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훈자에 도착했다. 잘 닦인 카라코람 하이웨이 덕분에 예상했던 스릴은 거의 없었다. 낙석으로 도로가 막힌다거나 비포장 길을 덩컹거리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깔끔하다.

위염(식도염)이 낫는가 싶더니 장염이 살살 기미를 보인다. 라카포시 빙하로 가는 두 시간의 트레킹을 도중하차했다. 이젠 기를 쓰고 산에 오르지 않아도 슬프거나 속상하지 않다. 영원한 게 어디 있으랴.

오늘은 훈자에 도착한 날. 호텔 주변의 한국음식점에서 내일 먹을 닭백숙을 예약했다. 저녁으로는 어제에 이어 비상식량, 일명 전투식량 비빔밥을 먹었다. 어제는 버섯맛, 오늘은 김치맛. 마침 식당에 라면을 먹으로 온 길잡이(가이드)와 합석,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골수 인도파 여행자 출신인 길잡이와 모처럼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얘기하다보니 바라나시가 화제에 올랐다. 화장터로 향하는 들것에 실린 시체의 발이 뺨에 닿았었다는 경험담을 듣고 있으니 바라나시가 그리워졌다. 5세기가 공존한다는 도시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우간다>도 기억하는 사람.

*<우간다> .. 우리는 인도로 간다... 인도 가이드북.

훈자라는 제목에 내용은 바라나시... 여기는 인도가 아닌 파키스탄인데 자꾸 인도에 있다는 착각을 한다. 원래는 한 나라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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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9-1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자마을도 이제 오지라는 타이틀을 그만 반납해도 될 것 같네요.
살구꽃 필 때가 훈자마을의 절정이라는데 살구꽃 시절은 아닌 듯 합니다.
여튼 제 버킷리스트를 사진으로나마 감상해도 좋습니다.ㅎㅎ