읽고 정리 못 할 거, 읽는 도중에 짬짬이 기록해두기.ㅠㅠ 

(정말 공부는 어려서(젊어서) 하는 게 답인가요. 머리가 안 돌아. 여러분 드디어 '갱년기' 증세가 저를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좀 말짱한 날들, 지난 겨울은 좀 많이 어두웠써... 요즘 비교적 말짱한 날들인데도 집중력 막 떨어지고. 눈은 계속 나빠지고. 온몸에 수분이 말라가고 이써요... 우울이랑은 친구해야 할 것 가타요... 하소연 ㅋㅋㅋ 아 '갱년기 몸의 증세에 대한 고찰' 일기 써야 하나요... 주절주절...) 
















수전 브라운밀러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여성, 인종, 계급>을 읽고 나서 바톤 터치로 꺼내든 책. 오랫동안 이걸 꺼내지 않은 이유는 뭐 당연하게도, 너무 힘들어서. 이노므 강간 이야기 정말 힘들다. 꺼냈으니 끝까지 읽자, 는 마음으로 조금씩. 제2차세계대전 전시강간 부분 읽는 중. 어휴. 

















저자 여러 사람 <정동 이론> 

이 책은 순전히 '정동'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라기보다는 음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 느낌)에서, 무엇보다 사라 아메드의 글이 실려 있어서 고른 책이다. 어렵고 두껍고 비싸고 세 가지 단점(?)을 고루 갖춘 책 되겠다. 어려운 책은 끝까지 읽는 행위에 의의를 둔다. 일단 시작. 서문 너무 어려워 읽다가 말고 첫번째 챕터 사라 아메드의 글을 읽었다. 읽다가 보니 <행복의 약속>에 실리지 않았을까??? 싶다? 얼른 꺼내와서 비교비교. <행복의 약속> 첫 장과 겹치는 내용이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어떤 쪽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출판연도 같음) 글 구성이 살짝 다르다. <행복의 약속>의 글이 좀더 긴 듯하다. 아무튼지간에 맥락은 같았다. 음 나는 사라 아메드 땜에 <정동 이론>을 샀는데 <행복의 약속>도 있으니, 이거 과연 잘 한 일일까? ㅎㅎㅎ 다시 서문을 읽는다. 처음 읽을 때보다는 좀 낫다. 한 챕터 읽고 서문 읽고를 반복해야 겠네. 그럼 나중에는 더 낫겠지?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어려워도 좋으니 제발 재밌길 바래~~~ 

















은희경 <장미의 이름은 장미> 

장편 말고 단편으로, 외국소설 말고 한국소설로, 무거운 거 말고 덜 무거운 걸로, 전자도서관 들어가 대충 보다가 뉴욕 연작이라고 해서 뭔가 좀 다를까 하면서 빌린 책. 첫 단편 어디서 읽었더라. 아무튼 읽었는데 하면서 읽고. 두 번째는 어떨까, 그것도 읽은 건가 싶어 내처 읽었는데 역시나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럼 세 번째는? 이러면서 훑어읽는 중.ㅎㅎㅎ 아, 재미없어... 그러면서 계속 읽고 있는 건 뭐야. 

















모나 숄레 <마녀> 

여러분 그거 알아요? 상품 검색창에 '마녀'라고 치면 이 책 바로 안 뜹니다? 제목에 '마녀' 들어가는 책이 얼마나 많게요???@@ 깜놀했다. 그렇게 많을 줄. ('총 4302개의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책이 필요해 하면서 책장 훑다가 충동적으로 꺼내서 읽는 중. (아니 지금 책상에 읽다가 던진 책들이 얼마나 쌓여있는데 또 새로운 책을... 끙) 

서론 엄청 길다. 서론만 읽었다. 중간중간 읭? 하는 부분들 있는데 전체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정도였다. 문장이 원래 그런지 번역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연결이 부자연스럽거나 맥이 끊기는 듯한 느낌도 들고, 아주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제목만 보고 <캘리번과 마녀> 비슷한 책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흥미가 동하는 목차. 뭐 아직 서론밖에 안 읽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 

















<어슐러 K. 르 귄의 말> 

부담없는 두께, 푸근한 인상의 얼굴 사진, 차분한 표지 색. 좋은 말이 많다고 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젊을 적 사진 깜놀! 반칙 아니에요??? 이 언니는 또 얼마나 멋있을지, 하아.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고독, 외로움. 어쩐지 비비언 고닉의 책(<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에 이어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에 빼든 책. 어렵고 힘든 책들 중간에 에세이 읽으니 좋더라. 자기 전에 읽기에도 좋고. 아직 너무 조금 읽어서 이 책도 그럴 지는 미지수. 




+ 읽다가 던져놓은 책들도 작성해보면 재밌겠다. 왜 던졌는지도 생각해 볼 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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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3-03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 관련책이 저렇게나 많군요?
점심때 TV잠시 틀었더니 스코틀랜드에서 마녀법이 무려 170여년간 이어졌었다고 나오네요 어휴...
짬짬이 기록도 좋네요! 여러권
읽을땐 이 방법 괜찮은듯^^
읽다가 던져놓은 책도 기대됩니다.

난티나무 2023-03-03 18:35   좋아요 1 | URL
마녀사냥 때만 마녀 운운하는 줄 생각했다가 우리 생활 곳곳에 퍼져있다는 걸 책 보면서 새삼 느껴요.
리뷰를 늠 못 써서 이렇게라도 일단 읽고 있는 책 정리 ㅎㅎㅎ 🤣 던져놓은 책들도 종류가 넘 많아요. 분류 어케 해야 하나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