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돈을 아끼느라 저렴한 식당을 기웃거렸다. 이제는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하나 소화가 더디다. 그래도 여행지에서는 도전이 맞다.

네 명이서 닭고기 케밥 하나와 소고기 케밥 두 개를 주문했다. 우리식 제육 볶음 한접시쯤 되는 양을 떠올리며 공기밥도 하나 추가. 음료수는 라씨와 모히토.

50cm쯤 되는 꼬치 케밥이 나왔다. 두 명이 먹고도 남을 양이다. 게다가 고기 밑에는 샛노란 볶음밥도 곁들여졌다. 놀라움과 두려움. 엄청난 양에 압도, 소고기 케밥 하나를 버스 기사와 현지 도우미분들에게 드렸다.

7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왕놀이 한번 해봤다.

그리고 공기밥은 우리식 공기밥의 3배 정도 되는 양이었는데 손도 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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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저 정도 크기와 밥이면 한국에서 7만원으론 어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즐거운 여행 하세요^^

nama 2026-09-11 01:27   좋아요 0 | URL
맛있어요. 물가가 저렴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요. 고맙지요.
 

파키스탄에 와보다니... 늘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던 곳. 외국인 관광객이 드물어선지 현지의 아이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인도와 확연히 구분된다.

< 와지르 칸 모스크>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의 수많은 아름다움 중 하나가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무카르나스(Muqarnas, 종유석 천장장식)라고 한다. 벌집, 종유석, 눈결정체 모양을 형상화한 입체적인 3차원 기하학적 양식으로, 아치나 천장의 오목한 부분에 작은 아치형 셀(cell)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다고 한다. 이 양식의 상징적인 의미는, 무한히 확장하는 이슬람 특유의 기하학 패턴을 통해 신의 무한함과 창조의 질서를 나타낸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제미나이의 설명이다.

내가 느낀 건 좀 더 구체적인데, 화려한 문양의 패브릭 원단의 원조와 조우한 기분이 들었다. 자세히 볼수록 그렇다.

세번째 사진의 아랍어 캘리그래피는 ˝알라는 충분하시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중에 글을 조금씩 다듬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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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은 위험지역이라고 잘 가지 않는 파키스탄을 여행 다녀 오셨나봐요.
파키스탄 하면 생각나는 것이 파키스탄과 중국이 인도와의 마찰로 서로 최대 우호국이라 그런지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몇개 안되는 국가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그러다보니 중국 틱토커들이 파키스탄인이 중국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라 한국인들이 파카스탄에 가면 중국인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공짜 접대를 받는다고 가짜 뉴스를 자신들 인터넷에 퍼트리더군요.
자신들이 중국인이라 해외 여행시 차별 받을까봐 한국인이리고 위장해서 그런 열등감이 생겼는지 꼭 파키스탄 관련 중국 동영사에는 이런 날조 영상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nama 2026-09-1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여행중입니다. 가능하면 계속 포스팅할게요.
 

앞으로 몇시간이 지나면 30일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여행을 떠난다. 자유여행이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상 세미패키지 형태로 가게 되었다. 그러니 여행 준비랄 것도 없이 돈과 여권 챙기고 옷 몇벌, 비상식량 몇가지 정도 챙기면 되는데 문제는 내 몸이다. 정확하게는 내 위장이다. 열흘 정도 비실비실 아픈 듯 안 아픈 듯 감기인 듯 아닌 듯 병원에 가야할 듯 가지 말아야 할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오늘 동네의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서야 위염(식도염)임을 확인했다. 먼저 살던 인천의 30년 지기 단골의사샘께서는 알아서 신경안정제를 넣어주셨는데...빨리 새동네 의사와도 친해져야겠다.


이번에는 왜 위장에 탈이 났을까. 6도 6촌의 생활, 즉 6개월은 도시에서 6개월은 산골에서 지낸 지 수년째 접어들어 어느정도 틀이 잡혀가고 있는데, 슬슬 산골집으로 손님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몇년 전에는 내 친구들 여러 명을 한꺼번에 초대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르고나서 학을 떼어 다시는 그런 짓(?)을 삼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남편 친구들이 열을 맞춰 찾아들기 시작했다. 올해들어 세 차례, 여행 후 한 차례 더 남았다. 평소 먹기를 산중의 스님처럼 간소하게 먹는 탓에 손님을 대접할 만한 솜씨를 계발하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평소 책상에 앉아 책 읽기에 전념하느라 밥할 시간이 없어 밥을 대충 먹게 된다. 그러잖은가. 책 읽기가 재미있지 밥하기가 재미있겠는가. 오랜 학생생활과 교사생활로 주로 남이 해주는 밥을 먹다보니 밥하는 기능이 쇠퇴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글을 쓰는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밥과 청소, 빨래 등을 해주는 사람들을 고용했기에 가능했다. (감히 버지니아 울프를....) 책 읽기도 그렇다는 얘기다. 책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밥때가 다가오는데 그렇게 징그러울 수가 없다. 깊은 산골 오두막의 200리터가 갓넘는 냉장고는 작은 김치통과 반찬 그릇 몇개, 과일 서너개 넣으면 속이 다 차버린다. 틈새에 끼워넣은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는 비상식량으로 아껴둔다. 문앞 쿠팡이츠 같은 게 있다면 텃밭에 심은 상추 모종(잦은 비 때문에 거의 성장을 멈추었다.), 작년에 심은 대파, 쑥쑥 자라는 게 보이는 가지, 이파리 뒷면에 곰팡이 활동이 왕성한 들깻잎 정도. 읍내 마트에 가려면 자동차로 왕복 두어 시간. 거의 여름 내내 내리는 비에 개울의 폰툰다리마저 끊기기 일쑤. 그래도 이런 산골 생활이 좋은 것은 오로지 책 읽기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몰입하면 행동이 미련해진다. 독서 모드에서 밥하기 모드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게 여자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게 아닌데 세상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밥하는 것을 디폴트값으로 여긴다. 밥하는 것은 오랜 시간 수련을 쌓는 행위이다. 책에 몰입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요리에 몰입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정직한 행위이다. 밥 한끼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남자들은 제대로 경험해봤을까. 


어려서부터 '남자같다'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종종 들어온 사람으로서 밥하기는 참으로 고역 중의 고역이다. 남자처럼, 나의 남편처럼 공부하고 돈 벌고 똑같이 해왔는데 왜 밥하기는 내 차지가 되는지, 손님 상차림은 왜 내 차지가 되어야 하는지...이런 생각에 빠져들다보니 위장에 탈이 났다. 하루에 열시간 꼬박 앉아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으나 두세 시간 밥하는 건 그렇게나 어려운 내 자신도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의 오랜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 책 읽을 시간도 줄어드는데 밥은 여전히 숙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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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읽는 소설마다 의미있게 다가오고 깊이 빠져들게 한다. 시공간의 폭이 넓은만큼 이야기 호흡도 넓고 깊어서 마치 머나 먼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작은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보잘것없는 글이나마 쓰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소설이다.
















8월6일 기록한 100자평을 다시 옮긴다.


'키르기스스탄 작가의 카자흐스탄 배경 소설. 광대하고 황량한 스텝 지역의 외딴 간이역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하고 애틋하고 끈끈한 인생살이 이야기에 SF의 우주 정거장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병렬 구조. 중앙아시아 이해와 공부에 도움이 되면서 무더위를 잊기에 좋은 책.'

















이미 명성이 자자한 소설로, 여러해 전에 시립 도서관 행사에서 동유럽 문학 강의를 들은 후 참여기념으로 얻은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어떤 독서는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수십번, 수백번 눈을 맞춰야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조용히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책. 그러니 책은 일단 쟁여놓고 볼 일이다.


책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발칸 반도 400년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이 소설은 주인공이 드리나 강의 다리이다. 다리를 중심으로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읽다보면 여러번 깊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드라마로 만든다면 적어도 10부작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
















우즈베키스탄 소설.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읽어보면 수긍이 간다. 지은이 압둘라 코디리는 우즈베키스탄 근대소설의 창시자라고 한다. 중앙아시아에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어야 손에 들게 되는 게 안타깝다고 할까. 소설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읽기 시작해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인데...언젠가는 알아보겠지.


위 소설의 공통점. 세 권의 소설이 각각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 <백년보다 긴 하루>는 보스니아를, <백년보다 긴 하루>는 카자흐스탄을, <아팠던 시간들>은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고 있다. '세계문학'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가들, 그 국가들을 대표하는 소설 한편씩 읽기...이런 프로젝트는 어떨까. 도장깨기식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더 알차고 더 저렴하고 더 의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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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0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예전에는 슬라브문학,혹은 러시아 문학이라고 부르던 작품들이네요.전 세계 작가들의 다양한 책이 국내에 번역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국내 출판시장이 작아서 그건 어렵겠지요.다만 출판사들이 이익을 조금만 생각하고 이런 작품들을 더 많이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nama 2026-09-07 23:16   좋아요 0 | URL
말이 나온 김에...이제는 세계지도에 아프리카의 실제 크기가 제대로 반영된다고 해서 흥분했어요. 지금까지 몰랐다는 사실에 경악했고, 미국이 이러한 결정에 반대표를 던져서 또 경악했어요. 아프리카의 수십개 나라의 소설 한편씩만 읽어도 굉장한 경험이 될 것 같지 않나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출판사를 움직일 수도 있어요.

1111sasS 2026-09-18 17: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익을 조금만 생각하고 = 손해를 감수하고
 

지의류 이야기를 한 적이 엇그제 같다.


https://blog.aladin.co.kr/nama/17113258


그후로 이끼와 지의류를 겨우 구분하게 되었는데, 바로 마당 축대에 지의류가 있는 걸 이제야 발견했다. 축대를 쌓은 지 20년도 더 되었는데 말이다. 무관심과 무지의 상호작용이랄까. 제 앞마당에 있는 것도 모르면서 멀리 떨어진 마운트쿡, 나가사키의 지의류가 눈에 들어왔다. 낯선 곳에서 낯선 감각을 깨우듯 익숙한 곳에서도 낯선 감각을 벼리며 깨어 있어야겠다. 가까이에 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대접하기. 오늘도 깨닫는다.




액자로 만들어서 벽 한 면에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상화이면서 추상화 같은 느낌이 난다. 어떤 생각이 몽글몽글 자라날 것 같다.



확대하면 더욱 묘한 감상에 젖는다. 처음, 작은 알갱이를 둘러싼 진한 테두리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누군가 손으로 테두리를 그린 것처럼 보였다. 저건 또 뭐지?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끝선명접시지의'라고 한다. 끝이 선명한 접시 모양의 지의류.
















절판되어 구하기도 힘든 책. 물론 구할 수는 있다. 18,000원짜리를 중고로 66,000원과 68,000원에 팔고 있다. 다행히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었는데 일반자료실이 아닌 서고에 따로 보관하고 있어서 직원에게 요청해야 했다. '지의류라는 낯선 이름의 생물이 나무껍질, 바위, 흙 위에서 이끼처럼, 먼지처럼 살고 있다'(책 뒷표지에 있는 소개글). 먼지 같은 존재를 다룬 먼지 같은 책. 먼지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나 눈에 들어오는 책. 그래서 비싼 책. 그런 날이 올까? 갑자기 사람들이 지의류에 대해 거대한 관심을 보이는 날이. 새 덕후처럼 지의류 덕후가 생기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고 앞날은 알 수 없으니까. 지의류의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다보니 별의별 잡념이...

찾아보니 나 같은 생각을 하는 화가가 있어서 지의류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전시회도 열고 있었다. 그림은...내 짧은 견해로는 예쁘고 우아하고 아름답긴 하나 욕심 혹은 과욕이 엿보였다. 뭔가 덜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나 할까.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시길...


p.130

일본이나 한국의 석이는 식용지의류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외국의 지의류 연구자들 중에도 석이 요리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식용지의로는 석이 외에 원형끈지의, 영불지의 등이 있다. 특히 석이는 옛날부터 일본인에게 친숙하여 에도(도쿠가와 막부)시대 전기에 편찬된 <용리이야기>에도 소개될 정도이다.


검색해보았다. 석이 버섯과 목이 버섯의 차이점은, 석이는 지의류로 인공 재배 불가, 목이는 담자균류(버섯)로 인공 재배 가능.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위는 지의류, 아래의 초록색은 이끼. 이끼는 식물,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의 복합적인 생물.



책 날개에 소개된 저자. 텐트에 주렁주렁 달린 주머니가 인상적이어서, 내 책이 아니어서 사진을 찍었다. 저 하얀 주머니에는 건조 중인 채집품이 들어 있다고 한다. 덕후라면 저 정도쯤 되어야 세상이 꿈쩍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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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8-1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미술 작품 같네요.

nama 2026-08-14 09:48   좋아요 0 | URL
볼수록 예술 작품 같지요. 인간들은 그저 흉내내기를 할 뿐이라는 생각도 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